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프로의 LPGA 뒷담화-78] 간절한 기도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아직 일요일이기 때문에 캐디들은 다음 경기장소에 도착하지 안았다. 나는 또 캐디를 물색해야했다. 프로샵에 들어가서 일단 연습라운드를 위한 캐디를 부탁했다. 조금 뒤 전형적인 백인 소년이 나와서 자기 소개를 했다.
이름은 조이 케주얼이고 오하이오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했다. 소년이 아니라 청년이었는데 다부지기도 하고 골프장에서 주말마다 아르바이트로 캐디를 하면서 용돈을 벌며 골프 핸디캡도 10정도라고 했다. 괜찮은 듯 보였다.
그렇게 해서 연습라운드를 같이 나갔는 데 눈치가 빨랐고 예의도 바르고 무엇보다 그린의 경사를 읽는 부분에서 섬세하면서도 퍼팅 스타일이 나와 비슷한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흠! 일단 마음에 들기도 하고 선택의 여유가 없었기에 나는 다음 날 열리는 월요 예선전에 가방을 매달라고 부탁을 하고 숙소로 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조이를 만나 연습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첫 홀에서 티샷을 하고 세컨 샷 거리를 재고 있었다.
140야드 쯤 됐는데 9번을 칠까 8번을 칠까 고민하면서 클럽을 만지작 거리고 있을 때 조이가 한 마디 했다. 핀 뒤에 공간이 겨우 2야드 밖에 없으니 긴 것보다 짧은 게 나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정확하게 거리를 말해주는 섬세함이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의 로컬 캐디는 그런 것까지 신경을 못 쓴다). 전반을 1언더로 마감하고 후반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샷으로 버디 찬스가 많이 있었는데 그린의 경사를 거의 비슷하게 읽어 내니까 자신감 생겼다.
결정적으로 경사를 약간 더 보고 덜 보는 것은 내가 결정할 부분인데 그 때마다 조이는 내가 맞다고 맞짱구를 쳐줬다. 그 덕에 후반엔 3언더를 치며 선전했다. 그리고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하고 텐트에서 나와 다른 선수들의 성적을 살피고 있었다. 내 생각에도 이 정도면 확률이 높을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등으로 월요예선을 통과해 본선 질출권을 따냈다. 친구들이 축하한다며 어깨를 두드려 주었고 조이는 웃고 있었지만 말이 없었다.
우선 마지막까지 시합을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오랫만에 좋은 캐디를 만나서 기뻤다. 다음날 라커룸에서 들어가 보니 지난 주 시합을 끝내고 온 선수들이 나를보며" 나이스 라운딩 미니!! 굿잡" 이라며 격려를 해주었다. 나는 이번 기회에 꼭 선전해서 퀄리파잉스쿨에 안가기를 기도하며 대회 첫 날을 맞았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