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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슈렉 포에버(Shrek Forever After)] '10년 이야기' 감동과 재미로 해피엔딩

슈렉만큼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또 있을까. 징글맞게도 못생겼고 몸매도 저질에 사는 곳은 진흙구덩이 늪지. 거기다 하는 짓도 어설프고 같이 노는 친구들도 하나같이 한심하기 짝이 없지만 착하고 정의롭고 용감해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감독: 마이크 미첼 목소리 출연: 마이크 마이어스, 캐머런 디아즈, 에디 머피,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장르: 애니메이션, 가족, 모험, 코미디 등급: PG '모름지기 만화 주인공은 귀엽고 깜찍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 버리며 혜성같이 등장해 애니메이션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낸 사랑스런 초록 괴물 슈렉. 2001년 첫 편이 나왔으니 전세계 영화팬들이 슈렉과 친구가 된 지도 10년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는 이별의 시간이라고 슈렉과 피오나 덩키와 장화신은 고양이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슬퍼들 마시라. 슈렉이 마지막으로 크게 한 판 모험을 벌인다. 그리고 기막힌 해피엔딩을 선사한다.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래요'로 끝맺어 두고두고 흐뭇하게 슈렉과 친구들을 그리워할 만한 슈렉 스토리의 마지막 챕터(Final Chapter) '슈렉 포에버'(Shrek Forever After)다. 완결편으로서의 서비스도 확실하다.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를 통해 보여 준 드림웍스표 정교한 3D 기술까지 입었다. 피오나와 결혼해 아들 딸을 셋씩이나 낳고 오순도순 살고 있는 슈렉. 아이들 재롱 친구들과의 여유로운 저녁식사 등으로 남 부러울 것 없이 사는 듯 보이지만 가끔은 '초록 괴물'로 종횡무진 맘대로 세상을 휘젓고 다니던 시절이 그립다. 반복되는 평화로운 일상이 문득 지겨워진 어느 날 슈렉에게 달콤한 유혹의 손길이 다가온다. 동화 속 악당인 럼펠스킨이 딱 하루 슈렉을 과거의 어느 날로 보내주겠다며 요술 계약서를 내민 것. 하지만 계약서에 사인을 한 슈렉이 가게 된 과거는 이미 '머나 먼 왕국'을 손에 넣고 싶어 하던 럼펠스킨의 계략으로 엉망이 된 상태다. 게다가 피오나 덩키 장화신은 고양이는 슈렉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모든 것이 혼란에 빠진 '머나 먼 왕국'을 원래대로 되돌리고 럼펠스킨의 마법을 풀기 위한 슈렉의 마지막 모험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슈렉 포에버'는 3편에서 약간 주춤했던 슈렉 시리즈 특유의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았다. 극장에선 아이들의 '와아'하는 함성과 '까르르'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터진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동심으로 돌아가 '킥킥' 웃어댄다. 그러다가 막판엔 가슴이 울컥해지는 감동마저 받는다. 아이들이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른 어른들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이 있고 가슴 따뜻한 사랑과 우정이 '슈렉 포에버'에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역시 슈렉이다. 덕분에 그동안 참 즐거웠다. 우리의 사랑스런 초록 괴물 그리고 그의 연인 피오나 수다쟁이 덩키 그리고 귀여운 장화신은 고양이까지. 마지막 편의 제목처럼 그 후로도 오랫동안 영화 속 세상에서 행복하길!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5-21

[영화 리뷰 - 로빈 후드(Robin Hood)] 로빈후드는 이렇게 시작됐다

로빈 후드 스토리는 '클래식'이다. 한국인에게 장길산의 스토리가 열번 스무번을 되풀이해도 매력적인 소재라면 영미권 영화팬들에겐 로빈 후드가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감독: 리들리 스콧 주연: 러셀 크로우, 케이트 블랑솃 장르: 액션, 드라마 등급: PG-13 12일 깐느 영화제 개막작으로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낸 후 14일 전 세계에 동시개봉된 영화 '로빈 후드'(Robin Hood)는 똑같은 전설의 인물을 조명하고 있으면서도 그 시각을 달리한다. 로빈 후드가 왜 숲 속으로 들어가 의적의 길을 택하게 됐는지 영웅담 그 이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로빈 후드 비긴스'(Robin Hood Begins)쯤이 되겠다. 영화는 로빈 롱스트라이드라는 평범한 전쟁 용병이 어떻게 자신의 신분을 깨닫고 존엄성을 되찾아 기사들을 의기투합시켜 왕의 폭정에 맞서는 시대의 영웅이 되는지를 꼼꼼히 그린다. '글레디에이터'(Gladiator)의 명콤비이던 리들리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우가 다시 한번 뭉쳐 영웅 서사극에서 찬란히 빛나는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했다. 로빈 후드의 동반자 마리암 역을 맡은 케이트 블랑셋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우아한 여걸' 로서의 면모를 또 다시 뽐낸다. 영화가 담아낸 13세기 유럽의 전쟁신은 '아바타'나 '아이언맨' 시리즈 등이 보여주는 첨단 무기들의 격돌 못지 않게 생생하고 다이내믹하다. 성문을 부수고 창을 든 채 격돌하는 군대의 패기나 기마병들이 어지러이 뒤섞여 검을 부딪치는 소리는 짜릿하고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로빈 후드 스토리에 절대 빠질 수 없는 활과 화살로 그려지는 액션신들도 정교한 클로즈업과 스펙터클한 스케일의 비행촬영방식을 넘나들며 즐거움을 준다. 영국 귀족 기사들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있는 고어체 대사들은 정신없는 액션들 사이에서도 묘한 위엄과 비장미를 느끼게 한다. 다만 로빈 후드라는 인물에 생생함을 부여하기 위해 영화 초반부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이 아쉽다. 십자군 전쟁과 영프전쟁 영국 왕실의 타락과 지방귀족들의 봉기 등 세계사적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정확히 따라가기가 다소 버겁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5-14

