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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어오르는 남부... '폭염' 사망자 속출

이상기후로 올해도 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더위에 노출되는 것이 심장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온의 공기 덩어리가 고압 대기층에 갇혀 열기를 돔 뚜껑처럼 가두게 되는 현상, 일명 '열돔 현상'으로 인해 텍사스, 루이지애나 등의 남부 지역에서 초여름부터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AP 등 언론에 따르면 지난 29일 화씨 100도가 넘어가는 고온으로 텍사스에서 1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대부분은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던 60~80대 노인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2명은 폭염 속에서 하이킹하다 사망했다고 전해졌다.   미국에서 가장 더운 도시라고 알려진 애리조나주 피닉스는 이번 주말부터 4일까지 화씨 115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예고되었다. 피닉스가 속한 마리코파 카운티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더위에 의해 사망한 사람은 총 425명으로, 이는 2021년보다 25% 증가한 수치다. 이 카운티에서 ‘더위’는 심장마비, 뇌졸중과 더불어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올해 카운티는 더위 관련 사망을 6건 집계했다.     플로리다 일부 지역도 이번주 체감 온도가 112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조지아도 토요일(1일) 이번주 최고 기온을 찍고 체감온도 100도가 넘을 것으로 예보된 바 있다.     평균 기온이 높아지는 것은 조지아도 마찬가지다. 국립 환경 정보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는 지난 93년 동안 애틀랜타가 네 번째로 더웠던 시기로 기록됐다. 또 지난해 조지아 중남부는 6월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했으며 동남부 특유의 습한 날씨 때문에 불쾌지수가 높고 노약자에게 주의가 요구된 바 있다.     지난해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8~2007년 1만3000명~2만명의 성인이 극심한 더위와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했으며, 이 중 절반은 심장병으로 인한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매년 미국 기온 상승으로 인해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적절한 대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사미드카타나펜실베니아대 의대 교수는 매체에 "허리케인, 홍수, 산불은 매우 극적이지만, 더위는 눈에 잘 띄지 않으며, 특히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며 이들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랩바수 하버드대학 공중보건학 박사는 AP에 "도시에 그늘을 늘리기 위해 더 많은 나무를 심고 원활한 가정 냉난방을 위해 청정에너지에 투자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윤지아 기자남부가 사망자 2명 마리코파 카운티 텍사스 루이지애나

2023-07-05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헌법은 색맹이다.

