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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5·끝) 농부일기 45편 마침표…도전은 계속

미국온 한국 딸기 1년의 기록 2023년 1월3일자 미주 중앙일보에 "미국 첫 한국 딸기 가주서 자란다"라는 기사가 게재된 이후 초보 농부의 일기를 연재한 지 1년이 됐다. '미국 딸기는 왜 맛이 없을 까'라는 단순한 의문에서 시작된 딸기 농사가 3년이 지나 모종의 수가 늘어나고 시험재배를 시작하던 시기였다. 당시 모종의 수는 지금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지만 3년을 고생해서 드디어 꽃을 키우던 시기라 이제는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열정을 쏟을 시기였다.   미주 중앙일보에서 특이한 이력의 초보 농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지면을 할애해 주셔서 농부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 무식해서 무모하고 의욕이 넘치는 시기였다. 하루 250마일을 출퇴근하며 밤낮없이 딸기 농사에 매달렸다. 농사에 경험이 없는 사람이 미국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그런 대단하지 않은 이야기들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줬고, 한 회 한 회가 거듭할수록 부담은 커져만 갔다.   처음 자리를 잡은 샌버나디노 사막의 농장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9년 유리병에 담긴 10주의 조직배양묘를 가지고 미국으로 와서 일본 딸기 이후 외래품종으로는 미국에서 2번째로 PVP(종자보호권: Plant Variety Protection)을 등록했고, 한국을 오가며 속성으로 농사를 배워 육묘를 시작했다. 사막의 추위에서 모종을 키우려고 담요를 사면서 노숙자라는 얘기도 듣고, 사흘이 멀다 하고 다치고 피를 흘리며 모종을 키웠다.     결국 환경의 한계를 느끼고 240주의 부실한 모종을 가지고 땅 한 평 없이 무작정 옥스나드로 옮긴 지 1년여 만에 모종의 수는 100배 이상 증가했고 한국에서 50톤의 자재를 수입해 한국식 그린하우스 12동을 지었다.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기에 힘든 것도 느낄 틈이 없었다.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이제는 그 12동의 육묘동에서 모종이 자라 다시 18동의 재배동을 지어 딸기 재배를 시작했다. 참으로 정신없이 달려온 1년이었다.     육묘동을 지은 후 한국에서 컨테이너로 화분을 수입하고 SUV 트렁크에 실어 오던 상토(인공 흙)을 이제는 트럭으로 가져와 지게차로 옮기는 규모가 됐다. 연말에는 딸기를 출하할 용기를 컨테이너로 수입해 온다. 혼자서 소꿉놀이 수준으로 농사를 짓다 이제 제법 농장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    고마운 분들의 은혜 혼자서 파이프를 머리로 받치고 전동 드릴로 조립하고 집에서 호스를 스스로 자르고 조립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30동의 그린하우스에서 10명의 직원과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이제 시작이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 덕이었다.   처음 옥스나드를 왔을 때, 자신의 농장 그린 하우스를 제공해 주고, 직접 전기 공사와 그린 하우스 보수 작업을 해 주신 윤수한 형님은 말 그대로 은인과 같은 분이다. 지금은 형님의 농장을 떠났지만 아직도 필자의 농장을 찾아 도움을 주신다. 그리고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미국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소리에 먼저 연락해 농사를 가르쳐 준 노대현 사장은 진정한 딸기의 스승이다. 매일 같이 영상 통화로 딸기의 상태를 점검해 주고, 직접 그린하우스와 베드의 도면도 그려 주고, 한국에 가면 현장에서 농사를 가르쳐 준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고수이다. 지금 필자가 알고 있는 딸기에 대한 지식의 절반 이상은 노사장에게 배운 것이다.   미국에서 자라는 한국 딸기 품종은 금실이다. 금실은 한국에서 재배 비중은 낮지만, 수출에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수한 품종이다. 이 품종을 개발한 윤혜숙 박사는 모종의 수입과정과 라이선스 계약, 그리고 PVP 등록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지난 가을 안재욱 연구사와 함께 미국을 방문해 매일 농장에서 지도를 해 주신 감사한 분이다. 새로 지은 그린하우스로 모종을 옮긴 후 약 2000주의 모종이 손실을 봤는데, 윤박사의 방문 지도 이후 상태가 안정되어 이제는 죽어나가는 모종이 거의 없다.   옥스나드의 수한 형님 농장에 한 동의 그린하우스를 빌려 육묘를 할 때, 농장 관리인이던 미겔은 240주의 모종을 가지고 유난을 떠는 낯선 한국인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미겔은 지금 옥스나드에서 가장 친한 멕시칸 친구가 됐고, 미겔의 사위는 필자의 농장에 취직을 하여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미겔은 얼마 전 강풍으로 새로 짓고 있는 그린 하우스가 파손됐을 때, 일요일에 필자의 농장을 찾아 보수 방법을 알려주고 직접 직원들을 가르쳐 준 고마운 친구이다. 그리고 매니저 역할을 하는 알프레도와 다른 직원들도 한국 딸기의 미국 신화를 함께 만들어 갈 소중한 사람들이다.   지금 12동의 육묘동과 18동의 재배동이 자리한 곳은 난을 키우는 시마 농장이다. 시마 농장의 박병욱 이사는 필자가 아는 미국 최고의 한인 농사 기술자이다. 필자가 남긴 메모를 보고 연락을 해 온 그는 옥스나드 정착단계에서부터 큰 도움을 주었고, 그의 친구인 신해동, 이현수는 더운 여름 미국까지 와서 두 달간 땀을 흘리며 육묘동 공사를 함께 한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육묘동을 완성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마 농장의 켄 정 사장님은 기존에 난을 키우던 공간을 철거하고 딸기를 키우는 그린하우스를 만드는 것을 허락해 주셨다. 자신의 농장에서 연일 공사를 하고 외부 사람들이 오가며 작업을 하는 것이 거슬릴 법도 하지만, 정사장님은 꼭 성공해야 한다며 항상 격려와 배려를 해 주셨다. 그 덕분에 정수 시설 등 인프라를 제대로 갖춘 곳에서 딸기를 키울 수 있게 됐다.   그 외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미주 중앙일보 독자 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힘든 농사일에 큰 힘이 됐다. 농부일기를 보고 수많은 분들이 이메일을 보내고 연락을 주셨다. 사업에 대한 제안과 문의도 많았지만, 순수하게 응원을 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농장에 있다 보니, 제때 답을 못할 때가 많아 죄송한 마음이 크지만 그 분들에 대한 고마움은 늘 간직하고 있다.   이번 회가 농부일기의 마지막 회이다. 언급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초보 농부의 작은 도전에 도움과 응원을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이제 다시 시작 지난 21일 연말과 성탄절을 맞이하여 농장 직원 회식을 가졌다. 미국에서 딸기 농사를 하면서 많은 직원들이 거쳐갔다. 지금 남은 직원들은 한국 딸기의 맛과 미래를 믿고 필자와 뜻을 같이 하고 함께 땀을 흘리는 동지들이다. 한국에서 연수를 온 김건우 군과 멕시칸 친구 미겔 부부도 함께 자리를 해 지난 시간을 추억하고 더 멋진 미래를 기약한 시간이었다. 농부일기는 연재를 마치지만 농부의 도전은 계속된다. "미국 첫 한국 딸기 가주서 자란다"로 시작된 농부일기는 내년 "미국 첫 한국 딸기 가주서 판매된다"라는 기사로 결실을 맺길 기대해본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4) 강풍에 날아간 온실…'빨리빨리'의 교훈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3) 벌들이 윙윙…크리스마스 선물은 수확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2) 4년만에 꽃 피다…이제 열매 맺을 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1) 스마트팜 길목서 찾은 하이브리드 온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0) 농부가 매일 주유소에서 줄 서는 까닭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9) 비료는 보약, 처방전대로 지어준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8) 한국딸기, 나파 밸리서 길을 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되다 (37) 금실 딸기의 어머니, 미국 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6) "여러분은 소중하다" 한마디가 낳은 변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12-24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4) 강풍에 날아간 온실…'빨리빨리'의 교훈

샌타아나 바람의 위력   캘리포니아의 겨울은 한국과는 달리 온화한 날씨다.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도시에는 눈을 보기가 힘들어 이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잘 느끼지 못한다.     12월에는 샌타아나 바람(Santa Ana Wind)이라는 '사면하강풍(고원에 찬 공기가 두껍게 쌓여서 중력 때문에 사면을 따라 저지대로 흘러내리는 바람)'이 분다. 샌타아나 바람은 그레이트 베이슨 지역에 위치한 고기압으로부터 남가주 해안을 향해 부는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이다. 이 바람은 따뜻하고 건조하기 때문에 산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바닷가에 위치한 옥스나드는 연중 기후가 따뜻하고 서늘한 바람도 불어 딸기 농사에 최적인 지역이다. 하지만 초겨울에는 시속 60마일 이상의 강풍이 불기도 한다. 그래서 이 동네 그린하우스들은 비닐이 파손되고 날아가지 않도록 로프로 지붕을 단단히 묶는 것이 필수이다. 지난주 학습효과(특정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함으로써 숙달되는 현상)로 재배동 북측의 비닐을 모두 씌우고 뿌듯한 마음으로 한 주를 마쳤다.   필자는 원래 일기예보를 잘 보지 않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농부가 되고는 매일 일기 예보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토요일 시속 40마일의 강풍이 예상된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한국 연수생 김건우군이랑 농장을 갔다.   육묘동을 짓고 난 후, 어떤 강풍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아무런 피해가 없었기에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다만 미국 방식을 접목했고, 기존 육묘동에 비해 자재도 적게 사용하고 구조도 단순하게 지은 재배동이 바람에 어떻게 견디는 지를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농장 입구에서 재배동을 바라보니, 하얀 비닐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태극기도 아니고 그린하우스의 비닐이 하늘 높이 펄럭이는 것이었다. 강풍에 비닐이 찢어졌을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린하우스로 들어가니 그야말로 난리였다.     9피트(약 1미터) 이상의 깊이로 파이프를 박고 가로대로 연결한 육묘동과 달리 40피트 간격의 메인 포스트(기둥) 중간에 6피트 깊이로 박은 기둥들이 땅에서 뽑혀 서로 부딪히고 있었고, 비닐은 마치 낙하산처럼 부풀어 오른 것이다. 8동 중 6동의 비닐이 모두 파손됐다.     옥스나드 지역의 다른 농장들을 돌며 그린하우스들의 구조를 다시 살펴봤다. 그리고 옥스나드에 처음 정착한 농장에서 많은 것을 도와줬고, 16살 때부터 농사를 지은 베테랑 친구 미겔에게 전화했다. 주말이라 집에서 쉬던 미겔은 농장으로 왔고, 상태를 살펴보며 함께 보수 방안을 논의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시작됐다. 전면 재보수를 하기로 했다. 비닐과 파이프를 모두 걷어내고 기초부터 새로 시작했다.   미국 그린하우스는 기둥이 나사형태로 땅에 박혀 강풍에도 뽑히지 않지만, 새로 지은 재배동에 일자로 얕게 박힌 파이프는 그렇지 못했다. 또한 비닐의 측면을 완전히 고정하지 않으면 바람이 들어가 낙하산 같이 될 수밖에 없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으나, 결과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게 된 것이다. 날림 공사와 '빨리 빨리'가 낳은 참사였다.   우리 재배동은 미국 그린하우스와 규격이 달라 나사형태의 파이프를 사용할 수 없기에 기둥마다 땅을 파서 시멘트를 부어 고정하기로 했다. 시멘트로 고정하니 파이프의 간격과 높이도 오차 없이 일직선으로 정렬됐다. 그리고 파손된 활대(아치)를 모두 버리고 새로 활대를 만들기로 하고 자재를 구입하러 갔다.     이 동네에는 자재상을 하는 이스라엘 친구 셜로미가 있다. 대부분의 자재를 이스라엘에서 수입해 오는데, 품질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게 제공해 준다. 셜로미의 아들은 지금 이스라엘에서 군인으로 현재 하마스와의 전쟁에 참전을 하고 있다. 자재를 구입하고 있을 때 마침 전쟁터의 아들이 전화가 와서 통화를 했다.     아빠의 한국인 친구라고 하니, 자기도 친한 한국인 친구가 있다며 반가워했다. 셜로미는 급한 사정을 이해하고 즉시 자재를 트레일러에 싣고 왔다.    미국에서 이렇게 당일 그것도 한 시간 내로 자재를 배달해 주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농장에 도착해서 지게차를 운전하는 우리 직원이 답답했는지 본인이 직접 지게차로 하역을 하고 옮겨주기까지 했다.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을 때, 미겔이 농장으로 찾아왔다. 미겔은 직접 그린하우스를 만들고 보수한 오랜 경험이 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우리 직원들이 작업하는 것을 보고 미겔은 직접 시범을 보이며 직원들에게 요령을 가르쳐 줬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고수가 하는 것을 직접 보고 배우니 직원들의 스킬이 빨리 향상됐다.   보수작업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시멘트로 보강하고 새로운 골조를 만든 2개 동에 비닐을 씌웠더니, 직원들은 비닐이 아주 팽팽하게 고정되어 마치 드럼 같다는 얘기를 했다.     다음주부터 시설팀은 나머지 그린하우스들을 한 동씩 순차적으로 완성하고, 육묘팀은 모종을 옮겨심기 시작한다. 예정보다 일주일 이상이 지연된 것이다. 한차례의 강풍으로 몇 달을 만든 그린하우스가 파손된 것은 큰 손실이다. 하지만, 18동을 모두 완성하기 전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불행 중 다행이고, 그린하우스의 구조와 제작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기에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10년은 사용해야 할 재배동이 튼튼한 그린하우스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농사를 지으면서 많은 수업료를 냈다. 뭔가를 배울 때는 수업료를 아까워하면 안 된다. 지금 지불하는 수업료는 앞으로 발생할 엄청난 위험 비용을 사전에 방지해 주기 때문이다. 대신 수업료를 낸 이상 제대로 배우고 발전이 있어야 한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직원들도 느낀 것이 많다. 그래서 이제는 나사 하나를 박아도 심혈을 기울이고 제대로 튼튼하게 박혔는지를 꼼꼼히 확인을 하게 된다.   직접 농사를 시작한 지 2년, 농부일기를 연재한 지 이제 1년이 됐다. 화분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하던 사람이 이제 진짜 농부가 되어 가는 것 같다.     40년간 학교만 다녔던 온실 속의 화초와 같았던 사람이 온실을 만들고 그 속에서 딸기를 키우게 됐다. 누군가가 물어왔다. '왜 농사를 짓느냐'고. 선택을 하고 시작을 했으니 계속 하는 것이고, 이제 이게 직업이 됐으니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작물은 자라는 것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물을 주고 정성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열매를 맺고 결실을 보게 된다.   작물도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다. 지나간 시간은 돌릴 수가 없기에 오늘도 눈을 뜨면 농장으로 달려가고 해가 질 때까지 작물을 키우는 것이다. 훗날 오늘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3) 벌들이 윙윙…크리스마스 선물은 수확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2) 4년만에 꽃 피다…이제 열매 맺을 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1) 스마트팜 길목서 찾은 하이브리드 온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0) 농부가 매일 주유소에서 줄 서는 까닭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9) 비료는 보약, 처방전대로 지어준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8) 한국딸기, 나파 밸리서 길을 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되다 (37) 금실 딸기의 어머니, 미국 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6) "여러분은 소중하다" 한마디가 낳은 변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12-17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3) 벌들이 윙윙…크리스마스 선물은 수확