[영화 리뷰 - 레터 투 줄리엣(Letters To Juliet)] 여성들이 꿈꾸는 동화같은 사랑

이탈리아 베로나는 사랑의 도시다. 로미오가 줄리엣을 처음 만난 곳 두 사람의 두려움 없는 사랑이 찬란히 빛났던 곳…. 감독: 게리 위닉 주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장르: 멜로, 드라마 등급: PG 그 곳 베로나엔 아직도 사랑으로 고민하고 아파하는 많은 소녀들이 줄리엣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지를 적어 붙여 놓는 '줄리엣의 벽'이 있다. 그리고 그 편지 하나하나에 정성스런 답장을 써 보내는 '줄리엣의 비서'들이 일을 하고 있다. 뉴욕의 잡지사에서 일하며 언젠가 자신의 글이 잡지에 실릴 날을 기다리는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약혼자와 함께 베로나를 방문했다가 이 '줄리엣의 비서'들과 친구가 된다. 우연히 50여년전 한 소녀가 줄리엣에게 쓴 편지를 보고 이에 답장을 쓰게 된 소피는 그녀의 편지에 용기를 얻어 옛사랑을 만나기 위해 이탈리아를 찾은 편지의 주인공 클레어와 조우하게 된다. 그리고 소피는 클레어 그리고 그녀의 손자 찰리와 함께 50여년전 클레어의 첫 사랑이던 로렌조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영화 '레터 투 줄리엣'(Letters To Juliet)은 꽤나 '닭살'스러운 영화다. 하이틴 로맨스에서나 나올법한 대사들이 넘쳐나고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들이 전개된다. 하지만 동시에 영화는 여성들이 맘 한 켠에서 꿈꾸고 있을 동화같은 사랑에 대한 열망을 맘껏 펼쳐 보인다. 그 누구라도 베로나에 가면 줄리엣에게 편지를 보내면 시공간을 넘어선 사랑이 이뤄질 것만 같은 시간이다. 이경민 기자

2010-05-14

[영화 리뷰 - 아이언 맨 2 (Iron Man 2)] 더 세진 아이언맨 수트

"내가 바로 아이언 맨이오!" 감독: 존 파브로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펠트로, 스칼렛 요한슨, 미키 루크 등 장르: 액션, 모험, SF 등급: PG-13 '아이언 맨'(Iron Man) 1편은 그렇게 끝났었다. 우리의 영웅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로써 더 흥미진진해진 속편을 관객들에게 약속했던 셈이다. 그리고 그는 1년 만에 돌아왔다. 과연 그는 더 강해졌을까? 영화는 더 재미있어졌을까? 7일 개봉한 영화 '아이언 맨 2'(Iron Man2)는 이 같은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언 맨 2'는 올 여름 박스오피스 정복을 기다리며 야심 차게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대작 영화들의 첫 타석을 멋지게 장식한다. 깡 소리 나는 경쾌한 배트의 울림과 함께 펜스를 가볍게 넘길 홈런 감이다. 아이언 맨 수트는 한층 업그레이드돼 다양한 무기와 기술을 뽐낸다. 덕분에 액션들은 한층 시원하고 다채로워졌고 배경 역시 이곳 저곳을 옮겨 다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야기는 자신의 정체를 밝힌 군수업계의 황태자이자 무기 개발의 천재 토니 스타크가 새로운 위기에 처한다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약간의 자아도취에 빠져 지내던 토니. 군 당국은 안보 문제를 거론해 아이언 맨 수트의 기술을 넘기라고 그를 압박하지만 토니는 콧방귀를 뀐다. 아이언 맨 수트의 원천 기술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첨단 지식의 결정체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이는 그의 오만에서 온 착각일 뿐. 토니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에게 원한을 갖고 있던 러시아 출신 또 다른 천재 이반 반코(미키 루크)가 똑같은 기술을 가지고 토니 스타크를 파멸시키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마침 아이언 맨 수트 기술을 탐내 하던 라이벌 해머사는 이반을 몰래 도와 스타크사를 몰락시키기 위한 공작을 꾸민다. '아이언 맨2'를 보는 재미는 역시 괴짜 난봉꾼 수퍼 히어로 토니 스타크가 사면초가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적과 맞서 싸우는 과정에 있다. 남들처럼 비밀도 없고 아주 어두운 과거가 있는 것도 아닌 '쿨'한 수퍼 히어로의 활약상은 그 캐릭터만큼이나 기발하고 통쾌하다. 다만 지극히 단순 명료해 그저 신나게 즐기기만 하면 됐던 1편에 비해 2편은 다소 복잡해진 이야기 구조와 늘어난 캐릭터들도 그 재미가 반감됐다. 가문의 원수와 사업의 라이벌이 동시에 등장한데다 친구와의 갈등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 건강 악화 연인 페퍼(기네스 펠트로)가 아닌 제3의 여인의 등장 등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오히려 극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영화 중간 부분이 살짝 지루한 것도 그 때문. 하지만 '아이언 맨'의 매력은 어디 가질 않는다. 엔딩 크레딧까지 끝난 후 또 다른 속편을 암시하는 짧은 보너스 영상을 보며 빨리 3편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저절로 들 정도다. 최근 영화의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사가 아이맥스(IMAX) 영화관들과 계약을 체결 자사의 주요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아이맥스에서 상영하기로 결정해 '아이언 맨 2' 역시 전국의 널찍한 아이맥스 스크린에서 감상할 수 있다. 덕분에 한층 시원하고 생동감 넘치는 액션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점은 '아이언 맨 2'가 주는 또 다른 보너스 선물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5-07

[영화 리뷰 - 굿 하트(The Good Heart)] 너무 다른 그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뉴욕 한 병원의 응급실에 두 남자가 실려온다.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사는데다 불면증에 고약한 성격까지 지닌 자크(브라이언 콕스)는 걸핏하면 심장발작을 일으켜 병원 신세를 지는 게 일상이다. 감독: 다구르 카리 출연: 브라이언 콕스, 폴 다노 장르: 드라마 등급: 없음 반면 루카스(폴 다노)는 노숙자 신세로 배를 곯아도 길 잃은 새끼 고양이에게만큼은 생선 통조림을 사다 먹일 만큼 여리디 여린 착한 마음의 소유자로 문득 삶에 지쳐 손목을 긋고 자살을 시도하다 병원에 실려 온 케이스다. 단골손님만 받는 오래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자크는 입원실에서 만난 루카스를 거둬 자신의 '후계자'로 키우기로 결심 그를 집에 들인다. 루카스 역시 자크를 따라 술집을 운영하는 법을 배우며 하루하루를 산다. 어차피 혈혈단신인 두 사람은 극도로 다른 성격과 생활습관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의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런 그들 앞에 집도 절도 없는 비밀스런 여인 에이프릴이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어그러진다. 에이프릴을 돕고 싶어하는 루카스와 예정에 없던 제 3자가 자신의 삶에 등장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자크 간의 갈등이 생기는 것. 게다가 자크의 심장병은 더 악화되기만 해 얼른 심장 이식을 받아야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제목인 '굿 하트'(The Good Heart)는 영화를 관통하는 소재인 '착한 마음'이란 뜻과 자크가 간절히 원하는 '건강한 심장'의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굿 하트'는 덴마크 아이슬랜드 프랑스 독일 그리고 미국의 합작 영화다. 두 주인공의 잘 빚어진 캐릭터를 유쾌하게 대치시키는 방법이나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그리는 극적 솜씨는 지극히 미국적이다. 뉴욕이란 도시의 잿빛 차가움을 그려내는 영상미나 느릿하면서도 사색의 여유를 남겨주는 영화적 리듬 그리고 조금은 모호한 제3의 인물을 등장시키는 방식은 유럽적인 느낌도 강하다. 비극과 희극 시트콤적 요소와 서사적 드라마의 요소들이 잘 조합돼 편안하면서도 진지하게 감상하기 좋은 작품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떠나 '굿 하트'는 참 따뜻하고 뭉클하다. 자신이 외로운지도 모르고 살아오다 서로를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변화해 가는 자크와 루카스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 한구석 쓸쓸함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징그럽도록 퉁명스럽지만 알고 보면 맘 약하고 정 많은 자크 한없이 유약하고 멍청할 만큼 세상을 모르지만 특유의 따뜻함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루카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위로가 된다. 음악도 좋다. 아스라히 울리는 피아노 선율 위에 얹어진 바이올린과 첼로의 처량한 울음은 가슴 찡한 영화의 분위기와 퍽 잘 어울린다. 이경민 기자 rachel@kroeadaily.com