“미국 헌법은 색맹이다.” 번역을 해 놓고 보니 별 감동이 없다. 하지만 이 문장은 미국 대법원의 유명한 판결문 중 하나다.       오래 전 “완득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이 구절이 생각났다. 주인공 소년 완득이는 꼽추 아버지에, 필리핀 어머니를 가진 문제아였다. 대한민국도 이미 백만이 넘는 외국인들이 함께 살고 있는 이민자들의 나라지만, 아직도 백인이나 한국 사람들을 우대하고, 동남아인들이나 중국동포를 무시하는 풍토가 남아 있다. 완득이는 처음에는 자신의 필리핀 어머니를 부끄러워하지만, 결국은 어머니를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소년으로 나온다.   1890년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기차에 백인과 흑인이 서로 다른 열차에 타야만 하는 법이 통과되었다. 그러자 흑인 인권 운동단체에서는 이 법이 위헌이라고 여기고, 플레시라는 사람을 시켜서 이 법에 도전한다. 플레시는 증조부 한 사람이 흑인이었지만 나머지 모든 다른 조상은 백인이었기 때문에 1/8만 흑인이고 7/8은 백인이었던 사람이다. 그는 외관상으로는 백인이었다. 하지만 타 인종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이면 백인으로 보지 않는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다.     플레시는 이 법을 시험하기 위해서 일부러 백인 칸에 탔다. 하지만 이 정보를 미리 입수한 기차회사는 플레시에게 흑인 칸으로 이동하라고 요청한다. 플레시가 이 요청을 무시하자, 주 경찰은 그를 체포한다. 체포 된 플레시는 루이지애나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기차에서 백인 칸과 흑인 칸을 나누게 한 루이지애나 주 법은 인종차별을 금지한 미국 헌법에 위배가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미국 대법원은 루이지애나 주의 손을 들어 준다. “Separate but equal”이라는 말은 바로 이 사건의 대법원 판결에서 나온 말이다. 백인과 흑인을 나누는 것은 단순한 “분리”이지 “차별”은 아니라는 말장난으로 미국 대법원의 9명의 대법원 판사 중 7명의 절대 다수가 루이지애나 주법이 미국 헌법을 위배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린다. 피부 색깔로 기차 좌석을 나눈 것은 잘못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눠놓은 기차 칸의 시설이나 설비가 백인 칸이나 흑인 칸이 모두 똑같으면 괜찮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사 한 사람이 개인적인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이 판결에서 일곱 명의 다른 판사들과는 반대되는 의견을 유일하게 혼자 낸 사람이 있었으니, 이 사람이 바로 할랜이라는 대법원 판사다. 이 판사가 작성한 소수의견은 이렇다. “ 백인은 미국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인종이다. 그들은 위상이나, 성과나 교육이나 권력 면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는 인종이다. 그러므로 나는 백인들이 자신들이 물려받은 위대한 유산을 계속 유지하고, 헌법에 나타난 자유의 원칙이 계속 지켜지는 한 백인들의 우위는 계속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헌법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 나라에는 더 뛰어나거나, 우월하거나 지배적인 계급의 국민은 없다. 법 앞에 계급은 없다. 우리의 헌법은 흑과 백을 구분하지 않는 색맹인 것이다.”   기차 칸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했던 루이지애나 법이 잘못되었다고 여겼던 이 판사의 소수의견마저도 지금 읽어보면, 당시의 시대 상황이 얼마나 인종차별을 당연히 받아들였는지가 명확해진다. 아홉 명의 대법원 판사 중에 단 한 사람의 소수 의견에 불과했던 이 의견은 그 뒤 60년이 흘러서는 다수의견이 되었고, 오늘날 미국을 지탱하는 근간이 되고 있는 평등 사상을 대표하고 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헌법 색맹 대법원 판사 대법원 판결 루이지애나 주법

2023-06-22

샌디에이고 '경찰관 사살 사건' 용의자 검거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에서 28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해 경찰관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CNN방송과 AP통신이 보도했다. 셸리 짐머만 샌디에이고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총격 사건이 이날 오후 11시께 샌디에이고 남동부 사우스크레스트 지역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남성이며 경찰의 총에 맞아 검거된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짐머만 국장은 피해 경찰관 2명이 조직폭력배 전담반 소속이라고 전했다. 사건 직전 무전 내용에 따르면 이들 경찰관이 검문을 하기 위해 차량을 세운 직후 총격이 발생했다. 경찰관들은 바로 응급 지원을 요청했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 명은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지만 또 다른 한 명은 다음날 오전 끝내 숨졌다. 사망한 경찰관은 두 딸의 아버지였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경찰관들이 차량을 세운 이유와 용의자의 범행 동기 등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당국은 피해 경찰관과 용의자의 이름도 공개하지 않았다. [뉴시스] ================================================================ 샌디에이고서 경관 1명 숨지고 1명 부상…용의자 대치극 샌디에이고에서 28일 밤 경찰을 향한 총격사건이 발생이 경찰관 1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용의자중 한명은 지원에 나선 경찰의 총격을 받고 사건 직후 체포됐으나 나머지 한명은 현장에서 도주했다. 즉시 도주 용의자의 신원 파악에 나선 경찰은 용의자가 셀타운 지역의 한 주택에 은신중인 것을 파악하고 특수기동대(SWAT) 등을 동원해 집 주변을 봉쇄했다. 용의자는 29일 오전 현재 경찰과 대치극을 벌이고 있으며, 경찰은 집 내부로 최류가스 등을 발사하는 한편 자수를 권유하고 있다. 샌디에이고경찰국(SDPD)에 따르면 피해 경찰관들은 갱단 관련 수사관들로 28일 밤 11시쯤 이 지역 촐라스크릭 인근 아케이시아 그로브와 38가 인근에서 차량 한대를 정차시킨 후 검문을 벌이다 용의자들로 부터 총격을 당했다. 이들은 상체에 수발의 총격을 당했으며, 긴급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동료들에 의해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한명은 숨졌다. 부상을 당한 경관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셀리 짐머맨 SDPD국장은 “동료 경관들과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순직 경관의 집을 방문해 유가족들에게도 알렸다”고 말했다. 디지털 뉴스부

