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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프로의 LPGA 뒷담화-76] 다가온 버디찬스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뒤도 안돌아보고 어렵게 생긴 벙커 속으로 쑤욱 들어가는 공을 봤다. '아 왜 하필 오늘 쥐가 난단 말인가!' 속이 상했다. 다음 선수가 티샷을 했는데 정말 똑같은 구질로 나를 따라 벙커로 쏙 빠졌다. 우린 서로 얼굴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고 다음 선수는 우리를 보고 화들짝 놀랐는지 오른쪽 러프로 공이 들어갔다.

오호라. 그렇다면 나도 찬스가 없는건 아니라는 생각에 빨리 걸어가 벙커에 빠진 내 공의 컨디션을 보고 싶었다. 어떻게든 파로 마감하고 다음 홀까지 끌어 봐야 한다는 욕심이 생겼다. 벙커에 도착하자 공은 하나 밖에 없었다. 분명히 벙커에 들어간 걸 보았는데 공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없어진 공을 찾기위해 러프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는데 그 홀을 지키고 있던 경기진행원이 "공은 벙커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나와 다른 선수는 벙커 안을 구석구석 살피고 있었는데 벙커 앞쪽에 너무나도 깊이 박혀 겨우 공인지 알 정도로만 살며시 고개를 내논 그 공이 서로 자기 것이 아니길 바라며 우린 확인에 들어갔다.

나는 캘러웨이였고 그 선수는 타이틀리스트였는데 벙커 가운데 그래도 얌전하게 앉아 있는 공이 다행히 내 것이었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그 공은 그 선수 것이었다.

그 선수는 뭐(?) 씹은 표정이었다. 괜히 나까지 미안해질 만큼 황당한 라이였지만 어쩌겠는가! 먼저 나는 거리를 계산하고 신중하게 클럽을 골랐다. 최대한 하체를 고정하고 공만 쳐내어 그린에 올려놓을 작전으로 심호흡을 하고 집중해서 샷을 했다.

그리곤 "굿샷"이라는 선생님들의 환호소리를 듣고 홀컵 근처에 근접했음을 예상했다. 그리고 다음 차례인 그 선수는 한참이나 생각하더니 샌드웨지를 꺼내 일단 10야드 앞에 떨어뜨리고 세 번째 샷을 붙여 파를 노리는 계획을 짠 것 같았다. 실제 그 선수는 10야드 샷을 쳤다.

또 오른쪽 러프에 빠진 선수가 공을 쳤는데 갤러리들의 환호가 들렸다. 그 뜻은 버디찬스라는 사인이었다. 그린에 올라가 보니 나는 4미터 그 선수는 4.5미터 서로 반대쪽에서 버디를 노리는 상황이었고 한 선수는 파를 치는 상황이라 가망이 없었다. 내가 그린을 열심히 읽고 있을 때 상대 선수가 먼저 퍼팅을 했는데 이게 웬일인가. 땡그렁. 버디를 한게다. "나이스 버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 그렇다면 난 이 퍼팅을 꼭 성공해야 하는데 그린의 경사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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