2010-04-30

[영화 리뷰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ood, The Bad, The Weird)] '김치 웨스턴' 미국에도 왔다

'김치 웨스턴'.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23일부터 미국내 개봉을 시작한 한국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The Good The Bad The Weird . 이하 놈놈놈)을 그렇게 부른다.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장르: 서부, 액션, 코미디 등급: 없음 (한국은 15세 이상 관람가) '놈놈놈'은 한국에서는 2008년 7월 개봉돼 686만여 관객을 동원한 대작이다. 제작비만도 1700만 달러 수준. 뉴욕타임스가 '한국에서 가장 비싼 영화'라 표현 했을 정도로 기존에 미국에 소개돼 정식 배급된 한국 영화들 중에서는 '블록버스터'급에 속한다.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 등 미국 영화팬들이 관심을 보였던 김지운 감독의 전작과는 스케일과 스타일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도 '놈놈놈'의 미국 개봉은 화제가 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지 아이 조'(G.I.Joe) 등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이병헌과 봉준호 감독의 '괴물' 박찬욱 감독의 '박쥐' 등을 통해 꾸준히 주류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려온 송강호 등이 출연한다는 것도 골수 한국영화팬들에게는 관심거리다. 배급사는 IFC로 인디 영화나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각국 영화들의 극장 배급 비디오 유통 온 디멘드(On Demand) 서비스 등을 맡아 하는 곳이다. 뉴욕과 LA인근 시카고 등 일부 지역에서만 소규모로 상영을 시작한 후 관객 추이를 파악해 차츰 스크린 수를 늘려가는 방식으로 개봉이 확대될 예정이다. 영화는 법도 질서도 인간미도 찾아볼 수 없던 1930년대 만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시공간에 있어서는 판타지적인 느낌이 더 진하게 묻어난다. 열차털이범인 '이상한 놈' 윤태구(송강호) 돈 되는 것은 뭐든지 좇는 현상금 사냥꾼 '좋은 놈' 박도원(정우성) 원하는 것은 손에 넣고야 마는 마적단의 두목 '나쁜 놈' 박창이(이병헌)는 우연히 발견된 정체불명의 지도 한 장을 놓고 대륙을 누비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계속한다. 그들의 추격전은 대평원을 가르는 증기기관차 위 구식 오토바이와 달리는 말 사이 허름한 귀시장 문틈 등 장소와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여기에 따르는 역동적이고도 아찔한 액션 신들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많은 한국형 블록버스트들이 CG에 의존하는 데 비해 도르레와 폭탄 등의 온갖 장치와 실제 스턴트맨들의 몸을 던지는 열연을 통해 담아낸 장면들이 호사스러울 만큼 영화 전체를 장식한다. 다만 정신없이 2시간 20분을 영화에 빠져 보내고 난 뒤에도 완벽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상의 허점 흥미유발을 위해 미리 던져 놓은 일부 소재들에 대한 마무리 부족 등이 '놈놈놈'을 본 후 약간의 허무함이 밀려들게 만든다. 하지만 옛날 할리우드 서부극이 그랬듯 '김치 웨스턴'의 목적도 속시원한 액션과 재미뿐이라면 누구도 함부로 '놈놈놈'에게 손가락질을 하진 못할 것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4-23

[영화 리뷰 - 웬 유 아 스트레인지(When You're Strange: A Film About The Doors)] 70년대 한 아티스트의 처절한 예술혼

반전과 평화에 대한 갈망 들끓는 저항의 에너지 영적.지적인 각성을 위해 몸부림치던 젊음. 감독: 톰 디칠로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R 록그룹 '도어즈'(The Doors)의 시대는 그랬다. 27세의 나이에 요절했던 그룹의 리더이자 보컬인 짐 모리슨은 그래서 더욱 그 시대의 아이콘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올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지난 9일 정식 개봉한 다큐멘터리 '웬 유 아 스트레인지'(When You're Strange: A Film About The Doors)는 짐 모리슨에 대한 기록이다. 1966년부터 71년까지 '도어즈'의 데뷔에서 시작해 짐 모리슨 사망에 이르기까지 공연 실황 뉴스 클립 인터뷰 비공개 개인소장 영상까지 방대한 자료가 담겨 있다. '도어즈'의 열혈 숭배자로 유명한 배우 조니 뎁이 나레이션을 맡았다. 시간 흐름 순으로 잘 정돈돼 펼쳐지는 영상들은 뮤지션인 동시에 너무도 천재적이었던 '록앤롤의 시인'이자 위험하고도 고도로 지적인 '무당'과도 같았던 짐 모리슨의 삶을 조명한다. 그렇다고 짐 모리슨을 영웅화시키지도 신격화시키지도 않는다. 다만 그와 '도어즈'의 공연 장면들이 당시 그들이 갖던 의미와 파급력을 조용히 전달할 뿐이다. 짐 모리슨이 술과 마약에 찌들어 예상치못한 파괴적 행동을 일삼았던 모습들도 고의적으로 빼놓진 않았다. 하지만 영화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시대적 요구들을 적절히 짚어냄으로써 이것이 짐 모리슨이라는 개인의 기행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던 한 아티스트의 처절한 예술혼이었음을 보여준다. 91년 올리버 스톤 감독 연출 발 킬머 주연으로 개봉됐던 극영화 2'도어즈'(The Doors)의 너무도 환각적이었던 분위기에 못마땅했던 팬들이라면 '웬 유 아 스트레인지'에 적잖이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피플 아 스트레인지'(People are strange) '디 엔드'(The End) '헬로 아이 러브 유'(Hello I love You) '라이트 마이 파이어'(Light My Fire)등을 라이브 영상으로 보는 재미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이경민 기자

