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프로의 LPGA 뒷담화-73] 치사한 심리전 펼치는 아저씨]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라운딩이 끝나자마자 퍼팅그린에서 연습하고 있는 그 아저씨 딸을 발견한 나는 "야 네 폼은 더 웃겨" 라고 내뱉자 어이없다는 듯이 "언니 그게 무슨 소리야"라며 황당해 했다. 듣는둥 마는둥 등을 돌리며 연습을 재개했는데 한 십분 쯤 후에 역시나 기대를 벗어나지 않았다. 그 아저씨가 쏜살같이 내게로 와서 하는 말. "너 말조심해. 너랑나랑 싸우면 누가 이길 것 같냐?" 그래서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이렇게 말했다. "글쎄? 길고 짧은건 대봐야 알겠고 당신이나 똑바로해." 그동안 참고있던 감정들이 나도 모르게 쏟아져 나왔다. 격분한 내 모습을 본 후배가 나를 말리며 하는말. "언니 우리 비싼 돈 들여 외국에 나와서 죽도록 운동만 하는데 저런 사람 말에 휘말리면 안돼. 아휴 나도 확 시집이나 가야지!"라며 내 손을 낚아채더니 라커실로 끌고 갔다.
먼저 와있던 후배들이 흥분한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속이 시원하다"며 통쾌해 했고 나름 쌓여있던 할 말을 내가 뱃어준 것에 고마워 박수를 치는 선수도 있었다. 그 때 저쪽 뒤에서 K선수가 나오더니 "잠깐! 언니한테도 그랬어? 지난주엔 나한테 그러던데!" 순간 우린 서로 얼굴을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질 못했다.
같은 한국선수들의 사기를 살리진 못할 망정 어떻게든지 심기를 불편하게 하려는 그 아저씨를 우린 이해할 수 없었고 덕분에 죄없는 그 딸까지도 가까이 지낼 수 없었다.
왜 그랬을까? 벌써 7-8년이 지난 오늘 생각해보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지금은 더 많은 한국선수들이 시합을 뛰고 있을텐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다만 내 앞에 다녀간 한 선수가 유럽으로 건너가며 내게 했던 마지막 말이 생각난다.
"언니 어른이라고 다 어른이 아니야. 내가 얼마나 상처받고 울면서 지냈는지 언니도 알게 될꺼야. 그리고 저 사람 조심해." 서 프로 그 때 그게 무슨 말이었는지 나도 시간이 지난 후 알았어. 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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