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프로의 LPGA 뒷담화-72] 속이는 골프 이제 그만!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목소리가 커지자 난 바로 그 자리를 빠져 나왔고 다른 선수들과 캐디들이 모여들었다. 최대한 열을 가라 앉히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퍼팅그린에서 다시 공을 굴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캐디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파다하게 소문이 났다. 이유인 즉슨 지난주 그 캐디(내 기억으론 그렉이였던 것 같다)가 그 선수의 캐디를 봤는데 러프가 워낙 길어서인지 선수가 공을 치면서 투터치를 했었다는 게다.
페널티를 스스로 줘야 한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경우 선수가 먼저 투터치에 대한 선언을 하고 스코어 카드에 페널티를 부과한 점수를 쓴다. 가끔 선수가 콜을 하지 않을 때 동반 라운딩 선수나 캐디들이 지적할 때가 있다. 이럴 땐 분위기가 어색해지면서 약간 언성이 높아지곤 한다. 진정 프로 선수라면 투터치를 했는지 안했는지는 본인 스스로가 더 잘 안다. 당연히 양심적으로 투터치를 인정해야 한다.
아마 골퍼들도 이런 일로 언성을 높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선수가 '언성이 높아질 일은 하지 않았다'다고 발뺌했을테지만 어쨌든 이 사건은 선수가 투터치를 했는데 다음홀까지 선언을 하지 않아서 그렉이 "너 아까 투터치 했어"라고 말을 한 데서 야기됐다. 선수는 "끝나고 얘기하려 했다"고 주장했고 캐디는 "그 자리에서 선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이번 주에 그 선수로부터 아니 그 선수 아버지로부터 캐디는 해고통보를 받은 것이고 나는 멍청하게 도와준답시고 같이 갔던거다.
조금 조용해진 뒤 난 그렉에게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조용하게 해고를 받아들인 그렉에게 오히려 감사했다. 얼마 전 LPGA투어 중 두 한국선수가 공이 서로 바뀐 채 플레이를 한 후 스코어 카드를 적어내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얼버무리다가 그 팀의 캐디가 본인의 홈피에 글을 올려 이들 선수들이 뒤늦게 실격처리됐다. 덕분에 한국선수들이 전체적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사실 골프를 치면서 단 한 번도 부정을 안했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게다. 하지만 프로 선수는 일반 골퍼와 달라야 한다. 프로는 돈으로 이야기 한다고들 하는데 그 전에 조건이 있다. 정정당당하게! 진심으로 골프를 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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