2010-04-16

[영화 리뷰 - 의형제] 간첩과 첩보원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된다

배신자로 오인받아 조국으로부터 버려진 남파간첩 지원(강동원)과 작전실패 후 정리해고 당한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가 만났다. 6년 전 작전현장에서 스쳐 지나간 둘은 서로가 서로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지금의 처지를 알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흥신소 사장과 직원으로 다시 만난다. 감독: 장훈 출연: 송강호, 강동원 장르: 드라마, 액션 개봉관: 엠팍극장 서로에 대한 정보를 빼내고 공을 세워 각각 북으로 복귀하고 간첩체포 포상금을 챙겨보려는 두 사람.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의 사연에 대해 알아갈수록 둘 사이엔 뭐라 말 할 수 없는 형제애가 싹트게 된다. 영화 '의형제'는 한국에서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대박을 기록한 작품이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남북 긴장관계란 정치적 현실 앞에 인간 대 인간 존재 대 존재로 마주하게 된 서로 다른 운명의 두 남자 이야기가 탄탄하고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념과 목적이 희석돼 버린 상태에서 인간적으로 서로에게 기대게 되는 사연 있는 남자들의 모습이 아이러니컬한 재미를 주면서도 감정적으로 동화가 되도록 빼어나게 그려졌다. 긴장과 이완 액션과 드라마 진지함과 코믹함을 유려히 오가 영화 보는 재미를 한층 더한다. 최근 열린 백상예술대상에서 시나리오상과 감독상을 수상할 만한 전개요 연출이다. 송강호 강동원 두 배우의 연기도 뛰어나다. 특히 송강호는 '연기 종합 선물 세트'를 선보인다. 너무 극단적이거나 우스꽝스럽지 않으면서도 독기와 애잔함을 적절히 배합해 한규 역을 빼어나게 연기했다. 강동원은 더 이상 얼굴로만 승부하는 꽃미남 배우에 그치지 않겠다는 듯 장면 장면을 아우르는 은근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인간적 남파간첩을 훌륭히 그려냈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4-02

[영화 리뷰 - 타이탄(Clash of the Titans)] 3D로 부활한 그리스 신화와 영웅 이야기

'타이탄'(Clash of the Titans)은 1981년 개봉됐던 동명의 영화를 3D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신과 인간의 충돌과 영웅의 탄생을 다룬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감독: 루이스 리터리어 출연: 샘 워싱턴, 리암 니슨, 랠프 파인즈 등 장르: 액션, 모험, 판타지 등급: PG-13 제우스 신(리암 니슨)과 인간인 어머니 사이에서 축복받지 못한 채 태어난 페르세우스(샘 워싱턴)는 바다에 버려졌다 어부인 양부모를 만나 훌륭히 성장한다. 그러나 신들의 전능함을 비웃는 인간들의 교만에 진노한 죽음과 파멸의 신 하데스에게 양부모와 누이동생 모두를 잃게 된다. 하데스는 인간들을 멸망시키는 것은 물론 제우스에게마저 도전하려 한다. 그 사이 가족을 잃고 절망에 휩싸였던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출생을 비밀을 알게 되고 하데스에 대한 복수와 인간세계를 구원시키려는 두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데스가 보낸 바다괴물 크라겐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 메두사의 목을 찾아 모험의 여행길을 떠나게 된다. '타이탄'은 '보는 재미'가 전부인 작품이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신들의 등장이나 다양한 괴물들의 모습 등은 다채롭고 화려하다. 3D로 표현해낸 산과 바다 등 배경들도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블록버스터급 영화들은 기본으로 3시간을 넘기는 시대지만 '타이탄'은 이야기를 110분 내에 압축적으로 담아냈다. 덕분에 영웅의 여정은 숨가쁘도록 빠르다. 하지만 신화가 갖고 있는 스토리의 핵심 즉 신에게 대항하려는 인간의 욕망과 그들을 짓누르기도 농락하기도 하는 신들의 모습 그리고 인간과 신의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영웅의 갈등 등이 너무나 피상적으로 그려진 탓에 멋진 시각효과마저 그 빛이 퇴색되는 아쉬움도 남긴다. 너무나 일차원적인 영웅의 모험담으로 간소화된 이야기탓에 화려한 시각효과의 잔치에도 불구하고 얼핏 어린이용 괴수 영화가 연상된다. 그리스 신화인 탓에 다소 고전적이고도 연극적인 대사와 상황이 몇몇 눈에 띄는데 인물의 내면이 그려지지 않다 보니 이 장면들이 유난히 유치하고 겉도는 듯 보여 안타깝다. 객석에서도 진지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가끔 실소가 터진다. '아바타'에 이어 또 다시 영웅의 캐릭터를 연기한 샘 워싱턴은 러셀 크로우의 느낌마저 풍기며 꽤나 호연했지만 시종일관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4-02

[영화 리뷰 -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 '아바타 보다 더 생생한 입체효과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재미나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친근감이 느껴지는 귀여운 캐릭터들, 환상적 색감의 아름다운 배경, 거기에 객석 팔걸이를 꽈악 쥐게 만들만큼 입체감과 속도감을 느끼게 하는 3D 효과까지. 감독: 딘 데블로이스, 크리스 샌더스 목소리출연: 제이 바루첼, 제라드 버틀러 등 장르: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가족 등급: PG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에는 없는 게 없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한 유약한 소년의 성장기이자, 드래곤과 인간의 아름다운 화합의 이야기다. 주인공 히컵은 하늘을 나는 드래곤들의 습격으로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바이킹 마을에 살고 있다. 히컵의 아버지는 누구보다 용감한 바이킹들의 족장으로 드래곤들과의 전쟁에서 언제나 앞장을 서지만, 히컵은 몸도 약하고 겁도 많은 골칫거리일 뿐이다. 마을을 지킬 미래의 용사가 되기 위해 훈련도 받아보지만, 친구들에 비해 뒤져도 한참 뒤지는데다 마음까지 여려 드래곤을 해칠 엄두조차 못 낸다. 그러던 어느날 히컵은 우연히 부상당한 드래곤을 만나, 친구가 된다. 히컵은 부상당한 드래곤을 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드래곤들이 생각만큼 무섭지도, 위험하지도 않단 사실을 알게 되면서 드래곤을 길들이기 시작한다. 무기를 들고 덤벼 정복하는 방식보다, 드래곤과 친구가 돼 그들과 자유자재로 하늘을 나는 드래곤 다루기의 1인자가 된 것. 마을 사람들은 히컵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히컵은 오히려 친구 드래곤들과 함께 위험에 빠진 마을 사람들을 구해 낸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기본적인 것들에 매우 충실하다. 뻔한 스토리 라인이지만 잔 재주를 부리지 않고 뚝심있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 그 안에 담긴 따뜻한 가치들을 예쁘게 펼쳐 보인다. 애니메이션마다 한 둘쯤은 끼워 넣는 까불이 코믹 캐릭터도 깔끔히 생략했다. 낄낄대는 웃음 포인트는 적지만, 오히려 이야기는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감동은 크고도 진하다. 처음엔 괴상망측하게만 보이던 드래곤들에게도 금방 친근감이 느껴진다. 조금은 어두운 톤이지만, 세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색감의 조화를 이루는 배경도 퍽 매력적이다. 압권은 3D효과다. ‘아바타’의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생생한 입체효과에 앉아서도 몸을 움찔움찔하게 될 정도다. 드래곤을 타고 쏜살같이 바다 위를 누비는 장면들에선 칼날같은 바람이 얼굴에 와 닿아 느껴질듯한 착각마저 든다. 성인들은 흐뭇한 미소로, 아이들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함께 탄성을 지르며 ‘드래곤 길들이기’에 빠진다. 착하고, 신나고, 재밌다. 어린 자녀들과 손 잡고 가서 즐기기에 이보다 완벽한 영화도 드물 것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3-26

