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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실종' 배우 줄리언 샌즈, 5개월 만에 발견 사망 확인

지난 1월 등산 중 실종됐던 영국 출신 배우 줄리언 샌즈(사진)가 사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샌버나디노카운티 셰리프국이 27일 밝혔다. 향년 65세.   앞서 셰리프국은 지난 1월 19일 샌즈가 LA에서 북동쪽으로 약 50마일 떨어진 볼디산 트레일 코스에서 실종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의 가족은 하이킹을 떠난 샌즈가 일주일 넘게 귀가하지 않자 실종 신고를 했다.   당국은 헬기와 드론을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겨우내 악천후와 눈사태 위험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에도 성과가 없었다.   그러다 지난 24일 한 등산객이 샌즈로 추정되는 유해를 발견해 관할 보안관 사무소에 신고하면서 수습이 이뤄질 수 있었다.   영국에서 나고 자라 배우가 된 샌즈는 40년간 영국과 미국의 영화·TV 드라마 150여편에 출연했다.   1985년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영국 로맨스 영화 ‘전망 좋은 방’에 헬레나 보넘 카터의 상대역으로 출연해 이름을 알린 뒤 미국으로 이주해 할리우드에서 주로 활동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워락’(1989),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1993),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1995) 등이 있으며, 2000년대 이후에도 ‘밀리언 달러 호텔’(2002), ‘블러드 앤 본’(2009), ‘더 헌터’(2010),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012), ‘비뚤어진 집’(2019) 등에 출연했다.   샌즈는 실종 전까지 노스할리우드 지역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줄리언 등산 줄리언 샌즈 등산 실종 발견 사망

2023-06-27

[빅데이터] ‘나이듦’을 연구하다

한참 글쓰기 작업을 하던 동료의 랩탑 컴퓨터를 잠시 빌려 쓰려 하니, 그가 건네주기 전 잠시 멈칫하곤 “화면의 글씨체를 키워 드릴까요”라고 묻습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저를 배려하는 섬세함에 고마움보다 야속함이 밀려듭니다. 아직은 문제없다 손사래 치며 받은 문서편집기의 글자들은 너무나 작아 눈을 찌푸리고 보아도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할 수 없이 글자 크기를 조절하며 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격의 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나이를 잊고 살지만 이럴 때 보면 저는 여지없이 그보다 나이가 한참이나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부쩍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습니다. 상품의 뒤편 설명서도, 행사장의 소식지 속 명단도 잘 보이지 않게 되며 나이듦을 뜻하는 한자가 들어있는 노안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찾아옵니다. 오랜만에 안경을 새로 맞추러 갔더니 친절한 점원은 묻지도 않았는데 다초점 렌즈를 자연스레 권합니다. 이미 쓰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들이 한둘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며 저 역시 헛된 저항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십수 년째 봄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학회의 올해 주제는 ‘나이듦’입니다. 계속 줄어드는 출생률과 길어져 가는 기대수명은 우리 사회가 나이듦을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는 방향을 자연스레 가리킵니다. 시대가 원하는 것을 늘 함께 공부해 온 도반들 모두 이 주제에 이구동성으로 합의했습니다.   길어진 우리의 생애는 예전 중요하게만 보이던 일들 역시 다 변화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줍니다. 결혼이 통과의례와 같이 누구에게나 다가오던 시절은 아득히 멀어 보입니다. TV 속, 아빠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프로그램이 자연 속 홀로 살고 있는 사람의 관찰기로 바뀐 지도 오래입니다. 자신의 배우자를 씩씩하게 찾는 프로그램보다 각자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데이터를 모으고 관찰하며 알게 된 것은 놀랍도록 우리가 나이듦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문학과 언론에서 묘사한 간접경험으로, 쇠하고 무기력한 절망의 장면들이 우리에게 각인되기 일쑤입니다. 학습된 두려움은 그 이후의 삶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만들어내기 쉽습니다. 게다가 어릴 적 보아온 나이든 분들의 삶은 이른 죽음과 일생의 고단함에서 기인한 질병의 고통이었습니다. 이제는 100세 이상의 나이를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축복이 다가오고, 과거와는 다른 삶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젊은 분들의 생각처럼 나이든 분들의 삶이 다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 속 그분들의 삶 역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갑자기 많은 것이 바뀌지 않습니다.   우리의 지난 전형처럼 트로트만 무한재생하고 바둑과 등산만을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뉴진스의 노래에 맞추어 버스킹을 하고, 유튜버가 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누구보다 능숙하게 다루기도 합니다. 우리는 모두 나이듦과 함께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전보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동등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나를 대접할 사람도, 그 이유도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사회의 구성원이 늘지 않고, 가족이 단출해지며 복작거리던 분주함이 줄어든 만큼 한가로움 속 외로움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의 바람 잘 날이 없다던 고단함의 푸념은 어쩌면 외로움을 느낄 틈도 없다는 행복한 고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것은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대상을 구분 짓는 생각과 늙어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종종 우리는 노인을 거리 두듯 표현합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중년은 적어도 나는 노인이 아니라고 끝까지 부정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는 것도 삶의 한 단계에 불과합니다. 그 안에는 매 순간 새로운 가능성과 행복 역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생은 청춘의 때만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이제는 삶의 어떤 시기에서든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가 있습니다.   나이든 이들을 돌보는 이유는 그저 그들이 소중한 이웃이고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각자가 모두 소중하기에 나이듦을 너와 나의 이야기로 인식하고 함께 살아가기를 배워가는 것입니다. 꼭 대접하거나 대접받지 않더라도, 서로 존중하는 관계라면 충분합니다.   단지 그는 젊은 소중한 사람이고, 나는 나이든 소중한 사람일 뿐입니다. 송길영 / Mind Miner빅데이터 연구 예전 글자 크기 동갑내기 친구들 바둑과 등산

