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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땅 넓은 미국선 거점확보 필수
지역 농장들과 연계 방안 고심
매뉴얼로 생산ㆍ확장계획 수립

서부는 딸기 메카인 옥스나드
동부는 버지니아주 농장 선정
모종 생산되기만 기다리던 때
육묘 업체 사장 은퇴 소식접해

모종 확보시기 지연될 예상에
기다리지말고 직접 키우자 결심

북가주 라센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금실 모종.

북가주 라센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금실 모종.



딸기로 징기스칸을 꿈꾸다
 
한국은 지역별로 특화된 딸기단지가 있고,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농장들이 많은데다 국토가 넓지 않아 전국 어디라도 수확 후 몇 시간 내에 유통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선 한국 딸기를 재배해 본 농가를 찾기가 어렵고, 서부에서 동부까지 자동차로 며칠씩 걸리는 엄청난 국토를 가진 나라이다. 그렇기에 입지를 선정할 때, LA,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인접 지역들 순으로 거점 생산 네트워크를 확보해 나간다는 구상을 했다.  
 
그리고 이미 농사를 짓고 있는 농장들과 연계해 표준 매뉴얼대로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확장해 나가는 계획을 수립했다. 마치 붕어빵을 찍듯이 표준 시설과 재배 방식으로 컨트롤+C(복사 단축키), 컨트롤+V(붙여넣기 단축키)만 반복하면 칭기즈칸처럼 전국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명당을 찾아라
 
한국 사람들은 명당 자리를 참 좋아한다. 사업을 하거나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개업할 때 어디가 명당인지를 찾는다. 심지어는 공연이나 스포츠 관람석이나 주차 자리를 찾을 때조차 명당 자리 정보들을 공유한다.
 
4차산업 혁명의 시대이고 첨단 과학이 발달한 글로벌 시대지만 명당에 대한 집착은 여전하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다니던 지인이 "우리 회사는 신제품을 개발할 때 양자역학이론까지 이용하지만, 공장 부지를 선정할 때는 역술가의 말을 듣는다"고 했을 때 한참 웃기도 했다.
 
딸기 농사터도 명당이 있을터였다. 당시에는 이에 대한 답을 할 수 있는 지식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단순하게 수요가 많은 지역과 인접하고 시설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 있으며 가급적 한인이 운영하는 농장들을 물색해 보기로 했다.
 
미국에서 처음 본 옥스나드의 딸기 농장 전경.

미국에서 처음 본 옥스나드의 딸기 농장 전경.

버지니아 다마스쿠스의 한국 농장 전경.

버지니아 다마스쿠스의 한국 농장 전경.



농장 찾아 삼만리
 
딸기 사업의 첫발을 내딛을 당시엔 팬데믹으로 인해 내 본업인 소프트웨어 품질검증 사업이 보류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되어 시간이 많은 편이었다. 상업재배가 당장 내년에 될지 후년에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미리미리 파트너십을 맺을 농장들을 찾아다니기로 했다.  
 
우선 가장 먼저 진출할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이미 딸기 사업을 구상하던 초기부터 자문해주던 숀 윤 사장이 있는 옥스나드를 1 순위로 정했다.  
 
가주의 옥스나드는 산타마리아, 북가주의 왓슨빌과 함께 미국 딸기 재배의 3대 메카 중 하나로 드리스콜, 웰픽트 같은 딸기 대기업들의 농장이 있고, 매년 딸기 축제가 열리는 그야말로 딸기의 도시이다. 뿐만 아니라 한인이 가장 밀집한 LA와 60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아서 운송 비용과 신선도 유지 측면에서도 장점을 지닌 명당 지역인 셈이었다. 그리고 윤 사장은 옥스나드 지역에서 30년 이상 농사를 짓고, 큰 농장도 소유하고 있는 만물박사여서 옥스나드에서의 정착은 사실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서부의 거점은 이미 정하였으니 동부 지역의 농장을 알아보기로 했다. 모르는 일을 할 때는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기에 H마트 측에 동부 지역의 좋은 농장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추천받은 농장이 있는 지역의 기후 등을 검토하였는데, 버지니아의 다마스쿠스 지역 한인 농장이 딸기를 재배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딸기 재배에 대한 경험이 없어 가용할 수 있는 토지의 면적과 물류센터와의 거리, 인력확보 가능성, 그리고 기후 조건 등만을 고려하였지만, 아는 만큼 보이기에 문제점과 제약조건을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다.  
 