[영화 리뷰 - 하모니] 화해와 용서를 이끄는 '기적의 화음'

교도소에도 ‘사람’이 산다. 죄를 짓고 형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사랑이 없는 것도, 웃음과 눈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감독: 강대규 출연: 김윤진, 나문희 장르: 드라마 등급: PG-13 상영관: 엠팍극장 영화 ‘하모니’는 ‘형행법상 여성수용자가 교정시설에서 출산할 경우, 유아를 교정시설 내에서 양육할 수 있는 기간은 생후 18개월까지로 제한한다’는 짤막한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청주 여자 교도소를 배경으로, 죄는 있으나 그에 따른 사연 또한 숨기고 사는 여성 수감자들이 주인공이다. 구타를 일삼던 의처증 남편의 폭력에서 뱃속 아기를 보호하려다 살인을 저지른 정혜(김윤진)는 교도소에서 아들 민우를 낳는다. 민우는 음대교수 출신 사형수 문옥(나문희)을 비롯한 정혜의 같은 방 수감자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지만, 모자간의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은 다가온다. 아들과 마지막 추억을 만들고 싶은 정혜는 문옥과 함께 교도소 내 합창단을 만들어 공연을 펼치고, 그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소리는 단순한 노래를 넘어 교도소 안팎에서 화해와 용서를 이끄는 기적의 화음이 된다. ‘하모니’는 정말 지독히도 관객을 울린다. 하지만 어거지 설정이나 상투적 대사의 그림자는 없다. 덕분에 아무리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눈물이라도, 느낌이 새롭다. 영화는 수감 중 출산한 아이와 헤어져야 하는 엄마의 마음, 상처와 죄책감과 세상에 대한 분노로 괴로워하는 죄수들이 음악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전과자라는 낙인에 마지막 남은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히는 세상의 차가움, 그리고 그 세상과의 용서와 화해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 보인다. 교도소 안 여성 수감자들이란 특수한 공간과 인물들을 통해, 그들이 대면할 수밖에 없는 갖가지 상황의 단면들을 툭툭 던져 보는 이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는다. 가끔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하고자 한 젊은 감독의 과한 욕심이나 세련되지 못하게 뭉툭 뭉툭 이어 놓은 장면들이 서툴러 보이기도 하지만, 교도소란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을 따스하게 바라본 애정어린 시선은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포근한 힘이 돼 객석을 사로잡는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윤진과 대배우 나문희의 열연도 단연 돋보인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정수영, 박준면 등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두 주연을 잘 뒷받침했다. ‘시스터 액트’를 연상시키는 합창 장면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조촐한 피아노 반주로 시작된 노래가 갑자기 화려한 악기들로 편곡돼 공연되니 그야말로 생뚱맞다. 직접 노래를 하지 않는 배우들의 경우 음악과 싱크가 잘 맞지 않는 장면도 더러 보여 뜨겁게 몰입됐던 감정에 찬 물을 맞은 기분도 든다. 모처럼 만난 신선한 감동 드라마 ‘하모니’가 남긴 유일한 아쉬움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3-19

[영화 리뷰 - 그린 존(Green Zone)] 이라크 전쟁에 감춰진 음모를 찾아라

이라크 전쟁에 감춰진 음모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 '그린존'(Green Zone)은 '본 수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등을 통해 멋진 호흡을 자랑한 바 있는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의 또 다른 합작품이다. 감독: 폴 그랜그래스 출연: 맷 데이먼, 제이슨 아이삭스 장르: 전쟁, 액션, 드라마 등급: R 제목인 '그린존'은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후 바그다드 궁을 개조해 만든 미군의 특별 경계구역으로 미군 사령부와 정부청사가 자리해 전쟁터 속 유일한 안전과 유흥이 보장되는 성역과도 같은 공간을 의미한다. 배경은 2003년. 로이 밀러 선임준위(맷 데이먼)는 군의 명령에 따라 이라크에 숨겨진 대량 살상 무기를 찾는 임무에 착수한다. 그러나 위에서 전달돼 오는 군사 정보는 그가 이라크 전장에서 실제 마주하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자신들의 임무에 뭔가 감춰진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밀러 준위는 그 음모를 밝히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가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음을 파악하게 된다. 그의 수상한 태도에 미군 당국은 긴장하고 그를 경계하지만 밀러는 진실을 향한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영화는 박진감 넘치는 전쟁신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도배돼 있다. 엄청난 스릴과 긴장감이 잠시 숨 돌릴 틈도 주지 않을 정도다. 핸드 헬드 기법을 사용 마구 들이대며 크게 흔들리는 그대로를 담아낸 화면은 매우 사실적이다. 초반부터 이야기의 결말을 대충은 짐작할 수 있지만 아주 빠른 호흡으로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전투 추격신들 덕에 지루할 틈이 없다. 맷 데이먼을 무리해 전쟁 영웅으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음모를 파헤치는 강단 있는 군인으로 표현해 낸 방식이 아주 세련되면서도 멋지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3-12

