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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5·끝) 농부일기 45편 마침표…도전은 계속

1월3일자부터 중앙일보 연재
한국딸기 품종 미국 첫 등록
모종 10주서 온실 30동 성장

멘토가 되어준 선배 농부들
전문가·독자 응원에 힘얻어
'한국딸기 판매개시'로 보답

가주에서 한국 딸기를 재배해온 문종범(오른쪽)씨가 지난 한해 매주 본지에 게재해온 연중기획을 마치며 22일 옥스나드 농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독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가주에서 한국 딸기를 재배해온 문종범(오른쪽)씨가 지난 한해 매주 본지에 게재해온 연중기획을 마치며 22일 옥스나드 농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독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미국온 한국 딸기 1년의 기록
2023년 1월3일자 미주 중앙일보에 "미국 첫 한국 딸기 가주서 자란다"라는 기사가 게재된 이후 초보 농부의 일기를 연재한 지 1년이 됐다. '미국 딸기는 왜 맛이 없을 까'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된 딸기 농사가 3년이 지나 모종의 수가 늘어나고 시험재배를 시작하던 시기였다. 당시 모종의 수는 지금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지만 3년을 고생해서 드디어 꽃을 키우던 시기라 이제는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열정을 쏟을 시기였다.

 
미주 중앙일보에서 특이한 이력의 초보 농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지면을 할애해 주셔서 농부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 무식해서 무모하고 의욕이 넘치는 시기였다. 하루 250마일을 출퇴근하며 밤낮없이 딸기 농사에 매달렸다. 농사에 경험이 없는 사람이 미국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그런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들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줬고, 한 회 한 회가 거듭할수록 부담은 커져만 갔다.
 
처음 자리를 잡은 샌버나디노 사막의 농장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9년 유리병에 담긴 10주의 조직배양묘를 가지고 미국으로 와서 일본 딸기 이후 외래품종으로는 미국에서 2번째로 PVP(종자보호권: Plant Variety Protection)을 등록했고, 한국을 오가며 속성으로 농사를 배워 육묘를 시작했다. 사막의 추위에서 모종을 키우려고 담요를 사면서 노숙자라는 얘기도 듣고, 사흘이 멀다 하고 다치고 피를 흘리며 모종을 키웠다.  
 
결국 환경의 한계를 느끼고 240주의 부실한 모종을 가지고 땅 한 평 없이 무작정 옥스나드로 옮긴 지 1년여 만에 모종의 수는 100배 이상 증가했고 한국에서 50톤의 자재를 수입해 한국식 그린하우스 12동을 지었다.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기에 힘든 것도 느낄 틈이 없었다.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제는 그 12동의 육묘동에서 모종이 자라 다시 18동의 재배동을 지어 딸기 재배를 시작했다. 참으로 정신없이 달려온 1년이었다.  
 
육묘동을 지은 후 한국에서 컨테이너로 화분을 수입하고 SUV 트렁크에 실어 오던 상토(인공 흙)을 이제는 트럭으로 가져와 지게차로 옮기는 규모가 됐다. 연말에는 딸기를 출하할 용기를 컨테이너로 수입해 온다. 혼자서 소꿉놀이 수준으로 농사를 짓다 이제 제법 농장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고마운 분들의 은혜
혼자서 파이프를 머리로 받치고 전동 드릴로 조립하고 집에서 호스를 스스로 자르고 조립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30동의 그린하우스에서 10명의 직원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이제 시작이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 덕이었다.

 
처음 옥스나드를 왔을 때, 자신의 농장 그린 하우스를 제공해 주고, 직접 전기 공사와 그린 하우스 보수 작업을 해 주신 윤수한 형님은 말 그대로 은인과 같은 분이다. 지금은 형님의 농장을 떠났지만 아직도 필자의 농장을 찾아 도움을 주신다. 그리고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미국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소리에 먼저 연락해 농사를 가르쳐 준 노대현 사장은 진정한 딸기의 스승이다. 매일 같이 영상 통화로 딸기의 상태를 점검해 주고, 직접 그린하우스와 베드의 도면도 그려 주고, 한국에 가면 현장에서 농사를 가르쳐 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고수이다. 지금 필자가 알고 있는 딸기에 대한 지식의 절반 이상은 노사장에게 배운 것이다.
 
