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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프로의 LPGA 뒷담화-69] 2라운드도 무사히

캐디 아버지의 자세한 코스 설명, 자신감 생겨 은근히 욕심나는데…

월요예선을 캐디덕에 통과하고 헤드프로와 한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를 따라다니던 아저씨. 아니 학생 아버님이 우리에게 오셔서 저녁을 쏘고 싶다고 하셨다.

빠른 정보망에 훌륭한 아들까지 두신 아버님은 매너도 좋으셔!

우리 모두는 아버님을 따라 골프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도착한 레스토랑은 그 동네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이탈리안 식당이었다. 식사를 하는 내내 아버님은 설계 때부터 만들기까지 그린의 비밀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드디어 이번이 기회인 것 같았다.

이렇게 코스를 환히 꿰차고 있는 캐디를 만났으니 은근히 욕심이 났다. 나는 정중하게 이번주 내내 캐디를 해주십사 부탁을 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본분이 학생인지라 학교에 가야만 했다. 나는 아주 끈질기게 부탁을 했다. 심지어 상금의 20%까지 줄 용의가 있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결국 이틀만 할 수 있고 마지막날은 친구를 소개 시켜주기로 했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민박집 주인 아줌마와 아저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더 반가운 강아지들이 마당에서 뛰어 놀고 있었다. 우와~. 정말 오랜만에 컨디션도 좋았고 떨어진 자신감도 생겼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시합날.

나보다 더 긴장한 고등학생 캐디는 오히려 날 편하게 했다. 순진한 모습을 보아서 그런지 아니면 내 막내동생이 생각나서인지 편안한 라운딩을 했고 오늘도 사인이 척척 맞았다.

잠깐 리더보드에 내 이름도 짬짬히 보였다. 하늘을 보니 약간씩 흐려지는 것 같았는데 비가 올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가 거의 끝날 때쯤 비가 왔다.

난 오전조라 비를 피했고 다행히 성적도 좋았다. 여전히 학생 아버지와 학생 캐디는 리더보드에서 내 순위를 보느라 정신없었고 나는 비를 맞으면서 연습공을 쳤다. 난 정말 내일이 기다려 졌다. 이렇게만 진행 된다면 떨어진 자신감이 급상승되어 앞으로 남은 시합 때도 밀어붙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오후시합이 중단됐다. 그 뜻은 오늘 경기를 종료하고 내일 다시 와서 쳐야하는데 문제는 스케즐이 바뀌는건 둘째치고 기다리는 지루함과 컨디션 조절이 중요했다. 하필 이럴때 비가 오다니….

어쩔 수 없이 나는 집으로 갔다. 다음날 비는 오지 않았지만 코스가 흠뻑 젖어 어제 끝내지 못한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어쩌겠는가. 그것 또한 운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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