인고의 세월   샌버나디노에서 딸기가 자라지 않아 밤잠을 못 자며 고민하다 원인은 환경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어떤 산업이던 모여 있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위성 사진으로 미국 딸기의 집산지인 옥스나드 지역을 살펴 보았을 때, 끝없이 연결된 그린하우스가 눈에 들어오며 심장이 뛰었다. 바로 여기다. 이곳으로 가서 딸기를 키우자는 결심을 했다. 그런데 막상 옥스나드를 와서 보니, 그린하우스들은 대부분 딸기를 키우는 그린하우스들이 아니라 블루베리 등 다른 작물을 키우는 그린하우스였다.   그렇게 더부살이로 시작했지만 옥스나드의 딸기 농사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한국에서 자재까지 실어와 한국식 육묘동을 직접 만들게 됐다. 50톤의 쇠파이프와 자재들, 그리고 컨테이너 2개에 운반된 화분들로 육묘동을 완성했다.   달랑 모종 240주를 들고 옥스나드에 온 지 1년여 만에 모종의 수는 100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제 그 모종들을 심어 딸기를 생산하기 위한 재배동을 짓고 있다.   옥스나드 지역의 주요 인력은 멕시칸들이다. 영어가 아닌 스패니시가 공용어인 지역에서 그들과 일하면서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필요할 때마다 나타나 도와주는 사람도 멕시칸이었던 반면, 속을 썩이고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도 멕시칸이었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믿었었기에 큰 비용을 들여 한국까지 보내 연수도 시켰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왔었다. 그래도 작물을 키우는데 열정이 있기에 매니저 역할을 맡겨 보았지만, 결국 문제만 일으키다 그만 두게 됐다.   육묘동을 지을 때는 시일이 촉박하고 공사의 난이도도 높아 인력이 많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많은 멕시칸들을 고용했다. 8명이 필요하면 10명을 구했다. 며칠 일하다 힘들다고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고, 연락도 없이 다음날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해서 여유 인력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힘들게 일을 가르쳐 놓으면 그만둬서 또 새로운 사람을 구해 가르쳐야 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기대했던 수준의 그린하우스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건 한국에서 온 전문가 신해동, 이현수와 시마 농장의 박병욱이사 덕이었다. 7월의 무더위 속에서 그들과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땀을 흘렸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해 본 적이 없기에 툭하면 다쳐서 피를 흘리는 일들이 일상이었다. 이 그린하우스들은 말 그대로 피와 땀으로 만든 것이다.   육묘동이 완성되고 대부분의 일들이 자동으로 제어가 됐기에 고용했던 인력들이 모두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일용직이라도 3개월 이상을 고용하면 해고가 쉽지 않다. 규모도 커지니 노동법 등 HR 이슈들이 중요하게 등장했다.   직원들의 요구사항은 많아지고 사람으로 인한 문제들이 작물을 키우는 것보다 더 큰 과제가 됐다. 항상 사람을 믿고 정을 주고 함께 즐기며 일하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모든 것이 마음 같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서 계속 사업을 하려면 이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을 하고, 작업 매뉴얼을 만들고, 성과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새로 매니저를 임명하고, 시설팀과 운영팀, 지원팀으로 조직을 구성했다. 그리고 주간, 일간 작업 계획을 세웠다.     직원 개개인의 성격과 능력, 기술을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프로세스 개발에 몰두했다. 아직 만족할 수준도 아니고 여전히 속은 터지지만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능률이 향상되고 있다.   재배동이 완성되다   이제 모종은 정식(아주심기)을 할 수 있을 만큼 자랐고, 꽃도 피기 시작했다. 이 속도면 크리스마스에 딸기를 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마음은 더 급해졌다. 이제 재배동에 비닐만 씌우고 물과 비료를 공급할 파이프와 호스의 연결만을 앞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비닐 씌우기 작업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한국에서는 혼자서 비닐을 씌우기도 하던데 6명이 붙어도 하루에 한 동만 씌우니 속이 터졌다. 퇴근 시간을 한 시간 정도 남겨 둔 시점에서 직원들은 두 번째 동의 비닐을 씌울 생각을 않고 있었다. 하나 더 씌우려 조급하게 덤비다가 비닐하우스 사각 쇠파이프에 머리를 부딪쳤다.     피가 주르르 흐르며 얼굴은 피로 덮였다. 그 상황에서도 지혈해가며 건우군과 해가 질 때까지 마무리 작업을 했다. 다음날 아침 병원을 가서 이제 피가 안 나니 꿰매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고 했다가 선생님께 혼이 났다. 머리를 꿰매고 농장으로 가니, 오전 내내 한 동도 작업을 마치지 못하고 있었다. 퇴근 전에 모두 불러서 작업지시를 했다.     이번 주 안에는 어떻게든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각자의 역할과 임무를 재확인했다.   그리고 다음날,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이틀 동안 불과 3개 동밖에 비닐을 씌우지 못했는데, 일과가 끝나기 전에 5개 동의 비닐 씌우기 작업이 완료된 것이다. 잘했을 때는 칭찬해 줘야 한다. 한 명 한 명 등을 두드려주고 치킨을 시켜 함께 먹으면서 "더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 줬다.   농사를 지으면서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여러 번 결심했다. 상황이 좋다가 금방 나빠지기도 하고, 나쁘다가도 좋아지는 경우가 늘 발생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주문을 하고 일주일이 넘게 걸려 수정벌이 배달되어 왔기에 이번에는 미리 주문을 했는데, 하루 만에 항공으로 배송이 왔다. 아직 재배동이 채 완성되지 않아 다 풀어놓진 못하고 잘 살아들 있는지 조심스럽게 벌통속을 살펴보고 있다. 이제 다음주면 재배동에 모종이 가득 차게 된다. 그 속을 벌들도 필자도 직원들도 바쁘게 다니며 맛있는 딸기를 키우게 될 것이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2) 4년만에 꽃 피다…이제 열매 맺을 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1) 스마트팜 길목서 찾은 하이브리드 온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0) 농부가 매일 주유소에서 줄 서는 까닭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9) 비료는 보약, 처방전대로 지어준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8) 한국딸기, 나파 밸리서 길을 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되다 (37) 금실 딸기의 어머니, 미국 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6) "여러분은 소중하다" 한마디가 낳은 변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12-10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2) 4년만에 꽃 피다…이제 열매 맺을 때

재배동 완성 임박   지난여름 무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며 육묘동을 완성하자마자 딸기를 재배할 그린하우스의 공사를 시작했다. 미국식 터널 하우스를 응용한 방식이라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이 또한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육묘동을 만들 때는 처음 짓는 그린하우스라 비용을 생각하지 않고 최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예산을 훨씬 초과한 비용이 소모됐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이 경험을 살려 가성비를 고려해 재배동을 설계했다. 농사도 사업이다 보니 수익성을 따질 수밖에 없었다.   기업경영에서 사용하는 TCO(총소유비용: Total Cost of Ownership)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장비나 설비를 구입할 때, 그 자체의 가격에 보유기간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고려해 최적의 선택을 하는 기법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구입할 때도 자동차 가격만을 보고 구매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구매 비용에 더하여 연비와 세금 등의 유지비용과 중고차 가격 등을 모두 고려해 결정을 한다.     그린하우스뿐만 아니라 농사에 필요한 자재들을 구입할 때도 이러한 TCO 개념을 활용해야 한다. 그린하우스의 내구 연한을 생각해서 과연 이렇게 지으면 몇 년 동안 사용이 가능할 것인지,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비닐은 얼마나 자주 교체해야 하고 그 비용은 얼마가 될지, 강풍 등으로 인해 파손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지와 그 경우의 수리비용 등을 모두 고려해서 설계를 한다.     자재도 마찬가지다. 가격이 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제품의 수명과 작업의 효율 등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자재는 가격은 싼데 조립하기가 불편해 오히려 인건비가 몇 배가 드는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구입 가격은 낮을지라도 TCO는 높아진다.   미국에서 그린하우스를 지으면서 한국 농자재의 우수성을 일찍이 실감했지만, 이번에 재배동을 지으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육묘동을 지을 때는 한국에서 쇠파이프를 모두 수입해 컨테이너로 싣고 왔지만, 이번에는 미국 현지에서 조달을 했다. 다행히 가격 협상을 잘해서 좋은 가격에 구입을 했지만, 사용을 하면서 품질의 차이가 나타났다.     쇠파이프는 철판을 둥글게 말아서 이를 접합해서 만든다. 그렇다 보니 안 쪽을 보면 접합 부위가 보인다. 한국산 파이프는 접합을 잘해서 어떤 각도에서 파이프를 구부려도 문제가 없으나, 미국에서 조달한(중국산이다) 쇠파이프는 각도가 안 맞으면 쇠파이프가 터지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작업을 할 때 쇠파이프를 구부리는 방향과 고정을 위한 피스(결합나사)를 박을 위치를 고려해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그리고 현지 인력의 숙련도가 많이 향상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 사람과 같은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지구력과 근력은 한국 사람보다 뛰어나도 계산하고 머리 쓰는 일, 특히나 세세한 마무리는 한국 사람을 따라올 수가 없다.     국토가 좁고 자원이 한정된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좀더 빨리 좀더 쉽게 작업을 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이곳의 작업자들은 시간당 임금을 받고 주어진 시간 동안 일을 하는 습관 때문인지 효율에 대한 개념이 떨어진다. 그래서 처음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떻게 작업하는 것이 빠르고 정확할지를 고민해서 작업 방식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짓고 있는 재배동은 북측과 남측, 두 구역으로 나누어 각 9동의 그린하우스를 연결한 연동형태이다. 20피트(6미터) 간격으로 기둥을 박고 그 위에 후프(아치)를 연결한 후에 비닐을 씌우고 고정을 하는 형식이다.     지난 11월30일 목요일 드디어 지붕의 골격이 완성됐다. 이제 여기에 비닐을 씌우고 다음주면 딸기를 생산할 모종을 옮겨 심는다. 11월 말까지 끝내려던 계획이 조금 지연되었지만, 예정보다 크게 늦지는 않았다.     만만치 않은 출하준비   육묘동에서 정식을 기다리고 있는 모종들은 이미 꽃이 나오기 시작했다. 12월 첫째 월요일부터 정식을 시작해서 빠르면 1월 중순부터 딸기를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2019년 8월 라구나비치에서 '미국 딸기는 왜 맛이 없을까'라는 얘기로 시작된 지 4년 반 만에 딸기가 정식으로 출하되는 것이다.     하지만 딸기 출시에 대한 기대와 설렘보다는 걱정이 태산이다. 수확과 출하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험이 없기에 하나하나 과정에 모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오래 걸리고 직접 농사를 짓고 생산을 할 것이었으면, 한국에서 1년이라도 딸기 농사를 짓다 올 걸 하는 생각도 해본다.   재배동이 완성된다고 해서 딸기만 심으면 끝이 나는 것이 아니다. 물과 비료를 공급할 관수시설이 마무리되어야 하고, 온도와 빛을 조절하기 위해 차광막과 난방시설 등 추가적인 설비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딸기를 재배할 인력의 교육도 필요하고 수정벌도 투입해야 한다. 작년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벌들을 죽인 기억이 있기에 벌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고민이다.   이런 재배과정들은 크게 걱정이 없지만, 출하를 위해 준비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딸기를 수확하면 포장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숙달된 장인이 한 땀 한 땀 예쁘게 딸기를 포장하지만, 여기 인력들은 그렇게 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난좌가 있는 클램쉘(한국 농부들은 도시락이라고도 부른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용기도 기성품을 구입하거나 원하는 형태로 주문제작을 할 수 있는데, 업체도 미국, 한국, 중국의 다양한 업체들이 있다.     해외에서 구입을 할 경우 품질과 가격 외에 물류비용과 배송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 며칠 내에 주문한 샘플이 도착하면 포장용기를 결정하고 발주를 해야 한다. 그리고 포장용기의 라벨이나 띠지, 그리고 박스도 디자인을 해야 한다.   어떤 분야에 처음 진출하는 사람들이 항상 고민하는 것은 혁신과 차별화이다.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이 또한 관례(Conventional)라는 무시 못할 벽에 부딪힌다. 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있는 관례는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디자인을 세련되게 하고자 하는데 이 또한 쉽지가 않다. 그래서 기존의 산업 표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딸기의 맛이다. 아무리 멋지게 포장을 해도 딸기가 맛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핵심은 예쁜 포장이 아니라 모두가 예상하던 한국 딸기의 달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고객들이 우리 딸기의 맛을 인정하고 생산규모가 커졌을 때 혁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외에도 수확과정, 포장과 보관, 물류 등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뭐든지 시작이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듯이 시작을 잘못하면 바꾸기도 힘들고 훗날 더 큰 비용이 노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제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딸기는 겨울과 봄이 수확의 계절이다. 지난 4년 반의 시간이 헛되지 않게 마지막 준비에 만전을 기하며 수확의 계절을 맞이한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1) 스마트팜 길목서 찾은 하이브리드 온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0) 농부가 매일 주유소에서 줄 서는 까닭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9) 비료는 보약, 처방전대로 지어준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8) 한국딸기, 나파 밸리서 길을 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되다 (37) 금실 딸기의 어머니, 미국 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6) "여러분은 소중하다" 한마디가 낳은 변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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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3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1) 스마트팜 길목서 찾은 하이브리드 온실

그린하우스 현지화 전략   최근 한국 농업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K-스마트팜'은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세계 농업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수출의 효자 상품인 조선과 자동차,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 이제 한국의 K-농업이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폭염과 장마, 그리고 겨울철의 혹한과 가뭄 등 극한 상황 속에서 연구 개발을 지속해 왔기에 세계 어느 곳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고 본다.   미국은 땅덩이가 넓고 기후 조건이 좋아 아직까지 딸기의 경우 스마트팜까지 필요하지 않고,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 한국식 비닐 하우스 수준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하에 한국에서 자재를 수입해와 12동의 육묘 전용 그린하우스를 지었다.     스마트팜은 아니라도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창이 열리고 닫히며, 양액기로 물과 비료를 자동으로 공급하기에 이곳 사람들이 보기에는 첨단 시설인 것이다. 실제로 이 그린하우스를 완공하고 난 이후로는 육묘동의 관리에 인력이 많이 필요가 없게 됐다.   딸기 사업의 본질은 맛있는 딸기를 생산해서 시장에 판매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쟁력은 우수한 한국 품종의 딸기를 미국에서 현지 생산하여 한국에서 맛보던 딸기와 같은 수준의 딸기를 생산하고 신선한 딸기를 즉시에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 딸기가 비행기에 실려 온다고 해도 미국의 마켓에 공급되기까지는 최소 3일의 시간이 소요되기에 신선도 측면에서 현지 생산이 월등하다. 그리고 실제 한국에서 수출을 위해 수확하는 딸기는 50~60% 정도 익은 상태에서 딸 수밖에 없다.     10주의 조직 배양묘로 증식을 시작하여 이제 3만 주 이상의 모종이 생산되었지만, 아직까지 그 양은 충분하지 않다. 그렇기에 재배를 위한 정식시기를 늦추고 마지막 순간까지 육묘에 집중을 했다.     출근길에 주변 미국 농장에 심어 놓은 딸기들을 보면 우리가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초조함도 생기지만, 노지 재배를 하는 미국딸기는 잎을 모두 자른 상태에서 심는 반면 우리는 육묘장에서 잎이 잘 자란 모종을 심기에 수확 시기가 아주 늦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작년 노지 실험을 해 본 결과, 한국 품종이기에 당도는 당연히 미국 딸기보다 높았지만, 표면이 거칠어졌다. 그래서 그린 하우스 안에서 수경재배를 통해 품질관리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육묘동의 경우는 1년 내내 육묘를 해야 하기에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하지만 재배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재들을 미국 현지에서 조달하고 향후 확장을 고려해 그린하우스를 설계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시마 농장에 난을 키우던 공간을 철거하고 그린하우스를 짓는다.  육묘동은 모든 것을 뜯어내고 맨바닥을 다진 후,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 새로 파이프를 박으며 그린하우스를 지었다. 그리고 그린하우스를 만든 후 실내에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베드와 관수시설들을 설치하고 화분을 올리고 작물을 심었다.     하지만 이번에 짓는 재배동은 순서가 전혀 다르다. 기존의 시설을 최대한 살려 짓기 때문이다. 우선 난을 재배하기 위해 사용하던 베드와 물을 공급하는 파이프, 메인 포스트(기둥), 전기 등은 살려두고 나머지 시설들을 모두 철거했다. 역시나 20년 동안 쌓인 흙들과 차광막, 철사 등을 걷어내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매일 6~7명이 붙어서 한 달을 고생한 끝에 부지가 정리됐다. 그리고 그린 하우스의 골격을 만들기 위해 300개 이상의 쇠파이프를 잘라 기둥을 보강하고 500개 이상의 쇠파이프를 구부려 아치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직원들은 3개 조로 나뉘어 서로 다른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3인이 1조가 되어 기존의 메인 기둥 중간 중간에 후프를 설치할 파이프를 박고, 다른 1조는 2인이 기존의 베드를 딸기 재배에 맞게 파이프를 자르고 간격을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나머지 인력들은 화분에 흙을 채워서 베드에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각 동의 사이즈도 미국 표준 터널 하우스의 사이즈로 설계했다. 그래야 별도로 주문 제작하지 않고 기성 자재들을 사용할 수 있고, 향후 확장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미국식 터널 하우스를 한국식 연동 그린하우스로 변형하고 노지가 아닌 베드 위에 수경재배를 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형태인 것이다.   학습효과가 나타나다   처음 그린하우스를 만들 때에는 모든 것이 계획된 시간을 초과했고 변수도 자주 발생했다. 한국식 그린하우스를 지어본 적이 없는 현지 인력들을 교육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작업자의 속도도 한국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한 번의 경험이 있기에 작업 방식을 현지 인력들의 역량에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파이프를 박고 파이프를 구부리는 작업 등도 시간당 몇 개 정도가 가능한 지 거의 정확하게 산출이 되기에 예정된 시간 안에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일이 많이 쉬워진 덕도 있지만,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니 직원들은 자신감이 생겼다. 거기에다 한국에서 온 연수생 김건우군이 올라운드 플레이어(어느 포지션에나 능숙한 만능선수)로 참여하기에 속도가 더 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조직도 많이 정비됐다.   두 달 전부터 합류한 알프레도는 매니저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알프레도는 예전에 시마 농장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고 페인트 일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 딸기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됐다. 농사에 경험은 많지 않지만 책임감이 강하고 영어도 잘한다.     알프레도는 한국 딸기 사업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열심히 배워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기에 그를 매니저로 임명했다.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알프레도를 매니저로 임명하니 기존 직원들의 반발이 다소 있었다. 하지만 오래된 직원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자세를 고치고 조직을 새로 정비하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이었다. 한동안 알프레도와 함께 작업을 지시하고 힘을 실어주니 분위기는 많이 바뀌고 있다.   추수감사절 연휴 다음주에는 그린하우스의 골격이 완성되고 지붕에 비닐이 모두 씌워질 것이다. 그리고 베드는 이미 기존의 것들을 모두 개량해 놓았기에 포트를 올리고 정식만 하면 된다. 지난번에는 그린하우스를 다 짓고 베드를 만들고 호스를 연결하고 모종을 옮기는 데만 한 달이 걸렸지만, 이제는 그린하우스의 완성과 동시에 재배가 시작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난번에 지은 육묘동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그린하우스를 짓는 것이다. 남들은 스마트팜을 짓고 있는데,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용대비 효과 측면에서는 상당한 진보를 하고 있다.     마오쩌둥은 '흑묘론 백묘론'을 얘기했다. 검은 고양이던 흰 고양이던 쥐만 잘 잡으면 된다. 물론 기술의 진보에 따라 생산방식과 시설도 발전을 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스마트팜으로 갈 수밖에 없다. 최근 인건비와 인력관리로 고민을 하면서 결국은 스마트팜으로 가야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 이 하이브리드 그린하우스의 제작은 그 과정에서 최적의 해법을 찾는 노력의 일환이다.     올해 하반기는 미국 딸기 사업의 분수령과 같은 시기이다. 시험 재배와 초기 육묘에서 규모가 커지고 상업적인 재배가 시작된 것이다. 6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작지만 12동의 육묘동과 18동의 재배동을 만들고, 240주를 가지고 옥스나드에 온 지 1년여 만에 100배가 훨씬 넘는 모종을 만들었다. 이제는 기업의 형태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올해의 성과는 향후 10년, 20년을 위해 배우고 준비하는 과정이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0) 농부가 매일 주유소에서 줄 서는 까닭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9) 비료는 보약, 처방전대로 지어준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8) 한국딸기, 나파 밸리서 길을 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되다 (37) 금실 딸기의 어머니, 미국 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6) "여러분은 소중하다" 한마디가 낳은 변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11-26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0) 농부가 매일 주유소에서 줄 서는 까닭

