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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프로의 LPGA 뒷담화-72] 염치없는 인사들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그렇게 황당한 '캐디 사건'을 뒤로 하고 나는 사우스 캐럴라이나를 벗어나 다음 대회장소로 이동했다. 세상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몇 가지로 구분이 되는 것 같다.

마음이 따듯한 사람 현명한 사람 거짓말로 사는 사람 용기없는 사람 아직 자신이 누구인지 찾지 못한 사람 나 같은 사람 등등. 살면서 깨닫고 또 발전하기 위해 늘 마음을 열어 놔야 하는데 아직 그러기엔 내가 너무 작았다.

이러 절너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 새 다음 경기 장소에 도착했다. 선수들이 퍼팅그린에서 벌써 공을 굴리고 있었다. 연습장에서 샷 연습을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차를 세우고 가방에서 공을 꺼내 퍼터를 들고 연습 그린에서 그린스피드를 체크했다.

다른 선수들이 나를 보자 " 오! 미니 안타깝다. 다음엔 캐디를 잘 보고 선택 해"라며 충고와 격려를 주었다. 워낙 '빅마우스'인 마이크가 벌써 소문을 다 내서 모두가 알고 있었다. 워낙 같은 사람들이 계속 투어를 하다보니 비밀같은 건 있을 수도 없었다.

바로 그때 한 한인선수 아버지가 내게로 왔다. 그리고는 통역을 도와 달라며 정중하게 부탁을 해서 잘하는 영어는 아니지만 선뜻 알겠다고 했다. 무슨 일 인지 묻자 나를 데리고 그린 밖에 앉아 있는 캐디쪽으로 갔다.

우리가 그 캐디 앞에 서자 그 캐디는 팔짱을 끼더니 얼굴이 굳어졌고 아저씨는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너가 그럴 수 있냐! 넌 해고다" 라며 흥분했다. 그 상황을 나한테 통역을 하라는 데 나원 참! 한 마디로 "유 파이어" 아닌가? 나 역시 당황스러워서 입을 열지 못 하고 있는 데 눈치 빠른 캐디는 "유 고! 아이 돈 원어 톡 투 유!"라며 아저씨를 외면했다.

아저씨는 캐디의 그 말에 더욱 불쾌해서 열을 내고 있었다. 그러자 주위 선수들과 캐디들이 몰려 들었고 두 사람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의외로 캐디의 태도가 아주 단호했는데 무슨 일 인지를 알수가 없었다.

다만 지난 주 이 캐디는 이 아저씨 딸의 캐디를 했다는 것 밖에. 모여 든 다른 사람들에겐 나와 캐디 그리고 아저씨가 싸우는 것처럼 보여졌을 터였다. 때 마침 그 아저씨의 딸 그러니까 선수가 "아빠 왜 그래! 언니 미안해요! 내가 이야기 할께요" 라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넌 시간 없잖아. 빨리 가서 연습해"라며 돌려 세웠다.

'세상에!' 생각해 보니 그 선수는 외국 생활을 한 선수라 통역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호라~. 이 아저씨가 내 도움이 필요한 건 통역이 아니었다.

어떻게 자기 딸 시간은 중요하면서 내 시간은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 이런 행동을 하는 몇 사람 때문에 선수 아버지들이 덩달아 구설수에 오르는 게 아닌가?

정말 염치없는 아저씨였다. 슬며시 화가 났다. '에라 이 염치없는 인간아~'란 말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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