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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등산 동우회 '유맥'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월요일 8시 20분에 시작하여 레이니어 호수 주변 등산로를 걷고 나서, 맥도날드에 모인 동우회원들 28명은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여러 테이블에 나누어 앉아,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여자들 쪽에서 웃는 소리도 들려왔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엔 다 모이지 않고 흩어져서 걷다가 이제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저렇게 만나서 수다를 떨며 웃으면 집에서 잔소리도 줄까?” “물론이지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치매예방, 우울증 예방, 집안에서의 짜증도 줄일 거야.” “우리 남자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물론이지. 월요일 마다 만나고 걷고, 수다 떨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 이야기가 남자들 테이블에서 나왔다. .  
 
“우리 등산 팀 이름이 왜 〈유맥〉입니까?” 누가 초대 총장 장로님에게 물었다.  
 
“걷고 나서 이 맥도날드에 와서 커피 마시며 서로 많이 배우잖아요. 카톡도 아는 사람에게 배우고, 보험 상당, 건강 상담, 의사 선생님들, 교수님들, 각분야 전문가들, 은퇴한 분들이 나누는 정보 속에 배울게 얼마나 많아? 배우는 곳이 대학이고, 장소가 맥도날드이니 University of McDonald를 짤게 유맥이라 부르게 된 거지. 그래서 회장을 총장이라 부르고.”  
 


유맥이 생긴지가 몇 년이나 되었냐는 질문에 초대총장님의 이야기는 2007년 그가 은퇴하고 이곳에 와서부터 라고 했다. 유맥이란 이름이 붙은 년도는 그 후라고 했다. 나도 은퇴하고 이사 와서 2014년부터 월요일이면 등산에 참가했다. 여행 중이거나 중대한 일 외엔 꼭 참가했다. 물론 골프도 월요일은 피했다.  
 
가족 경사를 유맥식구들과 나누며 식사를 제공하는 일도 많았다. 슈퍼 볼, 연말 연초 윷놀이를 초대 총장 댁에서 했다. 유맥식구들 숫자가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30명이 넘으면 한집에 초청하긴 어려워지자, 회원을 30명으로 하자고 정했다. 기성회원 중에 빈 자리가 나면 새 회원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빈 자리를 기다리는 예비회원들도 있다.  
 
“보세요, 유리 유맥 식구들 중에 10년 동안 아무도 죽은 사림이 없지요? 거기다 우리 유맥 식구들 중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도 없어요!” 김 장로님이 말했다. 모드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누죽걸산’ 무슨 뜻일까요?” 김 장로님 유맥 카톡에 올렸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해답이 즉시 올라왔다. 장로님은 그 해석이 우리 유맥 정신과 일치한다고 토를 달았다. 나가오 가즈히로라는 일본 의사가 쓴 책, ‘병의 90%가 걷기만 해도 낫는다’가 요즘 인기 있다.
 
맥도날드에서 한인 노인들 말썽 기사가 대 도시 신문에 자주 난다. 한국 노인들이 모여 커피 한잔 시켜놓고 시간을 보내고, 장기바둑도 두어 다른 손님 앉을 자리가 없어 생긴 분란 기사도 있다. 가끔 노인들간에 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되고, 경찰이 오면 즉시 무산되고, 그런 사건은 반복된다는 기사도 있다.  
 
유맥은 십 년 넘게 맥도날드에 모여도, 환영 받고 엑스트라 서비스를 받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우리가 오는 아침 시간엔 다른 고객들이 별로 없고, 우린 단체로 와서 매상을 올려주고, 손님들이 점심 먹으려 오기 시작하는 11시가 되면 가차없이 얼어서는 규칙 때문인 것 같다.  
 
“한국 노인들이 모이면 싸운다는데, 우리는 싸우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건 우리 규칙 때문이야.” “우리 규칙이 뭔데?” “돈 많은 거, 가방 끈, 손자를 포함한 애들 이야기, 정치얘기, 종교얘기 하지 않기가 규칙이에요. 손자 자랑하면 손자 없는 사람 상처받잖아요. 정치얘기, 종교얘긴 서로 달라 다투게 되고.” 그런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정기적으로 부부가 같이 걷고, 사람들 이야기 듣고, 새롭고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유맥이 나는 좋다. 연말에는 초대 총장 댁에 모여 윷놀이도 하고, 슈퍼 볼도 다 같이 보며, 편을 짜서 내기를 거는 즐거움도 유맥식구들이 즐기는 행사 중에 하나이다.  
 
단체 피크닉으로 멀리 가서 바비큐 하던 추억, 매년 단풍구경 여행, 물놀이 가서 래프팅 보트를 타고 계곡을 내려오며 물에 빠지고 물보라에 어린애들처럼 소리치던 기억도 아름다운 추억이다.  
 
라인댄싱을 배운다고 한 장로님 댁에 모여 연습하여 교회 탤런트 쇼에 나갔던 일, 한 장로님 댁에 가끔 가서 점심대접을 받던 일들이 이젠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좋은 분들 고마운 분들과 친구가 되어 은퇴 후에 새 고향을 만들어가니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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