겨울철 육묘   남가주는 산간지역이 아니면 겨울에 눈이 오거나 얼음이 얼 정도로 춥지가 않다. 그래서 이곳에 살면 세월의 흐름을 잘 느끼지 못한다. 겨울이라고 해도 겨울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옥스나드 지역은 겨울이라고 해도 영하로 내려가지 않는 농사에 최적의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미국에서는 육묘 전문업체나 대형 딸기 회사에서 공급해 주는 모종을 심어 딸기를 재배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자가 육묘를 하는 농장들이 많다. 한국에서도 육묘 전문업체가 있으나, 육묘가 딸기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딸기를 잘 키우는 농장들은 자가 육묘를 한다. 필자의 경우도 미국의 대형 육묘전문 업체에 금실 딸기의 육묘를 맡겼지만, 속도가 나지 않아 자가 육묘의 길을 병행하고 있다.   어릴 적 생물시간에서 배웠지만 아직도 헷갈리는 것이 영양생장과 생식생장이다. 영양생장은 잎이나 줄기 등 식물의 뿌리, 줄기, 잎 등이 자라는 것이고, 생식생장은 꽃이나 열매가 자라는 것이다.     즉, 모종을 만드는 육묘기에는 영양생장을 시켜야 하고, 딸기의 열매를 수확해야 하는 재배기에는 생식생장을 시켜야 한다. 그리고 각각의 생장 시기에는 적합한 기후조건이 있다.     육묘기에는 해가 길고 온도가 높은 '고온장일', 재배기에는 해가 짧고 기온이 낮은 '저온단일'의 환경이 유지되어야 한다.   미국에서 한국 딸기 사업이 힘든 것은 바로 모종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서다. 뿌리가 난 모종을 한국에서 가지고 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유리병에 든 10개의 조직배양묘를 가지고 와서 개체 수를 무한정으로 늘려가야 하기에 아직은 일 년 내내 육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작물은 24시간 평균온도가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개화 및 수확을 위해서는 섭씨 14도 전후, 육묘를 하기 위해서는 섭씨 20도 전후가 좋다고 한다. 몰론 빛의 양에 따라서 1~1.5도 정도 높거나 낮게 관리할 수도 있다.     현재 옥스나드 지역은 낮의 최고 기온이 22~24도 정도이며, 밤 최저기온이 11~15도 정도이다. 낮의 경우, 그린하우스 안의 온도가 35도까지 올라가지만, 해가 지면 온도가 급격히 떨어져 외부와 1~2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한국은 겨울이 워낙 춥기에 비닐하우스를 2중, 3중으로 만들고 보온 시설도 잘 만들어야 하지만,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기에 한 겹의 비닐로만 만들어 야간에는 온도가 외부보다 많이 높지가 않다. 재배를 할 때는 기온 차가 많이 나야 당도가 높아지기에 오히려 좋지만, 육묘를 할 때는 이런 온도에서 러너가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최대한 밤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키려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열풍기   야간 온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장비로 한국에서 대포라 부르기도 하는 디젤 열풍기가 있다. 디젤 열풍기는 비싸지 않다. 그리고 온도를 설정해 놓으면 설정온도 아래로 기온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온풍기가 작동하고 설정 온도 위로 온도가 올라오면 자동으로 꺼진다.     처음 이 열풍기를 사용할 때는 화재가 발생할까 걱정돼 새벽에도 자지 않고 수시로 CCTV 화면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 새로 지은 육묘동은 6개의 작은 그린하우스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연동 형태라 6개를 1개동으로 봐야 하는데, 이 한 개의 육묘동의 야간 온도를 높이기 위해 2개의 열풍기를 양쪽에 배치했다. 디젤 열풍기 한대의 연료 통은 10갤론(약 37.6리터)으로 그다지 크지가 않다.   처음에는 열풍기의 가격이 그렇게 비싼 것이 아니라 여러 대 갖다 놓으면 되겠다고 쉽게 생각을 했고, 실제로 한 대를 작동해서는 전체의 온도를 유지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열풍기가 아니라 열풍기를 작동시키는데 필요한 연료였다.     야간 온도가 떨어지면 하루 저녁에 열풍기의 연료가 바닥났다. 매일 작은 기름통을 들고 주유소를 가는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름통은 하나가 5갤런(한국의 '말통'보다 조금 작다)짜리인데, 열풍기 한 대에 필요한 디젤은 이런 통으로 거의 매일 2개가 필요했다.     더 큰 기름통이 있겠지만 이보다 크면 들고 옮기기가 힘들고 깔때기로 연료를 열풍기에 넣기도 힘들어 5갤런짜리 기름통들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농사를 짓는 지인들이 유가의 변동에 신경을 써는 것이 의아해 물어보니 연료비 때문에 그렇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처음에야 농사짓는데 난방비가 뭐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겠느냐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사용해 보니 연료비의 부담이 상당했다.     현재 옥스나드 지역의 디젤 가격은 갤런 당 6달러 정도로 열풍기 한대에 들어가는 연료비는 매일 60달러 정도이다. 육묘동 2개에 4대의 열풍기를 작동시킬 경우, 하루에 240달러(한화로 30만원)정도로 한 달이면 연료비가 한 달에 1000만원 정도 발생하는 것이다. 현재 육묘동의 크기가 그리 큰 것도 아니고 모종의 수도 많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용이다. 한국에서는 농업용 연료는 면세라 가격이 싸다고 하는데, 여기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매일 주유소에 가서 기름통을 바닥에 줄을 세워 놓고 하나씩 채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대형 온풍기를 설치하면 연료 공급업체에서 연료 탱크를 제공하고 연료도 공급해 주지만, 아직 그럴 규모도 아니기에 어쩔 수 없이 매일 디젤을 사다 나르는데 한 시간 이상을 쓰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 차에서 거름 냄새가 난다는데, 지금 필자의 차는 기름 냄새가 가득하다.     위대한 한국인   다행히 이런 수고스러운 일을 함께해 주는 사람이 생겼다. 한국에서 온 연수생 김건우군이다. 건우군은 필자보다 28살이 어린 아들뻘 되는 친구이다. 미국에 처음 왔고 농사 경험이 없는 건우군이지만 성실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훌륭한 친구다. 건우군이 오고 난 이후, 작은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자기들이 아주 전문가이고 일을 잘한다고 자부하던 멕시칸 직원들의 태도다.     어느 나라의 어떤 회사에서던 자기가 없으면 이 회사가 굴러가지 않고 망할 거라는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특히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자기가 없으면 농장 운영이 안 될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건우는 평범한 한국인이다. 천하 장사도 아니고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 도착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이곳 직원들을 앞서 나갔다. 한 가지 단순한 사례로 이곳 시마 농장에서 사용하던 난을 키우던 베드를 딸기 재배용으로 바꾸기 위해 쇠파이프를 전기톱으로 잘라 규격을 맞추는 작업을 했다.     전기톱으로 쇠파이프를 자르면 베드가 흔들려 자르기가 쉽지 않기에 2인이 1조가 되어 한 명이 전기톱으로 파이프를 자르는 동안 나머지 한 명은 쇠파이프를 잡아 준다. 한두 시간 정도 그렇게 하고 난 후, 건우는 잡아주는 사람 없이 혼자서 전기톱으로 쇠파이프를 자르기 시작했는데, 멕시칸 직원 2인 1조가 자르는 양의 1.5배를 잘랐다. 힘이 세지 않은 필자도 멕시칸 직원 두 명이 자르는 양 정도는 혼자서 자른다. 힘이 아닌 요령이다.   한국 사람들은 흔히들 JQ라고 하는 잔머리 지수가 발달하여 있다. 그리고 학습 능력이 뛰어나서 어떤 일이든 빨리 배우고 성실하기까지 하다. 거기에 도전정신까지 있으니, 세계 어디에서든 한국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잘 사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건우가 오고 난 후 직원들은 그동안 필자가 답답해 하던 이유도 알고, 한국에서 자신들을 대체할 우수한 인재들이 올 수 있다는 것도 깨달은 것 같다. 한국 딸기를 먹어 보고 한국 딸기의 우수성은 인정한 그들이 한국인이 일하는 것을 보고 한국인을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이지만 한국 농장에서 일하는 그들 또한 우수하게 성장할 것이고, 이곳에서는 맛있는 딸기가 계속 재배될 것이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9) 비료는 보약, 처방전대로 지어준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8) 한국딸기, 나파 밸리서 길을 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되다 (37) 금실 딸기의 어머니, 미국 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6) "여러분은 소중하다" 한마디가 낳은 변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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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9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9) 비료는 보약, 처방전대로 지어준다

비료의 역사   어릴 적 차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농촌 특유의 냄새가 들어왔다. 어떤 이는 구수하고 정겹다고 했고, 어떤 이는 역겹다고 급히 창을 닫게 하는 농촌의 향기는 바로 거름 냄새였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 농촌에서는 값비싼 화학비료보다 풀과 볏짚, 보릿짚을 썩혀 만든 퇴비와 인분과 나뭇재, 왕겨, 가축분뇨 등을 섞어 만든 두엄, 그리고 액체 상태의 인분과 오줌을 주로 사용했다. 시골 친척집을 방문해서 무엇인지도 모르고 똥장군(인분을 담아 옮길 때 쓰는 단지 모양의 통)을 올려놓은 지게를 지고 마당을 돌아다닌 기억도 난다.     그러나 이제는 시골을 가도 그런 냄새를 맡기가 어렵다. 그런 자연비료보다는 화학비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농업을 시작한 이래, 비료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자연의 선물로 토지가 비옥한 지역에서는 문명이 발생했다. 세계 4대 문명인 수메르, 이집트, 인더스 계곡, 그리고 중국은 강에서 내려오는 토사와 미네랄로 비료를 대체할 수 있었다. 고대 이집트는 나일강의 범람으로 땅이 검게 변하며 자연적인 비료의 효과를 누렸고, 중국의 황하강은 황토와 함께 유기물이 적절히 섞여 있어 강물 자체가 비료의 역할을 했다. 다른 지역들에서는 깻묵을 비료로 활용하기도 하고 생선 내장을 비료로 가공하기도 하는 등 지력을 회복하고 농업 생산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다양한 자연비료들을 사용했다.   그리고 19세기가 되면서 비로소 현대식 비료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최초의 합성 비료는 1840년 독일의 화학자이자 농화학의 창시자인 리비히(Justus vo Liebig)가 식물은 3대 영양소인 NPL(질소, 인산, 칼륨)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시작됐다고 본다. 그리고 1913년 독일의 화학자인 프리츠 하버가 공중질소합성법을 발표하면서 암모니아 합성법의 상업화가 이어지고 화학비료의 새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는 이 연구로 1918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지만, 2차 세계대전 당시 독가스 개발과 살포를 주도해 '독가스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화학비료의 등장으로 농업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인구의 증가에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세기에는 지구의 인구가 약 1.5배 증가했지만, 20세기에는 15억 명에서 60억 명으로 무려 4배가 증가했다. 화학비료가 식량문제를 해결한 덕에 이런 인구 증가가 가능했다는 해석이다. 한국에서는 1910년부터 부산에서 유안(황산암모늄)을 제조했고, 1927년 흥남 질소비료공장이 건설되면서 질소의 공급이 일부 가능했지만, 인산과 칼륨의 복합비료는 수입에 의존했다고 한다. 더욱이 황산암모늄은 폭발물로 사용될 수 있어 일본의 통제가 엄격했다.   한국의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 비료의 국내자급을 위한 비료공장의 본격적인 증설이 시작됐다. 충주비료공장, 호남비료공장, 삼척의 석회질소공장, 장항의 용성인비 공장이 설립됐고, 1977년 여수에 제7비료 공장이 준공되면서 국내비료의 생산능력은 300만 톤에 도달했고 완전자급과 아울러 연간 50만 톤의 수출까지 가능하게 됐다. 제7비료는 학창시절 교과서에도 나왔다.   만병통치약 20-20-20   미국의 딸기재배에서도 비료를 중요하게 여긴다. 한국은 작물의 성장단계와 수질, 재배 목적과 방법에 맞춰 발급된 처방전에 따라 원료를 배합해 양액기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으로 비료를 공급한다. 하지만 노지재배가 대부분인 미국에서는 복합비료를 주로 사용하는데, 20-20-20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20-20-20은 식물의 3대 영양소인 질소(N), 인산(P), 칼륨(K)이 각 20%씩 고르게 함유된 복합비료이다.   양액기 없이 물탱크에 비료를 타서 점적호스로 비료를 줄 때는 이 20-20-20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새로 그린하우스를 짓고, 한국에서 양액기를 수입해서 설치하고,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서 양액처방을 받은 후에는 각 양액통에 처방전에 맞게 원료를 배합해 자동으로 비료를 공급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20-20-20 비료를 별도의 물탱크에 넣어서 공급하던 멕시칸 직원들이 왜 비료를 주지 않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미국 딸기 농장에서 오래 일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아주 강력하게 20-20-20 비료를 주어야 한다며 소리를 높였다.     양액기가 자동으로 농도를 조정해 비료를 주고 있다고 해도 믿지를 않고 20-20-20(스패니시로 베인떼-베인떼-베인떼)만을 외쳤다. 그 친구들에게 20-20-20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질문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NPK가 무엇의 약자인지, 20-20-20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도 모르고 있었다. 무턱대고 20-20-20을 줘야 딸기가 잘 자란다는 것이었다.   어릴 적 집집마다 '안티푸라민'이라는 연고가 있었다. 안티푸라민은 간호사 그림이 붙어 있는 유한양행의 소염진통제이다. 안티푸라민은 유한양행에서 최초로 자체 개발한 약품으로, 2023년 90주년을 맞았다.   이 소염진통제를 다리가 아프면 다리에 바르고 배가 아프면 배에 바르고 코가 막히면 코에 바르던 시절이 있었다. 만병통치약이었던 것이다. 그와 비슷하게 중국에서 한창 수입이 되어 인기를 누렸던 '호랑이연고'라 불린 만금유도 있었다.   이 친구들에게 20-20-20은 이러한 만병통치약과 같은 것이었다. 가르쳐야 할 게 또 생겼다. 비료를 배합하고 양액기를 관리하는 것은 한국 사람이 하면 되지만, 자신들이 키우는 딸기에 비료가 제대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확신을 가져야 그들도 일을 안정적으로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딸기를 재배할 화분 도착   이렇게 하나하나 가르치고 체계를 잡아가는 가운데, 딸기재배를 시작할 데드라인이 눈 앞에 다가왔다. 한국에서는 이미 재배를 위한 정식(아주심기)을 시작해 조만간 딸기를 수확하지만, 아직 계획한 모종의 수가 채워지지 않았고, 이곳 날씨를 고려해 정식시기를 다소 늦춘 상태이다.     본포(딸기 재배를 위한 심을 화분이나 포트)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한참을 고민했었다. 딸기 농사도 비즈니스이기에 프로세스와 비용을 고려해야 했다. 한국에서는 쇠파이프에 타프(Tarp: 방수 코팅된 나일론 방수포)를 감아 베드를 만들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그렇게 할 경우 인건비가 더 소요되고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한국에서 재배용 포트(화분)를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40피트 컨테이너로 한대 분량의 화분을 주문했다. 그리고 화분을 놓고 딸기를 키울 추가 그린하우스와 재배 베드 설치를 위해 하루하루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 11월 7일 컨테이너가 도착했다.     내려놓고 보니 꽤 많은 수량이지만 본격적인 생산을 하려면 이보다 수십, 수백 배의 규모가 되어야 한다. 이 화분에 상토를 녹여 넣는 일도 거기에 딸기를 심는 일도 태산이지만, 이제 수확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 같다. 좋은 화분에서 보약과 같은 비료를 먹고 자란 딸기는 맛도 좋을 것이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8) 한국딸기, 나파 밸리서 길을 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되다 (37) 금실 딸기의 어머니, 미국 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6) "여러분은 소중하다" 한마디가 낳은 변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11-12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8) 한국딸기, 나파 밸리서 길을 찾다

