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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프로의 LPGA 뒷담화-71] 어이없는 캐디사건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티샷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일단 치고 나갔다. 같이 라운딩을 하던 선수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로컬캐디의 단점을 지적했다. 한 세홀쯤 지나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미 보기를 두개나 했기 때문에) 샷에 몰두하려 하는데 어떤 아저씨가 로프 밖에서 나를 불렀다. 그리고는 본인은 오늘 캐디를 하려 했던 학생의 아버지인데 할아버지가 위독해서 어제 저녁 아들이 급히 할아버지 집으로 갔다고 했다. 그리고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는데 그말을 듣고 있던 마이클(캐디)이 한마디 했다. "그렇게 위독하다면 댁은 왜 안갔소?!" 순간 나도 흠! 맞아. 왜 안갔을까하고 의문스러웠다.

그러자 아저씨는 멈칫하더니 "전부인 아버님 일이라 안갔습니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미안하다며 응원차 나를 따라다니겠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뒤에 있던 선수가 나를 보면서 또 한마디 던졌다.

"그려." 으~. 정말 신경쓰여. 집중 집중 집중하고 싶었다! 전반을 엉망으로 치고 백나인도 엉망이었는데 16번홀 그린 뒤에 첫날 캐디를 했던 학생이 보였다. 그리고 말없이 마지막 홀까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더니 내가 텐트에서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하고 나오자 하는 말. "정말 미안합니다." 나는 그건 학생 잘못이 아니니까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사전에 말도 없이 안 나온 친구의 잘못이지만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니 어쩌겠냐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학생이 하는 말에 넋을 잃었다. 자신도 아침에 그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아저씨는 이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친구집으로 쳐들어 갔더니 그 친구는 밤새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셔 아침에 못일어났다는 거다. '어찌하오리!'

 아버지는 혹시나 아들에게 화살이 날아올까 뒤늦게 나마 스토리를 만들어 온 것이었다. 참! 이런 일도 다 겪어본다. 어이없어 하는 날 보던 친구들이 그 녀석을 가만히 두면 안된다며 더 야단이었다. 왜냐하면 고등학생이어서 더욱 그랬다.

그래도 이 착한 학생은 진심으로 미안해 했고 끝까지 확인사살(?)까지 쏜 것이 은근히 고마웠는데 그 학생이 대뜸하는 말이 "그 친구는 이제 더 이상 제 친구가 아닙니다"라고 했다. 소문은 금새 퍼져 아까 만났던 사장님이 나에게 오셔서 또 한마디 하셨다. "그 학생. 오늘부터 우리 골프장 출입금지입니다.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결국 이 사건으로 그 학교 골프팀에까지 민폐를 끼친 셈이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결과는 좋은 성적으로 예선을 통과하고 난 결국 70명중 69등을 한게다. 어이없는 캐디사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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