[영화 리뷰 - 마더] "내 아들은 내가 구한다" 독기 품은 엄마

엄마가 뿔났다. 금지옥엽 귀하디 귀하게 키워 온 아들이 살인 누명을 쓴 것이다. 조금 모자라긴 하지만 물방개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착한 아이란 걸 배 아파 낳은 엄마가 제일 잘 안다. 감독: 봉준호 주연: 김혜자, 원빈 장르: 스릴러, 드라마 등급: R 뿔 난 엄마는 두려울 것이 없다. 내 아들은 내가 지킨다. 아들 친구도 경찰도 변호사도 못 믿겠다. 억울한 내 아들 누명은 내가 벗겨 주겠다고 팔을 걷어 붙였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 했던가. 하지만 이 엄마는 강해도 너무 강하다. 살벌하도록 맹목적이다.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드러나는 외면하고픈 현실들. 그 앞에 위태위태하게 서 있는 엄마의 모습은 측은하기도 무섭기도 하다. 어쩌면 극한의 상황에 대면한 우리네 엄마들 모두의 모습일지 모르는 그녀 앞에서 우리는 웃기기도 슬프기도 두렵고 섬뜩해지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Mother)는 그의 전작 '살인의 추억''괴물'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특수한 사회적 맥락이 반영된 독특한 블랙 유머 치밀하고도 스릴 넘치는 이야기 구조 음울하면서도 매섭도록 차가운 느낌의 배경 초현실적이라 느껴지는 상황을 리얼하게 파헤쳐 나가는 절박한 인물들이 정신없이 혼합돼 진하게 농축된 듯한 작품이다. 살인 사건 범인으로 몰린 아들 도준(원빈)을 구하기 위해 온 몸이 바스러지도록 처절하게 뛰는 엄마(김혜자) 그 둘을 둘러싼 비밀들이 서서히 밝혀지는 스토리는 무엇보다 이 영화를 빛나게 해 준다. 하지만 진실을 밝혀 나가는 추리 구조에만 기대지 않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몰락해버리며 파탄에 이르는 인물의 내면 묘사도 너무나 탁월하다. 주연을 맡은 배우 김혜자의 연기가 찬란히 빛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엄마의 절박함을 표현함에 있어 히스테리컬한 상태와 코믹한 상태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엉성한 듯 하나 빈 틈 없고 여린듯 하나 소름끼치도록 용감무쌍해지는 양면성이 예측 불가능하게 튀어 나온다. 영화 속 캐릭터와 영화 밖 본인의 경계마저 모호한 듯 엄마 역을 표현해내는 김혜자의 열연은 언어를 뛰어 넘어 타인종 관객들까지 완벽하게 사로잡는다. 개발이 덜 된 듯한 한국 어느 변두리 도시 인근을 담아낸 배경도 아주 인상적이다. 물론 와이드 스크린으로 봐야 비로소 영화 전체에 기여하는 바를 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제목과 주연 배우만 보고 가슴 찡해 져 펑펑 울다 올 수 있는 가족 드라마를 기대하고 영화관에 갔다가는 심각한 충격을 받고 멍해져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할 것. LA 패서디나 어바인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상영이 시작된 '마더'는 순차적으로 전국 50여개 도시에서 개봉된다. 자세한 상영관과 일정은 공식 웹사이트(www.motherfilm.com)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3-12

[영화 리뷰 - 캅 아웃] 미국판 '투캅스'

NYPD의 두 베테랑 형사 지미(브루스 윌리스)와 폴(트레이시 모건)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파트너다. 감독: 케빈 스미스 출연: 브루스 윌리스, 트레이시 모건 장르: 코미디, 액션 등급: R 좌충우돌 사고도 많이 치고 덜렁대다 실수도 연발하지만 오랜 호흡과 서로에 대한 신뢰만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헌데 이런 두 사람에게 시련이 닥친다. 남미계 마약 딜러들을 무리하게 쫓다 1개월간 정직을 당하고 만 것. 마침 딸의 결혼식 비용까지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앞이 캄캄해진 지미는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보고자 평생 간직해온 자신의 보물 1호를 팔아 보려 하지만 이를 얼치기 강도들에게 빼앗기고 만다. 무슨 수를 써서도 이를 되찾아야 하는 지미는 파트너 폴과 의기투합 범인 색출에 나선다.이 와중에 사건이 애초 두 사람이 쫓던 갱집단과 교묘히 얽혀 있단 사실을 파악한 두 사람은 징계 따윈 아랑곳 없이 '솜씨 발휘'에 돌입한다. '캅 아웃'(Cop out)은 전형적인 형사 버디물이다. 강렬하고 코믹한 두 주인공 캐릭터가 주는 유쾌함에 쫓고 쫓기는 추리과정이 주는 박진감이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흉악한 갱집단과 연루된 사건을 다루지만 너무 잔인하고 흉악하게 묘사하는 방식은 피했다. 총격전이나 몸싸움을 그려낼 때도 비슷한 장르의 다른 영화에 비해 상당히 수위를 낮춘 편이다. 때문에 화끈함은 덜하지만 한결 편안한 맛도 있다. 지미 역의 브루스 윌리스는 액션에 있어서는 전작들에 비해 다소 몸을 사렸다. 대신 어깨에 힘을 뺀 인간적 매력을 갖춘 친근한 형사 캐릭터를 완성해 낸 점은 높이 살만 하다. 트레이시 모건이 연기한 폴은 '움직이는 폭소탄'이라 할 만큼 쉴 새 없이 웃음 폭탄을 투하한다. 현란한 표정연기 맛깔나는 대사 처리가 일품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2-26

[영화 리뷰 - 주유소 습격사건2] '피식' 웃음 조차 찾을 수 없는 코미디

아무리 1 편만한 속편은 없다지만 이건 좀 심했다. 웃기는 게 목적인 코미디 영화라도 그렇다. 이렇게 대책도 맥락도 재치도 없어서야 영화 속에서 때려 부순 소품 값만 아까울 따름이다. 감독: 김상진 출연: 박영규, 지현우, 조한선 장르: 코미디 등급: PG-13 개봉관: 엠팍극장 10년 전 엉뚱하면서도 독특한 유머 코드로 큰 인기를 끌었던 '주유소 습격사건'의 감독과 주연이 다시 뭉쳤지만 결과는 처참하다. 두 사람 필모그래피의 오점으로 남을 재앙 수준이다. 특히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귀신이 산다' 등 재미난 설정의 상큼한 코미디 영화로 흔들림없는 연출 실력을 보여줬던 김상진 감독에겐 치명적인 몰락이다. 이야기는 전편에서 이어진다. 폭주족들에게 주유소를 '습격' 당해 갖은 고생을 했던 박사장(박영규)은 그들의 '후속 공격'에 대비해 주먹 깨나 쓴다는 아르바이트생들을 포진시킨다. 마침 동네 깡패 수준도 안 되는 어설픈 날라리들이 주유소를 털어보겠다고 덤볐다가 단번에 진압된다. 하지만 그 뒤로 줄줄이 진짜 폭주족 습격단에 탈옥한 흉악범들 거기에 탈옥범을 잡기 위해 나선 경찰들까지 밀어 닥치며 주유소는 엉망 진창 싸움판이 돼 버리고 만다. '주유소 습격사건 2'엔 전편과 마찬가지로 갖은 욕과 은어 허당 캐릭터와 폭력이 난무한다. 관객을 웃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 셈이다. 하지만 객석에선 '피식'하는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개그맨들이 유행어를 만들기 위해 똑같은 멘트를 계속해 대는 것처럼 영화 속에서도 배우들이 똑같은 패턴의 대사를 엄청나게 반복하지만 타율은 형편없이 낮다. 안 웃긴 대사를 서너 번 듣고 있자면 슬슬 짜증까지 밀려온다. 주인공 박영규는 영화에 직접 투자까지 하며 열의를 보였지만 돈 댄 사람의 욕심 같아 보일 만큼 무리하는 모습이 영화 속에서 간혹 비친다. 지현우 조한선 등의 스타급 배우들도 잔뜩 폼을 잡지만 어설프기 그지없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2-26