2016-07-29

검은 옷·복면 착용하고 매복했다 조준 사격

〈속보> 17일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발생한 경찰관 총격 사건은 경찰관을 타깃으로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계획에 따른 범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본지 7월 18일자 A-1면> 마이크 에드먼슨 루이지애나주 경찰국장은 18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라크 파병 해병대원 출신인 흑인 용의자 개빈 유진 롱(29)은 경찰관을 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분명하다"며 "매복해 있던 용의자는 경찰관을 노린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당시 범행 현장 감시카메라 기록에 따르면 사건 당일 검은 옷을 입고 복면을 착용한 채 배턴 루지 동남부의 쇼핑센터 인근에 매복해 있던 롱은 이날 오전 9시40분(동부시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도착하자 조준 사격으로 경찰관 3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부상을 입혔다.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롱은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100야드 밖에서 가한 총격으로 현장에서 사살됐다. 롱은 범행에 커네티컷 총기난사와 올랜도 총기테러 때 사용된 것과 같은 AR-15 공격형 반자동소총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권총과 다른 소총도 추가로 발견했다. 경찰에 따르면 롱은 흑인분리주의(Black separatism) 운동에 심취해 흑인 자치국가 수립을 주장하는 '워시토 네이션'(Wachitaw Nation) 회원에 가입해 있다. 특히 롱은 트위터와 동영상 등을 통해 흑인들에 대한 경찰의 태도에 분노를 표출하면서 "폭력이 정답(THE answer)은 아니지만 하나의 해답(an answer)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승재 기자 seo.seungjae@koreadaily.com

2016-07-18

또 경찰관 3명 피격 사망…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명의 경찰관이 사망했다. 17일 CNN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경 배턴루지 동남부 해먼드 지역의 한 상가 인근에서 괴한이 총격을 가해 7명의 경찰이 총에 맞았다. 지난 7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경찰관 5명이 피격 사망한데 이은 경찰관 피격 사망소식에 흑백 간 인종갈등도 커질 조짐이다. 경찰은 "수상한 사람이 자동소총을 들고 공항 고속도로를 걷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현장에 도착한 순간 검은 옷을 입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이 총을 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가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킵 홀든 배턴루지 시장은 "용의자가 매복 중이었다"고 밝혀 경찰을 노린 범행이었음을 시사했다. 용의자는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출신의 흑인 개빈 유진 롱으로 밝혀졌다. 현장에서 사살된 롱은 이날 자신의 29세 생일을 맞아 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지애나주 마이크 에드머슨 경찰국장은"경찰관을 저격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된 자"라며 "현재 배턴루지시에는 더 이상의 총격범은 없다"고 밝혔다. 배턴루지는 지난 5일 흑인 남성 알톤 스털링이 백인 경찰관 2명과 언쟁을 벌이다 총에 맞아 숨진 곳이다. 당시 스털링이 경찰의 총에 맞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국에서 흑인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홍주희 기자

2016-07-17

동성결혼 허용 판결 판사 불신임…아이오와 신임투표

아이오와 주에서 동성결혼 허용 판결을 내린 주 대법관 3명이 지난 2일 중간선거와 함께 실시된 신임투표에서 불신임돼 법원을 떠나게 됐다. 아이오와주 일부 보수단체와 유권자들은 2일 주 법관 신임투표(retention election)에서 작년 4월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법에 대해 만장일치로 위헌결정을 내린 주 대법관 3명을 겨냥해 불신임투표 운동을 전개해 왔는데 이것이 성공한 셈. 신임투표 결과, 유권자의 54%가 동성결혼 허용판결을 내린 마샤 터너스 대법원장과 데이비드 베이커, 미셸 스트라이트 대법관 등 3명에 대해 ‘신임하지 않는다’고 투표했다. 아이오와주에서는 1962년 시민대표들로 구성된 지명위원회가 우수한 법관후보를 주지사에게 추천하는 ‘능력별 선발제’(Merit Selection)와 법관에 대한 신임투표제를 실시해 왔으나 신임투표는 요식행위여서 불신임을 받아 물러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 대법원은 작년 4월3일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아이오와주가 매사추세츠주와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세번째 주가 됐다. 그러나 보수적 성향의 정치인과 유권자들은 ‘아이오와 자유수호’(Iowa for Freedom)라는 단체를 결성해 현직 법관들에 대해 차기 임기를 계속 수행하도록 허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신임투표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한 3명의 대법관을 추방하기로 하고 낙선운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해왔다.

