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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폭우·추위 견디고 출하 시기
판매 전 평가 시식회 열기로

신선도 유지위해 새벽에 수확
H마트 부에나파크점서 행사

"맛있다…"언제부터 파느냐"
질문 쏟아져 고객 반응 폭발

호평속 대량생산 체제 숙제로
이제부터 진정한 사업의 시작

지난 7일 H마트 부에나파크 점에서 열린 '금실 딸기' 시식회 행사에서 맛을 본 고객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 7일 H마트 부에나파크 점에서 열린 '금실 딸기' 시식회 행사에서 맛을 본 고객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시식회로 고객 평가받자
 
폭우와 강풍으로 고생하고 일부 작물들이 손상을 입었지만 그린하우스 안의 딸기는 알이 굵어지고 붉게 익어갔다. 이제 출하하여 소비자분들께 한국 딸기의 맛을 보여드릴 시기가 된 것이다.  
 
H마트에 벤더 등록을 하고 판매를 하려니 몇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과연 고객들이 이 딸기의 맛에 어느 정도 점수를 줄 것인가 그리고 가격을 얼마로 하여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현재 LA의 한인마트에서는 한국에서 수입해 온 딸기를 250g짜리를 14.99달러에 판매하기도 하고 330g짜리를 12.99달러에 판매하기도 한다. 엄청나게 비싸게 파는 것 같지만 한국에서 생산해 비행기로 실어온 것을 감안하면 크게 마진을 붙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유기농 딸기가 1파운드에 5.99달러 일반 딸기는 1파운드에 2.99달러에 판매되는 것과 비교하면 가격차가 크다.
 
물론 일본 마트에서는 수입해 온 딸기를 1파운드에 30달러에 팔기도 하고 미국에서 실내 수경재배한 오이시(Ohisii) 딸기는 시중 가격의 20배의 고가에 판매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은 판매자가 받고 싶은 금액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준하여 책정하여야 한다. 그래서 판매에 앞서 고객의 평가를 받기 위해 시식회를 먼저 가지기로 했다.
 
앞으로 마켓에서 선보일 금실딸기 포장팩. 1팩에 9.99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앞으로 마켓에서 선보일 금실딸기 포장팩. 1팩에 9.99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초스피드로 시식회 준비

 
시식행사를 하기로 결정을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딸기는 이미 당장 수확해야 할 정도로 익어가는 상태였기에 다음날 바로 시식회를 하기로 했다. 고객의 반응을 가장 살피기 좋은 매장으로 H마트 부에나파크점을 정하고 시식행사를 알리는 포스터를 제작했다.  
 
한국에선 을지로 인쇄 골목에 가면 당일 제작 또는 야간 제작이 가능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못했다. LA는 이미 오후 3시가 되었고 몇 군데 방문한 업체에서는 X-배너나 컬러포스터 인쇄는 며칠에서 일주일이 걸린다는 대답을 했다.
 
중요한 건 딸기의 맛이지 포스터나 유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급하게 포스터를 제작했다. 파워포인트로 시식행사 포스터 초안을 만들어 한국의 출근시간에 보내서 한국의 디자이너에게 급히 디자인을 요청했다. 그리고 한인타운에 컬러 출력을 해주는 업체 사장님께 전화해 조금 늦더라도 출력을 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여러분이 도와 준 덕에 3시간 만에 포스터를 출력할 수 있었다.
 
미리 계획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닥쳐서 하는 계획성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처음 시작하는 일인데다 수확량과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을 완벽하게 준비된 후에 시작한다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어렵다.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일단 시작하고 그것들을 보완해 나가면서 완성도를 높이고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Start First Perfect Later(먼저 시작하고 완벽하게 만들어 나가라)'.
 

달 보며 딸기 따러 가다
 
딸기는 새벽에 수확을 하여야 한다. 요즘 한국의 마트에서도 새벽 3시에 수확한 딸기를 당일 판매하여 고객들에게 신선한 딸기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해가 뜨고 기온이 오르게 되면 그린하우스 안의 온도도 올라가게 마련이어서 높은 온도에서 딸기를 수확할 경우 손자국이 나거나 쉽게 물러져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벽에 수확을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경도가 높은 상태에서 수확돼 신선한 상태로 고객들에게 딸기를 공급할 수 있다.
 