[영화 리뷰 - 식객2 : 김치전쟁] 김치를 둘러싼 요리사들의 '한판승부'

2007년 개봉돼 한국에서 300만 관객을 모았던 영화 '식객'이 돌아왔다. 이번엔 김치를 둘러싼 요리사들의 치열한 대결을 스크린에 담았다. 감독: 백동훈, 김길형 출연: 김정은, 진구, 이보희 장르: 드라마 등급: PG 개봉관: 엠팍극장 1편과 동일한 만화가 허영만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감독도 주연배우도 싹 바꿨다. 캐릭터엔 사연을 더했고 요리사들간 대결엔 보다 그럴 듯한 이유를 부여했다. 변함없는 것은 화면을 아름답게 수놓는 휘황찬란 요리들의 향연 그것뿐이다. 1편에 이어 여전히 트럭을 타고 전국을 누비며 싱싱한 재료들을 찾아 파는데 열심인 성찬(진구). 그의 앞에 어려서부터 남매처럼 함께 자랐던 장은(김정은)이 세계 최고 수준의 셰프가 돼 나타난다. 장은은 성찬이 어머니처럼 모시고 살아 온 '춘양각' 요정의 안주인 수향(이보희)의 친 딸. 하지만 '춘양각'에 대한 상처만을 간직하고 있는 장은은 이 곳을 없애고 자신의 스타일대로 새로운 음식점을 열고자 한다. 이에 맞서는 성찬은 '춘양각'의 이름을 걸고 제1회 전국 김치대회에 출전 장은의 마음을 돌리고 위기의 '춘양각'을 구하기로 결심한다. '식객2: 김치전쟁'은 지극히 한국적이다. 김치라는 한국적 소재를 택했고 이를 둘러싼 온갖 한국적 먹거리와 전국 방방곡곡의 풍광들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김치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인 '어머니'를 두 주인공의 사연 속에 녹여 감수성을 한껏 자극하는 방식도 매우 한국적이다. 어머니가 만든 마지막 김치를 먹지도 못하고 아끼고 아껴 뒀던 아픈 기억 탓에 주인공의 요리에는 묘한 쓴 맛이 가시질 않는다는 설정은 퍽 찡하면서도 낭만적이라 관객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다만 '어머니'가 주는 감동 코드에 너무 의지한 나머지 요리 영화로서의 정체성마저 상실하고 '신파'로 흐를 위험을 잠깐씩 보였다는 점은 아쉽다. 음식 그 자체를 둘러싸고 벌이는 요리사들의 치열한 고민과 자존심 싸움은 오히려 뒷전이 된 경향도 비친다. 그래도 영상으로는 요리 영화로서의 본분을 다했다. 요리사들의 시원시원한 칼질과 거침없는 무침 솜씨 접시 위에 음식을 올리는 정교한 데코레이션을 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음식의 맛깔난 색감과 질감도 아주 잘 담아냈다. 화면에 비친 김치 한 포기 비빔국수 한 그릇에도 저절로 군침이 돌 정도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daily.com

2010-02-19

[영화 리뷰 - 밸런타인스 데이(Valentine's Day)] 밸런타인스 판 '러브 액추얼리'

감독 : 게리 마샬 출연 : 제시카 알바, 줄리아 로버츠, 애쉬튼 커처 장르 : 로맨틱 코미디 등급 : PG-13 모름지기 밸런타인스데이는 로맨틱해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사랑과 행복만이 가득차고 넘쳐야 하는 날이 밸런타인스데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경험하는 사랑의 과정과 모습이 각각이듯 밸런타인스 데이의 풍경도 가지각색일 수밖엔 없다. 아이도 어른도 학생도 선생님도 스포츠 선수도 군인도 누구에게나 밸런타인스데이는 찾아온다. 누군가에겐 오랜 사랑을 확인하는 날이고 또 누군가에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날이지만 다른 이에겐 프로포즈를 거절당하는 날이거나 믿었던 연인에게 배신을 당하는 날이기도 하다. '밸런타인스데이'(Valentine's Day)는 이처럼 밸런타인스데이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조각조각 담고 있는 모자이크와 같은 영화다. LA인근을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속에는 수 많은 커플들이 밸런타인스데이에 경험하게 되는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들이 아기자기하게 담겨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영국 영화 '러브 액추얼리'(Love Actually)의 미국판 밸런타인스데이 버전쯤으로 생각하면 크게 어긋남이 없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가진 재미와 깊이 이야기간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탄탄한 구성은 '러브 액추얼리'보단 크게 못 미친다. 그래도 영화는 보는 이 모두를 시종일관 미소 짓게 한다. 그것이 어떤 모습이건 사랑과 행복을 꿈꾸는 이들이 뿜어내는 햇살 같은 따스함이 전반에 배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연출한 게리 마샬은 '귀여운 여인' '프린세스 다이어리' '런어웨이 브라이드' 등으로 로맨틱 코미디엔 도가 튼 감독이다. 게다가 세대별 할리우드의 톱스타들이 총출동한 초호화 캐스팅이다. 제시카 알바 제시카 비엘 줄리아 로버츠 제니퍼 가너 앤 해서웨이 애쉬튼 커처 브래들리 쿠퍼 제이미 폭스 등 최고 주가를 올리는 배우들은 물론 틴에이저들의 우상 테일러 스위프트 테일러 로트너에다 전설적인 은막의 스타 셜리 맥클레인까지 영화를 빛낸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2-12

[영화 리뷰 - 울프맨(The Wolfman)] 구닥다리식 리메이크 '늑대인간'