2010-11-04

원유 유출 파장은? 미 최대 굴생산지…새우·게 등 수산물 가격 더 오를듯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멕시코만 일대는 각종 희귀 해양생물 서식지인 동시에 새우 게 굴 등 연안 어종이 많이 잡히는 어업 중심지다. 특히 미국내 굴 공급의 67%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어업재난상태'가 선포되면서 해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멕시코만 사태 발생 후 새우 가격은 40%이상 폭등해 파운드당 7.50달러에 이르고 있다. 대하 가격도 사태 전과 비교해 19% 이상 올랐으며 바닷가재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다. 실제로 전국수산과학원(NFI)에 따르면 원유유출 사태로 굴과 새우 등 수산물 가격은 전국 평균 30%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메뉴판을 수정하는 씨푸드 식당들이 늘고 있다. 전국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인 레드랍스터의 경우 오는 7월 중순 굴의 판매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해산물 가격 상승 전망에 따라 식당과 식품 회사들은 싱싱한 식재료 사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 해산물 추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경제가 무너진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피해 규모는 7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플로리다주는 미국 최고의 여름 휴양지로 연간 80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주민 100만명이 관광업에 종사해 연간 60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주 전체 세입의 21%가 관광 수입이다. 하지만 원유유출 사태로 관광 예약이 대거 취소되면서 2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2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운송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미시시피강 하류는 옥수수 콩 밀 등 연 5000만톤이 넘는 곡물 수출 통로다. 그러나 원유사태로 물류 운송이 지연되고 있다. 원유유출 사태는 피해 지역을 넘어 미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0-07-07