2023-04-09

[삶의 뜨락에서] 산에 오르는 사람들

“산에 왜 오르는가” 라는 질문에 한 산악인의 유명한 대답이 전해진다. “산이 거기 있기에”라는 말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산에 오르는 발길을 돕고 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어떠한 이득도 없지만 무거운 등짐을 지고 땀 흘리며 산에 들어 정상을 향하는 사람들에게 비산악인들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산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세계 최고의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라 찍은 사진들을 보아도 다를 바 없는 언덕 위 풍경 위에 빈 하늘만 있다. 때로는 눈보라 치고 드센 바람만이 몰아치고 있다. 다만 고집스럽게 그곳까지 걸어 올라간 고생길의 흔적이 가득한 한 인간의 모습이 자랑하듯 바람 속에 서 있다. 빈 하늘을 채우는 녹록지 않은 뜨거운 숨결이 보이는 듯하다. 그곳에 가야 할 이유가 있어 올라서며 발자국을 찍어내는 발걸음이 저 아래 동네 길에서부터 정상까지 도전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산이 있어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그려내는 가슴 뛰는 이야기다.   한국풍경 하나. 주말이나 휴일이면 웬만한 산은 가을 단풍색이 무색한 원색의 등산복으로 무장한 수많은 등산객으로 가득하다. 한국 사람들은 등산을 몹시 좋아하는 듯하다. 생각해 보면 한국인의 삶은 등산 그 자체인 것으로 보인다. 국토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진 지형 조건으로 이웃 동네 발길도 피할 수 없는 등산 활동이다. 평원지대의 나라에서는 조그만 언덕조차 대단한 산으로 여기고 애지중지하지만 그 정도의 산은 이웃 나들잇길에 불과한 한국 풍경이다. 역사 시간에 배운 대로라면 많은 외세 침략을 견디어 낸 것이 한국역사였다고 한다. 첩첩 쌓인 산과 같은 어려움이 늘어선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에게 생존의 나날은 산을 넘고 넘는 세월이었을 것 같다. 산 넘어 산이라는 어떤 인생의 묘사처럼 끝없이 늘어선 산과 산을 타고 넘는 땀과 인내의 여정 속에 등산이 낯익은 것이어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산에 오르기를 사랑하는 것 같다. 수많은 어려움과 국난을 이겨낸 사람들의 어깨와 산 정상에서 심호흡하며 산 아래 풍경을 음미하는 시선이 비슷한 결을 가지고 등산 한국인의 모습을 그려낸다.   올라보지도 않고 산이 너무 높다고 변명하는 사람들에게 오르고 또 오르면 어느 날 그 높아 보이던 꼭대기에 가 닿을 수 있다는 삶의 자세를 가르칠 때도 첩첩이 놓인 산을 끌어와 도구로 사용한다. 산은 높은 뜻의 상징이 된다. 산은 평생을 걸고 올라야 하는 목적이다. 산은 극복해야 하는 어려운 시련이기도 하다. 산은 피할 수 없는 단련의 길이기도 하다. 산은 드디어 도달한 완성이고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 되는 돌파구이다. 그곳에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아무것도 없지만 마음으로 심장으로 믿음으로 볼 수 있는 귀중한 것을 갖고 있다. 값을 매길 수 없는 성취감이 있고 넓은 세상을 보게 하는 높이가 있다. 작은 동네  뒷산이라도 그 꼭대기에 올라서면 발길을 옭아매던 생활의 구속을 벗어나 시원한 시야로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산 위에 올라설 때 주어지는 시원함과 해방감의 맑은 기운이 좋아 사람들은 산에 오른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산을 갖고 있다. 그 산은 아름드리나무가 가득한 울창한 숲을 가질 수도 있고, 키 작은 관목이 펼쳐져 있는 밋밋한 언덕 구릉일 수도 있다. 아득한 높이를 가질 수도 있고 그저 작은 동산 같이 아담한 것일 수도 있다. 길을 잃게 하는 깊이를 갖기도 하고 한눈에 보이는 단순하고 쉬운 산일 수도 있고 사철 눈 덮인 모습이기도 하고 언제나 꽃이 만발한 부드러운 언덕일 수도 있다. 어떤 산을 마음에 담고 있던지 사람들은 그 산속에서 어딘가를 향하여 발걸음을 쉬지 않는다. 잠시 산자락에서 놀고 있는 듯 보여도 결국은 그 산을 극복하고자 노력을 기울여 산에 들어 나아간다.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있어 길가에 앉았던 게으름도 다시 시작하는 새해를 만나면 자세를 고치며 일어선다. 자기의 산을 다시 바라보며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산 끝에 가 닿을 수 있을까 검색하고 궁리한다. 그리고 신발 끈을 조이고 언덕길을 오른다. 산에 오르는 사람이 된다. 안성남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등산 한국인 에베레스트 정상 이웃 동네

2023-01-09

[독자 마당] ‘노는 법’ 개발하기

일생을 산다는 것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시간을 분류해 보면 일하는 시간, 먹고 잠자는 시간, 그리고 휴식하거나 노는 시간으로 나눌 수 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 세 가지는 3등분으로 나뉜다. 하루 24시간이니까 각각 8시간씩이다.     이중에서 일하는 시간과 먹고 잠자는 시간은 대개 비슷하다. 하지만 노는 시간은 천태만상이다. 일하고 먹고 자는 것보다 노는 방식은 훨씬 많고 다양하다.     노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여럿이 같이 노는 것과 둘이서 노는 것, 그리고 혼자 노는 것이다. 여럿이 노는 것은 축구, 배구, 합창, 동창 모임 등 다양하다. 둘이서 하는 것은 바둑, 테니스, 권투, 씨름, 연애 등이 있다. 혼자서 노는 것은 독서, 그림 그리기, 글쓰기, 공작, 비디오 게임, 노래, 연주 등 많다.     나는 75세까지 일하고 은퇴했다. 83세가 되면서 ‘늙음’을 생각했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은 여러 뜻이 있겠지만 이제까지 해오던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노는 법은 테니스, 등산, 여행, 기타 연주, 독서 등이었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고 기타 연주와 독서만 남았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기타 치기와 독서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일을 하지 않아 놀아야 할 시간은 16시간으로 늘었다. 따라서 새로 노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새로 시작한 놀이가 있다. 글쓰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다.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인생을 재미있게 살려면 취미를 가져야 한다. 한 가지 정도의 집중할 수 있는 취미와 여러 개의 흥미가 있는 취미가 필요하다. 노년에 외로움을 겪지 않으려면 노는 법(취미)을 개발해야 한다. 서효원 / LA독자 마당 개발 독서 그림 테니스 등산 바둑 테니스

