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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프로의 LPGA 뒷담화-70] 갑작스런 캐디의 실종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감좋은 이 때 비로 시합이 늦춰졌지만 예선을 무난히 통과했다. 그리고 마지막 날 캐디를 할 친구를 소개받았다. 고등학생 티가 풀풀나는 금발에 주근깨가 가득한 청년이었다. 대충 우리가 했던 사인과 코스공략을 설명하고 다음 날 만나기로 했다. 나는 연습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를 돌아보니 훌륭한 예선전 캐디가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날 저녁. 아저씨는 어느 때와 같이 강아지를 돌보느라 바빴고 아주머니는 마침내 쌓아왔던 불만을 터트렸다. 아저씨는 일이 끝나고 집에 오기가 무섭게 개부터 찾는데 이 때문에 아주머니가 몹시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나는 개보다 못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럴리가 없을거라며 아주머니를 위로했다. 하지만 나는 아저씨가 지난 번 강아지를 안아줄 때 했던 말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 우리 마누라가 이렇게 나를 반겨주면 얼마나 좋겠어. 늘 찬바람이여!" 흠~. 그렇다고 아주머니께 사실을 말하기도 곤란해서 일단 입을 닫았다. 자리도 피할 겸 내 방으로 올라와서 출전 준비를 마치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티 타임이 오전 10시였는데 8시에 만나기로 한 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먼저 연습장에 가서 연습공을 치면 오겠다 싶어 연습장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9시가 넘었는데도 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 프로샵에 들어가 헤드프로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혹시 모르니 다른 사람을 물색하라고 하는데 지금 이 상황 이 시간에 어디서 물색하나?

 퍼팅연습에 몰두해야 하는 이 시간에 나는 캐디를 물색해야 했고 열은 열대로 받고 동시에 초조함에 불안함까지 엄습해 왔다. 하필 이런 때…. 난 티 타임 5분 전에 캐디를 찾았다. 예선을 탈락한 선수 캐디가 아직 다음 시합장소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컨트리클럽'이라는 별명을 가진 투어 캐디 마이클을 고용하고 재 빨리 티박스로 갔다. 그 때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데 뒤를 돌아 볼 여유도 없었다. 끈질기게 나를 따라온 사람은 나이가 있어 보이는 신사분이었는데 자신을 골프장 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이 상황이 너무 미안하다며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사과를 받고 안받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선수들은 티그라운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허겁지겁 스코어 카드를 받고 주머니에서 티를 찾아내어 드라이브샷을 해야 했다. 어찌하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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