와인의 새 역사, 나파밸리   와인은 9000년 전부터 애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품질의 고급화를 추구한 와인이 등장한 것은 1960년경 프랑스 보르도 의회 의장이었던 아르노 드 퐁탁(Arnaud de Pontac) 덕분이다. '사토 오브리옹(Haut-Brion)'의 소유주였던 그는 높은 품질의 고가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레드와 화이트로 포도 품종을 분리했다. 그리고 최상품의 포도를 선별해 양조 숙성의 정확도를 추구했다.     상용화된 오브리옹의 가격은 다른 고급 와인의 세 배에 달했고, 1세기 동안 라투르(Latour), 라피트(Lafite), 마고(Margaux)를 필두로 보르도의 여러 와이너리들이 뒤를 이었다.프랑스는 와인 생산량으로는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2위지만, 국토 전체에서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보르도와 부르고뉴 등 누구나 들어본 명산지가 있는 와인왕국이다. 프랑스 와인은 원산지명칭통제(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llee)에 따라 포도의 품종, 제조법 등이 정해져 있고 시장에 나와 있는 프랑스 와인은 모두 이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킨 것이다. AOC가 보호한 프랑스 와인은 높은 품질을 자랑하며 로마네콩티, 패트뤼스, 몽라셰 등 고급와인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기에 와인 애호가들은 프랑스 와인을 고가의 고급와인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1976년 와인의 역사를 바꾸는 놀라운 사건이 발생한다. 와인 애호가라면 다들 알고 있는 사건으로 영화 '와인 미라클'의 소재인 '파리의 심판'이다.   1970년대 파리에서 와인 사업을 하던 영국인 시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가 자신이 운영하던 와인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미국 와인을 프랑스에 소개하려 기획한 시음행사였다. 캘리포니아의 와이너리를 방문했던 스퍼리어의 친구가 미국 와인의 맛과 품질에 놀라 미국 독립전쟁 200주년을 기념해 미국 와인 시음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고, 나파의 조앤 드푸이(Joanne DePuy)의 도움을 받아 아내와 함께 와인투어를 하며 와인을 선정했다.   당시 세관은 1인당 한병의 와인만을 허용했기에 여행객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36병의 와인을 한 명씩 나누어 들고 입국했다는 일화가 있다.   1976년 5월 24일 파리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프랑스와인 VS 미국 와인의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이 열렸다. 미국 와인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반면, 프랑스의 레드 와인은 보르도의 그랑크뤼의 와인이었고 화이트 와인은 부르고뉴의 그랑크뤼 와인이었다. 심사 위원들 또한 유명한 프랑스 와인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되었기에 승리는 당연히 프랑스 와인이라고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깨고 미국 와인 사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의 샤도네이가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이 와인의 가격은 단돈 6.5달러였다니 더욱 충격이었을 것이다.   오전 화이트 와인의 충격적인 결과에 이어 오후에 열린 레드와인 테이스팅에서도 미국의 스택스 립 와인 셀러스(Stag's Leap Wine Cellars)의 카베르네 쇼비뇽이 1위를 차지했다.   이 역사적인 현장에 있던 타임지의 파리 특파원 조지 테이버가 '파리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기사화하면서 이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후 '파리의 심판' 30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재대결에서 1위에서 5위까지를 모두 캘리포니아 와인이 차지하며 위상이 높아졌다.     나파 성공축, 개방형 혁신   파리의 심판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나파 와인은 프리미엄 와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기업인 LVMH(Louis Vuitton, Moet & Chandon, Hennessy)그룹이 Joseph Phelps 와이너리를 인수하고 한국의 신세계가 Shafer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등 나파 와인의 인기와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전세계 와인 생산량의 0.4%, 캘리포니아 와인 생산량의 4%에 불과한 나파 와인이 이처럼 성공한 원인으로 많은 이들이 나파의 지형과 기후를 꼽는다.     나파 밸리의 떼루아(Terroir: 와인의 원료인 포도의 경작에 적합한 토양과 환경)는 포도재배에 완벽한 지중해성 기후로 재배 기간 동안 화창하고 따뜻하며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포도가 천천히 고르게 익을 수 있다. 저녁 기온이 낮아 큰 일교차로 인한 포도의 산도 유지에도 적합하다. 질병 및 곰팡이의 위험도 낮다.     그런데 나파 밸리의 성공 주원인은 천혜의 자연 이외에 또 있다. 개방형 혁신 즉,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파리의 심판 챔피언인 사토 몬텔레나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다. 프랑스 와인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정해진 방식으로 동일하게 제조되는 반면 나파 와인은 새로운 기법을 시도하며 혁신을 추구하고 제조 방법을 공유하며 와인의 품질을 높여간다고 했다. 즉 혁신적이고 협력적인 와인 메이커 커뮤니티가 나파 밸리의 명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파 와인의 오늘을 있게 한 중요한 인물이 몇 명 있으나, 필자는 워렌 위니아스키(Warren Winiarski)와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의 역할을 높게 평가한다. 위니아스키는 기후와 토양의 최상조합을 찾아 최고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실험을 실행했다.     로버트 몬다비는 와이너리를 단순히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와인과 조화되는 음식, 미술 등 문화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진화시켰다.   그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알래스카 한류의 영향으로 추운 나파 밸리 남쪽에서는 '피노누아'와 '샤도네이'를, 따뜻한 북쪽에서는 '카베르네 쇼비뇽'을 재배했다. 그리도 많은 연구를 통해 프랑스 보르도 와인에 버금가는 질 좋은 와인을 만들고 중요 연구결과를 주변 다른 와이너리와 공유했다.   일종의 오픈 이노베이션인 것이다. 나파 밸리의 좋은 기후와 환경에 인간의 역할이 더해지면서 나파 밸리가 세계적인 와인 산지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한국 딸기가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 옥스나드는 딸기 재배에 최적의 기후 조건을 가지고 있다. 옥스나드 뿐만 아니라 샌타마리아, 왓슨빌, 시애틀도 한국 딸기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다.   기후만 보았을 때 한국의 딸기 산지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그린하우스와 같은 시설이 더해지고 우수한 한국 품종이라면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는 명품 딸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한국 딸기를 키우며, 한국식 재배 기법을 도입하고 한국과 동일하게 재배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환경과 시장은 한국과는 다르다. 농장을 넘어 기업으로 딸기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현지화와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미국의 딸기 재배 방식, 새로운 기술과 기기, 그리고 유사 분야의 노하우를 접목해 많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목표와 방향은 동일하나 방법에서는 혁신을 기해야 한다. 좋은 음질의 음악을 편리하고 저비용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는 동일한 목적에서 LP, CD, MP3 등 기술은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 딸기를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가에 대한 오랜 고민을 하던 중 나파 와인에서 한국 딸기가 나갈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본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되다 (37) 금실 딸기의 어머니, 미국 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6) "여러분은 소중하다" 한마디가 낳은 변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11-05

서울대박사, 미국농부되다 (37) 금실 딸기의 어머니, 미국 오다

  금실딸기 개발자 미국 방문   금실딸기는 2016년 한국의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품종으로 수확시기가 빠른 촉성재배용으로 당도가 높고 신맛이 덜한 장점이 있다. 또한 완숙됐을 때 복숭아 향이 나서 풍미가 깊고 과형(과일의 모양)이 예뻐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품종이다. 특히 수출에 적합하여 한국 딸기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우수한 품종이다.   이 금실 딸기의 개발자인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의 윤혜숙 박사가 자식과도 같은 금실을 보기 위해 최근 미국에 왔다. 2020년 7월 8일 진주에서 금실 품종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할 때 윤 박사는 눈시울을 붉히며 감격했다.     당시 윤 박사는 노지 재배에 적합한 미국 품종과 달리 온실에서 세심하게 관리하여야 하는 까칠한 금실이 미국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딸기 농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미국에서 육묘부터 시작해 금실 딸기를 키우겠다고 하니 귀한 자기 자식들을 물가에 내놓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메일과 메신저를 통해 지속적으로 금실 딸기의 상태와 근황을 사진과 글로 공유했지만, 이곳의 환경과 상황을 모르기에 답답한 마음이 어떠했을지 상상이 간다.     윤 박사는 미국에서 가져간 농장 물의 수질을 검사해 육묘와 재배에 필요한 양액 처방(비료의 양을 최적으로 조합한 처방전)을 해주고, 병충해 방제 방법도 자세히 설명해 주는 등 그동안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종묘 수출 계약 당시 미국에 기술 지도를 하러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코로나 19와 미국 현지 육묘의 더딘 진행으로 인해 방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종묘 수출 계약을 한 지 3년, 직접 미국에서 딸기 육묘를 시작한 지 2년째 드디어 윤혜숙 박사는 공동연구자 안재욱 연구사와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     윤 박사의 방문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아직 보여줄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윤 박사를 맞이하는 데 다소 거리낌이 있었다. 제대로 잘 자리를 잡은 후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무원들이 미국을 방문하면 형식적으로 현장을 돌아보고 간다는 선입견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윤 박사팀은 달랐다. 도착해서 가는 날까지 배움과 감동의 연속이었다.     옥스나드를 방문하자마자 윤 박사팀은 장갑을 끼고 금실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새로운 그린하우스로 옮긴 후 시들고 죽어 가는 모종들이 많아 걱정을 하던 차에 의사 선생님이 왕진온 것 같았다.     윤 박사는 시들은 모종의 관부(모종의 뿌리와 줄기가 만나는 지점)를 잘라 물이 공급되는 관이 손상을 입은 것을 보여줬다. 그리고 겉으로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감염이 되고 병이 시작되는 단계의 모종들이 많다는 것을 파악했다.   결국은 위생관리와 물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유튜브와 책에서 익힌 지식으로 너무 과도한 관리를 한 것이다. 하엽 정리과정에서 잎을 꺾다 보니 상처가 생기고 관부가 흙에 묻혀서 감염이 된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관리한다고 매일 같이 진행한 작업들이 식물에 스트레스와 상처를 주었고 물관리에서도 문제가 많았다.   윤 박사는 지금은 멀쩡해 보이나 앞으로 병이 발생해 다른 작물에도 영향을 미칠 모종들과 자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모종들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아깝겠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며 모종을 뽑아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이 아팠다.   진정한 현장 교육   다행히 옥스나드의 기후 조건이 좋아 앞으로 한 달 정도 더 육묘를 할 수 있고, 정식을 11월 말에 해도 수확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 건강한 어미묘의 수를 늘려 모종을 증식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하고 윤 박사팀은 뿌리가 자란 자묘들을 어미묘 포트에 이식하기 시작했다. 자식을 생산할 어미묘를 더 만들고 이 어미묘에서 모종을 최대한으로 만들어 재배를 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이미 시들고 죽은 모종이 있던 화분은 상토(흙)가 오염됐을 수 있으니 새 흙으로 교체했다. 급하게 배달되어 온 코코피트 블록(코코넛 껍질의 섬유질을 제거하고 분쇄해서 가공한 흙으로 압축이 되어 있어 물로 불리는 과정이 필요하다)을 물에 불리어 흙을 만들고 화분을 채워 나갔다.이 과정에서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어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 됐다. 농장의 직원들은 아침 7시30분에 일을 시작해 3시면 퇴근을 한다. 3시가 되면 칼 같이 일을 멈추고 퇴근을 하는 게 이곳 직원들이다.     하지만 윤 박사팀이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육묘를 배워야 할 두 명의 직원을 불러 한국에서 온 전문가에게 이렇게 일을 배울 기회가 다시 없을 수도 있다며 시간외 수당을 지불할 테니 남아서 일을 배우겠냐며 의사를 물었다.   두 명의 직원은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며, 금실 딸기의 개발자인 윤 박사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윤 박사와 사진을 찍은 후, 마리아와 알프레도는 윤 박사에게 배우며 작업을 이어갔다.     나름 이 동네에서 딸기를 오래 키운 경력자라고 자부하던 그들이지만, 금실의 개발자이자 박사라고 하니 배우려는 자세가 달라졌다. 윤 박사는 왜 이렇게 해야 하는 지와 작업하는 방식들을 일일이 설명하고 직접 보여주면서 그들을 지도했다. 금실딸기 개발자가 금실딸기 재배 방법을 가르치니 '저자직강'인 셈이었다.   그들이 퇴근하고 난 후에도 윤 박사는 해가 질 때까지 모종을 심고 앞으로의 관리 방식을 직접 정리해 주었다. 현지 직원들이 헷갈리지 않게 격일로 잠그기로 한 밸브들에 노란 테이프를 일일이 감아 표시해 주고, 박 이사에게도 물관리 가이드 라인도 제시해 주었다.   그리고 함께 온 안재욱 연구사는 금실딸기 관리에 필요한 농약들을 조사하고 현지에서 구입해 직접 방제를 했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한 그린하우스 안에서 직접 한 포기 한 포기 정성껏 관주를 했다. 미국에 왔으면 관광도 하고 맛집도 가야 하는데 항상 그린하우스에서 일만 하는 것이 미안해 관광을 제안해도 미국을 방문한 목적은 금실딸기를 미국에서 잘 키울 수 있도록 지도하고 도와주는 것이라며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들이 미국에서 유일하게 간 곳은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는 미국 마트와 한국 농산물을 수입하는 유통업체들이었다. 진정으로 작물을 사랑하고 농업에 열정을 가진 공무원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한국에서 연수생이 오다   윤 박사팀이 떠나기 하루 전 한국에서 연수생이 미국으로 왔다. 99년생인 젊은 인재 김건우군은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날 예정이었으나, 미국에서 딸기농사를 배우고 경험해 한국 딸기사업을 성장시키는데 기여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온 것이다.     건우는 공항에서 바로 농장으로 와 윤 박사팀으로부터 딸기 키우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무리 젊고 의욕이 있어도 장시간 비행에 지치고 시차적응으로 힘들 법도 한데, 건우는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열심히 배워나갔다.     채 일주일이 되지 않은 짧은 방문이었지만, 윤 박사팀은 2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겨우겨우 이어 온 딸기농사를 안정되게 지속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해 준 것 같다. 이 한 번의 지도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도 아니고 딸기 농사에 필요한 기술을 충분히 배운 것도 아닐 것이다. 윤 박사가 한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딸기 농사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이다. 무엇이든 알고 나면 쉬운 법이고 알아 가는 과정이 힘든 것이다. 아직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고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지만 칠흑 같은 망망대해에서 등대를 만나 방향을 다시 잡은 것 같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한국 딸기 농사는 머나먼 항해와 같았다. 그 여정에서 중요한 것은 항로와 멤버이다. 가야 할 길이 명확하고 함께 갈 사람이 있으면, 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이라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무작정 노를 젓고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항로도 바뀌었지만, 이제 어렴풋이 육지가 보이는 것 같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6) "여러분은 소중하다" 한마디가 낳은 변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10-29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6) "여러분은 소중하다" 한마디가 낳은 변화

농사에서 하드웨어의 진화   모든 사업은 하드웨어(Hardware)와 소프트웨어(Software)가 잘 갖춰줘야 하고, 프론트 오피스(Front Office)와 백오피스(Back Office)의 연계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고객에게 최종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생산하기 위한 조직과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딸기농사도 비즈니스이기에 이러한 요건들을 잘 갖추어야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맛있는 딸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딸기의 생육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고 이를 통제하는 시설과 딸기를 재배하는 기술과 인력이 필요하다. 전자를 하드웨어라고 하면 후자를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딸기뿐만 아니라 모든 농사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최근 놀라운 수준으로 향상되고 있다. 하드웨어의 경우 570년 전 조선에서 최초의 온실이 만들어진 이후, 비닐하우스가 보편화하고 이제는 첨단 스마트팜의 개발이 가속화되며 시설재배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됐다.     특히 한국의 스마트팜은 해외로 수출되고 대기업들도 연구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한국이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 기후변화의 위험이 높아지고 경지 면적이 좁은 한국에서 단위당 수확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마트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스마트팜 분야의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스마트팜 보급률이 99%인데 한국은 아직 보급률이 미미하다고 하지만, IT 강국이며 모든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시작해 선두주자가 되어 온 한국의 저력으로 보아 멀지 않은 시기에 한국은 스마트팜 분야에서도 세계 1등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북미의 스마트팜 보급률이 한국보다 높다는 통계자료가 있지만, 딸기 재배의 경우 미국은 아직 노지재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미국의 딸기 농장들을 방문해 보면 육묘와 연구를 위한 시설들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팜은 물론 비닐하우스 재배도 찾아 보기 힘들다. 이는 미국의 기술과 자본의 문제가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차이라고 본다.     미국 딸기는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지금까지 딸기의 강국으로 자리 잡았기에 진화가 느릴 수밖에 없다. 기존의 시스템에 한계를 느끼면 혁신을 생각하지만, 기존 시스템으로 사업에 문제가 없으면 혁신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딸기 농사를 시작하면서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은 한국 딸기의 품종이 우수한 것이 첫 번째 이유지만, 마치 공룡 같은 미국 딸기 농사와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스마트팜까지 가지 않더라고 한국의 딸기 재배 시설은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높은 수준이다. 그런 한국과 동일한 시설을 갖추기 위해 컨테이너로 자재를 실어오고 한국의 기술자들을 초빙해서 육묘전용 그린하우스를 완성했다.     현지 인력들이 이러한 그린하우스를 지어본 경험이 없고 자재와 작업방식이 익숙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직원들의 역량도 조금씩 향상되고 비용절감과 공기단축의 노하우도 생겼다.   육묘동이 완성됨과 동시에 이제 딸기의 재배를 위한 재배동을 짓기 시작했다. 욕심 같아서는 이번에도 한국에서 자재를 모두 들여와 제작하고 싶었지만, 앞으로 미국에서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표준화와 현지화를 해야 한다.     박 이사와 둘이서 기존의 시설들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재배동을 설계하고 자재 구입을 시작했다. 그린하우스의 프레임(골격)을 만드는 파이프는 수량과 비용 측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행히 박 이사가 그동안 거래를 하면서 업체들을 파악해 놓아 시장조사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재배동 제작에 필요한 파이프의 규격과 수량을 파악한 후 업체를 찾았다.   박 이사가 미리 조사한 가격의 범위를 알려주며 이 가격 이상으로 견적을 받아 오면 호구이고, 이 가격 이하로 가격을 받아오면 베스트라고 했다.     약속한 시간에 업체를 방문해 담당자와 대화를 시작했다. 한국 딸기의 우수성과 미국에서 한국 딸기 사업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지난번 한국에서 파이프를 수입해서 들여온 사진들을 보여 주었다.   앞으로 미국에서 그린하우스를 계속 제작할 예정인데, 미국의 파이프 가격이 한국의 두 배에 달해 고민이 크다고 했다. 한국에서 파이프를 구입해서 오는 것이 비용상 저렴하나 물류비용과 운송 시간의 문제가 있기에 좋은 가격에 안정적인 공급을 해줄 수 있는 업체를 찾으러 왔다고 했다.     그러니 담당자는 자기가 줄 수 있는 최선의 가격을 제시한다며 견적을 주었다. 박 이사가 베스트라고 적어준 가격보다 훨씬 더 좋은 가격으로 물류비와 관세 등을 고려하면 한국보다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이었다.   이렇게 구입한 파이프가 농장으로 배달이 되어왔다. 한국에서 수입한 파이프를 하역할 때에는 컨테이너 안에 빼곡히 쌓여 있어 두 대의 지게차로 끌어내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그야말로 파이프와 사투를 했는데, 이번에는 묶음을 지게차로 내리기 쉽게 적재해 한 시간 만에 파이프를 모두 내릴 수 있었다.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이제 이 파이프들로 14동의 재배육묘 겸용 그린하우스를 한 달 안에 완성해야 한다. 무리한 일정을 잡은 것은 진행 과정의 불확실성도 있었지만, 향후 사업의 확장에서 이 정도의 속도로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딸기 농사에서 그린하우스가 하드웨어의 전부는 아니나 이곳에서 차별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는 그린하우스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린하우스 자체의 수준과 제작의 효율성에서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사람   미국에서 딸기 농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사람관리이다.초기에는 딸기 재배기술이 없고 제대로 자라지 않아 늘 노심초사하며 배우고 익히기에 전념했다. 그렇게 하여 딸기가 제대로 자라고 모종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함께 일하는 사람의 수도 늘어났다.  이곳 옥스나드의 딸기 농장은 그야말로 멕시칸 커뮤니티다. 영어를 못하면 문제가 없지만 스패니시를 못하면 농사짓기 힘들다.   그들은 문화도 다르고 생각하고 일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러기에 한국식 재배를 가르치는 것은 물론 조직을 관리하는데도 문제의 연속이었다. 일을 가르치면 말없이 그만두기도 하고, 사소한 일들로 불만을 드러내고, 직원들간에 알력과 갈등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의 엄격한 노동법으로 한국과 같은 업무태도와 작업량을 기대할 수도 없다.   모든 것을 자동화해야 하나, 한국에서 인재를 데려와야 하나, 수 없이 고민을 했다. 자동화를 해도 기본적인 인력은 필요하고, 한국에서 인재를 데려오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그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인사 조직관리의 이론과 시스템의 구축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적인 신뢰와 비전의 공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침에 업무를 시작하기 전 일종의 조회를 하며 그날 할 일을 정리해 주고, 수시로 대화를 하며 친분을 쌓아 나가고 있다. 지난 토요일에는 점심을 먹으며 워크숍을 했다. 교수직을 떠난 이후 정말 오랜만에 PPT를 만들어 지금까지 한국 딸기를 키워온 과정과 앞으로의 비전, 사업방향을 설명했다.     우리가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여러분이니, 우리의 목표를 함께 달성해 가자고 했다. 그날 이후 작지만 변화는 생겼다. 농장을 가면 반갑게 인사하고 먼저 말을 건네고 의견을 얘기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어떨 때는 자기들이 열심히 할 테니 걱정 말라며 필자를 응원해 준다.   하드웨어는 누구나 모방할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쉽게 모방할 수가 없다. 힘들지만 딸기 사업의 핵심 소프트웨어인 사람을 잘 키워 우리의 경쟁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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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2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5) 규모 커진 딸기농장, 시스템을 갖추다

