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프로의 LPGA 뒷담화-75] 시집가는 날 등창난다더니…
다운스윙을 시작할 때부터 몸이 경직되더니 드디어 다리에 쥐가 났다. 일단 공은 맞았는데,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순간 모두들 놀랐고, 어쩔줄 몰라하는 나를 보고 응원차 오신 의사 선생님이 티박스로 급히 올라 오셔서 바로 다리를 주물러 주셨다. 얼마나 아픈지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는데, 날씨도 날씨였지만 땀을 흘리시며 내 다리를 주물러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하면서 죄송했다. 시간을 더 끌 수가 없어 나는 일어나야만 했고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면서 다시 코스로 걸어 나가 공을 찾아서 쳐야했다. 다행히 오비가 나진 않았지만 슬라이스가 심하게 나서 일단 페어웨이로 쳐내고 겨우 보기로 마쳤다. 버디를 하나 더 뽑아야 하는 상황에 보기를 했기에 다리가 아픈건 둘째 치고, 속이 상해 더 바짝 긴장했다. 17번 티박스에서 스윙을 해보았는데, 역시나 풀스윙이 나오질 않았고, 체중 이동은커녕 다리를 어떻게 하질 못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스윙했고, 비슷하게 페어웨이로 공을 날린 후 150야드에서 8번을 치던 나는 7번으로 가볍게 공만 쳐냈다. 그리곤 파를 기록했다. 마지막 홀에선 꼭 버디를 뽑아야 하는 걸 알았기에 마지막 스윙을 힘차게 하려고 했지만 역시 무리였다. 훅이 심하게 나서 왼쪽 언덕으로 굴러가는게 보였다. 하필이면 이때 쥐가 나다니. 평소에 쥐가 자주 나는 터라 스트레칭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황당하게 시합 때 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게다가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머리 속엔 온통 억울한 이 상황과 아픈 다리에 통증으로 속이 시커멓게 상했다. 또다시 보기를 한다면 가능성이 없기에 침착하게 세컨샷을 그린 주위에 가져다 놓고, 업앤다운으로 파를 세이브하는 작전으로 세컨샷을 쳤다. 그리고 그 작전대로 난 파를 기록하고, 2언더로 마무리를 했다. 스코어 카드를 내고 나오자 갤러리로 오셨던 선생님들이 너무너무 아쉬워하셨다. 나보다 더. 어이없어하고 있는차에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나서 보니 두명을 뽑는 월요 예선에 한 명이 3언더로 패스하고 동타, 즉 3명이 2언더를 쳐 한자리를 놓고 플레이오프를 펼쳐야 했는데, 나와 다른 두 선수가 나가게 된 것이었다. 한 십분 쯤 시간을 주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은 연습장에서 다시 웜업을 하러 갔을 때, 나는 의자에 앉아 바지를 걷고 마사지를 하는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 셋은 1번 홀로 향했고 나는 뻣뻣한 다리를 이끌고 또다시 스윙을 하려고 했는데, 역시나 훅으로 말리면서 왼쪽 벙커에 빠졌다. 아, 왜 하필 이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