기름유출 죽음의 바다 '루이지애나주'를 가다 <하>

"BP의 토니 헤이워드 CEO가 요트 경기를 관람했다고 하더군요. 피해지역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처사가 아닌가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공항에서 남부 해안으로 향하는 23번 도로. 렌터카 라디오에서는 BP 얘기 뿐이었다. 라디오 진행자는 2시간 내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안이한 대처를 비난했다. 공항에서 집어든 지역 신문들도 멕시코만 원유유출 기사로 도배를 했다. 멕시코만에서 BP의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검은 기름띠는 60마일을 흘러나와 루이지애나 해변까지 도달했다. 바다는 온통 검게 변했다. 이를 바라보는 어촌 주민들의 마음도 검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바다는 그들 삶의 터전이다. 루이지애나주 남부 해안의 엠파이어 항. 항구를 중심으로 20여채의 주택과 낚시 용품 상점이 모여있다. 전형적인 작은 어촌 마을 풍경이다. 걷잡을 수 없는 기름에 바다가 오염되면서 수산업이 먼저 망가졌다. 대를 이어 운영해온 굴 양식장이 폐쇄됐다. 미 전역에 공급되는 굴의 67%가 멕시코만에서 생산된다. 루이지애나주는 수산물 생산만으로 매년 2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사태가 악화되며 낚시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루이지애나주의 낚시 관광 수입은 연 16억 달러 규모. 항구 인근 식당 앞에 '신선한 새우 팝니다'라는 붉은 배너가 눈에 띄었다. 식당에 들어가 새우가 있냐고 물었다. 주인은 "없다"고 시큰둥하게 답했다. 그는 수족관을 가리켰다. 이끼가 낀 수족관은 물만 찰랑거렸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기름 오염이 안된 지역에서 가져온 해산물을 들여놓아도 팔리지 않아요. 오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혹 있어도 기름 덮인 바다 앞에서 파는 것을 누가 먹겠어요?" 주인은 힘없이 말했다. 항구엔 조업 금지 조치로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배들이 줄지어 있다. 할 일이 없어진 어부들이 낮부터 항구에 나와 있다. 그들은 손에 든 맥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운영하던 굴 양식장을 폐쇄했다는 스타커씨는 "기름 뜬 바다만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며 "기름이 멈춰도 오염된 바다에서 앞으로 10년 이상은 양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양식장에서 일하던 직원들까지 모두 거리에 나앉았다"고 말했다. 조심스레 BP로부터 받을 보상금 얘기를 꺼냈다. BP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6만여건에 가까운 피해 보상 요구가 접수됐다. 지급된 보상금만 1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일회성 보상금으로 피해 지역 주민들의 민심 달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돈으로 보상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엠파이어 항에서 만난 로이드 랜드리(38)씨는 "보상금 몇 푼으로 어디 가서 무엇을 시작할 수 있겠냐"고 푸념했다. 2005년 이 지역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왔었다. 항구에는 아직도 그때의 흔적이 남아있다. 항구 주변에는 반쯤 무너진 채 버려진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늘어서 있다. 구멍이 크게 뚫린 소방서도 그 중 하나다. 소방서 앞에는 10여개의 묘비가 늘어서 있다. 카트리나 때 순직한 소방관들이 잠들어 있다. 카트리나를 겪고도 주민들은 항구를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카트리나 때 건물은 무너졌지만 바다는 남아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카트리나 이후에 어류가 풍부해졌다고 한다. 이 곳을 찾는 낚시꾼이 늘면서 생활은 나아졌다. 베니스에서 새우 판매점을 운영하는 베트남계 주민은 "지역 주민들이 원유유출 사고 뒤 지난 2개월 동안 육체적.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것도 할 말이 없다"며 "하루 빨리 사태가 마무리돼 일상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엠파이어 항 인근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라일 스탁스틸(68)씨는 "이 시골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바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다는 우리에게 먹을 것 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돈까지 줬다. 그런 바다마저 없었다면 카트리나가 왔을 때 벌써 이 곳을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루이지애나=곽재민 기자