  Back to Basic: 초심으로   아직도 한국의 도로에서는 자동차에 초보운전, 병아리 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운전이 가장 서툰 시기이지만, 오히려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닐 때는 큰 사고가 나지 않는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가장 사고가 많이 나는 시기는 운전에 자신이 붙어 초보운전 스티커를 떼고 난 이후이라고 한다. 즉, 방심을 하기 때문이다.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도 마찬가지를 경험한다.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는 모든 것이 불안하고 확신이 없어 경험자에게 물어보고 재차 삼차 확인을 하고 무엇인가를 실행했다. 그러나 이제 딸기가 잘 자라고 모종이 늘어나니 자신감이 생기면서 안이해졌다. 특히나 그린하우스를 급하게 지어야 하는 상황이라 딸기의 재배보다는 공사에 더 신경을 쓰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작물을 잘 키우는 것이다.   새 그린하우스로 모종을 이송하고 난 이후 2000주가 넘는 모종들을 잃었고, 재배가 눈 앞인데 아직 모종의 수는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곧 인디언서머(Indian Summer)가 오면 기온이 올라가 당분간 러너가 잘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기존의 그린하우스를 철거했기에 새 그린하우스에서 육묘에 차질이 생기면 큰 문제다.     다시 긴장하고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종을 빨리 늘이기 위해 욕심을 내거나 일을 편하게 하기 위해 요령을 피우다가는 더 큰 손실을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모종 하나하나를 목숨 같이 여기고 하나라도 시들면 잠이 안 오던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분업과 전문화   현재 닥터문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직원들은 제각기 경험도 전문성도 다르다. 딸기 재배에 경험이 많은 직원들도 있지만, 딸기 농장 경험이 없거나 전혀 다른 업무를 했던 직원들도 있다. 딸기 농장에서 일을 해 보았더라도 단순한 허드렛일이나 지게차와 트럭을 운전하는 업무만 했던 직원들도 있다. 초기에는 규모도 작고 직원의 수도 적어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던 상황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일의 체계도 없었고, 계획은 세웠지만 그날 그날 필자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이제 모종과 직원의 수가 늘어났기에 직무설계와 업무분장을 명확히 하고 체계적으로 일을 수행해 나가야 한다. 생산방식에 많은 혁명이 일어나고 다양한 생산방식이 개발되어 적용되었지만,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본적인 방식은 분업과 전문화이다. 인류 역사에서 분업과정은 오래전에 시작되었지만, 이론적으로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6.16~1790.7.17)가 10년에 걸쳐 1776년에 완성한 저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분업이 생산성의 증대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미스는 핀(Pin)의 제작과정을 예로 들어 한 사람이 핀을 만들 경우 하루 1000개의 핀을 만들 수 있지만, 10명이 18개의 공정으로 세분화하여 작업을 진행한다면 수천 개의 핀을 더 생산하는 생산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필자의 부친은 핀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했었다. 자동화 기계가 도입되기 전의 공장에서 철사를 펴는 직선공정, 철사의 끝을 갈아 뾰족하게 만드는 연마공정, 철사를 구부리는 과정과 철판으로 머리 부분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이를 조립하고 도금을 하는 과정까지 많은 공정들이 세분화되어 진행되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보아왔다.     농장에서는 이 정도의 분업을 할 수는 없지만, 정식과정에서는 상토를 만들고 화분에 넣는 과정과 화분에 모종을 심는 과정을 분리하여 진행하고, 육묘를 전담하는 직원과 시설을 만드는 직원들을 분리했다.     초기에는 심어야 하는 모종의 수가 얼마 되지 않다 보니 필요할 때마다 상토를 물에 불려서 그때 그때 작업을 했지만, 이제는 한번에 1톤 트럭 분량 이상의 상토를 만들어 화분에 넣고 옮겨야 한다. 예전에는 삽으로 물에 불린 상토를 배합했지만, 이제는 별도의 작업장에서 소형 불도저로 상토를 배합하고 카트에 화분을 500개 이상씩 적재해 이동시키고 있다.     작업의 능률 또한 많이 향상되었다. 대량 생산의 메커니즘이 도입된 것이다.   직원들 중 15년 이상 딸기를 재배한 경험이 있는 마리아와 1년 이상 함께 모종을 키우는 일을 하고 있으며 물 관리를 잘하는 호세가 육묘를 전담하게 했다. 그린하우스를 A구역과 B구역으로 나누어 A구역은 마리아가 B구역은 호세가 담당하게 하고 하루의 일과를 정해 관리가 소홀해 지지 않도록 했다.   시설부분에 있어서는 처음부터 그린하우스를 짓는 일에 참여한 페르난도와 윌프리모, 그리고 건축일에 경험이 많은 알프레도 등으로 팀을 구성했다. 나름대로 전문성을 고려해서 팀을 만들고 각자의 경력과 능력에 맡게 업무들을 배정한 것이다.     작물만 키우던 친구에게 공사를 시켰을 때 힘들어 하고, 작물을 모르는 친구에게 작물 관리를 시켰을 때 버벅대던 일이 많이 줄어들었고, 일의 속도나 능률도 많이 향상되고 있다.   철저한 관리가 생명   모든 일이 그렇지만 농사의 경우는 모든 상황이 통제되고 관리하에 있어야 한다. 영어로 Under Control(통제되는 상태)이어야지 Out of Control(통제되지 않는 상태)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일을 할 때 가장 이상적인 것은 직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자율성을 부여하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것이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그렇기에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 우리 농장은 그런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고, 구축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모든 직원을 믿고 함께 일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교육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시기이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지금까지 정규직보다는 일용직 형태로 일을 해 왔기에 조직으로 일을 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익숙하지가 않다.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에 서너 명이 붙어 있기도 하고, 카트로 한번에 500개씩 옮기면 될 화분을 하나씩 손에 들고 100미터를 걸어다니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시킨 일이 끝나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거나 빗자루 하나 들고 몇 명이 청소만 하고 있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속이 터지지만, 이를 개선해 나가는 것 또한 딸기 사업에서 중요한 과제이다.   우선은 이 친구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자기 일에 긍지까지는 몰라도 책임감을 가지게 하고, 성과를 내어 사업이 잘 되면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수입도 늘어난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한국사람들과는 근무태도나 사고방식이 너무나도 다르기에 이를 고려해서 조직을 만들고 관리해 나가야 한다. 일을 가르쳐 놓으면 그만두고 나가는 경우도 있고, 마음을 쓰고 잘 대해줬는데도 실망을 끼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미국에서의 농사는 작물을 키우는 것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실감한다.   모든 일은 사람에 달려있다.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일을 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진다. 아직은 체계가 잡혀있지 않고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이나 초심을 잃지 않고 사람과 작물을 키우는 일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닥터문 딸기를 최고의 사람들이 키우는 최고의 딸기로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10-08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4) 한국 딸기의 옥스나드 신화 이제 시작

  피땀으로 만든 시설 철거   2022년 6월 18일 240주의 모종을 실은 트럭이 샌버나디노에서 출발해 옥스나드에 도착했다. 이 240주를 맞이하기 위해 3주 동안 그린 하우스에 측창을 만들고, 차광막과 환풍팬을 설치하고, 쇠파이프를 직접 잘라 벤치(수경재배를 위해 화분을 올려놓는 거치대, 고설베드)를 만들었다. 빈 땅에 문도 없는 비닐하우스를 빌려 육묘에 적합한 환경을 겨우겨우 만든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엉성한 육묘동이지만, 경험도 자재도 모두 부족한 상태에서 번갯불에 콩을 볶는 속도로 지었다.   그렇게 3주간 일요일도 없이 일해 겨우 모종들을 옮겨 놓고 보니 그린하우스의 10% 정도밖에 차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이곳에서 말 그대로 피와 땀을 흘리며 모종을 키웠다. 그린 하우스에 벤치가 모두 만들어지고 그 위에 한국에서 들여온 화분들을 올리고, 그 화분들에 모종들이 꽉 찼을 때의 기분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난 겨울에는 여기서 딸기를 시험 재배해 H마트에서 시식회를 가져 좋은 평가도 받았다.   딸기의 수정이 잘 되게 하려고 가져다 놓은 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 아파했고, 판매하기에는 수확량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으며 육묘에만 전념했다.     좁은 그린하우스 안에서 화분을 공중에 매달아 키워보고, 한구석에 이랑을 만들어 노지재배 실험도 해보고, 바닥에 가로세로 1미터의 화분을 만들어 키워보고, 옆의 그린하우스 한 동에다 노지 육묘도 시도했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더 많은 모종을 만들어 낼 것인가만 고민하며 지내온 1년이었다. 많은 자금이 소요됐지만, 이 그린하우스는 마이크로 소프트나 애플 같은 기업들이 창업을 시작한 차고(Garage)와 같은 존재였다.   새로 그린하우스를 만들 때 이곳에서의 경험과 깨달음이 많이 반영됐다. 1년 동안 약 50배로 늘어난 모종들은 벤치를 모두 채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바닥에 3열 4열로 배치되어 새 그린하우스의 완공을 기다려왔다. 2차례에 걸쳐 모종들을 새 그린하우스로 이송을 하고도 어미묘 포트에 있는 모종들을 계속 이곳에서 키우겠다 생각했었다. 이 그린 하우스의 모든 시설들은 긁히고 찢어지며 피를 흘리고 땀으로 흠뻑 젖어가며 직접 하나하나 만든 것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비용과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크고, 두 군데를 오가며 관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수질과 환경이 다르기에 표준화된 작업 매뉴얼을 적용할 수가 없었다. 많이 아쉽지만 이 그린하우스의 모종들을 모두 새 그린하우스로 옮기고 이 육묘동을 폐쇄하겠다고 결정했다.   마지막 모종 이송 작전   기존의 그린하우스에는 약 2000주 정도의 어미묘가 있고 그 어미묘들은 한두 개의 러너를 달고 있다. 지난 두 차례의 이송 과정에서 약 20%의 모종을 손실을 보아 계획한 것은 아니지만 새 그린하우스에는 이 모종들을 수용할 공간이 확보되어 있었다.새 그린 하우스에 관수 설비를 완료하고 이송날짜를 지난달 29일 오전 7시로 정했다. 모종의 이송은 햇볕이 강하지 않고 덥지 않을 때 해야 한다. 다행히 이날은 구름이 끼고 기온이 서늘하지만 비는 오지 않는 날이었다. 음력으로는 추석이어서 길일이라고 생각했다.   새 농장에서 이송에 필요한 다단 카트를 트럭에 실으며 준비하는 동안, 기존 농장에서는 육묘 포트의 상토(인공 흙)들을 비우고 포트를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트럭이 도착한 후, 카트에 모종들을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어미묘에 러너(번식하는 줄기)들이 붙어 있어 부주의하게 다루면 러너가 손상을 입기에 하나하나 싣는 과정을 옆에서 챙기면서 모종들을 실었다.     두 번의 이송작업을 해봤고, 함께 일한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직원들은 예전에 비해 아주 빠른 속도로 일을 진행했다. 아직까지 한국의 작업 현장과 비교하면 답답한 수준이고 남들은 잘 파악하지 못하겠지만, 2년 가까이 함께 일한 필자는 개선되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미국에서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힘든 것이 사람이었다. 좀처럼 바뀌지 않고 개선되지 않는 모습에 많이 답답해 하고, 실망스러운 태도에 속앓이를 많이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서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곳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어쩔 수 없이 이들과 함께해야 하고, 이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하나씩 보완해 가며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 과정은 무척이나 힘이 들고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초나라와 한나라가 아직도 싸우고 있는 장기판에서 가장 고수는 졸(卒)을 잘 사용하는 졸 장기의 달인이다. 앞과 옆으로 한 칸씩밖에 못 움직이는 졸을 전략적으로 잘 사용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기술인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모든 사람들의 역량이 같지 않음을 제대로 실감했다. 가르쳐서 되는 사람도 있고,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의 역량과 가능성을 잘 파악해 그에 맞는 일을 시키고, 누구라도 실수 없이 작업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바로 경쟁력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일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노력을 하고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모종을 싣고 떠날 때 그린하우스 이전 운영자인 미겔은 마치 영영 이별을 하는 것처럼 아쉬워했다. 그는 종종 내게 그린하우스를 몇 달만 쓰겠다더니 왜 안 비워주느냐며 농담을 하곤 했다.     이렇게 떠난 모종들은 무사히 새 그린하우스에 도착해 베드에 하나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제 육묘동 12동이 모두 모종으로 채워졌다.     육묘의 조건은 고온단일이다.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러너가 나오는 속도가 떨어진다. 이곳 옥스나드가 기후 조건이 좋다지만, 여기도 겨울은 있고 강렬한 캘리포니아의 해도 짧아진다. 그린하우스에서 온도를 유지하며 1년 내내 육묘를 계획하고 있지만, 러너가 나오는 절정의 시기는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한달 이내에 재배에 필요한 모종들을 최대한 생산해야 한다.   기업 형태를 갖추다   앞으로 농장은 기업이 되어야 하고, 농부는 엔지니어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하면 모종을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느냐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모종의 수가 어느 정도 확보되고 안정적으로 육묘가 되는 시점에서는 재배와 판매, 그리고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당장 다음달 중순부터 재배를 시작해야 하기에 재배용 그린하우스를 지어야 한다. 현재 14동의 재배 그린하우스를 지을 부지를 정리하고 필요한 자재들을 구입하여 다음주부터 공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재배한 딸기를 포장할 패킹 하우스와 모종을 보관할 냉장창고도 확보해야 한다. 포장용기, 박스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 본격적인 생산과 판매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달 27일 농장에서 약 15분 떨어진 곳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지금은 이곳 책상에서 작업을 하는 사람은 필자 혼자이지만, 곧 인사, 재무, 영업을 담당할 직원들이 하나씩 자리를 차지해 업무를 해나갈 것이다. 사무실 정리작업을 도와 주러 온 농장 친구들은 얼마 되지 않는 모종으로 시작한 딸기 사업이 가시화되는 것을 느끼는지 좋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단칸 월세방에서 시작해 전세로 옮기고, 내 집을 장만하는 과정들을 하나씩 이루어 가고 있다. 이제 겨우 전세로 옮긴 수준이지만 이제 닥터문 딸기의 본격적인 옥스나드 시대가 열리고 한국 딸기의 신화는 이제 시작된다고 허풍을 떨어 본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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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1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3) 모종 1500주 잃다…대책 마련 비상