2022-05-30

[수필] 아버지와 백석의 시

“아버지는 눈 내리는 날   설악산의 품에 안기셨다   종일토록 내리는 함박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백석의 시를 떠올리고 눈 속에 가신   아버지를 추억한다”   1년 중 가장 추운 날이라는 대한(大寒)을 하루 앞두고 한국에는 하루 종일 함박눈이 내렸다. 거실 창밖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꽃송이들을 넋을 잃고 바라봤다. 굵은 눈과 가루눈이 한데 어울려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전후 좌우로 흩날리는 모습이 마치 흰옷 입은 작은 천사들이 화려한 군무를 추는 듯 느껴졌다. 많은 눈이 소리 없이 내려와서 세상 소음을 덮어버리고 어지러운 지면을 흰 도화지처럼 깨끗하게 만들어 버렸다. LA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기에 더욱 신비스러웠다. 내가 한국에 머무는 아파트는 산이 둘러 있어서 흰 눈에 덮인 나무들과 숲은 도심에서 보기 힘든 멋진 풍경이었다.     나는 그렇게 눈이 펑펑 오는 날에는 오래 전에 설악산 눈 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회상한다.   또한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떠오른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중략)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이 시에는 아름답고 아팠던 시인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백석이 청년 시절 김영한이라는 미모의 기생과 사랑에 빠졌으나 집안의 반대로 결혼할 수 없게 되자 위의 시를 지어 주고 떠났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 기생은 후에 대원각이라는 고급요정을 운영했는데 법정스님의 ‘무소유’에 감명 받아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해서 길상사가 되었다. 그때 대원각은 천억원이 넘었는데 그녀는 “그까짓 천억원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라고 했다. 길상사의 공덕 비 앞에는 위의 시가 새겨 있다.   일제 강점기 천재시인으로 알려진 백석은 시인들이 가장 사랑한 시인으로 동 시대를 살았던  윤동주가 가장 흠모했던 시인이라고 한다. 윤동주는 백석의 첫 시집인 ‘사슴’을 구할 수 없게 되자 그 시집 전체를 직접 필사했다고 전해진다.  백석이 윤동주만큼 우리에게 덜 알려진 것은 그가 일본 유학 후 조선일보 기자를 거쳐 북쪽에 있는 함흥에서 교사로 있다가 해방을 맞았기 때문이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마르고 긴 얼굴에 숱이 많고 약간 곱슬머리인 백석과 우리 아버지의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너무 닮았다. 뿐만 아니라 시에 나오는 내용 중에 우리 아버지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눈, 깊은 산, 세상을 피하려는 것’ 등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비교적 큰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다가 믿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해서 사업에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다.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은 후 사업에 전념하지 않으셨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시간이 날 때마다 홀로 산에 다니는 것을 즐기셨다. 한국의 산이란 산은 거의 다 다니셨다. 오랜 세월 산행을 하다 보니 거의 등산 전문가 수준에 이르셨다. 그런 아버지가 종내에는 산에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67세 되시던 해 12월 말이었다. 며칠씩 소식 없이 산에서 늦으시는 경우가 허다했으므로 가족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연휴를 즐겼다. 그런데 경찰로부터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가 변을 당하신 거였다. 설악산 중턱 봉정암 못 미쳐 벼랑 아래서 산에 오르던 마을 주민이 눈 속에서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벼랑 위에 있는 얼음에 눈이 덮인 것을 모르고 방심하신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2월 30일에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혼자서 설악산으로 떠나셨다. 연휴를 맞아 31일에 관광버스로 몰려든 등산객들이 새해 첫날 대청봉에 올라 해맞이를 할  테니 이들을 피해 하루 전 날인 섣달 그믐에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다. 날짜를 앞당겼을 뿐 아니라 다른 등산객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반대 코스를 잡으셨다. 만약 아버지가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만 늦게 출발했거나 같은 방향을 택하셨더라면 사고 당시 사람들의 눈에 띄어 생명을 잃지 않으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 그지없다.   오빠와 두 사위가 버스를 대절해서 밤길을 달려 아버지의 시신을 모셔왔다. 집에 돌아온 남편이 “나도 죽을 뻔 했어”라고 말했다. 그 당시 설악산 가는 길은 좁은 비탈길에 눈마저 쌓여 버스가 다니기에는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기 이를 데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아버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눈 덮인 설악산의 설경은 숨이 막힐 정도로 황홀했어. 그 절경을 혼자 만끽하다가 좋아하는 산에서 행복하게 가신 것 같아” 하며 나를 위로했다.     가난한 백석은 눈이 푹푹 내리는 밤 아름다운 연인을 생각하며 홀로 술을 마신다.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기에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자기들을 외면하는 세상을 피해서 단둘이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들어가서 오두막을 짓고 행복하게 사는 환상이다. 임과 함께라면 산골 오두막인들 어떠하리!     나는 오늘 같이 함박눈이 펄펄 날리는 날이면 설악산 등산을 갔다 살아 돌아오지 못하신 아버지가 몹시 그립다. 아버지가 세상을 등지고 산에 그토록 다니셨던 것은 결국 사악한 세상에 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직 믿을 것은 산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산을 안식처로 삼으셨을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사심없이 반겨주는 산이 있기에 틈만 나면 달려 가시다가 끝내는 눈 내리는 날 설악산의 품에 안기셨다. 종일토록 내리는 함박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백석의 시를 떠올리고 눈 속에 가신 아버지를 추억한다. 배광자 / 수필가수필 아버지 백석 우리 아버지 설악산 등산 설악산 중턱

2022-02-10

[살며 배우며] 등산 동우회 '유맥'

월요일 8시 20분에 시작하여 레이니어 호수 주변 등산로를 걷고 나서, 맥도날드에 모인 동우회원들 28명은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여러 테이블에 나누어 앉아,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여자들 쪽에서 웃는 소리도 들려왔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엔 다 모이지 않고 흩어져서 걷다가 이제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저렇게 만나서 수다를 떨며 웃으면 집에서 잔소리도 줄까?” “물론이지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치매예방, 우울증 예방, 집안에서의 짜증도 줄일 거야.” “우리 남자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물론이지. 월요일 마다 만나고 걷고, 수다 떨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 이야기가 남자들 테이블에서 나왔다. .     “우리 등산 팀 이름이 왜 〈유맥〉입니까?” 누가 초대 총장 장로님에게 물었다.     “걷고 나서 이 맥도날드에 와서 커피 마시며 서로 많이 배우잖아요. 카톡도 아는 사람에게 배우고, 보험 상당, 건강 상담, 의사 선생님들, 교수님들, 각분야 전문가들, 은퇴한 분들이 나누는 정보 속에 배울게 얼마나 많아? 배우는 곳이 대학이고, 장소가 맥도날드이니 University of McDonald를 짤게 유맥이라 부르게 된 거지. 그래서 회장을 총장이라 부르고.”     유맥이 생긴지가 몇 년이나 되었냐는 질문에 초대총장님의 이야기는 2007년 그가 은퇴하고 이곳에 와서부터 라고 했다. 유맥이란 이름이 붙은 년도는 그 후라고 했다. 나도 은퇴하고 이사 와서 2014년부터 월요일이면 등산에 참가했다. 여행 중이거나 중대한 일 외엔 꼭 참가했다. 물론 골프도 월요일은 피했다.     가족 경사를 유맥식구들과 나누며 식사를 제공하는 일도 많았다. 슈퍼 볼, 연말 연초 윷놀이를 초대 총장 댁에서 했다. 유맥식구들 숫자가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30명이 넘으면 한집에 초청하긴 어려워지자, 회원을 30명으로 하자고 정했다. 기성회원 중에 빈 자리가 나면 새 회원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빈 자리를 기다리는 예비회원들도 있다.     “보세요, 유리 유맥 식구들 중에 10년 동안 아무도 죽은 사림이 없지요? 거기다 우리 유맥 식구들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도 없어요!” 김 장로님이 말했다. 모드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누죽걸산’ 무슨 뜻일까요?” 김 장로님 유맥 카톡에 올렸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해답이 즉시 올라왔다. 장로님은 그 해석이 우리 유맥 정신과 일치한다고 토를 달았다. 나가오 가즈히로라는 일본 의사가 쓴 책, ‘병의 90%가 걷기만 해도 낫는다’가 요즘 인기 있다.   맥도날드에서 한인 노인들 말썽 기사가 대 도시 신문에 자주 난다. 한국 노인들이 모여 커피 한잔 시켜놓고 시간을 보내고, 장기바둑도 두어 다른 손님 앉을 자리가 없어 생긴 분란 기사도 있다. 가끔 노인들간에 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되고, 경찰이 오면 즉시 무산되고, 그런 사건은 반복된다는 기사도 있다.     유맥은 십 년 넘게 맥도날드에 모여도, 환영 받고 엑스트라 서비스를 받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우리가 오는 아침 시간엔 다른 고객들이 별로 없고, 우린 단체로 와서 매상을 올려주고, 손님들이 점심 먹으려 오기 시작하는 11시가 되면 가차없이 얼어서는 규칙 때문인 것 같다.     “한국 노인들이 모이면 싸운다는데, 우리는 싸우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건 우리 규칙 때문이야.” “우리 규칙이 뭔데?” “돈 많은 거, 가방 끈, 손자를 포함한 애들 이야기, 정치얘기, 종교얘기 하지 않기가 규칙이에요. 손자 자랑하면 손자 없는 사람 상처받잖아요. 정치얘기, 종교얘긴 서로 달라 다투게 되고.” 그런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정기적으로 부부가 같이 걷고, 사람들 이야기 듣고, 새롭고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유맥이 나는 좋다. 연말에는 초대 총장 댁에 모여 윷놀이도 하고, 슈퍼 볼도 다 같이 보며, 편을 짜서 내기를 거는 즐거움도 유맥식구들이 즐기는 행사 중에 하나이다.     단체 피크닉으로 멀리 가서 바비큐 하던 추억, 매년 단풍구경 여행, 물놀이 가서 래프팅 보트를 타고 계곡을 내려오며 물에 빠지고 물보라에 어린애들처럼 소리치던 기억도 아름다운 추억이다.     라인댄싱을 배운다고 한 장로님 댁에 모여 연습하여 교회 탤런트 쇼에 나갔던 일, 한 장로님 댁에 가끔 가서 점심대접을 받던 일들이 이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좋은 분들 고마운 분들과 친구가 되어 은퇴 후에 새 고향을 만들어가니 고맙고 감사하다.       살며 배우며 동우회 등산 동우회원들 28명 남자들 테이블 초대 총장

