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1) 스마트팜 길목서 찾은 하이브리드 온실

장마·혹한 적응한 K-온실
자동창, 양액기는 첨단 수준
육묘동 온실 환경 완벽 통제

재배동은 기존 시설 활용해
미 터널식·한 연동식 혼합
학습효과로 작업 속도 향상
온실 완성 동시에 재배 시작

기존 벤치를 정리한 뒤 그린하우스 골격을 만들기 위한 파이프들을 준비하는 작업.

기존 벤치를 정리한 뒤 그린하우스 골격을 만들기 위한 파이프들을 준비하는 작업.

그린하우스 현지화 전략
 
최근 한국 농업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K-스마트팜'은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세계 농업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수출의 효자 상품인 조선과 자동차,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 이제 한국의 K-농업이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폭염과 장마, 그리고 겨울철의 혹한과 가뭄 등 극한 상황 속에서 연구 개발을 지속해 왔기에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고 본다.
 
미국은 땅덩이가 넓고 기후 조건이 좋아 아직까지 딸기의 경우 스마트팜까지 필요하지 않고,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한국식 비닐 하우스 수준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하에 한국에서 자재를 수입해와 12동의 육묘 전용 그린하우스를 지었다.  
 


스마트팜은 아니라도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창이 열리고 닫히며, 양액기로 물과 비료를 자동으로 공급하기에 이곳 사람들이 보기에는 첨단 시설인 것이다. 실제로 이 그린하우스를 완공하고 난 이후로는 육묘동의 관리에 인력이 많이 필요가 없게 됐다.
 
딸기 사업의 본질은 맛있는 딸기를 생산해서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쟁력은 우수한 한국 품종의 딸기를 미국에서 현지 생산하여 한국에서 맛보던 딸기와 같은 수준의 딸기를 생산하고 신선한 딸기를 즉시에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 딸기가 비행기에 실려 온다고 해도 미국의 마켓에 공급되기까지는 최소 3일의 시간이 소요되기에 신선도 측면에서 현지 생산이 월등하다. 그리고 실제 한국에서 수출을 위해 수확하는 딸기는 50~60% 정도 익은 상태에서 딸 수밖에 없다.  
 
10주의 조직 배양묘로 증식을 시작하여 이제 3만 주 이상의 모종이 생산되었지만, 아직까지 그 양은 충분하지 않다. 그렇기에 재배를 위한 정식시기를 늦추고 마지막 순간까지 육묘에 집중을 했다.  
 
출근길에 주변 미국 농장에 심어 놓은 딸기들을 보면 우리가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초조함도 생기지만, 노지 재배를 하는 미국딸기는 잎을 모두 자른 상태에서 심는 반면 우리는 육묘장에서 잎이 잘 자란 모종을 심기에 수확 시기가 아주 늦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작년 노지 실험을 해 본 결과, 한국 품종이기에 당도는 당연히 미국 딸기보다 높았지만, 표면이 거칠어졌다. 그래서 그린 하우스 안에서 수경재배를 통해 품질관리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육묘동의 경우는 1년 내내 육묘를 해야 하기에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하지만 재배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재들을 미국 현지에서 조달하고 향후 확장을 고려해 그린하우스를 설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시마 농장에 난을 키우던 공간을 철거하고 그린하우스를 짓는다.  육묘동은 모든 것을 뜯어내고 맨바닥을 다진 후,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 새로 파이프를 박으며 그린하우스를 지었다. 그리고 그린하우스를 만든 후 실내에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베드와 관수시설들을 설치하고 화분을 올리고 작물을 심었다.  
 
