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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프로의 LPGA 뒷담화-81] 급할 수록 돌아가야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씁쓸한 마음을 접고 나는 나에게 집중해야 했다. 아직도 삼일이나 남았고 샷 감각도 좋아서 욕심을 내야했다.

대회 이틀째를 맞아 전날 넣지 못한 버디 퍼팅을 꼭 넣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티샷을 날리고 그린 위에서 또 다시 버디 퍼팅 기회를 잡았다.

5미터 버디 퍼팅이었는데 치고 보니 홀컵 뒤로 훌쩍 넘어가 아슬아슬한 거리를 남기고 다시 어려운 파 퍼팅을 해야했다.

빙그르 돌면서 겨우 홀컵에 떨어졌다. 버디가 보기가 될 뻔한 살짝 위험한 상황이었는다.

캐디 조이가 한마디 했다. "미니 욕심내지 말자. 오늘은 이븐파만 친다고 생각하는게 안전하지 않을까?" 맞다. 사실 나는 자신에 찬 퍼팅을 할 때에는 홀컵 뒤를 치고 떨어 뜨리기로 유명한데 문제는 그 뒤였다.

홀을 훌쩍 넘긴 공을 다시 퍼팅해야 할 때는 부담이 생겨 적지않은 실수를 하곤 했던 것. 버디를 놓쳐 열을 받았을 때는 보기로 종종 이어졌고 보기를 하면 버디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조이는 벌써 내 스타일을 꽤뚫고 있어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자는 뜻이었다. 조이의 말이 일리가 있었다.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오히려 결과도 괜찮아 1언더로 깔끔하게 라운딩을 마쳤다. 다행히 예선을 통과하고 기쁜 마음으로 숙소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막 끝낸 경기의 홀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핀의 위치와 그린의 스피드 감각을 되살렸다.

그리고 3일째. 일찌감치 라커에 가서 보니 성적이 좋아 톱 20위 정도에 랭크돼 있었다. 차려진 음식을 먹고 연습장으로 향했다.

벌써 도착한 조이는 젖은 타올로 클럽의 그립을 닦고 있었다. 나는 슬슬 몸을 풀었다. 시간이 돼 티박스로 걸어가고 있는데 갤러리들이 공을 가지고 와서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잠깐! 여기서! 선수들은 연습을 마치고 티박스로 걸어갈 땐 그냥 걸어가는게 아니다.

그날 어떤 계획으로 칠 건지 홀들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혹은 호흡을 조절하면서 걸어간다. 그러나 갤러리들은 그런 섬세함을 모르기 때문에 티박스로 가는 선수에게 사인을 요구한다.

그 요구를 들어주는 선수도 있고 아예 거절하는 선수도 있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대로 선수만의 특성이 있기 때문인데 갑자기 유명한 한 한국선수가 겪었던 실화가 생각난다.

이 선수도 몸을 풀고 티박스로 가는데 모자를 들고 온 갤러리가 사인을 부탁했다.

'시간이 없으니 당신도 나와 같이 걸어 달라는 뜻'을 이해하지 못한 팬은 뒤에 처졌고 선수는 다시 돌아갈 수 없어 모자를 던져 주었다.

그런데 그 팬이 모자를 받지 못해 땅에 떨어졌다. 시간에 쫓긴 선수는 헐레벌떡 티박스로 가고 팬은 떨어진 모자를 주으며 불쾌해 했다고 한다.

나는 양쪽을 다 이해한다. 선수나 갤러리 입장을. 하지만 앞으로 제 글을 읽은 골프팬들은 선수의 사인을 받고 싶다면 라운딩이 끝난 다음이 좋겠고 또 경기 중인 선수들의 심정도 좀 이해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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