2021-12-11

[김인호의 등산 이야기] 선셋트레일…황갈색 흙으로 덮여 감촉이 좋은 등산로

선셋트레일, Sunset Trail, Laguna Mountain 거리: 7.2마일 소요시간: 4시간 등반고도: 700 피트 난이도: 3 (최고 5) Season: 9월-6월 추천등급: 4 (최고 5) 샌디에이고에서 약 50마일 내륙으에 있는 라구나산은 이웃하는 쿠야마카 산과 함께 샌디에이고의 자랑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자연림과 넓은 초장을 간직하고 있다. 선셋트레일은 라구나 초원을 끼고 있으며 만든 지 오래되지 않은 등산로이다. 맑고 짙푸른 하늘 아래 고상한 자태로 늘어선 제프리파인과 블랙오크가 숲을 이루고 가지런히 나있는 등산로는 황갈색 흙으로 덮여 감촉이 매우 좋다. 색 바랜 자그마한 바위들과 늘 푸른 소나무들이 어울려 있어 어릴 적 뒷동산에서 뛰어 놀던 때를 기억나게 한다. 선셋 트레일은 관리가 잘 되어있고 경사도 심하지 않다. 가는 도중 철망으로 막아 놓은 곳이 있는데 등산객은 문을 열고 통과해도 무관하다. 약 1.5마일 지점에서 조그마한 연못(Water of the Woods)을 만나고 연못 좌측으로 등산로가 계속된다. 다음 2.5마일 구간은 약간의 경사로를 꾸준히 올라가면서 등산로 좌우를 가득 채운 푸른 나무와 고목들을 볼 수 있다. 산길을 내려오면 넓은 초원을 끼고 길이 오른편으로 굽어지는데 빅 라구나 트레일을 만나면 우측으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넓은 초원을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도는 형태로 초원 가운데 있는 빅라구나 호수가 끝나는 지점에서 오른편으로 농사를 끝낸 밭처럼 척박한 초원을 똑바로 가로질러 출발점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빅 라구나 트레일은 왼편으로 휘어지면서 라구나 캠프장으로 연결되는데 출발점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가게 된다. 겨울철 우기에는 빅라구나 호수에 물이 고여 있다가 봄철에는 물이 마르면서 야생화로 꽃밭을 이룬다. 초원으로 들어서면 가느다랗게 나있는 길 자국이 여러 군데 있어 혼동할 수 있지만 오른편의 산림 쪽으로 계속 걸으면 목장처럼 울타리를 친 라구나랜치를 만난다. 초장과 랜치는 국유지이므로 지나다닐 수 있으나 계절에 따라 목축업자들 소들을 방목하기도 한다. 라구나랜치 오른편을 지나서 도로를 따라 좀 더 나오면 출발점으로 돌아오게 된다. ▶가는 길: LA에서 5 Fwy South-805 Fwy South로 가다가 8 Fwy East로 갈아타서 41마일을 운전하면 라구나 마운틴을 통과하는 S1(Sunrise Hwy)국도를 만나게 된다. S1에서 좌회전하여 약 5마일(국도 표지판 19.1마일) 지점에 오른편으로 정자처럼 생긴 무인 안내소가 나온다. 등산로는 여기서 약 50미터 전방 길 건너편에서 시작된다.

2015-12-09

[김인호의 등산 이야기] 스톤월 피크…참나무가 아늑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등산로

