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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건축은 ‘인간에 최적환경 창조’
온실도 구조·기능·미 고려
한국서 온 설비 본격 작업 시작

쇠파이프 맞춤 제작이 첫 과정
지붕용 반원 파이프 700개 필요
꼬박 이틀 일일이 구부려 절단
5명 팀워크 완벽한 호흡 행운

3인 1조로 쇠파이프를 박는 작업을 하고 있다.

3인 1조로 쇠파이프를 박는 작업을 하고 있다.

건축은 공학, 사회학, 인문학 등이 접목된 종합 기술이다. ‘인간에게 최적화된 생활환경을 창조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린하우스의 존재 이유는 작물이 자라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공학과 생물학 등 다양한 이론과 지식이 동원된다. 지반을 다지고, 프레임을 만들고, 플라스틱(비닐)으로 벽과 창을 만들고, 차광막으로 지붕을 덮고, 바닥을 깔고, 인테리어를 하고, 난방과 환기 시설들을 하는 것이 건물을 짓는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하중과 배수에 따라 프레임을 설계하고, 태양의 남중 고도를 고려해 방향을 잡는다. 또 연중 기후를 감안해 그린하우스와 창의 위치와 규격을 정하고, 작업자의 동선까지 생각해 내부 인테리어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건축의 3요소인 구조, 기능, 미가 모두 고려되니 건축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벤딩기로 구부린 후프(지붕용 쇠파이프)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벤딩기로 구부린 후프(지붕용 쇠파이프)를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작이 반이다

 
농사를 하면서 시작의 중요성을 항상 느낀다. 딸기 농사에서는 종자를 키우는 육묘가 가장 중요한 시작이다. 육묘가 딸기 농사 성공의 80~90%를 좌우한다고들 한다. 그린하우스 역시 시작과정이 중요하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작물의 생장환경과 작업에 대한 모든 것이 고려가 되어야 하고, 자재의 구입과 선정 역시 시공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필자가 육묘를 목적으로 만드는 그린하우스는 6개의 그린하우스가 하나로 연결된 연동형 그린하우스다. 6연동짜리 그린하우스 2동을 짓는 것이다. 길게 하나로 만들 수도 있지만, 작업의 효율성을 고려했고, 만일 병충해가 발생할 경우 전체가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설계에 맞춰 자재를 준비했지만, 작업을 시작하기 전 자재의 규격과 수량을 수차례 반복해서 확인했다. 작업을 시작하고 난 뒤 자재가 규격에 맞지 않거나 수량이 모자라면 중간에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자재를 즉시 교체하거나 추가 구입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그린하우스의 제작과 시설재배에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시마 농장의 박이사가 이 과정을 반복해서 꼼꼼하게 체크했다.  
 
박 이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전에 확인하고 가는 것이 결국은 시간 낭비와 공사의 지연을 방지하는 것이니 조급증을 내지 말고 차근차근 진행하자며 당부를 했다.
 
한국에서 쇠파이프를 용도에 따라 규격과 길이를 정하여 주문을 했지만, 모든 파이프를 그 상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후프(Hoop·아치형 지붕에 들어가는 반원형 파이프)를 벤딩(Bending)기로 일일이 구부리고, 쇠파이프를 규격에 맞게 절단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후프는 총 700여 개가 필요했다. 3명이 한 조가 되어 파이프를 구부리는데 한 시간에 50개 정도 작업이 가능했다. 3명이 매달려도 후프를 구부리는 데만 꼬박 이틀이 걸리는 셈이다. 그리고 후프를 구부리기 전에 가로 지지대와 천창(환기를 위해 천정을 개방하는 창) 등을 연결하는 지점들을 정확하게 표시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가장 힘이 드는 작업 중의 하나는 기둥을 박는 작업이다. 50년 동안 이 땅에 뿌리를 박고 있던 지름 60mm의 파이프를 일정한 높이로 잘라 용접을 하고, 그 사이사이에 간격을 맞춰 기둥을 박았다. 기둥은 지상 2.5미터 높이에 땅 속으로는 사람의 키 정도가 박힌다. 항타기(파이프를 두드려 땅속으로 박는 도구)에 쇠파이프를 용접해 한 명이 가운데서 방향을 맞추고 두 명이 박자를 맞춰 레이저 수평기로 표시한 지점까지 정확하게 박는 작업을 했다.
 
