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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 하모니] 화해와 용서를 이끄는 '기적의 화음'

여죄수들이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
현실성 떨어지는 합창 장면 아쉬움

교도소에도 ‘사람’이 산다. 죄를 짓고 형을 사는 사람들이라고 사랑이 없는 것도, 웃음과 눈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감독: 강대규
출연: 김윤진, 나문희
장르: 드라마
등급: PG-13
상영관: 엠팍극장


영화 ‘하모니’는 ‘형행법상 여성수용자가 교정시설에서 출산할 경우, 유아를 교정시설 내에서 양육할 수 있는 기간은 생후 18개월까지로 제한한다’는 짤막한 자막과 함께 시작된다. 청주 여자 교도소를 배경으로, 죄는 있으나 그에 따른 사연 또한 숨기고 사는 여성 수감자들이 주인공이다.

구타를 일삼던 의처증 남편의 폭력에서 뱃속 아기를 보호하려다 살인을 저지른 정혜(김윤진)는 교도소에서 아들 민우를 낳는다. 민우는 음대교수 출신 사형수 문옥(나문희)을 비롯한 정혜의 같은 방 수감자들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지만, 모자간의 피할 수 없는 이별의 시간은 다가온다. 아들과 마지막 추억을 만들고 싶은 정혜는 문옥과 함께 교도소 내 합창단을 만들어 공연을 펼치고, 그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소리는 단순한 노래를 넘어 교도소 안팎에서 화해와 용서를 이끄는 기적의 화음이 된다.



‘하모니’는 정말 지독히도 관객을 울린다. 하지만 어거지 설정이나 상투적 대사의 그림자는 없다. 덕분에 아무리 속수무책으로 쏟아지는 눈물이라도, 느낌이 새롭다.

영화는 수감 중 출산한 아이와 헤어져야 하는 엄마의 마음, 상처와 죄책감과 세상에 대한 분노로 괴로워하는 죄수들이 음악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 전과자라는 낙인에 마지막 남은 인간의 존엄성마저 짓밟히는 세상의 차가움, 그리고 그 세상과의 용서와 화해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 보인다. 교도소 안 여성 수감자들이란 특수한 공간과 인물들을 통해, 그들이 대면할 수밖에 없는 갖가지 상황의 단면들을 툭툭 던져 보는 이의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는다.

가끔은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하고자 한 젊은 감독의 과한 욕심이나 세련되지 못하게 뭉툭 뭉툭 이어 놓은 장면들이 서툴러 보이기도 하지만, 교도소란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을 따스하게 바라본 애정어린 시선은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포근한 힘이 돼 객석을 사로잡는다.

오랜만에 한국 영화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윤진과 대배우 나문희의 열연도 단연 돋보인다. 뮤지컬 배우 출신인 정수영, 박준면 등 조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두 주연을 잘 뒷받침했다.

‘시스터 액트’를 연상시키는 합창 장면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조촐한 피아노 반주로 시작된 노래가 갑자기 화려한 악기들로 편곡돼 공연되니 그야말로 생뚱맞다. 직접 노래를 하지 않는 배우들의 경우 음악과 싱크가 잘 맞지 않는 장면도 더러 보여 뜨겁게 몰입됐던 감정에 찬 물을 맞은 기분도 든다. 모처럼 만난 신선한 감동 드라마 ‘하모니’가 남긴 유일한 아쉬움이다.

이경민 기자 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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