샌디에고의 명산 스톤월 피크(Stonewall Peak, Cuyamaca Mountains) 거리: 4.5 마일 소요시간: 2시간 30분 등반고도: 850피트 난이도: 2 (최고 5) Season: 연중 추천등급: 4 (최고 5) 쿠야마카랜초 주립공원(Cuyamaca Rancho State Park)은 '사막 속의 오아시스'로 불릴 만큼 주변의 다른 사막지형과는 판이하게 다른 울창한 숲과 호수를 간직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샌디에이고 동편 내륙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은 온화한 날씨와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방문객이 끊임없이 찾고 있다. 하지만 울창한 수목은 끊임없는 화마에 시달리곤 하는데 수년 전 발생한 줄리안-쿠야마카 산불로 인해 등산로 인근의 많은 수목이 숯검정으로 변한 모습을 지금까지도 볼 수 있다.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겠으나 다시금 울창한 수목들이 아늑한 등산로를 만들어 줄 때를 기대해 본다. 이 등산로는 정상에 있는 바위까지 등반할 수 있기 때문에 주립공원의 지형을 거의 360도로 둘러볼 수 있다. 진입로부터 참나무로 덮여있어 등산객들에게 아늑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데 잘 관리된 넓은 등산로는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다. 등산로를 따라올라 가다 보면 나무 사이로 쿠야마카 호수가 보이고 그 주변으로 참나무, 단풍나무로 덮여있는 광활한 숲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 밑 부분에서 두 갈래로 길이 나뉘는데 우측길이 정상으로 연결된다. 정상의 바위산에서는 호수를 비롯하여 근처의 지형이 한눈에 들어온다. 초원과 나무숲은 계절마다 그 색깔이 변하여 봄에는 초록색, 여름에는 노란색, 가을에는 갈색과 회색, 눈이 내린 겨울에는 하얀색으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사과의 도시로 유명한 줄리안은 오래전 금광촌으로 형성되었다가 지금은 조용한 휴양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다. 타운에는 애플파이를 굽는 식당과 기념품점들이 있으므로 꼭 들러 보기를 권한다. ▶가는 길: LA에서 5Fwy 혹은 15Fwy 남쪽방향으로 가다가 78Hwy로 에스콘디도(Escondido)를 거쳐 줄리안을 지나 79Hwy로 갈아타면 쿠야마카 주립 공원에 있는 파소 피카소 캠핑장에 도착한다. 다른 방법은 5Fwy로 남하하여 샌디에이고 못 미쳐 805Fwy로 갈아타고 다시 8Fwy 동쪽으로 약 34마일을 운전하면 79Hwy를 만나게 된다. 79Hwy에서 내려 좌회전한 후 약 8마일 정도 북상하면 파소피카초 캠핑장에 도착한다. 캠핑장에 주차를 하고 79 Hwy 도로 건너편으로 있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2015-11-18

[김인호의 등산 이야기] 레이크포웨이 트레일…탁 트인 호수 주위 한바퀴 도는 코스

레이크포웨이 트레일, Lake Poway Trail 거리: 3마일 소요시간: 1시간 30분 등반고도: 650피트 난이도: 2 (최고 5) Season: 연중 추천등급: 3 (최고 5) 고운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해안을 끼고 있는 샌디에이고 카운티는 내륙 쪽으로 들어서면서 나지막한 산들과 분지들이 이어지는데 팔로마마운틴(Paloma Mt.)과 쿠야마카마운틴(Cuyamaca Mt.)은 계절마다 색이 변하는 울창한 숲을 간직하고 있어 이웃하고 있는 안자보레고(Anza Borrego) 사막과는 큰 대조를 이룬다. 샌디에이고 근교의 조용한 도시인 포웨이시티(Poway City)에 위치한 포웨이 공원호수는 푸른 잔디와 키 큰 낙엽송으로 둘러진 피크닉 장소가 인상적이다. 공원에서는 낚시 보트와 물놀이 기구들을 빌려주기도 하며 호수 주위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등산로가 마련되어있다. 먼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피크닉 장소에서 호수와 주변 산들을 둘러보도록 한다. 등산로는 호수 주위를 원형으로 돌므로 어느 쪽으로 출발하든 상관없으나 우측으로 시작할 경우 0.8마일 지점에 우드슨 마운틴(Woodson Mountain)으로 갈라지는 곳이 나오고 계속 걸으면 오른편으로 잠시 올라갔다 내리막길로 들어서는데 포웨이 호수 댐 아래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1.9마일 지점에서 다시 두 갈래로 길이 갈라지는데 오른편에 있는 캠프장을 잠시 둘러보도록 한다. 아름드리 오크나무들이 하늘을 뒤덮고 있는 이곳은 피크닉 테이블과 화로가 마련되어 제법 운치가 있다. 시간이 허락하면 캠프장을 지나서 라모나(Ramona) 호수까지 다녀올 수도 있는데 강우량이 많은 해의 봄에는 등산로 주변에 만발하는 각종 꽃들로 장관을 이룬다. 포웨이 호수로 돌아 올 때는 오르막길을 제법 오랫동안 올라야 하는데 허리를 펴고 쉬어야 하는 길목이다. 호수에서는 송어, 큰 입 배스, 메기 등이 잡히는데 주말(금,토)에는 낚시꾼들을 위해 예외적으로 밤 11시30분까지 보트를 대여해준다. 공원 시간은 아침 7시부터 해 질 녘까지이며 월요일과 화요일은 문을 닫는다. ▶가는 길: LA에서 5 Fwy 남쪽방향으로 가다가 78 Fwy로 갈아탄 후 다시 15 Fwy로 남하하여 랜초버나도(Rancho Bernardo)에서 내려 좌회전하면 에스폴라로드(Espola Road)로 길이 바뀌면서 공원으로 연결된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한 후 지도를 얻도록 한다.

2015-11-11

[김인호의 등산 이야기] 토리파인스…희귀종인 토리파인의 군락지로 경관 수려

토리파인스, Torrey Pines State Reserve 거리: 2마일 소요시간: 2시간 등반고도: 500피트 난이도: 2 (최고 5) Season: 연중 추천등급: 4 (최고 5) 토리파인스(Torrey Pines) 주립 공원은 바닷가 옆에 위치한 낮은 동산이지만 2000여 에이커의 땅에 토리파인 나무와 라군(Lagoon)을 찾아드는 철새들을 비롯하여 각종 동.식물의 보금자리로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경관이 수려하고 고운 모래가 가득한 해안가를 끼고 있어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는 총 8마일에 달하는 하이킹코스가 있으며 조깅, 서핑, 낚시 등의 여가를 즐길 수 있다. 해변을 걷는 것이 목적이라면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하도록 한다. 등산로는 산 위로 올라가는 길목 여러 곳에서 시작되는데 끝까지 올라가면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에는 길고 짧은 등산로가 여러 곳에 산재해 있어 약 30분에서 2시간 정도 각자 사정과 능력에 맞게 하이킹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비치트레일(Beach Trail)을 따라 내려가면 바람과 물로 깎이고 다듬어져 각양의 무늬를 간직한 샌드스톤 계곡을 구경할 수 있다. 바닷가로 나가서 플랫록(Flat Rock)을 지나 해변을 따라 2.5마일 거리에 있는 라호야쇼어스 비치(La Jolla Shores Beach)까지 걸어 볼 수도 있다. 가이플레밍 등산로(Guy Fleming Trail)는 지구상에서 이곳과 샌타로사 섬(Santa Rosa Island)에서만 자생하는 토리파인을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는 곳이며 바닷가 쪽으로 내려다보는 경치 또한 일품이다. 등산로마다 바다를 향한 뷰포인트(View Point)가 설치되어있어 흰 파도가 물결치는 아름다운 해안과 함께 파도타기, 도미낚시, 산책을 즐기는 많은 사람과 해안을 유유히 헤엄치는 돌고래들도 볼 수 있다. ▶가는 길: LA에서 5 Fwy 남쪽방향으로 가다가 샌디에이고 시에 진입하기 전 카멜밸리 로드(Carmel Valley Road)에서 내려 우회전, 끝까지 간 후 퍼시픽코스트 하이웨이(Pacific Coast Hwy)에서 좌회전하면 바닷가에 위치한 공원으로 연결된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한 후 지도를 얻도록 한다. ▶주의사항:플랫록(Flat Rock)에서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약 10여 분 내려가면 누드 촌인 블랙스비치(Black's Beach)를 지나게 된다. 일부 누드주의자들은 주위 시선에 아랑곳없이 전라로 활보하므로 이점을 미리 감안할 것.

