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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릴리

릴리야
 
잘 지내고 있지 많이 변했겠구나
 
우린 꽃피는 봄날도 있었지
 
겨울 눈 속에묻힐 뻔 했던 일도
 


잠 속에서도 한지 창살에 싸락눈 쌓이는 소리가 우리 귀에도 싸락싸락 쌓였었지
 
무등산 등산 에움길에서 다람쥐와 놀던 일
 
단풍잎 쌓인 언덕에 앉아 신들린 양
 
개똥철학을 논했을 때를 나는 기억한다
 
 
 
너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어야 해
 
눈이 맑고 심성이 고왔던 릴리
 
흔적만 남은 나를 기억하기는 힘들 거야
 
 
 
큰 새 한 마리 창밖에서 서성인다
 
먹이를 찾다 내 눈과 마주친다
 
우린 둥그렇게 하늘을 나를 때도 함께 날았지
 
우리를 아는 바람은 지나가고
 
나는 또 봄을 기다릴 거다
 
사랑스러운 네 눈에 젖으면서
 
우리의 젊음을

정숙자 / 시인·아스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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