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프로의 LPGA 뒷담화-74] 잘 나가다 꼬이는 월요 예선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일요일 오후에 도착한 민박집에는 너무나 좋으신 한국부부가 살고있는 집이었고 골프를 너무나 좋아하셔서 집도 골프장 안에 있었다. 더욱 신나는건 김치!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하나 더. 아저씨는 의사선생님이라 그동안에 궁금했던 알러지 증상까지 낱낱이 여쭤볼 수 있었다. 내일의 화이팅을 외치며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아침 월요 예선을 위해 일찌감치 골프장으로 갔다. 지난번 캐디를 했던 마이크가 가방을 매주기로 했지만 어제 본선에 들어간 선수의 캐디를 할 경우엔 오늘 도착하기가 힘들다는 걸 알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로컬 캐디를 찾아야만 했다.
지난번에 어이없는 로컬 캐디 때문에 눈물을 흘렸건만 스폰서가 없는 나는 겨자를 또 먹어야만 했다. 모르는 코스를 감으로만 쳐야 했기에 캐디 선정에 신중을 기했다. 그리고 드디어 예선이 시작됐고 첫홀부터 버디를 잡고 나갔다. 캐디는 매우 적극적이었는데, 방향 잡을 땐 많은 도움이 됐지만 그린을 읽을 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서로 읽는 라이가 계속 반대이다 보니 오히려 머리만 복잡해졌다. 그래서 두세홀 뒤에는 경사를 전혀 물어보지 않았다. 홀을 치면서 보니 집주인 아저씨가 친구들과 함께 나를 응원하러 나오셨다. 나는 응원에 힘입었는지 전반을 3언더로 마감했고 후반을 맞았다. 이번 시합은 상금이 컸기 때문에 꼭 예선에 들어가 상금을 받아야 퀄리파잉 스쿨에 갈 필요가 없고 또 돈을 아낄 수 있었음을 알기에 더욱 신중했다. 계속 맞이한 버디찬스를 계속 놓쳤지만 샷도 좋고 감이 좋아 찬스만 기다리고 있었다.
16번홀 티박스에 올라가 힘차게 스윙을 하는 순간 으악!!! 온몸이 경직되는걸 느꼈다. 이게 웬일인가! 왼쪽 다리에 쥐가 난게다. 하필이면! 얼마나 황당하고 아팠는지 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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