새벽 3시에 출발해 딸기를 수확하기로 하고 알람을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날따라 한국에서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의 저녁 시간에 모인 지인들이 보고 싶다며 전화해 한 명씩 돌려가며 통화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때가 LA 시간으로는 새벽 2 3시다.  
 
몇 통의 전화와 카톡을 받다 보니 새벽 3시가 됐다. 한숨도 자지 못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서 옥스나드 농장으로 향했다. 새벽 하늘에는 달이 선명하게 떠 있는데 보름은 아니었지만 크고 둥글었다. 요즘은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의미를 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101번 프리웨이 산 위에 뜬 둥근 달이 뭔가 좋은 일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농장에 도착해 장갑을 끼고 딸기를 하나씩 따기 시작했다. 오늘 새벽에 딸기를 수확한다는 얘기를 했기에 농장 근처에 사는 직원 앙헬도 나와서 함께 딸기를 수확했다. 한 알씩 따서 일일이 클램쉘(Clamshell)에 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딸기를 박스에 담아 차에 싣고는 GPS를 찍어보니 부에나파크까지 2시간30분이 걸리는 걸로 나왔다. 차가 막히는 101번 프리웨이를 타지 않고 1번 해안도로로 내려가는데 말리부 해안의 경치가 평소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이 경치 덕에 피곤함을 덜 느꼈지만 과연 이 딸기에 대한 고객들의 평가가 어떨지 마치 시험을 앞둔 학생처럼 긴장됐다.
 

"진짜 한국 딸기 맛이네"
 
지난 7일 H마트 부에나 파트점에는 이상우 이사께서 직접 나와 시식행사를 준비해줬다. 매장 입구에 시식대를 설치하고 전날 만든 포스터를 붙였다. 그리고 딸기를 씻어서 반으로 자르고 시식대에 올려놓았다. 금실 딸기는 반으로 잘랐을 때 가운데 공간이 없이 꽉 차 있는 것이 특징이라 시각적 효과가 중요했다. 시식행사를 도와주실 직원분께 이 딸기에 대한 설명을 드리고 시식행사를 시작했다.
 
평일 아침이라 손님이 많지 않았고 시식을 권유해도 사양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시식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마트 직원분의 권유에 시큰둥하게 받아서 몇 발자국 가다 딸기를 맛본 손님이 바로 뒤돌아 "한 팩 주세요"하는 것이다. 오늘은 판매를 하지 않고 시식만 하는 것이라니 언제 판매를 하냐고 물어본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었다. 10팩을 사겠다는 분 시식용으로 남은 딸기라도 팔라는 분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딸기를 들고 계산대에 갔다가 계산대에서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와서 돌려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먹었던 딸기 그 맛"이라며 고향의 맛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시식행사는 하시던 직원이 "판매를 했으면 벌써 다 팔렸을 텐데"라며 아쉬워하셨지만 필자는 그동안 고생하면서 키운 딸기가 맛있다는 평가에 더 없이 기뻤다.  
 
언제부터 판매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다음주에 소량이라도 판매를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밤을 꼬박 샜지만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고 미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또 하나의 관문 대량생산
 
여기서 키운 한국 품종 금실딸기가 고객에게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문제는 아직 시장에 공급할 충분한 딸기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 년 내내 육묘를 해 모종을 늘이고 있지만 아직은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번 이상기후에서 겪으면서 노지재배(일반적인 재배방식 밭에서 가꾸는 것)로는 고품질 한국딸기를 생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한국과 같은 시설을 만들어 재배해야 한다. 시간도 자본도 노력도 지금의 몇 배로 소요되는 일이다.
 
모든 사업에서 넘어야 할 중요한 관문이 바로 '스케일 업(Scale Up)'이다. 즉 기술 규모 생산설비 등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사업화가 시작됐고 필자는 농장은 기업이 되고 농부는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믿고 있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사업의 시작이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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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범 농부ㆍ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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