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프로의 LPGA 뒷담화-79] 매일 4언더파만 친다면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나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번 시합에 올인하고 싶었고 새로 만난 캐디 조이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조이도 알고 있었다. 이번 시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첫홀에 티샷을 치고 침착하게 파를 시작으로 전반전을 이븐파로 마감하고 후반전에 돌입했다.
퍼팅이 떨어질 듯 떨어질 듯 자꾸만 돌아 나왔다. 지금까지 연속 세 번. 그래도 최대한 인내를 하면서 같은 스윙 같은 박자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기 위해 같은 발걸음으로 걸었다.
마지막 홀은 파5. 별로 길지는 않지만 세컨샷 떨어지는 자리가 좁은데다가 그린은 땅콩 그린에 매우 길어서 세컨샷이 온그린이 되어도 끝에서 끝에 퍼팅이 걸린다면 아마도 퍼팅을 드라이버 치듯이 아주 세게 쳐야했다. 아니면 그린 위에서 칩샷을 해도 될만큼 길어서 많은 골퍼들은 일단 레이오프를 하고 세 번째샷을 붙여서 버디 찬스를 노렸다.
나는 괜찮은 티샷을 치고 약 230야드 정도의 세컨샷을 남기고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우드 3번으로 좁은 페어웨이를 무시하고 과감하게 질러볼건지 아니면 안전하게 두 번에 나누어서 칠건지.
사실 한타 한타가 중요해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잘되면 이글이고 실수가 나오면 보기나 더블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드 3번과 아이언 5번을 손에 모두 들고 있었다.
그 때 조이가 한마디했다. "자신있는 걸로 잡아." 그래. 나는 나를 믿는다. 나는 3번 우드를 빼내어 손에 들었다. 그리고 연습스윙을 한 번하고 공 뒤에 서서 공이 그린 위에 떨어져 홀컵 옆에 멈추는걸 상상하며 어드레스를 했다. 그리곤 힘차게 스윙했고 공은 아주 솔리드하게 맞아 내가 본대로 빨래줄 처럼 똑바로 날아갔다.
갤러리들은 "나이스샷"을 연발했고 공은 그림처럼 홀컵 바로 옆에 떨어졌다. 18번 갤러리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휘바람을 불었다. 그런데 갑자기 웅성웅성하더니 "오~"라는 감탄사를 냈다. 공은 그린 홀컵 옆에 떨어져 뒤까지 데굴데굴 마구 굴러간 게다.
조이와 나는 타는 속을 감추며 여유있게 걸어가 공의 상황을 보니 정말 그린 끝에 겨우 온이 되어 홀컵까지 한 27 야드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게다가 내리막 빠른 스피드를 조절해야 했는데 조이는 "경사생각 하지 말고 스피드만 생각해"라며 일단 붙이기 작전을 제시했다. 나 역시도 그 작전에 동의하기에 일단 거리감을 느끼고 스피드에만 집중해 퍼팅을 했다.
공은 뱀처럼 스르르 굴러갔고 관중들이 "와!"하며 탄성을 터트렸다. 순간 나도 들어갔다고 확신했다. 그런데 볼이 홀컵을 한바퀴 돌더니 바로 옆에 아주 얄밉게 서고 말았다. 얄미운 공을 노려보며 걸어갈 때 갤러리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내 속은 쓰렸지만 웃으면서 손을 흔들며 홀아웃했다. 결국 1언더로 마감했지만 아직 3일이 더 남았으니 내가 오늘 떨구지 못한 버디들을 모두 떨구고 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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