미국에서 자라는 한국 딸기 품종은 금실이다. 금실은 한국에서 재배 비중은 낮지만, 수출에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수한 품종이다. 이 품종을 개발한 윤혜숙 박사는 모종의 수입과정과 라이선스 계약, 그리고 PVP 등록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지난 가을 안재욱 연구사와 함께 미국을 방문해 매일 농장에서 지도를 해 주신 감사한 분이다. 새로 지은 그린하우스로 모종을 옮긴 후 약 2000주의 모종이 손실을 봤는데, 윤박사의 방문 지도 이후 상태가 안정되어 이제는 죽어나가는 모종이 거의 없다.
 
옥스나드의 수한 형님 농장에 한 동의 그린하우스를 빌려 육묘를 할 때, 농장 관리인이던 미겔은 240주의 모종을 가지고 유난을 떠는 낯선 한국인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미겔은 지금 옥스나드에서 가장 친한 멕시칸 친구가 됐고, 미겔의 사위는 필자의 농장에 취직을 하여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미겔은 얼마 전 강풍으로 새로 짓고 있는 그린 하우스가 파손됐을 때, 일요일에 필자의 농장을 찾아 보수 방법을 알려주고 직접 직원들을 가르쳐 준 고마운 친구이다. 그리고 매니저 역할을 하는 알프레도와 다른 직원들도 한국 딸기의 미국 신화를 함께 만들어 갈 소중한 사람들이다.
 
지금 12동의 육묘동과 18동의 재배동이 자리한 곳은 난을 키우는 시마 농장이다. 시마 농장의 박병욱 이사는 필자가 아는 미국 최고의 한인 농사 기술자이다. 필자가 남긴 메모를 보고 연락을 해 온 그는 옥스나드 정착단계에서부터 큰 도움을 주었고, 그의 친구인 신해동, 이현수는 더운 여름 미국까지 와서 두 달간 땀을 흘리며 육묘동 공사를 함께 한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육묘동을 완성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마 농장의 켄 정 사장님은 기존에 난을 키우던 공간을 철거하고 딸기를 키우는 그린하우스를 만드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자신의 농장에서 연일 공사를 하고 외부 사람들이 오가며 작업을 하는 것이 거슬릴 법도 하지만, 정사장님은 꼭 성공해야 한다며 항상 격려와 배려를 해 주셨다. 그 덕분에 정수 시설 등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곳에서 딸기를 키울 수 있게 됐다.
 
그 외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미주 중앙일보 독자 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힘든 농사일에 큰 힘이 됐다. 농부일기를 보고 수많은 분들이 이메일을 보내고 연락을 주셨다. 사업에 대한 제안과 문의도 많았지만, 순수하게 응원을 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농장에 있다 보니, 제때 답을 못할 때가 많아 죄송한 마음이 크지만 그 분들에 대한 고마움은 늘 간직하고 있다.
 
이번 회가 농부일기의 마지막 회이다. 언급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초보 농부의 작은 도전에 도움과 응원을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제 다시 시작
지난 21일 연말과 성탄절을 맞이하여 농장 직원 회식을 가졌다. 미국에서 딸기 농사를 하면서 많은 직원들이 거쳐갔다. 지금 남은 직원들은 한국 딸기의 맛과 미래를 믿고 필자와 뜻을 같이 하고 함께 땀을 흘리는 동지들이다. 한국에서 연수를 온 김건우 군과 멕시칸 친구 미겔 부부도 함께 자리를 해 지난 시간을 추억하고 더 멋진 미래를 기약한 시간이었다. 농부일기는 연재를 마치지만 농부의 도전은 계속된다. "미국 첫 한국 딸기 가주서 자란다"로 시작된 농부일기는 내년 "미국 첫 한국 딸기 가주서 판매된다"라는 기사로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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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jmoon7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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