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프로의 LPGA 뒷담화-82] 골프는 끝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성적이 괜찮은 편이라 10시쯤 티타임을 받았고 티박스에 올라서서 조이에게 말했다. 오늘 내 목표는 무조건 "Go" 라고. 그 뜻은 파5에선 무조건 투온을 노려 이글 찬스를 만드는거고 나머지 홀들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테니까 말리지 말라고. 조이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예스 미니"를 외쳤다.
모든 홀을 도전적으로 쳤고 후회없는 샷을 치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마음 먹은대로 안되는 게 골프 아니던가. 전반을 2언더파로 치고 후반으로 넘어와 보니 톱10안에 이름이 보였다. 욕심이 났다.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이렇게 되면 상금이 올라 랭킹이 올라가고 시드전을 볼 필요도 없고 내년에는 편하게 여행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집중력이 분산됐다.
그러더니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파5에서 드라이버를 멀리 쳐놓고 230야드 남은 세컨샷을 우드 3번으로 힘껏 때렸다. 그린도 안맞고 훌렁 넘어가 버렸다. 순간 믿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3번 우드를 240야드 이상 쳤다는 결론인데 순간 내 코치가 했던 말씀을 기억해 냈다. 인간의 몸은 설명할 수 없을만큼 신기해서 흥분을 하면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생겨 공을 더 멀리날아간다고. 내가 흥분한 건 사실이고 거리가 많이 나는 건 좋은 일이지만 프로나 선수는 무조건 일정한 거리를 내야한다.
그 중에 일정한 호흡 똑같은 보폭의 발걸음 절대 감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순간의 욕심이 그 모든 지식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했다. 내가 원하는 결론을 얻으려면 냉정해야 했는데 통제력을 잃고 말았고 결국 트리플 보기를 했다. 어쩌겠는가. 이미 물은 쏟아졌는데. 역시 골프는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는걸 알았다. 또 왜 코치가 냉정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피같은 트리플 보기를 한 후에 마음 속 깊이 아주 깊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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