2010-07-07

기름유출 죽음의 재앙 '앨라배마주'를 가다 <중>

심해 오일 유출이 시작된 지 두달이 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띠가 확산될수록 주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방제 작업을 지켜보던 킴 레이본씨는 "수 일째 바다에 나와 똑같은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며 "여전히 깊은 바다에서 뿜어져나오는 기름이 멈추길 기도하지만 하얀 백사장의 누런 기름띠는 점점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지역 주민인 레베카 패럴씨는 "매년 이 맘 때면 밤낮으로 사람들이 해변을 가득 메웠는데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기름만 들어차고 있다"며 "바다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빈 해변이 주는 허무함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름먹은 바닷물이 궁금해 직접 손발을 적셔봤다. 따뜻했다. 바닷물에 적신 손을 코에 갖다대자 역한 기름내가 진동했다. 머리가 띵 할 정도로 강한 냄새 때문에 속까지 울렁거렸다. 마치 주유소에서 기름을 손으로 받아 냄새를 맡고 있다는 착각까지 일었다. 생명의 바다가 거대한 죽음의 기름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해변 입구에 설치된 샤워기를 틀고 손발을 닦았다. 아무리 닦아도 손에 밴 기름내가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미끌미끌한 기름기가 손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갑자기 바람이 훅 불어왔다. 바람과 습기에 뒤섞인 매캐한 기름 냄새가 다시 코를 찔렀다. 해변에 나와있던 사람들은 코와 입을 막으며 "역겹다!(Disgusting)"고 소리쳤다. 제임스 프리셰씨는 "바람이 북풍으로 바뀌어 육지쪽으로 불면 온 마을이 기름 냄새로 뒤덮인다"며 "이렇게 검은 바다와 기름내 진동하는 도시를 누가 찾겠냐.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 곳이 잊혀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기 전에는 기름때를 닦는 자원봉사자들로 가득 찬 해변을 상상했다. 적어도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 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 때는 그랬다. 당시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제작업에 동참했다. 그들은 땀과 눈물로 기름때를 닦아 냈다. 그러나 실제 앨라배마주에서 자원봉사를 신청한 사람은 고작 1만여명. 기름 유출의 직접적인 피해지역인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주의 해안선은 770마일(1200km)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3배다. 기름띠를 방어해야 할 해안선에 비해 자원봉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유는 있다. 아무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우선 안전 때문이다. 멕시코만 기름 유출 지역은 위험한 해안 습지가 있어 자칫 또 다른 인명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기름띠 제거 작업이 바다에서 이뤄진다. 특수 안전 장비가 필요하다. BP측은 "오직 바다에서 근무가 익숙한 사람이나 특별한 기름 제거 기술을 가진 사람만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방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자원 봉사에 참여하기 위해선 40시간의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자원봉사 단체인 앨라배마 코스탈 파운데이션의 베타니 크래프트는 "대부분의 자원 봉사 희망자들은 복잡하고 긴 트레이닝을 거쳐야하는 풀 타임 봉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원봉사자가 적은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원유유출 사태를 보는 시각이다. 오렌지 비치에서 만난 이 지역 주민은 "BP로 인해 발생한 사태인만큼 BP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BP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며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BP는 방제작업을 위해 돈을 주고 대규모로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BP에 고용된 방제 인원은 7000여명에 달한다. 피해지역 주민이 고용 1순위다. 실업자나 원유유출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주민이 우선적으로 고용되고 있다. 타 지역 주민이 고용되는 경우는 특수 방제 기술자에 한하고 있는데 드물다. 방제작업 타미 프라이스 "습도·무더위·냄새와의 싸움" "날씨와의 싸움입니다." 오렌지 비치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방제작업을 지켜보던 타미 프라이스(35.사진)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 지역 토박이인 그는 관광객을 상대로 낚시와 보트 대여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4월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수입이 없어졌다. 이 후 BP에 고용돼 방제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바다 위에서의 방제 작업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 그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바다에 나가 기름띠를 제거하고 있다"며 "바닷가 태생이라 배 위에서 근무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높은 습도와 무더위다. 멕시코만 해안 지역 여름 기온은 화씨 90도를 웃돈다. 여기에 습도가 더해지면 체감 온도는 화씨 110도를 넘어선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찜통이 따로 없다. 살인적인 더위와 습도가 더해진 바다 위에서의 방제 작업은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다. 바다를 뒤덮은 기름 냄새도 방제 작업의 걸림돌이다. 프라이스는 "파도의 울렁거림과 습기를 머금은 바람에 실려오는 기름 냄새로 인해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동료들도 있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다. 허리케인 시즌이 다가오면서 작업이 중단되고 폭풍으로 인해 바다의 기름이 육지까지 뒤덮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작업 중 기름에 노출된 피부가 발진을 일으켜 방제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에 따른 고통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앨라배마=곽재민 기자

2010-07-06

[J 라운지] 펠리컨의 눈물

6일자 본지에 르포 기사로 소개된 '기름 젖은 펠리컨'의 모습이 애잔하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조류다. 지난 60년대 무분별한 살충제(DDT) 사용에 의한 생태계 오염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가 가까스로 종족 보존에 성공했지만 이번 오일 유출로 다시 위기에 처했다. 펠리컨은 커다란 아랫부리에 신축성이 있는 큰 주머니를 달고 있다. 펠리컨이 물 속으로 부리를 빠르게 찌르듯 집어 넣어 고기를 낚아채고 이를 아랫부리에 보관하는 모습은 TV에서 흔히 방영돼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펠리컨은 해안이나 내륙 호수나 습지에 산다. 이번에 오일 유출로 기름띠가 퍼지고 있는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해안은 펠리컨이 서식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런데 이곳의 바닷물이 기름에 덮여 버렸으니 오갈 데가 없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름을 뒤집어 쓴 펠리컨이 끈적거리는 기름을 털어내기 위해 날갯짓을 하지만 기름이 제거되기는 커녕 온몸의 깃털로 기름이 번져 결국 죽게 된다는 점이다. 초점 잃은 눈동자로 멍하게 서 있는 펠리컨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자연 파괴에 대한 동물의 절규를 본다. 불의의 사고에 대한 대책 하나 없이 용감하게도 수심 1km가 넘는 해저에 구멍을 뚫어 '오일 달러'를 버는 데만 급급했던 인간. 사고 발생 두달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시커먼 기름이 바닷물 속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걸 생각하면 참담할 뿐이다. 펠리컨의 그 퀭한 눈동자가 인간에게 되돌아오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논설위원실>