  피 같은 모종 20% 손실   새로 지은 육묘(옮겨 심기에 가장 적합한 양질의 묘를 키우는 과정) 전용 그린하우스의 북측 6개 동이 약 6000주의 모종으로 가득 찬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미국 농장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의 일반 딸기 농가들과 비교해도 아주 작은 규모이지만, 단 10주 모종으로 시작한 무모한 모험이었기에 이제 성공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 게다가 한국에서 들여온 양액기를 설치하여 자동으로 물과 비료를 주니 이제는 정말 농장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을 가득 채운 어미묘들이 자손을 번식시켜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을 기대하니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모종을 옮기고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모종들이 하나 둘씩 죽어가기 시작했다. 처음 육묘를 시작할 때 이유 없이 죽어가는 모종들을 보며 발을 동동 구르던 악몽이 살아났다.     필자뿐만 아니라 박 이사도 앙헬도 다른 직원들도 모두 긴장하기 시작했다. 시들어 가는 모종들에 흰 깃발을 꽂아 표시를 하면서 매일 상태를 살피고, 한국에 연락해 자문하며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모종이 죽어가는 이유가 몇 가지로 정리가 되었다. 첫째는 모종을 옮기는 과정에서 흔들림으로 손상을 입은 것이다. 특히 러너에서 자라 막 어미묘 포트로 옮겨 심어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못한 모종들이 손상을 많이 입은 것이다. 제한된 시간 내에 신속히 화분을 나르다 보니 양손에 하나씩 들고 마치 학교 갈 때 신발 주머니를 흔들며 가듯 모종을 옮겼으니 당연히 손상을 입었을 것이다.     이제 문제를 알았으니 화분을 옮길 때 손으로 들고 걸어서 이동하지 말고 카트에 실어서 최대한 충격이 가지 않게 옮기고, 어미묘 포트로 옮겨 심은 지 최소 일주일 이상 지나 뿌리가 자리를 잡은 모종들부터 단계적으로 옮기는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 모종을 채워야 하는 남측 그린하우스는 가능한 모종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 어미묘 포트에 심기로 했다.   둘째는 물과 환경이 변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도 타지에 가면 물갈이를 하고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식물도 생명체이기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지은 그린하우스는 모든 면에서 육묘에 적합하게 설계를 됐고 최적의 환경을 구현했기에 모종들이 잘 적응하도록 관리하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셋째는 물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 육묘동에 있는 모종들은 나이와 생육상태가 제각기 다르다. 쉽게 말해 옛날 시골의 분교처럼 한 반에 1학년부터 6학년까지의 학생들이 다 있는 것이다. 적은 수의 모종으로 육묘를 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심은 시기가 비슷한 모종들을 같은 베드에 배치했지만 그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전 그린하우스의 관수 시스템과 수압과 수량이 달라 공급되는 물의 양이 많았다. 그래서 식물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물의 양을 조절했다. 2주가 지난 지금은 더 이상 죽어가는 모종들이 없지만, 전체의 20%가 넘는 1500주 정도의 넘는 피 같은 모종들을 잃었다. 가슴은 찢어지지만 이 또한 소중한 배움이었고, 1년 전 240주로 이곳에 와서 약 50배를 증식시켰기에 이 정도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또 그린하우스 짓기   육묘를 해서 최대한 모종을 많이 늘려나가는 게 목표이지만, 우리의 비즈니스는 모종을 판매하는 육묘업체가 아니라 맛있는 딸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한국 딸기는 겨울딸기 품종이다. 한국의 경우 벌써 재배를 위한 정식(아주심기, 제대로 심는 것)을 시작했지만, 이곳 옥스나드의 기후를 고려했을 때 10월 중순에 정식을 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그러려면 딸기를 재배할 그린하우스를 또 만들어야 한다. 딸기 농사를 잘 모르는 지인들은 그린하우스를 이제 완성했는데, 왜 또 그린하우스를 짓느냐고 물어본다. 심지어 너는 딸기는 안 팔고 그린하우스만 짓느냐  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육묘와 재배를 함께할 수 있는 겸용 동도 가능하지만, 모종의 수가 부족한 필자는 1년 내내 육묘를 해야 하기에 별도의 재배동이 필요하다.   미국 딸기의 경우는 노지에서 재배하기에 그린하우스를 짓는 수고와 큰 비용투자가 필요 없지만 한국 딸기는 그렇지 않다. 작년 노지에서 시험재배를 해 본 결과, 노지재배로는 한국과 같은 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미국에서 한국 딸기를 키우기로 결심한 이유가 미국 딸기는 왜 맛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맛있는 한국 딸기를 만들겠다고 몇 년을 고생하며 한국 종자를 이곳 미국까지 가지고 온 이상, 비용과 노력이 들더라고 고품질의 딸기를 생산해야만 한다.   240주의 모종을 들고 옥스나드로 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딸기를 재배할 공간을 확보하려고 애썼다. 다들 아직 모종도 얼마 없으면서 왜 그리 땅을 구하러 다니느냐고 했지만, 도서관을 갈 때도 공부할 시간이 남는데 책이 모자랄까 가방 한 가득 책을 넣어가고 뭐든 다 잘 될 거라 생각하는 성격 때문이다. 그러나 모종 수가 그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았다. 물론 일 년 동안 이 정도로 늘어난 것이 기적 같기도 하지만, 기대는 더 컸었다.   이제 정확하지는 않지만, 10월 중순에 재배를 할 최대 주수가 예측이 된다. 육묘와 재배를 모두 자체적으로 하기로 한 이상, 재배동도 이곳 시마 농장에 짓는 것이 모든 면에서 최고의 선택이었다. 필자의 딸기 농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해 주시는 시마 농장의 정 사장님과 박 이사의 배려 덕에 난을 키우던 공간을 정리해서 재배동을 짓기로 했다.   20년된 시설을 정리하라   지금 지은 육묘동도 20년 동안 난을 키우던 곳을 정리해서 지은 것이다. 그렇기에 그 시설들을 치우고 땅을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20년 동안 흙이 쌓인 그라운드 커버는 사람의 힘으로 걷어낼 수가 없었다. 흙먼지를 뒤집어 쓰며 다시는 못 할 짓이라 생각한 그 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 이번에는 기존의 시설들을 활용하기에 육묘동을 지을 때보다는 쉽지만 이 또한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세계적인 산악인 친구에게 너는 지리산은 쉽게 올라가느냐고 물어보니, 동네 뒷산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던 게 생각이 난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또 힘든 일이 시작된 것이다.   경영 사례에서 선난후이(先難後易, 어려운 것을 먼저하고 쉬운 것을 뒤에 한다)라는 말이 있다. 앙헬과 현지 직원들은 육묘동을 지을 때 처음 하는 일이고 워낙 고생을 했기에 또 그린 하우스를 짓는다면 다들 도망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재배동을 지을 구상을 얘기하고 3박4일 동안 짧게 한국을 다녀왔더니 재배동을 지을 공간을 정리하고 있었다. 어려운 일을 한번 해 봤기에 자신감이 생긴 것인지, 아무런 불평 없이 알아서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육묘동을 지을 때에 비하면 작업의 난이도가 낮다고 하더라고 초기에 비해 작업의 속도가 많이 빨라졌다. 처음 등산을 가서 정상을 오르면 힘이 들어 다시는 등산을 가지 않을 것 같지만, 또다시 산을 찾게 되고 자주 가다 보면 힘든 것보다 정상에 올랐을 때의 쾌감을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일까.   앙헬은 재배동을 지을 공간을 한 동씩 정리할 때마다 사진을 보내고 현장을 보여주며 의기양양해 한다. 앞으로 더 힘든 일이 반드시 생길 것이다. 하지만 시작단계에서 많은 힘든 일이 있었고 그 일들을 해냈기에 우리는 어떤 힘든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해나갈 것이고 믿는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09-24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2) 과일 값 폭락은 밴드왜건 효과 탓

농사는 기본에 충실해야   사람의 인생이나 다른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농사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요행을 바라거나 잔재주를 부려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도 중요한 것이 기본을 지키는 일이다. 사람도 공부해야 할 시기에 공부를 해야 하고, 일을 해야 할 시기에 일을 해야 한다. 해야 할 것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과 기본을 지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사람은 욕심이 있고 세상에는 유혹이 많기 때문이다.   농사의 경우, 언뜻 보면 큰 변화 없이 기존에 하던 것을 단순히 반복하는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농사는 근본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빨리 성과를 내기 어렵고,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다. 그렇기에 당연히 유혹 또한 많다. 같은 면적에서 많은 작물을 수확하고 싶고, 획기적으로 당도나 맛을 높이고 싶은 것이 모든 농부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요사이 유튜브나 인터넷에서는 특수한 비료나 한약재를 사용하여 놀라운 성과를 낸다는 내용들을 수도 없이 소개된다. 누구나 귀가 솔깃하고 사용해 보고 싶은 것이 충동이 물결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과장되거나 그것 하나로만 그런 성과를 낸 것이 아니다.   농사를 짓는 것은 자식을 키우는 것과 같다. 남의 집 애가 전교 일등을 했는데, 들어보니 어느 학원에 다녔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내 아이도 그 학원에 보내면 전교 일등을 할까? 모든 부모는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어하고, 한국의 경우는 그 정도가 아주 심하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식을 하늘을 훨훨 나는 독수리 같이, 초원을 달리는 늠름한 사자 같이, 바다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 같이 키우고 싶어한다. 그래서 이 학원 저 학원을 보내 많은 것을 배우게 했더니 결국 오리가 됐다고 한다. 날개 짓을 하며 조금 날 수도 있고, 뒤뚱대지만 뛰어다니기도 하고, 빠르지는 않지만 헤엄도 칠 수 있는 오리가 된 것이다.     작물도 마찬가지다. 욕심을 내서 이것 저것 한다고 해서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투자대비 성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유혹을 이기려면 작물의 속성과 원리를 제대로 알아야 하고, 자신의 소신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농사, 불확실성이 높은 산업   농산물은 수요와 공급의 불확실성과 가격의 변동성이 아주 높다. 그래서 한국에는 '밭떼기' 거래(그 해 해당 밭에서 생산될 수확량을 사전에 정한 가격에 전량 매매하기로 계약하는 것)라는 것이 있고, 파생금융 상품인 포워드(Forward.선도거래)도 농사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작물을 재배해서 대박이 터졌다는 사례는 밴드왜건(Band Wagon.평승효과.서부 개척시대에 금을 발견했다는 소문이 나면 역마차 밴드왜건이 곡을 연주하며 사람을 이끌고 갔다는 것에서 유래)현상을 일으킨다.   어떤 과일이나 작물의 가격이 폭등하면 다음해는 공급이 넘쳐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반복된다. 대학원 시절 사과 농장에 대해 조사할 일이 있어 해당 업계 분을 만나 얘기한 적이 있다. 확인은 않았지만, 농사 짓는 사람 입장에서 사과의 가격은 윤년(역법을 실제 태양력에 맞추기 위해 2월29일을 둬서 일년이 366일인 해로 4년에 한번 온다)에 가장 좋다고 했다.     사과의 가격이 좋으면 다들 사과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자라 수확할 때에는 공급이 많아져 가격이 폭락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 다음해에는 사과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줄어 공급이 부족해져 다시 가격이 오르는 일이 반복되는데, 가격이 좋은 해가 공교롭게 윤년이라고 했다. 아마도 사과나무를 새로 심어서 수확하기까지 2~3년이 걸리니 그 사이클이 윤년과 일치하나 보다.   그리고 기술이 발달하고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과일이나 작물의 개발도 많아지고, 소비자의 요구도 다양해 진다. 옛날 한국에서는 바나나가 값비싼 귀한 과일이었지만, 지금은 망고, 용과, 패션푸르츠 등등 예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과일들이 우리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포도만 해도 샤인머스캣(Shine Muscat), 블랙사파이어(Black Sapphire)와 같은 새로운 품종들이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농사를 짓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같은 노력으로 더 큰 수익을 올리는 쪽에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또한 주식시장의 테마주와 같다고 본다. 폭등 뉴스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할 때 그 주식을 매수하면 막차를 타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품종이나 작물을 시작할 때는 3가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들 한다. 첫째는 그 작물과 품종 자체의 특성과 경쟁력에 대한 평가, 둘째는 그 작물을 과연 자신이 남들보다 잘 재배할 수 있는가에 대한 평가, 셋째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이 상품을 어느 정도로 얼마나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평가이다. 물론 여기에는 비용과 경쟁자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들이 들어간다.   순간의 실수, 십 년 망친다   어찌 보면 농사는 가사노동과 같다. 열심히 하면 티가 안 나고, 안 하면 바로 티가 나는 것이 그렇다. 일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물을 주고 온도 관리를 하고 병충해도 잘 대응하다 단 하루를 방심하거나 실수를 하면 일년 농사를 다 망칠 수 있다.   며칠 전 캘리포니아에서 큰 농장을 운영하시는 한인께서 연락이 왔다. 한국 딸기를 재배하려는데 모종을 공급해 줄 수 있느냐는 문의였다.     그 농장은 다른 품종의 딸기를 재배했는데, 모종을 냉장보관하고 한 달 반 동안 한국을 다녀왔더니 모종이 모두 죽었다는 것이다. 딸기는 휴면타파라고 분화를 위해 냉장처리를 하기도 하고 다음해 정식을 할 때까지 냉장보관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그 품종을 다시 구하려 해도 구할 수가 없던 차에 필자가 한국 품종을 들여야 미국에서 증식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연락을 한 것이다. 이처럼 농사는 아주 작은 실수 하나로 일년 농사를 어떤 경우는 그 비즈니스 자체를 망칠 수가 있다.   이제 새로운 그린하우스도 부분적으로 완공이 되고 모종의 수도 늘어나니 필자도 직원들도 욕심이 생기고 유혹이 많아진다. 가능성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하면 이 모종들을 잘 살려서 제대로 키울 수 있을지만 걱정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모종을 생산하고 더 빨리 확장을 할까를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도 좋은 비료나 재배 방법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직원들도 다른 농장이나 인터넷에서 듣고 본 것들을 우리도 하자며 연일 제안을 한다. 또한 중앙일보 글을 읽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많다.   조직배양묘 10주를 달랑 들고 미국을 오던 때에 비하면 이제 뭔가 눈에 보이는 것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도 농사에 있어서는 걸음마 수준이다. 걸음마 단계에서 가장 많이 넘어지고 또 넘어져야 제대로 걸을 수 있다. 상상 이상으로 힘들고 어려운 농사일이지만 기본에 충실하자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09-17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1) 혼자 물주고 비료주는 똑똑한 기계 아세요

물 주기만 3년   우리에게 있어서 3이라는 숫자는 참 특별한 숫자인 것 같다. 어떤 각오를 하거나 일을 할 때 3년이 많이 언급된다.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고 식당개 3년에 라면을 끓인다. 시집살이는 장님 3년,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이다. 큰 뜻을 품고 조용히 앞날을 기다리는 사람은 3년 불비불명(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는다)이라는 말을 한다.     농사에 있어서도 농사는 물 주기만 3년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것도 제대로 열심히 해야 3년 만에 물을 잘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농사에서 물관리는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화분에 물도 제대로 주지 못 했던 필자가 미국에서 딸기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바로 물관리였다. 금실 딸기는 맛과 향, 당도 등에서 아주 우수한 품종이지만, 키우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오죽하면 경상남도농업기술원에서 발간한 금실 딸기 재배 가이드의 제목이 '까칠한 금실'일까.     물관리에 대해 금실 딸기를 오래 키우신 분들에게 물을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횟수와 양을 물어보면 누구도 딱 부러지게 말을 해 주지 않았다. 그때 들었던 가장 어려운 말은 금실은 물을 좋아하지만 물이 너무 많으면 안 되는 품종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지 더 혼돈이 왔다. 아직 3년 물 주기를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이제야 그 말이 이해된다.   처음 샌버나디노 농장에서 모종을 키울 때부터 물관리로 많은 고생을 했었다. 한국에다 물어보고 시키는 대로 물을 줬는데, 어떤 전문가는 물이 많다고 하고 어떤 전문가는 물이 부족하다고 했다. 원인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았다. 모종들이 계속 상태가 나빠지고 죽어 가는 것들이 나왔다. 게다가 거기서 사용하던 지하수가 염분이 높다는 것을 알고는 민가에서 수돗물을 트럭으로 실어오는 일들을 반복했다.     그런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새로 지은 그린하우스는 정수시설이 잘 되어 있어 순도가 높아 오히려 지하수를 10% 정도 섞어야 하는데, 초기의 그린하우스는 지하수를 사용한다. 그리고 이곳 옥스나드의 모든 딸기 농장들이 같은 지하수를 사용한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딸기들이 잘 자란다.   옥스나드로 옮긴 후, 첫 직원이었던 이 동네 백만주(딸기 100만주 키웠다고 본인이 강조해서 붙인 별명) 앙헬과 일을 하면서도 물로 인한 의견 충돌이 많았다. 미국 딸기는 튼튼하고 대규모로 재배하기 때문에 한국처럼 물관리를 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앙헬은 육묘 단계에서 늘 물이 많으면 뿌리가 썩는다면서 물을 많이 주면 안 된다고 고집을 부렸다.     앙헬의 말이 일리는 있다. 하지만 한국의 딸기 농장을 가보면 이끼가 자랄 정도로 물을 흠뻑 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앙헬에게 죽은 식물은 물을 섭취하지 못하니 화분에 물이 그대로 있는 것이고 건강한 식물들은 물을 다 섭취를 해서 물이 부족하다고 얘기해도 잘 수긍을 하지 않았다. 한국으로 초단기 유학을 다녀와서는 한국의 재배방식을 따르려 하고, 한국에서 유학한 농장의 노대현 사장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질문도 하면서 한국 방식을 배워가는 것 같다.   물관리사, 양액기 설치   그린하우스 자재를 수입할 때 함께 들어온 양액기의 설치를 드디어 마쳤다. 양액기를 설치하고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시멘트 포장, 전기, 배관, 인터넷 공사가 필요했다. 그린하우스 북측이 완성되어 베드에 모종들을 올리고 나니 앙헬은 하루에도 몇 번씩 왜 저기 있는 양액기를 설치하지 않느냐며 재촉했다. 세탁기나 냉장고처럼 전원만 꽂으면 되는 줄 아는 것 같았다.     소프트웨어 테스팅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고객을 만나 자동화 테스트에 대해 협의할 때가 있다. 기술을 잘 모르는 경영진들의 경우, 자동화 테스트를 도깨비 방망이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화 테스트는 프로그램만 작동시키면 모든 테스트가 다 된다고 생각한다. 자동화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테스트 대상의 특성에 따라 수동 테스트보다 자동화가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양액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프로그램을 해 놓으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구역에, 정해진 비율로, 정해진 양의 비료와 물을 공급한다. 여기에 온도 센서가 있어 기온이 상승해서 수분이 부족하면 자동으로 물을 주는 기능 등도 있는 아주 편리한 기계이다.     한국에서 동일한 양액기를 본 앙헬은 양액기를 마치 도깨비 방망이처럼 전원과 호스만 공급하면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상당 부분 맞는 얘기이지만, 제한적인 기능에 한해서이다.     농사는 노가다(막노동)가 전부 같다고 하니, 박이사는 "물과 비료는 양액기가 알아서 주고, 창을 여닫고 온도를 관리하는 것은 콘트롤러가 다 해주니, 사람이 할 일은 그 시설을 만들고 장비를 설치하는 노가다"라고 했다.   양액기는 전압 등을 미국에 맞게 조정해 왔지만, 새로 지은 그린하우스라 배관, 전기, 인터넷을 연결하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필자는 일단 뜯어서 연결부터 하는 스타일이고, 박이사는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보고 모든 것을 이해한 후에 작업을 시작하는 스타일이다.     한국에서 온 비료 처방서의 단어 정의에서부터 양액기의 원리를 이해하느라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지만, 박이사 덕분에 양액기를 잘 설치해 프로그램까지 마칠 수 있었다. 처음 연결을 해서 테스트를 할 때, 필자가 이것 저것 마구 만져서 작동을 시키니 박이사는 '청계천 김박사님"이라고 했다. 이번 양액기 설치로 필자는 청계천 김박사가 되고 박이사는 옥스나드에서 드문 한국 양액기 전문가가 된 것 같다.   사람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3대 영양소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다. 식물에게 있어서 3대 영양소는 질소, 인산, 칼륨으로 각각 역할이 있다. 그래서 딸기의 경우 단계별로 그리고 식물의 상태에 따라 그 비율을 다르게 조절한다. 그 외에도 마스네슘, 철분, 칼슘 등 필요한 영양소가 많지만, 이곳에서는 이 3대 영양소의 비율로 나온 복합비료들을 많이 쓴다.   비료에도 박식한 전문가 박병욱 이사 덕에 미국 비료상에서 비료를 구입해 한국에서 보내준 처방대로 비율을 맞춰서 양액을 만들었다. 양액기가 작동하고 18개 베드에 비료가 잘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니 마음이 좀 놓였다.     모종을 옮겨 놓고 호스로 물을 주다가 양액기를 설치하니, 막 이사를 와서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자장면을 시켜먹다가 식탁에서 제대로 밥을 차려 먹기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첨단 스마트 팜들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원시적인 수준 같지만, 먼저 출발했다고 빨리 도착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출발이 늦은 대신 앞서 간 분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빨리 배울 수 있고, 늦은 만큼 더 열심히 가면 된다. 우리의 농장 식구들은 양액기 하나 설치에도 뿌듯해 하며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친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09-10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0) 온실 인테리어, 모종 6천주로 완성

