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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죽음의 바다 '루이지애나주'를 가다 <하>

바다를 잃었다…살아갈 길도 잃었다
조업금지 조치로 항국엔 발묶인 어선
인근 식당엔 텅빈 수족관만…
보상금 몇 푼 받아도 "이젠 미래가 없어요"

"BP의 토니 헤이워드 CEO가 요트 경기를 관람했다고 하더군요. 피해지역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처사가 아닌가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공항에서 남부 해안으로 향하는 23번 도로. 렌터카 라디오에서는 BP 얘기 뿐이었다. 라디오 진행자는 2시간 내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안이한 대처를 비난했다. 공항에서 집어든 지역 신문들도 멕시코만 원유유출 기사로 도배를 했다.

멕시코만에서 BP의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검은 기름띠는 60마일을 흘러나와 루이지애나 해변까지 도달했다. 바다는 온통 검게 변했다. 이를 바라보는 어촌 주민들의 마음도 검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바다는 그들 삶의 터전이다.

루이지애나주 남부 해안의 엠파이어 항. 항구를 중심으로 20여채의 주택과 낚시 용품 상점이 모여있다. 전형적인 작은 어촌 마을 풍경이다.



걷잡을 수 없는 기름에 바다가 오염되면서 수산업이 먼저 망가졌다. 대를 이어 운영해온 굴 양식장이 폐쇄됐다. 미 전역에 공급되는 굴의 67%가 멕시코만에서 생산된다. 루이지애나주는 수산물 생산만으로 매년 2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사태가 악화되며 낚시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루이지애나주의 낚시 관광 수입은 연 16억 달러 규모.

항구 인근 식당 앞에 '신선한 새우 팝니다'라는 붉은 배너가 눈에 띄었다. 식당에 들어가 새우가 있냐고 물었다. 주인은 "없다"고 시큰둥하게 답했다. 그는 수족관을 가리켰다. 이끼가 낀 수족관은 물만 찰랑거렸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기름 오염이 안된 지역에서 가져온 해산물을 들여놓아도 팔리지 않아요. 오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혹 있어도 기름 덮인 바다 앞에서 파는 것을 누가 먹겠어요?" 주인은 힘없이 말했다.

항구엔 조업 금지 조치로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배들이 줄지어 있다. 할 일이 없어진 어부들이 낮부터 항구에 나와 있다. 그들은 손에 든 맥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운영하던 굴 양식장을 폐쇄했다는 스타커씨는 "기름 뜬 바다만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며 "기름이 멈춰도 오염된 바다에서 앞으로 10년 이상은 양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양식장에서 일하던 직원들까지 모두 거리에 나앉았다"고 말했다.

조심스레 BP로부터 받을 보상금 얘기를 꺼냈다. BP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6만여건에 가까운 피해 보상 요구가 접수됐다. 지급된 보상금만 1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일회성 보상금으로 피해 지역 주민들의 민심 달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돈으로 보상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엠파이어 항에서 만난 로이드 랜드리(38)씨는 "보상금 몇 푼으로 어디 가서 무엇을 시작할 수 있겠냐"고 푸념했다.

2005년 이 지역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왔었다. 항구에는 아직도 그때의 흔적이 남아있다. 항구 주변에는 반쯤 무너진 채 버려진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늘어서 있다.

구멍이 크게 뚫린 소방서도 그 중 하나다. 소방서 앞에는 10여개의 묘비가 늘어서 있다. 카트리나 때 순직한 소방관들이 잠들어 있다.

카트리나를 겪고도 주민들은 항구를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카트리나 때 건물은 무너졌지만 바다는 남아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카트리나 이후에 어류가 풍부해졌다고 한다. 이 곳을 찾는 낚시꾼이 늘면서 생활은 나아졌다.

베니스에서 새우 판매점을 운영하는 베트남계 주민은 "지역 주민들이 원유유출 사고 뒤 지난 2개월 동안 육체적.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것도 할 말이 없다"며 "하루 빨리 사태가 마무리돼 일상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엠파이어 항 인근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라일 스탁스틸(68)씨는 "이 시골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바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다는 우리에게 먹을 것 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돈까지 줬다. 그런 바다마저 없었다면 카트리나가 왔을 때 벌써 이 곳을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루이지애나=곽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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