하지만 이번에 짓는 재배동은 순서가 전혀 다르다. 기존의 시설을 최대한 살려 짓기 때문이다. 우선 난을 재배하기 위해 사용하던 베드와 물을 공급하는 파이프, 메인 포스트(기둥), 전기 등은 살려두고 나머지 시설들을 모두 철거했다. 역시나 20년 동안 쌓인 흙들과 차광막, 철사 등을 걷어내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매일 6~7명이 붙어서 한 달을 고생한 끝에 부지가 정리됐다. 그리고 그린 하우스의 골격을 만들기 위해 300개 이상의 쇠파이프를 잘라 기둥을 보강하고 500개 이상의 쇠파이프를 구부려 아치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직원들은 3개 조로 나뉘어 서로 다른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3인이 1조가 되어 기존의 메인 기둥 중간 중간에 후프를 설치할 파이프를 박고, 다른 1조는 2인이 기존의 베드를 딸기 재배에 맞게 파이프를 자르고 간격을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나머지 인력들은 화분에 흙을 채워서 베드에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동의 사이즈도 미국 표준 터널 하우스의 사이즈로 설계했다. 그래야 별도로 주문 제작하지 않고 기성 자재들을 사용할 수 있고, 향후 확장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미국식 터널 하우스를 한국식 연동 그린하우스로 변형하고 노지가 아닌 베드 위에 수경재배를 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형태인 것이다.
 

그린하우스 후프를 연결하기 위해 파이프를 용접하고 있다.

그린하우스 후프를 연결하기 위해 파이프를 용접하고 있다.



학습효과가 나타나다
 
처음 그린하우스를 만들 때에는 모든 것이 계획된 시간을 초과했고 변수도 자주 발생했다. 한국식 그린하우스를 지어본 적이 없는 현지 인력들을 교육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작업자의 속도도 한국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 번의 경험이 있기에 작업 방식을 현지 인력들의 역량에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이프를 박고 파이프를 구부리는 작업 등도 시간당 몇 개 정도가 가능한 지 거의 정확하게 산출이 되기에 예정된 시간 안에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일이 많이 쉬워진 덕도 있지만,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니 직원들은 자신감이 생겼다. 거기에다 한국에서 온 연수생 김건우군이 올라운드 플레이어(어느 포지션에나 능숙한 만능선수)로 참여하기에 속도가 더 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조직도 많이 정비됐다.
 
두 달 전부터 합류한 알프레도는 매니저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알프레도는 예전에 시마 농장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고 페인트 일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 딸기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됐다. 농사에 경험은 많지 않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영어도 잘한다.  
 
알프레도는 한국 딸기 사업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열심히 배워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기에 그를 매니저로 임명했다.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알프레도를 매니저로 임명하니 기존 직원들의 반발이 다소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직원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를 고치고 조직을 새로 정비하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었다. 한동안 알프레도와 함께 작업을 지시하고 힘을 실어주니 분위기는 많이 바뀌고 있다.
 
추수감사절 연휴 다음주에는 그린하우스의 골격이 완성되고 지붕에 비닐이 모두 씌워질 것이다. 그리고 베드는 이미 기존의 것들을 모두 개량해 놓았기에 포트를 올리고 정식만 하면 된다. 지난번에는 그린하우스를 다 짓고 베드를 만들고 호스를 연결하고 모종을 옮기는 데만 한 달이 걸렸지만, 이제는 그린하우스의 완성과 동시에 재배가 시작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난번에 지은 육묘동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그린하우스를 짓는 것이다. 남들은 스마트팜을 짓고 있는데,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는 상당한 진보를 하고 있다.  
 
마오쩌둥은 '흑묘론 백묘론'을 얘기했다. 검은 고양이던 흰 고양이던 쥐만 잘 잡으면 된다. 물론 기술의 진보에 따라 생산방식과 시설도 발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팜으로 갈 수밖에 없다. 최근 인건비와 인력관리로 고민을 하면서 결국은 스마트팜으로 가야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 이 하이브리드 그린하우스의 제작은 그 과정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는 노력의 일환이다.  
 
올해 하반기는 미국 딸기 사업의 분수령과 같은 시기이다. 시험 재배와 초기 육묘에서 규모가 커지고 상업적인 재배가 시작된 것이다. 6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작지만 12동의 육묘동과 18동의 재배동을 만들고, 240주를 가지고 옥스나드에 온 지 1년여 만에 100배가 훨씬 넘는 모종을 만들었다. 이제는 기업의 형태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올해의 성과는 향후 10년, 20년을 위해 배우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