감독: 조 존스톤 출연: 베니치오 델 토로, 앤서니 홉킨스 등 장르: 공포, 스릴러 등급: R 늑대인간이 돌아왔다. 할리우드 괴수공포영화의 대표작 중 하나였던 '울프맨'(1941)이 70여년 만에 리메이크된 버전이다. 오랜 세월 고향을 떠나 유명 극단의 배우로 활동하던 로렌스(베네치오 델 토로)는 동생이 괴수의 습격으로 살해됐다는 소식에 아버지(앤서니 홉킨스)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동생의 죽음을 조사하던 중 그 역시 괴수의 공격을 받아 부상을 입는다. 부상이 회복되며 몸이 조금씩 변화된다는 것을 느끼던 로렌스는 자신이 보름달만 뜨면 이성을 잃고 온 마을을 공포에 떨게 하는 늑대인간이 되어 가고 있단 것을 알게 된다. '울프맨'에 대한 기대는 원작이 당대에 선보였던 충격적 특수효과와 잔인한 영상을 첨단현대기술로 얼마나 새롭게 포장하느냐에 쏠려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다. 원작에 너무나도 충실한 나머지 답습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리메이크판은 스토리와 카메라앵글 뿐 아니라 주인공 로렌스가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과정의 시각적 효과까지 구닥다리식으로 처리했다. 주인공의 옷이 갑자기 찢어지며 손과 발에서 털과 발톱이 돋아나고 눈동자가 노래지는 장면은 2010년 오늘의 영화팬들을 사로잡기엔 역부족이다. 괴수로 변해버리는 인간의 심적 고뇌는 온데 간데없고 보름달만 봤다 하면 사방팔방 날뛰며 내던지고 물어뜯기 바쁜 늑대인간 캐릭터 역시 너무나 평이하다. 지붕 위에 올라 '아우~' 하고 울부짖는 늑대인간의 모습에선 공포감은 커녕 '풉' 하는 웃음이 터지고 만다. 아쉽게도 '울프맨'은 21세기 괴수물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보여주는 그저 그런 영화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2-12

[영화 리뷰 - 리전(Legion)] 창조주에 버림받은 인간을 구하는 대천사

타락한 세상에 창조주의 심판이 다가온다. 과거 노아의 홍수로 세상을 쓸어 버렸던 창조주는 이제 천사들을 시켜 인류를 멸망시키려 한다. 감독 : 스콧 스튜어트 출연 : 폴 베타니, 애드라언 팰릭, 데니스 퀘이드 장르 : 판타지, 호러 등급 : R 거기에 대천사 미카엘(폴 베타니)이 맞선다. 아직도 인간에게 희망이 남아 있음을 본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와 날개를 찢어 버린 미카엘은 인류의 유일한 구원이 될 아기를 사막 작은 식당의 웨이트리스 찰리(애드리언 팰릭키)가 잉태하고 있음을 알고 그녀를 찾아간다. 그러나 이미 시작된 멸망의 그림자는 찰리와 뱃속 아기를 없애기 위해 사막을 뒤덮고 창조주가 보낸 심판의 군대로부터 그녀를 구하기 위한 미카엘과 식당 안 7명 사람들의 처절한 싸움은 시작된다. 묵시록적 설정에서 시작된 영화 '리전'은 초반 서늘한 긴장감과 함께 신과 인간 멸망과 구원 파괴와 재림 등의 철학적 가치가 숨겨져 있을 듯한 환상을 준다. 그러나 이는 아주 잠깐뿐. 영화는 곧 B급 호러영화 정도로 몰락해 버린다. 찰리와 아기를 없애기 위해 몰려드는 심판의 천사들은 딱 좀비떼 수준이다. 아무리 최후의 심판과 멸망의 때라지만 악령이 빙의된 것처럼 눈을 희번득거리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군대' 라며 쏘고 찌르고 물어 뜯고 불태우는 모습은 판타지임을 감안하고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신에 맞선 대천사' 미카엘 외에는 식당 안에 모여 든 사람들이 찰리를 보호하고 서로를 지키려는 이유도 전혀 찾기 힘들다. 당연히 캐릭터에 대한 공감은 불가능하다. 첫 장편 데뷔인 스콧 스튜어트 감독의 빈약한 상상력은 안쓰러울 지경이다.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전투신은 그렇다 쳐도 천사나 천국에 대한 묘사는 실소가 나올 만큼 평이하다. 세상을 창조하고 멸망시키는 신의 군대가 총포 앞에 줄줄 쓰러지는 모습도 한심한데 대천사들끼리 주먹다짐을 하며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바타'로 한껏 높아진 관객들의 수준을 맞추기엔 시각 효과마저 허접스럽기 이를 데 없다. 스튜어트 감독은 차기작으로 한국 만화가 형민우 작가의 작품 '프리스트'를 영화화하고 있다. 부디 괴기스러우면서도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펼쳐져 있는 원작의 재미를 반감시키지만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1-29

[영화 리뷰 - 스파이 넥스트 도어(The Spy Next Door)] 은퇴한 CIA 요원 '베이비시터' 되다

할 일 없이 소파에 길게 누워 리모콘질을 하며 '뭐 이리 볼 게 없어' 투덜대다가 성룡표 영화에 채널을 고정시켜 본 적이 있는가. 감독: 브라이언 레반트 출연: 성룡, 앰버 밸러타, 매들린 캐롤 장르: 액션, 코미디 등급: PG 매번 답습되는 액션과 코미디 패턴이지만 '적어도 지루할 틈은 안 주니까'하며 '취권'이나 '턱시도'같은 영화를 보고 심지어는 두 세 번은 봤던 '러시아워' 시리즈를 또 보고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성룡의 새 영화 '스파이 넥스트 도어'(The Spy Next Door)도 마찬가지다.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그의 전형적 스타일 그대로다. 막 은퇴한 전 CIA 요원 빌 호(성룡)는 옆 집에 살며 세 남매를 키우는 질리언(앰버 밸러타)과 평범하고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꾼다. 하지만 그녀의 말썽꾸러기 세 아이는 막무가내로 두 사람의 결혼에 반대한다. 그러던 어느날 질리언은 급한 일로 빌에게 아이들을 며칠간 맡기게 되고 스파이 잡기보다 어려운 빌의 베이비 시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와중에 임무 수행 과정에서 접속하게 된 러시아 스파이들의 비밀 파일을 아이들이 다운로드 받게 되면서 이들은 크나큰 위험에 노출되기까지 한다. 성룡의 액션은 아이들을 보호해 내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펼쳐진다. 집 밖에선 CIA 출신답게 언제 어디서든 첨단 무기로 변하는 벨트 반지 시계로 무장해 활약하고 아무것도 없는 집 안에서조차 냉장고 문짝에 프라이팬 세제통까지 들고 날아다니며 일당백으로 적들을 쳐부순다. 영화의 타겟은 확실하다. 부모 손 잡고 극장에 따라올 아이들이다. 가족의 화해와 사랑이라는 코드가 녹아 있는데다 어설픈 성적유머나 과격한 대사도 모두 뺀 덕에 디즈니 채널에서 방송돼도 무난할 정도다. 언제나 그렇듯 성룡의 액션은 지루하지 않다. 그래도 힘은 좀 빠졌다. 예전만큼 화려하진 않다. 성룡도 나이는 들어가나 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20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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