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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프로의 LPGA 뒷담화-68] 월요예선 1위 통과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이번 시합은 월요예선을 거쳐야 했다. 연습 라운딩을 부랴부랴 치고 내일을 위해 캐디를 물색중이었다. 이번 시합코스는 샷이 문제가 아니라 그린을 정말 잘 읽어야 했기 때문에 나는 프로샵으로 들어가 헤드프로에게 내 소개를 하고, 월요예선을 위해 이 코스를 잘 아는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부탁을 했다.

헤드프로는 정말 너무나도 친절했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더니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내가 아끼는 청년이 있는데, 그 친구 말만 들으면 문제없으니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며 10분 뒤 연습장으로 가보라고 했다. 급한 마음에 나는 바로 연습장으로 가 앉아 있었다. 조금 있으니까 고등학생 처럼 보이는 소년이 내게 와서 정중하게 자기 소개를 하며 “이 코스는 지을 때부터 잘 알고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린의 구석구석까지 알고 있다는데, 나이는 어리지만 왠지 믿음이 갔다. 특히 말끝마다 ‘예스 맴(Yes, ma’am)’ 노 맴(No, ma’am)을 붙여가며 이야기해서 귀엽기도 하고, 남쪽지방 청년들만의 독특함에 은근히 정이 쏠렸다.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청년을 고용하고 내일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 먼저 갔었는데, 그 청년은 벌써 연습장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연습공을 치기 시작하자 내 클럽을 꺼내더니 그립부터 샅샅이 닦는 게 아닌가!

보통 투어 캐디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작은 디테일한 부분을 청년이 하는걸 보니 마음이 편했다. 그리고 퍼팅그린에 올라가 서로의 싸인을 이야기 했다. 그린에 경사가 워낙 심해 나로써는 그야말로 모험이었는데, 청년이 그린에서 손가락으로 포인트 해주는 곳을 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천천히 1번홀로 걸어가는데, 덩치가 아주 큰 아저씨가 우리를 따라 다녔다. ‘그러려니’ 하면서 텐트에 들어가 스코어카드를 받고, 선수들과 악수를 하고 티샷을 날렸다. 그리고 세컨샷. 첫홀부터 그린에 경사가 심해 머리 속이 복잡했는데, 그 청년이 아주 어이없는 곳을 손으로 포인트 했다. 하지만 ‘한번 믿어보자’ 생각하고 거리감만을 생각하면서 쳤다.

“땡그렁.” 믿을 수 없는 심한경사를 뚤고 난 버디를 기록했다. 우와!!! 상상할 수 없는 기대에 그 청년에게 또다시 포인트를 주어야 했다. 다음 홀도 무난히 그린에 올려 퍼팅을 하는데 청년이 한마디 했다. “여긴 절대로 오르막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리막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흠~. 대체 믿을 수 없지만 지금까지 틀리지 않았으니 믿기로 하고 살살쳤다. OMG(오마이갓)!! 또 맞았다. 내리막이었다. 나를 빼고 다른 선수들도 비슷한 위치에 있었는데 불행하게 그린 밖으로 공이 줄줄 내려가는 모습에 난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렇게 난 그 청년 덕에 스코어가 괜찮았다. 라운딩이 끝나고 텐트에 들어가서 싸인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아까 우리를 따라 다니던 덩치 큰 아저씨가 나에게 오더니 “축하합니다. 일등하셨어요!”라며 웃었다. “어떻게 아세요?”라고 물으니 아저씨는 정보통이 워낙 빨라 월요 예선에 나온 선수 성적을 꿰차고 있었다.

얼마후 라운딩을 모두 마치고 성적을 포스트 했다. 그리고 그 아저씨 말처럼 난 일등으로 예선을 통과했다. 정말 청년의 도움이 컸다. 그 때 헤드프로가 나와서 나에게 축하한다며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하는 말. “그분은 이 골프장 기획자이고 그 청년은 그분의 아들입니다.”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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