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프로의 LPGA 뒷담화-80] 에티켓 지적 많이 받는 한국선수들
여민선/전 LPGA 선수·KLPGA 정회원/빅토리골프 아카데미 헤드프로
공을 놓고 스트록을 체크하고 손의 위치와 공의 위치 그리고 스탠스까지 철저하게 점검을 했다. 왜냐하면 프로도 사람인지라 힘이 들어갈 때가 있고 빨라질 때 간혹 아주 작고 미미한 것 때문에 조금씩 엇나갈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확인해야 했다.
물론 나는 코치와 함께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내 스윙을 내가 스스로 보고 분석하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하곤 했다. 특별히 문제되는 게 없어서 라커에 들어가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는데 한 한국선수가 음료와 스낵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들고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미국선수가 한마디 했다. "저 선수는 왜 매번 음식을 밖으로 싸가지고 나가서 식구들을 주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했다. 맞다. 라커실에 있는 모든 음식은 오직 선수만이 먹을 수 있고 선수를 위한 음식이라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려니 하고 밖으로 나가 연습을 시작하려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가 협회에 리포트를 해서 선수가 아버지에게 음식을 전달하는 것을 목격하고 벌금을 부여했는데 내 기억으로는 300 달러였던 것 같다. 선수 아버지는 비싼 점심 먹었다고 농담처럼 투덜거렸지만 그렇게 웃고만 넘길 일은 아니었다. 모든 한국선수들이 오해를 살 이유가 되기도 하고 가뜩이나 여러 문제가 있을 땐 이런 작은 실수도 크게 비춰지기 때문이었다.
사실 한국선수만 꼭 음식을 가족과 나눈 것은 절대 아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분명 같은 일을 한다. 하지만 왜 한국선수만이 벌금을 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 자주 너무 많이 가지고 나와서 눈에 띄기 때문이다.
시합 때 집중력을 잃는 게 싫고 마음을 빼앗기는 게 싫어서 자리를 옮겨 퍼팅그린으로 갔다. 롱퍼팅을 하기 위해 공 3개를 그린 위에 놓고 굴리고 있는데 하필이면 또 한국선수가 공을 10개 놓고 홀컵 주위를 동그랗게 에워싼 채 짧은 퍼팅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린 위에선 한 선수에게 공 3개 만이 허락됐는데 잘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공 3개만으로 연습해야해"라고 하자 "알게 모야. 난 이게 편하다"는 선수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위원이 올라왔다. 그리고 "당장 공을 치우라"고 말했고 위반시에는 경기 실격사유가 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그 선수는 놀랐는지 공을 냉큼 집어들고는 나에게 와서 물었다. 그런 룰이 있냐고.
맞다. 있다. 생각해보라. 한 시합에 선수가 144명인데 캐디까지 그린에 올라온다면 가뜩이나 좁은 연습장이 미어터진다. 공을 5개 10개씩 올려놓고 한다는 게 현실적인지. 또 그게 에티켓인지. 더 중요한건 이미 루키 때 그 교육을 받았는데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게 진작 말해줄 때 들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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