2010-07-06

헐떡이는 펠리칸의 '검은 눈물'…기름 유출 죽음의 해변 '루이지애나주'를 가다

"꺄아아아악". 비명소리였다. 그건 분명 공포에 질린 새의 비명소리였다. 루이지애나주 남부 해안 잭슨항. BP사태로 기름을 뒤집어 쓴 새들을 구하기 위한 긴급 조류 재활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센터 안에는 흰 그물망에 덮힌 나무 상자들이 빼곡히 차 있다. 그 속에서 수 백마리의 새들이 공포에 떨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안내를 맡은 국제조류구조 리서치센터(IBRRC) 관계자가 그물망을 걷어냈다. 길고 넙적한 부리가 눈에 들어왔다. 펠리칸이다. 목덜미부터 몸통까지 검은 윤기가 흘렀다. IBRRC의 제이 홀컴 디렉터는 "갈색 펠리칸이다. 하지만 기름을 뒤집어 써 검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다. 큰 소리나 카메라 플래시는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센터에는 450여 마리의 펠리칸을 포함해 총 634마리의 새가 기름 제거를 기다리고 있다. 홀컴 디렉터는 "대부분 루이지애나 연안에서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기름 오염 지역이 확대되면서 앨라배마와 플로리다 지역에서도 기름범벅이 된 펠리칸이 구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만에서 유출되고 있는 기름에 보호 조류인 펠리칸이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에 말없는 펠리칸이 검은 눈물을 흘리며 인간에 준엄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루이지애나=곽재민 기자