모종 둘 공간이 없다   아직 새 그린하우스가 완전히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기존 그린하우스에 더 이상 모종을 둘 공간이 없을 정도로 모종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육묘 베드 아래에 새로 심은 모종들을 세 줄씩 배치를 했는데, 햇볕이 잘 들지 않아 모종들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비어있는 그린하우스들이 있지만, 그쪽으로 옮기면 결국 두 번 이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비어 있는 그린하우스에 모종을 옮기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시설공사가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은 새로운 그린하우스에 베드를 만들면서 동시에 모종을 옮기는 것이다.   마치 정주영 회장이 현대 조선소를 만들 때 조선소를 건설하면서 동시에 배를 건조한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새로운 그린하우스에 설치해야 하는 베드의 수는 천 개가 넘는다. 베드 하나당 최소 두 개의 파이프를 땅에 박아야 하니 총 2000개가 넘는 파이프를 박아야 한다. 그리고 베드를 조립하고 침하방지 발굽을 고정시키기 위해서 1만개 이상의 피스(쇠파이프에 박는 나사)를 드릴로 박아야 하고 8000개가 넘는 조리개로 파이프를 고정시켜야 한다.   박 이사의 진두지휘 하에 6명의 직원이 이 작업을 하지만, 처음 해 보는 작업이라 정교함이 떨어진다. 수평과 간격을 정확히 맞추는 수정작업을 추가로 하다 보니, 하루에 한 동을 완성하기도 빠듯하다. 베드의 수평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 관수(일정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점적 호스로 화분에 물을 공급하는 것)를 하면 낮은 쪽으로 물이 모이게 되어 물관리도 힘들고 식물도 고르게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베드를 만들 때 수평을 맞추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파이프를 박기 전 수평과 간격을 맞추는 실을 가로 세로로 묶는 작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그렇게 정확히 실을 씌우고 사각 쇠막대로 파이프를 박을 위치를 정확히 표시를 해 주어도 작업이 끝난 후 레벨기(수평을 확인하는 기기)로 체크를 하면 맞지 않는 것이 상당수 발견된다. 박 이사는 계속 교육을 해도 개선이 되지 않고, 수정 작업에 오히려 시간이 더 소요된다고 한숨을 쉬지만 어쩔 수가 없다.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이 친구들을 계속 가르치며 함께 일을 해서 역량을 키워야 한다. 닥터문 농장은 이 그린하우스 하나로 끝나지 않고 매년 이 규모의 몇 배 되는 그린하우스를 계속 만들고 확장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그린하우스를 짓고 내부 시설을 하고 모종을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장비의 위대함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작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린하우스 지붕에 파이프를 설치하는 작업을 할 때도 한 명씩 각자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코끼리 열차와 같은 작업대를 만들어 이동을 하면서 작업을 하니 속도가 몇 배로 빨라졌다. 미국에서 20년 농장 운영 경험이 있는 박 이사는 동선을 줄이고 작업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키타큐슈의 닛산 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을 때, 카이젠(Kaizen)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생각난다. 카이젠은 개선(改善)이라는 한자의 일본식 표현으로 나쁜 상황을 고쳐서 나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제조업에서 이용되는 용어인데, 생산설비의 개조, 공구의 개량 등 업무 효율의 향상과 작업 안전의 확보, 품질 불량의 방지 등 생산 전반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닛산 자동차 직원에게 카이젠은 '열 발자국 움직여야 하는 작업을 어떻게 하면 한 발자국을 줄일 것인 것?'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노동력이 많이 투입되고 인건비의 비중이 큰 농사에서 카이젠은 경쟁력을 높이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지금은 일일이 손으로 파이프를 박고 있지만, 앞으로 규모가 열 배, 백 배로 커지면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매일 작업 방식의 개선과 대안들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의 딸기 스승 노대현 사장은 베드를 만드는 작업 프레임을 자체적으로 제작한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전자 수평계와 측정자(ruler)가 달린 프레임은 정확한 위치에서 소리가 나고 작업자는 그 틀에 파이프를 넣고 해머드릴로 편리하게 파이프를 박으면 된다. 작업의 속도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향상한 것이다. 미리 그런 프레임을 제작해서 가져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만, 직접 작업을 하면서 필요를 느끼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필요들이 계속해서 경쟁력을 만드는 발명을 만들어낼 것이다.   세상의 많은 발명은 대부분 '발견'이다. 그리고 최초라는 것도 사실상 드물다고 생각한다. 교수 시절 학생들을 지도할 때, 논문의 주제에 대한 선행연구와 유사연구들을 먼저 찾아보라고 했다. 어떤 학생은 자신의 연구 주제가 지금까지는 없던 최초의 연구라 선행연구를 찾을 수가 없다는 답을 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이 세상에는 수십억의 인구가 있고, 다양한 것들을 생각하고 행하고 있다. 지금 자신이 최초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구상 어디에선가, 누군가가 먼저 생각했을 확률은 거의 100%이다. 그래서 늘 사람들을 만나 물어보고 다른 농장을 가서 둘러보고 인터넷을 검색해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찾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모종 이송 대작전   이렇게 베드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새로 짓는 그린하우스 절반에 놓을 모종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모종은 해가 뜨고 더운 시간에 이동을 하면 안 되기에 아침 6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모종들이 있는 그린하우스는 대규모 미국 딸기 단지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미국 딸기 농장들은 6월 말에 수확을 마치고 땅을 갈아 엎어 스프링클러로 물을 뿌린다. 그래서 진입로는 물에 젖어 있고 농로는 사라져 그린하우스 앞까지 트럭이 들어갈 수가 없다. 후진으로 트럭을 운전해 가장 가까운 입구에 주차를 한 후 손으로 하나씩 화분들을 옮겨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처음에는 트럭의 바닥에만 화분들을 실어서 옮겼는데, 한번에 500주의 모종을 실을 수 있었다. 8명이 바쁘게 움직여도 한번 이동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10번을 왕복했지만, 아직 바닥에는 모종들이 상당히 남아 있었다.   트럭을 빌려 화분을 하나씩 들고 옮기는 것을 본 박 이사는 자신이 직접 더 큰 트럭과 다단 카트를 가지고 와서 작업을 도왔다. 5단의 카트에 화분을 싣고 옮기니 작업의 효율이 5배는 향상되는 것 같았다. 박 이사와 장비의 도움으로 마지막 작업은 수월하게 끝이 났다. 이날 옮긴 모종은 6000주에 달했다.   북측 그린하우스 두 동에 완성된 베드에 모종을 배치하고, 나머지 화분들은 남측 그린하우스 바닥에서 베드가 완공되길 기다리고 있다. 건축물 인테리어의 완성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웅장한 경기장이 텅 비었을 때와 관중이 꽉 찼을 때의 느낌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린하우스 인테리어의 완성은 식물이다. 전체 그린하우스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2동의 베드에 모종을 올리고 보니 비로소 그린하우스가 제대로 모습을 갖추어 가는 것 같고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나머지 10동에 베드를 만들고 호스를 연결하는 작업과 전기 공사 등 마무리 작업들이 남아 있다. 평생 본 적 없는 양액기에 대해서 공부도 해야 한다. 정말 농사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도전할만한 일이고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 정말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08-27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9) 지붕이 생겼다, 완공 고지가 보인다

고지가 눈앞   등산을 하시는 분들은 많이 경험을 했을 것이다. 나무 숲 속과 계곡을 지나 한없이 걷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눈 앞에 정상이 펼쳐진다. 그 순간 너무도 반갑고 이제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상이 눈앞에 나타났다고 해서 금방 정상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더 가파른 길을 한참을 더 올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린하우스를 짓는 것도 마찬가지다. 빈 땅에 도면을 들고 파이프를 박을 때만 해도 과연 제대로 지어질 것인가, 언제 완공될 것인가 그저 막연할 뿐이었다. 특히 경험과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필자는 조급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땀을 흘리다 보니 어느새 골격이 완성되고 지붕에 비닐이 씌워지고 그린하우스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눈 앞에 정상이 펼쳐지는 것과 같았다.   공사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그린하우스를 지어본 사람은 "야아~, 이제 다 지었네요"라고 말하고, 그린하우스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네요"라고 말한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그린하우스를 짓다 보니 완성되어 가는 모습 하나하나가 신기하고 뿌듯한 마음이 가득했다. 지붕 위에 올라서서 길게 뻗은 그린하우스를 쳐다보면 흐뭇한 마음이 들어 한참을 바라만 보기도 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맞았다. 창을 만들고, 차광막을 덮고, 장비를 올려놓을 장소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바닥에 천을 까는 작업들이 예상 이상으로 시간이 걸렸다.     한국팀들이 귀국하고 난 뒤 박 이사와 함께 예상 완공시간을 계산하는데 박 이사와 필자의 계산이 거의 두 배가 차이가 났다. 마음만 급한 필자는 몰아치기를 해서 하루에 하나씩 끝낼 수 있다는 의욕에서 나온 계산이고, 박 이사는 인력들의 숙련도와 작업량을 꼼꼼히 따져서 산출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진행상황으로는 박 이사의 계산이 맞았지만, 작업하는 인력들의 숙련도가 높아짐에 따라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   그린하우스 공사는 인내력과 지구력을 요한다. 같은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광막을 씌워도 12동을 씌워야 하기에 스프링으로 고정하는 작업을 계속 반복해야 한다. 단순한 작업은 숙련도는 빨리 높아지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지루함이 극대화된다. 양액기(자동으로 비료를 주는 기계) 등 기기들을 비치할 공간은 콘크리트로 바닥을 평평하게 해야 하는데, 3~4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3톤의 시멘트가 필요했다. 배합기에 시멘트를 한 포씩 넣어 돌리고 타설하기를 수없이 반복해야 했다. 롤러로 단단하게 다진 바닥에 그라운드 커버를 고정하는 것도 수천 개의 핀을 망치로 일일이 박는 단순 작업의 반복이었다.   정상이 눈에 보이면 힘이 나고 거기서 멈출 수가 없는 것처럼 지금 우리는 한 순간도 멈출 수가 없다. 고지가 바로 저기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비전은 사람을 바꾼다   현재 닥터문 농장은 규모와 모종의 수는 작지만 일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혼자 달랑 240주의 금실딸기 모종을 가지고 옥스나드로 넘어왔을 때는 사람도 없었고 주변의 관심도 없었다. 그저 낯선 사람의 엉뚱한 시도로만 보일 뿐이었다. 이때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지만, 일 년 가까이 함께 일한 친구는 앙헬이다.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했던 앙헬은 올해 초부터 정식 계약을 한 직원이 되었고,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예상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돌아왔지만, 한국의 농사 현장을 눈으로 보고 직접 체험한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한국에서 고생을 했다지만, 앙헬은 한국의 재배방식과 한국을 높게 평가한다.그래서 다른 직원들에게 일을 가르칠 때도 "한국에서는" 이란 말을 꼭 붙이고 한국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내년에 목표한 딸기 수확량을 채우고 가족들을 데리고 한국 여행을 가겠다고 꿈에 부풀어 있다.   앙헬은 필자보다 24살이 어리고 서로 살아온 환경과 문화가 다르기에 함께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이 있었다. 하지만 필자의 비전과 진심을 이해하고 난 후 앙헬은 누구보다 더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 사람마다 장단점은 다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장점을 어떻게 살리고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 주느냐는 것이다.   이 친구의 장점은 식물에 대한 애정과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는 것이다. 경영의 미래(The Future of Management) 저자 게리 하멜(Gary Hamel)은 '성공의 체계(The Hierarchy of Success)'에서 성실성과 창의성 등 여러 성공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Passion)'이라고 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열정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성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국팀이 귀국하고 난 후, 모종의 관리를 호세와 새로 채용한 15년 경력의 마리아에게 맡기고 앙헬과 다른 직원들은 모두 그린하우스 제작에 투입됐다. 모종관리에만 열정이 있던 앙헬에게 모종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그린하우스를 빨리 완공해서 더 나은 환경에서 키워야 한다는 것을 이해시켰다. 그 이후 앙헬은 공사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이원화된 작업으로 필자는 육묘장과 공사현장을 오가면서 일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모종은 빠른 속도로 자라고 자식들을 많이 생산해서 숫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8월 초 새로 지은 그린하우스로 이사를 계획하고 화분과 상토들을 모두 새로운 그린하우스에 조달해 놓았기에 거의 매일 화분과 상토를 육묘장으로 옮기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호세와 마리아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나 시들고 죽어 가는 모종들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모종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직접 모종을 관리하고 있는데, 앙헬이 전화가 왔다. 아무래도 모종이 걱정이 되어 안 되겠으니 자기가 두 군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주 필자와 앙헬은 육묘장에서 모종들을 재정비했다. 앙헬은 일 년 동안 필자와 일을 했기에 필자의 일 하는 방식과 요구사항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호세와 마리아도 우리의 작업 표준에 익숙해져야 하기에 며칠 간 오전은 육묘장 오후는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육묘장과 공사현장을 이동하면서 앙헬은 내년에는 100만주를 만들고 직원 30명을 더 채용해서 회사를 키우고, 옥스나드를 한국 딸기로 가득 채우자며 호기를 부렸다.   처음 필자가 앙헬에게 그런 얘기를 했을 때 피식 웃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그린하우스 한 동의 10분의 1 정도를 채워 놓은 상태에서 그런 얘기를 했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 일한 1년 동안 모종의 수가 거의 100배 가까이 늘어나고 새로운 그린하우스가 지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비전은 사람을 바꾸지만 그 비전이 눈에 보여야 실감을 하는 것이다. 비전은 하나하나 가시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공유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막연한 비전은 그저 희망고문일 뿐이다.   다행히 앙헬만큼 열정이 있는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그린하우스 공사 현장에서 파트타임으로 채용한 까바요(Caballo, 본명은 페르난도인데, 이 친구들은 별명을 많이 부른다. 까바요는 스패니시로 말이라는 뜻이다)도 열정이 있는 친구이다. 공사가 지연됨을 걱정하는 필자에게 까바요는 '우리가 열심히 일해서 빨리 완공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이제 고지가 눈 앞이고 함께하는 팀이 있으니, 남은 것은 지치지 않고 전진하는 것밖에 없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08-13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8) 한여름에 가을 준비…땀과 땅은 정직하다