2015-10-21

[김인호의 등산이야기] 도앤밸리…평지가 많아 초보 등산객에게 이상적

도앤밸리, Doane Valley Trail, Paloma Mountains 거리: 2.5 마일 소요시간: 1시간 30분 등반고도: 300피트 난이도: 2 (최고 5) Season: 연중 추천등급: 4 (최고 5) 하늘 높이 솟은 나무숲 사이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푸른 초원이 펼쳐진 도앤밸리(Doane Valley)는 초보 등산객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장소일 듯싶다. 거리가 멀지 않고 거의 평지를 걷는 이곳은 방문객들에게 등산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곳이다 팔로마 산의 주립공원 입구에서 도앤 연못쪽으로 약 1.8마일을 운전해 내려오면 연못 앞으로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안쪽으로 들어서면 도앤밸리 네이처트레일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네이처트레일이란 안내책자를 통해 지역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한 교육을 겸해 만들어 놓은 짧은 등산로이다. 등산로는 차도를 반듯이 건너 계속 되는데 하늘 높이 자란 나무들 사이로 약 0.3마일 즈음에 좌측으로 위어룩아웃(Weir Lookout)길로 들어서면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넓은 초원을 만나게 된다. 약 0.5마일을 걷다 보면 다시금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좌측으로 들어간다. 약 0.2마일 지나 맑은 물소리가 나고 연못처럼 제법 물이 고인 위어사이트에 도착하는데 돌로 지은 조그만 건물이 눈에 띈다. 1920년대에 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지은 이 건물에서 등산로는 끝이 나는데 주변의 바윗돌이 매우 미끄러우니 조심해야 한다. 낚시꾼들과 호기심이 많은 등산객은 아름다운 물길을 따라 좀 더 내려가 보기도 하는데 얼마 못 가서 공원 경계가 끝나고 팔라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들어가므로 더 이상은 내려갈 수 없다. 돌아올 때는 마지막으로 갈라진 곳에서 로우어도앤 트레일(Lower Doane Trail)을 따라 초원을 오른편으로 끼고 도앤 밸리 캠프장으로 향한다. 시간이 허락되면 오는 도중 좌측으로 있는 프렌치밸리 트레일을 들러 보길 권한다. 이곳에는 옛 인디언들이 돌로 열매를 갈아먹던 모테로베드록(Motero Bed Rock)을 구경할 수 있다. 캠프장에 도착한 후 포장도로를 따라나오면 주차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가는 길: LA에서 5 Fwy South로 가다가 76번으로 갈아타고 동편으로 약 40마일을 달리면 팔로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실제로 팔로마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3군데인데 린콘스프링(Rincon Springs)에서 올라가는 S6 국도와 헨소우 호수(Lake Henshaw) 못 미쳐 올라가는 S7 국도, 그리고 비포장인 네이트해리슨(Nate Harrison) 도로가 있다.

2015-09-30

[김인호의 등산 이야기] 도앤밸리…초보 등산객에게 가장 이상적인 장소

도앤밸리, Doane Valley Trail, Paloma Mountains 거리: 2.5 마일 소요시간: 1시간 30분 등반고도: 300 피트 난이도: 2 (최고 5) Season: 연중 추천등급: 4 (최고 5) 하늘 높이 솟은 나무숲 사이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푸른 초원이 펼쳐진 도앤밸리는 초보 등산객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장소일 듯싶다. 거리가 멀지 않고 거의 평지를 걷는 이곳은 방문객들에게 등산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곳이다 . 팔로마산의 주립공원 입구에서 도앤 연못(Doane Pond) 쪽으로 약 1.8마일을 운전해 내려오면 연못 앞으로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안쪽으로 들어서면 도앤밸리 네이처트레일(Doane Valley Nature Trail)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네이처트레일이란 안내책자를 통해 지역에 서식하는 동식물에 대한 교육을 겸해 만들어 놓은 짧은 등산로이다. 등산로는 차도를 반듯이 건너 계속 되는데 하늘 높이 자란 나무들 사이로 약 0.3마일 즈음에 좌측으로 위어룩아웃(Weir Lookout)길로 들어서면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넓은 초원을 만나게 된다. 약 0.5 마일을 걷다 보면 다시금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 좌측으로 들어간다. 약 0.2마일 지나 맑은 물소리가 나고 연못처럼 제법 물이 고인 위어사이트(Weir Site)에 도착하는데 돌로 지은 조그만 건물이 눈에 띈다. 1920년대에 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지은 이 건물에서 등산로는 끝이 나는데 주변의 바윗돌이 매우 미끄러우니 조심할 것. 낚시꾼들과 호기심이 많은 등산객은 아름다운 물길을 따라 좀 더 내려가 보기도 하는데 얼마 못 가서 공원 경계가 끝나고 팔라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들어가므로 더 이상은 내려갈 수 없다. 돌아올 때는 마지막으로 갈라진 곳에서 로우어도앤 트레일을 따라 초원을 오른편으로 끼고 도앤밸리 캠프장으로 향한다. 시간이 허락되면 오는 도중 좌측으로 있는 프렌치밸리 트레일을 들러 보길 권한다. 이곳에는 인디언들이 돌로 열매를 갈아먹던 모테로베드 록(Motero Bed Rock)을 구경할 수 있다. 캠프장에 도착한 후 포장도로를 따라나오면 주차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가는 길: LA에서 5 Fwy South로 가다가 76번으로 갈아타고 동편으로 약 40마일을 달리면 팔로마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팔로마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3군데인데 린콘스프링(Rincon Springs)에서 올라가는 S6 국도와 헨소우 호수(Lake Henshaw) 못 미쳐 올라가는 S7 국도, 그리고 비포장인 네이트해리슨(Nate Harrison) 도로가 있다.

