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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프로의 LPGA 뒷담화-83] 코리안 미팅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나는 마지막 시합에 '톱10'은커녕 겨우 30위권에서 마무리를 해야 했다. 기회도 좋고 컨디션도 최고였는데 결국 내 작적은 실패로 돌아갔다.

나는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퀄리파잉 스쿨에 다시 가야 했고 실제로 그해 겨울 조이와 함께 출전해 2003시즌 풀시드를 획득했다.

좌절도 고생도 많이 했지만 LPGA 대회를 뛰며 배운 것이 참 많았다. 특히 사람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코리안 미팅' 때는 한 단계가 아닌 열 단계 쯤은 성숙해진 것 같다. '코리안 미팅'은 원래 그 당시 LPGA의 한인선수 중 맏언니였던 한 선배가 주도하려던 자리였다. 대회 때마다 몇 몇 한인 선수 부모들의 실수가 반복되자 이를 개선해 볼 의도였다. 하지만 그 선배는 미팅을 주선하기 위해 부모들을 만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고 특히 막무가내인 몇 몇 사람들을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포기를 하고 말았다. 결국 그 다음 큰언니인 내가 '총대'를 매게 됐다.

워낙 시끄럽고 어려운 일이라 그런지 한국여자협회에선 나를 미국 상벌위원 이사로 임명한다는 서류를 부랴부랴 보내왔다. 나는 그 자격으로 라커에 공고를 붙였다. 부모님들께도 알리고 미국협회의 도움과 주선으로 마침내 자리를 마련했다.

LPGA 커미셔너인 타이 보토와 부회장 경기위원들도 참석했고 한인 선수들도 대부분 모였다. 그 중엔 한인이면서도 자신은 미국 시민권자라 한국사람이 아니라고 선언한 어떤 선수는 불참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자신은 한국선수가 아니라고 불참한 한인 선수의 아버지는 일찌감치 와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타이 보토가 인사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 아저씨가 먼저 손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질문이 있는데 저 여자는 (나를 가리키며) 무슨 자격으로 앞에 있냐"고 물었다.

타이 보토는 "우리를 도와 줄 통역이고 한국협회의 이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 때 그 아저씨는 보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뭐 별거 아닌네. 들을 필요도 없지. 미국협회 밑인 한국협회 말을 왜들어! 분명 그 아저씨는 '언더'라는 말을 썼다. 그러더니 더 이상 말을 듣지 말고 나가자며 모임의 분위기를 흐트려 놓았다. 또 다른 아저씨도 일어나더니 "나가자"고 선동했다.

장내는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마치 깡패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아저씨는 앉아 있는 다른 부모들의 의자를 발로 차며 나가라고 했다. 모두들 경악했다. 특히 나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그 때 P선수가 벌떡 일어났다. "아저씨 앉아! 지금 미팅 중이잖아. 앉으라니까"라며 외쳤다. K선수도 일어나 한마디했다. "아버지. 언니 이야기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마." 선수들이 강하게 나오자 문제의 아저씨들도 한풀 꺾이며 자리에 앉았다.

나도 놀랐지만 미국협회 직원들도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아마 어찌 할 지를 몰랐겠지만 준비해 온 내용들을 읽었고 내가 최선을 다해 통역을 했다. 그 때마다 그 아저씨는 내 통역에 토를 달았다. 너무나 화가 나서 손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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