이 모든 작업들에서 준비과정이 중요했다. 실제로 시작 전에 수평을 맞추고 줄을 치고 표시하는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2~3mm의 오차만 생겨도 끝부분에서는 상당한 오차가 발생해서 작업에 문제가 생기거나 재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에 정확에 또 정확을 기했다.
 
별걸 다 가르친 한국 교육

 
40년 동안 학교에 다녔고 박사학위 받았지만, 전공은 경영학이라 건축에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설계도를 보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고, 그린하우스 건축에 사용하는 자재와 장비, 그리고 용어들이 낯설지 않았다.  
 
한국 교육의 힘이다. 한국의 초등학교에는 ‘실과’라는 과목이 있다. 정말 별의 별것들을 다 만들고 배우는 과목이다. 바느질에서부터 제도, 작물 기르기와 각종 만들기까지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만드는 것을 배웠다.
 
고등학교에서는 공업이라는 과목을 공부했다. 아직도 도시가스, 두랄루민, 유리 등의 주성분을 달달 외우고 있으며 선반, 밀링, 드릴링 머신 등의 공구들도 이론적으로는 기억하고 있다.
 
미국 유학시절 경영학 수업 시간에 미토콘드리아를 아는 유일한 학생으로 주목을 받았고, 어릴 때 암산을 배운 덕에 동양에서 온 천재학생으로 보여진 적도 있고, 신제품 개발 과제에서는 제도기로 설계를 하여 디자이너로 불린 적도 있다.
 
그만큼 한국의 교육은 위대하다. 당시에는 살아가면서 언제 쓸 일이 있겠느냐며 투덜댔지만, 어딘가에서는 쓸 일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지식도 쓸모없는 지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팀워크

 
건축(그린 하우스 짓는 일을 건축이라고 칭하기로 했으니, 계속 건축이라고 하겠다) 과정에는 사람과 장비가 가장 중요하다. 대규모 건축에서는 장비의 힘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자재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작업 공간이 협소하고 일회성 프로젝트에 가까운 그린하우스의 건축에서는 사람의 힘과 능력이 일의 진행을 좌우한다.
 
상황에 따라 필요로 하는 능력과 성격은 다르다. 어떤 작업에는 순간적인 힘과 집중력이 필요하고, 어떤 작업에는 지속력이 필요하고, 어떤 작업에서는 정확도, 그리고 어떤 작업에서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이번 그린하우스 건축의 고정 멤버는 시마의 박 이사, 한국에서 온 건축 전문가 신해동, 장비 전문가 이현수, 그리고 후안과 마틴 등 멕시칸 친구들이다. 박 이사는 시설과 재배에 대한 지식도 뛰어나지만 미국에서의 경험도 풍부하다. 지식과 경험에 일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진행하는 능력과 성실함까지 갖춘 전천후 인재다.  
 
그리고 신해동은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한 성격에 성실함과 열정을 갖췄다. 이현수는 장비와 건축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고 항상 창의적으로 생각해서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이번 그린하우스 공사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 주는 전문가들이다. 다행히 인성도 좋고 나이도 필자보다 딱 한 살 어려 형 동생하며 화기애애하게 일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그리고 우리의 작업을 도와주는 후안과 마틴은 성실하고 가르치는 일을 빨리 습득한다. 요령 부리지 않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해 주는 이 친구들을 만난 것도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건축 작업은 혼자서 하는 일보다 팀으로 호흡을 맞춰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은 그 팀워크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린하우스 건축의 드림팀이 구성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드림팀과 함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밟아가고 있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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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jmoon7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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