2015-09-09

[김인호의 등산이야기] 스캇스캐빈 트레일…등산로 연못서 가족들과 낚시도 즐겨

스캇스캐빈 트레일 Scott's Cabin Trail Paloma Mountains 거리: 2 마일 소요시간: 1시간 등반고도: 500 피트 난이도: 2 (최고 5) Season: 연중 추천등급: 4 (최고 5) 오렌지카운티와 샌디에이고 카운티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팔로마산(Paloma Mountain)은 미국 최대의 크기인 200인치 거울을 장착한 천문대가 있어 유명하다. 또 아름다운 숲과 드넓은 초원 사이로 연못이 있고 시내가 흘러 낚시 캠핑 등산의 명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높이 자란 전나무와 퍼(Fir) 시더(Cedar) 나무가 가득한 산 속은 평균 5000피트의 높이로 시에라네바다(Sierra Nevada) 같은 고산에 올라온 기분을 느끼게 한다. 운전을 하다가 쉬어 갈 수 있는 비스타포인트(Vista Point)에서는 방향에 따라 바다와 내륙 사막지형이 파노라믹하게 내려다보인다. 팔로마산 자체는 국유림이고 주립 공원과 카운티 공원이 있지만 아직 많은 부분이 사유지이기도 하다. 개척시대부터 목축업과 벌목이 왕성하였던 이곳은 한동안 무분별한 개발로 몸살을 앓았는데 약 30년 전 정부가 개발에 제동을 걸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다시금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산림을 되찾게 되었다. 스캇스캐빈 트레일(Scott's Cabin Trail)은 주립 공원(State Park) 안에 있는데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할 때 지도도 구입하도록 한다. 입구에서 도앤 연못(Doane Pond) 쪽으로 약 1.8마일을 운전해 내려오면 학교건물 앞으로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스캇스캐빈 1.2 마일'이라는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등산로에 들어서면 도앤 연못이 곧 나오는데 송어 농어 메기가 잘 잡히는 이곳은 어린 자녀들과 소풍 삼아 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연못 오른편 길로 들어가면 우측으로 스캇스캐빈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등산로는 금방 전나무 시더나무 오크나무가 뒤섞인 숲 속으로 이어져 하늘 높이 자란 나무들 사이로 햇볕이 간신히 비집고 들어오는 듯하다. 약 0.3마일 지점에서 좌측으로 꺾어져서 0.5 마일을 더 올라가면 1880년도에 이곳에 살았던 스캇의 캐빈 자리에 도착한다. 캠프를 할 수 있는 평평한 평지에 아무런 표시는 없지만 사방은 키 큰 나무로 빽빽이 둘러싸여 속세를 훌쩍 벗어난 기분을 준다. 시간이 허락되면 계속하여 침니플랫 트레일(Chimney Flat Trail)로 올라가서 선더스프링 트레일(Thunder Spring Trail)로 내려오는 총 4마일의 등산로를 여행해 볼 수 있다. ▶가는 길: LA에서 5 Fwy South로 가다가 76번으로 갈아타고 동편으로 약 40마일을 달리면 팔로마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실제로 팔로마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3군데인데 린콘스프링(Rincon Springs)에서 올라가는 S6 국도와 헨소우 호수(Lake Henshaw) 못 미쳐 올라가는 S7 국도 그리고 비포장인 네이트해리슨(Nate Harrison) 도로가 있다.

2015-09-02

[김인호의 등산 이야기] 테리 피크…페리스 호수와 인근의 광활한 지형이 한 눈에

테리 피크 Terri Peak 거리: 3.5마일 소요시간: 2시간 30분 등반고도: 800피트 난이도: 2(최고 5) Season: 연중 추천등급: 4(최고 5) 모레노밸리 (Moreno Valley)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페리스 호수(Lake Perris)는 물놀이와 낚시로 유명하지만 호수 인근의 8000에이커에 달하는 초원은 등산객들에게도 좋은 산행을 선사해 준다. 자전거와 산보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호수 주변을 따라 9마일에 달하는 보행로가 마련되어 있으며 호수를 굽어보면서 솟아있는 테리피크(Terri Peak)는 높지는 않으나 정상에서는 호수 주위의 광활한 지형과 모레노밸리 도심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두 곳의 모래사장과 훌륭한 시설의 피크닉 장소 그리고 캠핑장을 이용하면 당일 혹은 1박2일의 여정으로 휴식을 취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공원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공원지도를 반드시 구입하도록 한다. 입구에서 금방 만나는 레이크 페리스 드라이브(Lake Perris Dr)에서 우회전하여 캠프파이어장(Campfire Center)에 주차하고 산 위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별도의 표지판은 없지만 등산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레이크 페리스 주변의 산에는 많은 야생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운이 좋으면 등산로 근처에서 뛰어 노는 사슴을 구경할 수도 있다. 산 중턱으로 올라가다 보면 평원처럼 넓게 퍼져 있는 초장을 만나는데 봄철에는 노란색의 야생화들로 덮여 있어 지나가는 등산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정상에서는 360도로 아래편의 호수를 비롯하여 인근의 모레노밸리와 주위에 장엄하게 자리하고 있는 샌버나디노 산맥 샌타애나 산들을 구경할 수 있다. 내려올 때는 왔던 길을 돌아오도록 한다. ▶주의 사항: 레이크 페리스는 물놀이를 즐기는 방문객들로 항상 붐비는 관계로 주말이나 휴일에는 아침부터 공원출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사전에 공원관리소에 문의하도록 한다. Lake Perris (909) 657-0676. ▶가는 길: LA에서 60 Fwy를 타고 약 2시간 동쪽으로 운전하여 모레노비치 드라이브(Moreno Beach Dr.)에서 내려서 우회전. 3마일 정도 운전하면 좌측으로 비아델라고 로드(Via Del Lago Road)가 나오는데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레이크 페리스에 도착한다.

2015-08-19

[김인호의 등산 이야기] 타키츠 피크…기암괴석 구경하며 8800피트까지 등정

타키츠 피크 Tahquitz Peak San Jacinto Mountains 거리: 왕복 7.2마일 소요시간: 5시간 등반고도: 2000피트 난이도: 3(최고 5) Season: 5월-11월 추천등급: 4(최고 5) 샌하신토 산(San Jacinto Mountain)의 휴양지 아이딜와일드(Idyllwilde)에서 출발하는 이 등산로는 해발 6800피트에서 시작하여 빼곡히 들어찬 나무숲과 기암괴석을 구경하며 8828피트 정상에 있는 산불관측대(Fire lookout)까지 등정하는 코스이다. 아이딜와일드에 있는 연방 산림국(US Forest Service)에서 허가서를 작성한 후 243 Hwy를 따라 0.5마일 정도 더 운전하여 왼편으로 있는 선더스메도우 로드(Saunders Meadow Road)로 들어서야 하는데 표지판은 '사우스릿지 트레일까지 3마일'(S. Ridge Trail 3 miles)로 표시되어있다. 이 길로 들어선 후 파인스트리트(Pine St)에서 좌회전 타키츠뷰 드라이브(Tahquitz View Dr.)에서 우회전하여 조금 올라가면 오른편으로 비포장도로인 사우스릿지 로드가 나온다. 이 길을 약 1.5마일 올라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큰 표지판이 있는 등산로 입구에서 산길을 따라 올라가면 파인트리 라이브오크 등 각종 나무들이 어우러져 따가운 햇볕을 막아주는데 상쾌한 공기가 감도는 등산로를 오르면 오를수록 발 아래로 펼쳐지는 수려한 경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등산로 초반부에는 아래편으로 '레이크 헤밋(Lake Hemet)'이 보이고 중반 즈음부터는 레이크페리스(Lake Perris)와 모레노밸리(Moreno Valley)가 펼쳐지며 그 뒤편으로 샌타애나 산(Santa Ana Mountain)의 봉우리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또한 남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팔로마산(Paloma Mountain)을 볼 수 있는데 유명한 팔로마 천문대의 하얀 지붕도 조그마하게 보인다. 등산로 후반부에는 키 큰 나무가 줄어들면서 바위무더기들이 가득한 돌산이 나타나는데 이곳부터는 지그재그로 제법 경사가 급해진다. 이윽고 샌하신토 산 중심부인 새들정션(Saddle Junction)으로 들어가는 길과 갈라지는 곳에서 오른편으로 타키츠피크 정상의 산불관측대가 보인다. 자원 봉사자들에 의해 관리되는 이곳 전망대는 샌버나디노 산 속의 산불관측대중 유일하게 등반으로만 출입이 가능한 곳이다. 이곳에서 산 아래편으로 펼쳐지는 경관을 구경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오도록 한다.