2010-07-05

기름유출 죽음의 해변 '루이지애나주'를 가다 <상>

펠리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건 살고자 하는 '본능' 때문이다. 몸에 이물질이 묻은 펠리칸은 쉼없이 날개를 퍼덕인다. 긴 날개를 쭉 펴 퍼덕 퍼덕을 반복해 이물질을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끈적이는 기름은 쉽게 날개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펠리칸은 이를 알지 못한다.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본능에 따라 날개를 퍼덕일 뿐이다. 그렇게 펠리칸은 본능을 따라 날개짓을 하다 지쳐 죽는다. 펠리칸의 먹이도 문제다. 펠리칸은 넓고 깊은 부리에 먹이를 저장한다. 기름에 버무려진 먹이를 자신도 먹고 새끼에게 먹인다. 이렇게 몸 속으로 들어간 기름은 펠리칸의 생식 기능을 마비시킨다. 결국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된다. 설령 알을 낳더라도 부화되지 못한다. 검은 펠리칸을 사진에 담기 위해 카메라를 꺼냈다. 하지만 쉽게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작은 카메라 화면에 반복돼 비치는 광경에 손이 떨렸다. 참담했다. 펠리칸은 사람 키만한 날개를 쭉 펴고 미친듯이 퍼덕였다. 날개 부리 몸통 모두 기름에 덮여 있다. 2명이 한 조를 이룬 센터 직원들이 달려 들었다. 한 명은 펠리칸의 날개를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영문을 모르는 펠리칸은 "꺄아아악 꺄아아악" 비명을 질러댔다. 다른 한 명이 펠리칸의 몸에 기름제거를 위한 클리너를 들이 부었다. 펠리칸은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맞섰다. 펠리칸에게는 또 다른 이물질로 느껴질 뿐이다. 뾰족한 부리 안에 저장된 먹이도 긁어내야 한다. 부리에서 나온 먹이들은 기름에 절여져 있다. 가는 면봉으로 눈 주위를 닦고 몸통도 세세히 닦아야 한다. 바닥으로 시커먼 기름때가 줄줄 흘러내렸다. 홀컴 디렉터는 "30여명의 직원이 교대로 하루종일 작업을 한다. 하지만 하루 닦을 수 있는 새는 30~35마리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보는 광경이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센터에 들어 온 펠리칸들은 회복이 돼도 문제다. 펠리칸이 돌아갈 수 있는 바다는 아직 검게 물들어 있다. 조류 재활센터 관계자는 "어제는 어미를 잃은 새끼 펠리칸 15마리가 극적으로 구조돼 센터에 왔다. 하지만 회복해도 받아 줄 가족과 바다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펠리칸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 최상위 군에 속한다. 천적이 없다. 그러나 해양 오염에는 가장 취약하다. 이 때문에 펠리칸은 바다 오염 상태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됐다. 지난 1960년대 DDT(살충제)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DDT로 바다 생태계가 오염되며 갈색 펠리칸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 후 DDT 사용은 금지됐고 갈색 펠리칸 복원 작업이 이어져왔다. 50여년이 지났다. 또 다시 인간이 부른 자연재앙이 펠리칸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펠리칸 뿐만 아니다. 각종 야생동물들도 기름 오염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멕시코만은 멸종 위기에 놓인 희귀 해양 생물의 보고다. 어류.야생동물 집계 자료에 따르면 원유유출 사고 73일째인 지난 1일 현재 조류 1248마리 바다 거북이 441마리 포유류 5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기름에 노출됐던 조류 881마리 거북이 102마리 포유류 2마리가 구조돼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양학자들은 기름 피해 지역이 방대해 죽은 동물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죽은 동물 가운데 다수는 해저로 가라앉거나 다른 해양생물에게 먹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 거북이는 원유유출 최대 피해 동물 중 하나다. 전세계 7종의 바다 거북이 가운데 5종이 멕시코만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이 지역에만 서식하는 희귀 바다 거북이인 켐프스 라이들리는 이미 200마리 이상이 죽은 채 발견돼 멸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해양 생물이 기름에 노출돼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해양대기청(NOAA)은 멕시코만에 서식하는 유일한 멸종 위기 해양 포유류인 향유 고래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름 유출 피해 동물 수는 웹사이트(dailydeadbird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류구조센터 제이 홀컴 "수 십년간 복원 노력…멸종위기서 살렸는데" “갈색 펠리칸은 꼭 지켜내야 합니다.” 국제조류구조 리서치센터(IBRRC) 제이 홀컴 디렉터는 긴급 조류 재활센터에서 갈색 펠리칸 보호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홀컴 디렉터는 기름 유출 피해를 입은 갈색 펠리칸 재활을 위해 북가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루이지애나주까지 왔다. -갈색 펠리칸의 중요성은. “원유유출 사태 전부터 갈색 펠리칸은 수 십년간의 복원 노력 끝에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은 상징적 동물이다. 인간과 자연의 연결 고리인 것이다. 기름을 뒤집어 쓴 끔찍한 모습의 펠리칸이 언론에 보도되며 원유유출 재앙의 심볼이 됐다. 또한 루이지애나주에서 펠리칸은 주기에도 그려져 있는 주조이기도 하다.” - DDT에 이어 또 다시 갈색 펠리칸은 멸종 위기에 놓인 것인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972년 DDT 사용 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이 갈색 펠리칸 복원에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기름 유출 사태로 인해 기름 사용이 금지되는 일은 없지 않겠냐. 우선 멕시코만에서 유출되고 있는 기름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펠리칸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빨리 갖춰지느냐에 달렸다. 물론 그때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유출 사고 이후 펠리칸이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구조된 펠리칸들도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아 앞으로가 더 문제다. 원유유출 지역에 남아있는 새끼 펠리칸들도 위험하다. 정확한 펠리칸 사망 숫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일이 세고 싶지 않다.” -구조된 펠리칸의 재활 과정은. “일단 기름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하고 기름때를 벗겨낸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7~10일 정도의 회복 기간동안 지켜본다. 괜찮다고 판단되면 오염 지역이 아닌 곳에 풀어준다.” 루이지애나=곽재민 기자

201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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