한국팀 돌아가다   옥스나드에 한국식 육묘 전용동을 짓기로 결심할 당시에는 의욕이 넘쳐 모든 일을 쉽게만 여겼다.     서툰 솜씨로 도면을 그리고 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한국으로 나갔지만, 필자가 그려온 스케치 수준의 도면으로는 필요한 자재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했다.   그때 미국의 박병욱 이사에게서 한국의 전문가 두 명이 와서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그 두 명은 한 달 정도 일정으로 자재가 도착하기 직전 미국으로 날아왔다. 지난 6월12일 LAX에 도착한 그들을 픽업해 옥스나드로 가면서부터 우리는 친해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박병욱 이사와 죽마고우이고 마침 나이도 필자보다 한 살 어려서 만난 첫날 형동생 하기로 했다.   그들은 도착한 다음날부터 쉬지 않고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며칠 후 한국에서 자재가 도착했고 컨테이너에서 쇠파이프를 꺼내는 순간부터 전문가를 실감했다.   만일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이 일을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과 기술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현지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노하우가 다르기에 이들은 말 그대로 일당백이었다.   작업 초기 함께 땀을 흘리며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강행군을 이어갔다. 쇠파이프가 땅에 박히고 그린하우스의 형태가 만들어지고 하루하루 눈에 보이게 작업이 척척 이루어져 갔다. 일이 잘 진척이 될 때는 일 하는 사람들도 힘들지만 즐거웠던 것 같다. 하늘이 도왔는지 예년보다 시원한 날씨는 작업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그린하우스 공사 초기에 함께 일을 한 후안과 마틴도 작업을 빨리 이해하고 팀워크를 잘 맞춰져서 드림팀을 이루었다.   하지만 우리도 사람이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지쳐 가기 시작했다. 초기에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후안과 마틴 등 멕시칸 인력들이 하나 둘씩 빠지기 시작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가르치고 다시 호흡을 맞추는 일이 반복되면서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게다가 무더위가 시작되고 설상가상으로 바람도 불기 시작하여 그린하우스 지붕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에 며칠이 소요됐다.   어쩔 수 없이 귀국을 한 주 늦추면서 작업을 이어갔지만, 예정된 시간에 그린하우스는 완공이 되지 않았고 그들은 다시 일주일 체류를 연장했다. 한국에 계약된 공사가 있어서 더 이상 체류를 연장하지 못하는 그들은 중요한 작업만 마치고 마무리는 현지 인력들에게 남겨둔 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아쉬움은 모두의 몫이었다. 그들은 일을 마무리하지 않고 떠나는 것에 마음이 무거웠고, 필자와 박이사는 그들 없이 나머지 작업을 마무리할 걱정이 태산이었다.   귀국 전 추억여행   옥스나드에는 두 개의 한국식당과 한 개의 아시안 마켓이 있지만, 매끼 식사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필자는 매일 LA에서 옥스나드를 오가며 마켓에서 장을 봐서 공급했고, 그들은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카톡으로 장 바구니 리스트를 보내오면 아침에 한인 마켓에 가서 장을 봐서 가는 일이 귀찮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황금마차(부식을 나르는 차량을 일컫는 군대 용어)’를 기다리는 그들을 생각하면서 가능한 빼먹지 않고 필요한 음식들을 공급하려 애썼다.   그들이 한국으로 돌아간 뒤 카톡에 있는 온실팀 단톡방에서 고추참지, 다진마늘, 삼겹살, 소면 등의 단어들을 보면서 불과 며칠 전을 추억한다.   그들은 미국에 도착한 다음날 함께 다저스 야구 경기를 관람한 것 외에는 계속 옥스나드에 머물면서 일만 했다. 이현수의 경우는 처음 미국을 왔는데, 옥스나드에서 땀만 흘리며 지낸 것이 너무 미안했다. 지난 토요일인 7월29일 오후 아쉬운 마지막 작업을 마치고 우리는 그랜드캐년으로 여행을 떠났다.   옥스나드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가는 5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했고, 힘들었던 시간은 잊고 좋은 추억만 기억하기로 했다.   LA로 돌아와 저녁에 이별 파티를 하고 다음날 아침 그들을 보내고 나니 허전함이 몰려왔다. 그들이 없는 현장은 텅 빈 것 같고 앞으로 할 일이 막막하기만 했다. 이제 믿을 사람은 박 이사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를 도와줄 멕시칸 직원들이 잘 따라 주기를 기대하며, 마치 중단된 공사현장을 새로 인수받아 일을 시작하는 기분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웠다.   늘어나는 모종들   날씨가 더워지면서 늘어나기 시작한 모종의 숫자가 이제는 상당한 수준이 되었다. 욕심에는 아직도 부족하지만 해야 할 일들이 태산처럼 쌓여 간다. 지금쯤 그린하우스가 완공되어 모종들을 옮기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앙헬과 4명의 직원은 시마 농장에 있는 화분들을 옮겨와 현재의 그린하우스에서 모종들을 심기 시작했다. 새로운 그린하우스에 필요한 어미묘는 약 1만 주가 넘는데, 하루에 1000주씩 심어도 10일 이상 걸린다. 게다기 지금 그린하우스에는 그 화분들을 놓을 베드(화분을 올려 놓는 90cm정도 높이의 거치대)가 부족하다.   어쩔 수 없이 베드의 아래쪽에 화분들을 놓기 시작했는데, 채광이 잘 되지 않고 물을 주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궁여지책으로 채광이 되지 않는 쪽은 베드 위의 화분들을 들어내고 바닥에 6열로 화분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늘어난 모종들을 바라만 봐도 배가 부르다. 하지만 제 집을 찾아 가지 못하고 길 위를 방황하는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은 더욱 급해진다.   계획을 수정했다. 원래는 12동의 그린하우스를 모두 완공하고 한번에 모종들을 옮길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고, 옮기고 난 후의 돌발변수들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북쪽의 6동을 먼저 완공하여 베드와 양액기(물과 비료를 자동으로 공급하는 장치)와 호스를 설치하고 모종의 절반을 옮기기로 했다.   지금까지도 육묘와 그린하우스의 공사를 병행해 왔지만, 작업의 양이 많아지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상태이다. 공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금이 많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 순간 조금 아끼려다가 크게 잃을 수 있기에 모든 자원을 투입해서 속도전을 치를 각오를 하고 있다.   농사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되고 한 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다. 단 하루의 실수가 일 년 농사를 망치는 일들이 허다하다. 이 정도까지 그린하우스를 만들어 준 한국의 전문가 신해동과 이현수에 대한 고마움을 간직한 채 우리는 다시 땀을 흘려야 한다. 땀과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할지 모르지만, 흘릴 땀이 있고 그 땀이 성과를 낸다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으랴. 내일(8일)은 입추다. 지금은 무덥지만 이제 곧 날씨는 서늘해 지기 시작할 것이다. 공사를 하기는 좋으나 모종이 자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가을이 오면 딸기를 내어다 심고 겨울이 지나면 딸기를 수확한다.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이 힘들지만, 이제 곧 결실을 볼 것이라 위로하며 오늘도 땀을 흘린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08-06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7) 바람과 폭염, 7월 딸기밭은 고행

날씨가 복병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후는 이제 어느 특정 국가의 일이 아니라 전세계가 예외없이 겪게 될 변화이자 위기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농사를 짓고 잇는 캘리포니아는 연중 온화한 날씨로 축복받은 지역으로 꼽히고 있었다. 그러나 올 초 30년 만에 눈보라가 치고 폭우가 쏟아지는 등 이상기후가 지속되고 있다. 노지의 딸기들이 이상기후로 타격을 입는 것을 보고 시설재배의 필요성을 더욱 실감했다.     그린하우스 공사가 시작되던 6월 중순에서 7월 중순까지는 예년과는 다르게 시원한 날씨가 지속돼 작업에 도움을 주었으나, 지난주부터 폭염으로 작업하는 팀원들이 모두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린하우스의 프레임을 완성하고 비닐을 씌우는 작업은 3일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바람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린하우스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은 바람이 불면 작업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바람이 불지 않는 아침 일찍 작업을 시작하는데 최근 며칠 동안 아침에 강풍이 불어 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국에서 온 전문가들은 귀국 일정을 일주일 연기하면서까지 정해진 시간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려 애썼지만, 수시로 부는 바람과 무더위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현지의 인력들은 한국식 그린하우스 제작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책임감이 강한 분들이어서 날이 갈수록 걱정과 스트레스가 심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단기간 컨설팅 차원에서 미국을 방문했고 한국에 본업이 있는 분들이라 더 이상 귀국을 미룰 수가 없는 상태다. 온실팀은 회의 끝에 남은 3일 동안 난이도가 높은 작업을 주로 수행하고, 후속 작업은 현지 인력이 마무리할 수 있도록 기초작업을 해 주고 떠나기로 했다.     내부역량 강화의 기회   현재 닥터문 농장의 인력들은 육묘에 집중되어 있다. 그린하우스 공사 초기에는 직원들의 상당수가 그린하우스 공사에 동원되었으나, 모종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육묘팀은 육묘를 전담시켰다. 익숙하지 않은 그린하우스 공사보다는 자신들의 전문분야이고 앞으로 계속 해야 할 육묘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린하우스 공사는 멕시칸 파트타임 인력을 활용했는데, 일을 가르쳐 익숙해질 때쯤이면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성실하고 감각이 있는 친구들을 붙잡으려고 노력도 해 보았지만 모두가 내 맘 같지는 않았다. 수시로 인력이 교체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인 전문가들은 힘들게 작업을 진행시켜왔다.   이제 한국 전문가들이 떠나면 그린하우스의 완공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자 과제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최고의 전문가인 박병욱 이사가 있고, 그동안 한국 전문가들이 중요한 작업들은 거의 완성해 놓은 상태다. 퇴근 전 농장의 멕시칸 직원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국의 전문가들이 떠나고 이제 우리가 그린하우스를 마무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계속해서 그린하우스를 만들어야 한다.     육묘를 하고 딸기를 생산하는 일이 중요하지만, 이 딸기를 키울 그린하우스가 없으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앞으로 여러분이 우리 회사를 함께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이 과정들을 모두 알고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다음날부터 앙헬과 두 명의 직원은 그린하우스 제작에 투입되어 함께 일하며 배우고 호세와 다른 직원은 육묘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로 했다. 그린하우스의 완공은 지연되는 상황이나 이로 인하여 현지 직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그린하우스를 제작하고 노하우를 익힐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비즈니스는 모든 것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파트너와 연계하고 외부의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꼭 필요한 핵심 업무들에 대한 역량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빠른 학습과 변화대응   2000년대 초반으로 기억한다. 어느 국제 학술대회에서 21세기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이 있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말은 변화에 대응하고 빠르게 배우는 국가가 경쟁력을 가진다는 말이었다.   지금은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시대이다. 그렇기에 남들이 가지지 않은 정보로 인하여 추가적이거나 숨은 이익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역량은 차이가 나지만 모두가 비슷한 환경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사도 예외는 아니다. 지구 온난화와 첨단 기술의 발달로 인해 농사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 팜 등 실내 농장이 확대되고 있고, 다양한 신품종과 새로운 재배 방식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 개에 100불짜리 명품 멜론이 나오고 시설재배를 통하여 계절에 상관없이 상품을 공급하는 시대가 됐다.   한국의 우수한 품종을 미국으로 들여왔지만, 좋은 품종만으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최적의 시설을 갖추고, 현지 환경에 적합한 생산 방식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효율적인 물류와 유통 채널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의 니즈와 시장 환경의 변화를 빨리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일은 결국 사람의 몫   미국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힘들고 많이 고민한 것이 바로 사람에 대한 것이다. 백지상태에서 농사를 시작하여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귀인들의 도움이었다. 그리고 신기하리만큼 운이 좋게도 일이 진행되는 과정마다 필요한 사람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인재를 키우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인력의 업무 능력이나 태도가 한국과는 너무도 다르기에 한계를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는 필자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다른 민족이랑 일을 하는 분들이 모두 경험하고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 땅에서 농사를 짓고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가르쳐도 되지 않고 가르쳐 놓으면 떠나는 상황을 계속 겪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얻어나가고 있다.   단점만 보면 한없이 부족하지만 장점을 잘 활용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모두가 훌륭한 인재가 될 수 있다. 그 친구들도 필자도 똑같이 겪어 보지 않았던 사람과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변화이고 그 속에서 우리는 기회를 찾을 것이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07-30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6) 북가주서 옥스나드까지…한국 딸기의 '이민'

농사로 시작된 이민   미국 이민의 시작은 농업이었다.   올해는 1903년 1월 3일 하와이에 이민선이 도착하면서 시작된 한인 이민의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물론 그 이전인 1883년부터 미국 땅에는 한국의 왕족, 망명 정치인, 유학생, 외교관, 상인 등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인 이민 선조들이 갤릭선(노젓기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던 범선)을 타고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 도착한 것을 이민의 시작이라 하면 미국 이민의 역사는 농장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와이로 이민을 간 121명의 초기 이민자들은 힘들게 일하면서도 나라 읽은 설움을 대물림 하지 않겠다는 목표로 피땀 흘려 번 돈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했고 자녀들을 잘 교육시켜 미국 사회에서 인재로 성장시켰다.     필자가 잠시 재직했던 인하대학교도 1902년 인천항에서 출발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우리동포들이 모국의 독립을 위해 모은 돈이 기반이 됐다. 그래서 그들이 이민선을 타고 출발한 항구가 있던 인천의 ‘인’자와 하와이의 ‘하’자로 교명을 만든 것이다.    한국 딸기 이민의 역사   이제는 미국 주류 사회에서도 인정을 받는 한인들이 본토로 넘어온 과정을 보면, 하와이에서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LA에 종착했고 그 이후 미국 전역으로 뻗어나갔다고 본다. 이 위대한 역사에 한국 딸기의 미국 이민을 비교하는 것은 상당히 건방진 것이지만, 한국 딸기의 이민 과정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2020년 7월 한국을 떠나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들어온 금실 딸기 모종은 북가주의 육묘업체에서 검역과 육묘과정을 거쳐서 샌버나디노의 농장에서 첫 자가 육묘가 시작됐다. 그 곳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시련을 겪은 후, LA인근 옥스나드에 정착하여 본격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시작하여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인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는 미국 땅에 우수한 한국 딸기 품종이 들어온 것이 결코 우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린하우스 공사 막바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자가 육묘를 시작한 샌버나드 농장에서 기존의 그린하우스를 사용하면서 시설의 한계를 느끼고 많은 돈을 들여 그린하우스를 자체 제작했다. 하지만, 기후 등의 한계로 인해 새로 지은 그린하우스를 그대로 둔 채 옥스나드로 농장을 옮겼다. 옥스나드에서도 다른 농장의 그린하우스를 빌려 시설을 보강해 가며 육묘를 했기에 제대로 된 자체 그린하우스에 대한 갈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옥스나드에서는 모종이 기대한 대로 자랐고 시험재배를 통해 딸기의 맛도 확인이 되었다. 이에 본격적인 확장을 위해 한국에서 컨테이너로 자재를 실어와 그린하우스를 제작한지 이제 1달이 지났다.   아침 6시부터 시작하여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면서 함께 작업하는 분들도 모두 지쳐가지만 땀은 배신을 하지 않았다. 이제 골격이 완성되고 지붕에 비닐을 씌우고 천창(온도조절과 환기를 위해 열리고 닫히는 지붕의 창)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할 때는 바람이 불면 안되기에 아침 6시에 작업을 하여 비닐을 씌우고 마감을 한다. 다행히 지난 주까지는 날씨가 덥지 않았지만 지난 주부터 무더위가 시작되어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   한국에서 온 전문가들은 부족한 장비와 낯선 환경 속에서도 작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방법들을 고안하며 일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는 이 동네 친구들은 이런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방법들을 처음 보는지 마냥 신기해 한다. 예를 들어, 지붕에 파이프를 고정할 때도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골프카트에 작업대를 여러 대 연결하여 동시에 4명이서 작업을 하고 순식간에 이동을 한다. 사다리를 오르내리며 작업하는 것보다 속도가 3-4배는 빠른 것 같다.   한 달을 쉬지 않고 이렇게 일을 하다 보니 다들 아프지 않은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친구들은 매일 일을 하면 근육도 생기고 건강해지겠다며 농담을 하지만, 노동과 운동은 엄연히 다르다. 필자가 늘 말 하기를 노동과 운동과 이동은 다른 것이다. 우리가 헬스 클럽에 운동을 하러 갈 때, 러닝머신을 열심히 뛰면서도 주차는 가까운 곳에 하려고 주차장을 몇 바퀴 도는 경우가 있다. 러닝머신을 뛰는 것은 운동이고 주차장에서 걸어가는 것은 이동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역기나 아령을 드는 것은 운동이고 짐을 옮기는 것은 노동이다.      이사를 준비 중인 모종들   이렇게 다들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준 덕에 이달 말이면 예정대로 그린하우스가 완공이 되어 모종을 이사하게 된다. 지금 그린하우스에 있는 모종들은 어미묘에서 나온 러너를 자묘 포트에 심어 자라고 있는 상태이다. 즉 어미묘와 자묘들이 줄기로 연결이 되어 있다. 하나의 어미묘에서 많게는 20개의 자묘들이 연결되어 있다. 말하자면 아직 탯줄을 자르지 않은 상태이다.   이 상태로 모종들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나의 어미묘 포트와 4개의 자묘포트를 동시에 들어서 옮기고 이를 또 새로운 그린하우스의 베드에 안착시켜야 하는데, 모든 포트들을 그렇게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온실팀이 그린하우스를 제작하는 동안 육묘팀은 충분히 성장한 자묘들을 어미묘에서 분리시켜 어미묘 포트로 옮겨 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새로 지을 온실에 필요한 어미묘의 수는 약 1만2000주이므로 하루에 1000주씩 심어도 2주가 걸린다. 물론 새로 지을 그린 하우스에 포트를 설치하고 상토(흙)을 채워둔 상태에서 자묘들을 뽑아가서 심어도 되지만, 시기 등 여러 요건을 고려했을 때 미리 심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28피트 트럭에 어미묘 포트를 실을 경우, 한번에 많아야 6-700주 정도가 실린다. 1만2000주를 포트에 심은 채로 옮기기 위해서는 트럭으로 약 20번을 왕복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모종의 이동은 가급적 해가 뜨지 않은 시간에 해야 하기에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이 또한 행복한 고민이다. 한 주의 모종이 아쉬웠던 생각을 하면, 모종만 많아진다면 밤 몇 대의 트럭을 동원하고 밤잠을 안 자고도 기쁜 마음으로 옮길 수 있다.   딸기는 계속된다   이달 말이면 내 집 마련의 꿈과 같았던 그린하우스의 공사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그리고 새 그린하우스에서 건강한 모종들을 많이 생산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최종목표는 모종을 생산하는 일이 아니라 맛있는 딸기를 재배해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생산된 모종으로 딸기를 재배할 그린하우스가 또 필요하다.   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같은 수의 모종을 키우는 공간보다 5배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다. 현재 옥스나드 지역은 땅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다. 거의 모든 땅들이 농사를 짓고 있고, 다들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딸기를 재배할 땅을 구하러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중, 시마 농장 사장님의 배려로 올해 재배에 필요한 부지를 제공받게 되었다.   그 공간에 다시 그린하우스를 만들어서 10월부터 딸기 생산에 들어가야 한다. 재배를 할 그린하우스는 육묘동보다는 간단한 형태로 제작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시작을 하고 나면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겨 자꾸 일이 커지게 된다. 완공되는 그린하우스에 모종을 옮기고 나면 육묘와 동시에 재배동을 짓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주변에서는 안 하던 일을 하며 고생하는 필자를 보고 안타까운 마음인지 언제 끝이 나냐고 묻지만, 아직 시작이고 끝이 나면 안 되는 것이다. 끝없이 짓고 계속 키워야 한다. 121분의 한인 선조들이 미국 땅에서 자리를 잡아온 과정은 이보다 더 험난한 일들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미국 땅에서 한국 딸기가 주로 품종으로 자리를 잡는 그 날까지 짓고 키우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문종범   보스턴대학을 나와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1년간 건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한국의 IT 업체 '와이즈와이어즈'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미국에와서 딸기 농부가 됐다. 관련기사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5) 무모했던 딸기농사, 곧 1만배 성장 결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4) ‘온실 드림팀’과 꿈을 건설하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3) 쇠파이프와 사투, 50톤을 내려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2) 지으려면 부숴야하고 부숴야 배운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0) 570년전 조선, 세계 최초 온실 만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9) 미국서 K농업 첫발…고품질 한국산 설비 LA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8) 한국서 자재 50톤 공수작전 시작됐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7) 인재 키우기가 농사보다 더 힘들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5) 그래, 딸기농사 오늘부터 1일째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4) 옥스나드 상륙작전, 카운트 다운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3) 자라지 않는 모종, 이유는 '짠물 지하수'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2) 농부라 쓰고 맥가이버라 읽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1) 요즘 농부 필수품은 스패니시·유튜브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0) 눈물을 머금고 꽃대를 꺾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9) 마침내 시식회…"한국딸기 그 맛" 감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8) LA, 30년만의 눈…농부는 속이 탄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7) 모종 담요 10장사니 "노숙자 아냐?" 수군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6) 벼락치기로 육묘배워 사막행…시련의 시작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5) '딸기 명당' 찾았더니 위기가 찾아왔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4) 프로 농부들의 현장 노하우를 베끼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3) 병아리 10마리서 16조원 신화, 딸기로 도전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 한국 딸기, 유리병에 담겨 미국 이민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 키우기 힘든 금실, 너로 정했다 문종범 농부·경영학박사 [email protected]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도전기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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