2015-08-12

[김인호의 등산 이야기] 카람바 폭포…뜨거운 도심의 열기를 피해 시원하게 등산 즐길 곳

카람바 폭포, Caramba Waterfall, San Jacinto Mountain 거리: 왕복 14 마일 소요시간: 8시간 등반고도: 2,400피트 난이도: 4(최고 5) Season: 4월-11월 추천등급: 4(최고 5) 우람한 세코이아, 시더, 파인 트리들이 빼곡히 들어찬 샌하신토 산(San Jacinto Mountain)은 열기가 뜨거운 도심지를 피해 등산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243Hwy를 통해 아이딜와일드(Idyllwilde)에서 만나는 샌하신토의 초록 물결은 팜스프링스(Palm Springs) 쪽에서 바라보는 메마르고 거친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출발점인 험버파크(Humber Park)에서 데블스 슬라이드 등산로(Devil's Slide Trail)는 통행이 잦은 관계로 넓고 반질반질하게 닦여져 있다. 등반 도중 발 아래로 황록색의 숲과 모레노밸리, 레이크페리스의 넓은 평지가 아득하게 펼쳐지는데 도심을 떠나 산속으로 향하는 하이커들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준다. 약 1시간 반 동안 지그재그 산길을 올라 새들(Saddle) 근처에 오면 지금까지 높게 보이던 샌하신토의 주변 봉우리들이 거의 눈높이로 내려앉은 것을 느낀다. 새들에서는 무려 다섯 갈래 길로 나뉘는데 타키츠밸리(Tahquiz Valley)로 향하여 0.6마일을 걸으면 길이 다시 3갈래로 나뉘는 곳에서 로스정션(Laws Junction)으로 가도록 한다. 이 지역은 높낮이가 심하지 않고 푸른 초장에 고사리 밭이 펼쳐진다. 타키츠밸리에서는 야영이 가능하고 가을까지 물이 흐르는 곳이 있어 백팩을 메고 찾는 이들도 자주 눈에 띤다. 로스정션은 맑은 시내가 흐르고 주변이 수려하여 쉼터로서 안성맞춤이다. 이곳에서 시내를 건너 카람바 오버룩(Caramba Overlook)까지는 왕복 4마일로 2시간이 소요된다. 만약 시간이 부족하거나 무리하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이 지점에서 왔던 길로 되돌아오거나 롱밸리(Long Valley) 쪽으로 둘러서 새들로 돌아오도록 한다. 카람바까지는 산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하루살이들과 씨름도 하면서 걷게 되는데 약간은 지루한 편이다. 카람바에 도착하면 넓은 시냇가를 만나는 곳에서 주의 표지판을 지나면 폭포 위에 도착한다. 수십 피트의 바위무더기 사이로 소용돌이쳐 내려가는 2단 폭포 위에 서면 지금까지의 굳어있던 얼굴이 어느새 환히 펴진다. 폭포에서 곧바로 아래로 내려갈 수는 없지만 옆으로 솟은 돌무더기 뒤편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다. 폭포를 구경하는 것 외에 카람바의 돌산을 계속 등정하면 정상에서는 팜스프링스, 인디오, 코첼라 평원의 거대한 내륙을 내려다 볼 수 있다.

2015-08-05

[김인호의 등산 이야기] 타큇츠 바위…암벽 등반인들이 실력을 갈고 닦는 장소

타큇츠 바위, Tahquitz Rock 거리: 왕복 2마일 소요시간: 3시간 30분 등반고도: 1500피트 난이도: 4(최고 5) Season: 4월-11월 추천등급: 3(최고 5) 아이딜와일드(Idyllwild)의 험버파크(Humber Park)를 방문한 등산인들은 남서쪽에 솟아있는 거대한 화강암 바위산에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곤 한다. 타키츠록(Tahquitz Rock) 혹은 릴리록(Lily Rock)으로 알려진 이 바위산은 암벽등반이 유명한 곳으로 종종 요세미티의 바위산들과도 비교되는데 그 크기가 남가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매 주말 험한 바위 자락으로 오르는 남가주 암벽 등반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실력을 갈고 닦았음이 분명하다. 암벽등반에 전혀 경험이 없는 하이커들에게도 타키츠록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있다. 공식적인 등산로가 아니기 때문에 지도에는 표시가 되어있지 않지만 정상을 정복하고 내려오는 루트로 올라갈 수 있다. 산림국이 있는 파인크레스트(Pinecrest)를 따라 들어가다가 펀밸리로드(Fern Valley Road)에서 좌회전, 험버파크에 도착하면 입구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주차 공간 아래로 어니맥스웰(Ernie Maxwell) 등산로 사인을 만난다. 이 등산로를 1/4마일 정도 들어가면 표지판은 없지만 산등성이로 올라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나무숲 속으로 급하게 올라가는 이 길은 타키츠 바위 아래까지 연결되는데 대부분의 암벽 등산인들도 이 길을 통하여 올라간다. 암벽 밑에서 우측으로 약 5분 정도 올라가면 숲 사이로 길이 끊어지고 암벽 옆으로 바윗돌들이 쌓여 손으로 붙들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이 부근부터 정상까지는 화강암 바위를 붙잡고 기어올라가는 형상인데 본의 아니게 약식으로나마 암벽등반을 하게 된다. 오르는 도중 휴식을 위해 바위에 걸터앉으면 아래편으로 초록색과 황갈색이 섞여있는 아이딜와일드의 소나무 숲이 펼쳐지고 그 뒤로 선밸리(Sun Valley), 페리스(Perris), 모레노밸리(Moreno Valley)의 지형이 희미하게 보인다. 약 한 시간여 바위 오르기를 마치면 타키츠 바위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정상에서는 샌하신토의 봉우리가 북쪽으로 나타나고 남쪽으로는 또 다른 바위산인 타키츠피크(Tahquitz Peak)가 거대한 모습으로 서있는데 꼭대기에는 산불관측대가 있고 샌하신토 산 속으로 연결되는 등산로가 통과한다. 바위를 오르내리는 길이 만만치 않으므로 릿지 등반화나 솔이 좋은 등산화를 착용하도록 한다. 하산 길에는 왔던 길 외에 다른 루트로 내려올 수도 있는데 길목마다 돌로 표식이 되어있다.

20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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