특히 그린하우스를 만들어 시설재배를 한다고 생각하였기에 50에이커의 농장에서 10에이커 정도를 당장에라도 딸기 재배용으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었다.언제 이곳 동부까지 공급할 수 있는 모종이 확보될지 불분명한 시기였지만, 농장의 사장 부부, 아들까지 만나서 딸기 사업의 비전과 계획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협력하기로 했다.
 
위기 상황 발생, 모험의 시작
 
동부와 서부에 딸기를 재배할 농장들도 준비가 되었으니 여유 있게 모종이 생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 육묘업체인 라센과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있었지만, 당시에는 종자보호권 등록과 관련된 업무들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종자는 라센의 전문가들이 잘 키워서 2022년에는 최소한 30만 주는 공급돼 상업 재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금실의 미국 수입과 육묘를 적극적으로 도와온 든든한 파트너 라센의 리즈 부사장이 주식을 모두 남동생에게 넘기고 은퇴를 했다는 것이다.  
 
리즈는 남동생이 자기가 해온 모든 프로젝트를 그대로 이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남동생에게 금실 프로젝트를 계속 해 달라고 부탁은 하겠지만, 나도 미리 알고 대응을 하라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시간이 지나도 기대한 것만큼의 모종이 확보가 되지 않아 노심초사하고 있던 중 갑자기 날아온 비보에 급히 레딩으로 떠났다. 그러나 리즈의 남동생은 만나지 못하였고, 금실의 모종은 모두 냉장고에 보관 중인데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새 오너의 핸드폰 번호를 받아 미팅을 요청했지만 그는 굳이 나를 만나려 하지 않았고 금실 육묘 담당자도 연락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새 오너가 금실 프로젝트를 지속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기에 라센과의 계약서를 찾아 검토해 보니 쌍방 중 어느 한쪽이 원할 경우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있었다. 당시에는 아직 종자보호권이 등록되지 않은 상태였고, 지난 2년 가까이 금실을 키운 업체였기에 어떻게든 관계를 이어가야만 했다.  
 
리즈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하여 도움도 청하고 육묘 담당자와 라센의 임원들에게 이메일과 전화를 계속했다. 결국 라센의 육묘 책임자 스콧에게서 연락이 왔다. 만나자는 것이었다.
 
바로 밤비행기를 타고 새크라멘토에 도착해 그 길로 렌터카로 5시간을 달려 스콧이 있는 맥도엘(McDoel) 농장으로 찾아갔다. 4시간여를 이야기하고 설득해 일부 계약 내용을 수정해 공동 육묘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스콧과 앞으로 육묘계획과 예상 모종의 수를 다시 확인하여 보니 2025년이 되어야 상업재배에 필요한 모종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앞으로 3~4년을 손을 놓고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급히 다시 한국으로 출국해야 했다. 도착하자마자 금실 개발자 윤혜숙 박사와 딸기 농가 정만영 사장을 만나 미국 육묘 방식과 한국 육묘 방식에 대해서 비교 분석했다. 라센이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수량을 빨리 늘리기 위해서는 한국식 육묘 방식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라센으로부터 모종을 일부 받아와 자체적으로 한국식 육묘를 병행하겠다고 결심했다.
 
자체 육묘를 해야 하는 두 가지의 이유가 생긴 것이다. 첫째는 딸기 농사의 90%를 좌우하는 핵심 기술인 육묘의 노하우를 반드시 자체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둘째는 라센에서 모종이 대량 공급될 때까지 자체육묘 방식으로 시간을 단축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전혀 계획하지 못했던 직접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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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범 농부ㆍ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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