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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죽음의 해변 '루이지애나주'를 가다 <상>

"퍼덕퍼덕" 이물질 제거 위해 쉼없는 '본능의 날개짓'…펠리칸, 이내 지쳐 죽는다
부리안 굵어낸 먹이도 기름에 절어져…바다 거북이·향유 고래 멸종 위기 우려

펠리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건 살고자 하는 '본능' 때문이다. 몸에 이물질이 묻은 펠리칸은 쉼없이 날개를 퍼덕인다. 긴 날개를 쭉 펴 퍼덕 퍼덕을 반복해 이물질을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끈적이는 기름은 쉽게 날개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펠리칸은 이를 알지 못한다.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본능에 따라 날개를 퍼덕일 뿐이다. 그렇게 펠리칸은 본능을 따라 날개짓을 하다 지쳐 죽는다.

펠리칸의 먹이도 문제다. 펠리칸은 넓고 깊은 부리에 먹이를 저장한다. 기름에 버무려진 먹이를 자신도 먹고 새끼에게 먹인다. 이렇게 몸 속으로 들어간 기름은 펠리칸의 생식 기능을 마비시킨다. 결국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된다. 설령 알을 낳더라도 부화되지 못한다.

검은 펠리칸을 사진에 담기 위해 카메라를 꺼냈다. 하지만 쉽게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작은 카메라 화면에 반복돼 비치는 광경에 손이 떨렸다. 참담했다.

펠리칸은 사람 키만한 날개를 쭉 펴고 미친듯이 퍼덕였다. 날개 부리 몸통 모두 기름에 덮여 있다. 2명이 한 조를 이룬 센터 직원들이 달려 들었다. 한 명은 펠리칸의 날개를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영문을 모르는 펠리칸은 "꺄아아악 꺄아아악" 비명을 질러댔다. 다른 한 명이 펠리칸의 몸에 기름제거를 위한 클리너를 들이 부었다. 펠리칸은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맞섰다. 펠리칸에게는 또 다른 이물질로 느껴질 뿐이다.

뾰족한 부리 안에 저장된 먹이도 긁어내야 한다. 부리에서 나온 먹이들은 기름에 절여져 있다. 가는 면봉으로 눈 주위를 닦고 몸통도 세세히 닦아야 한다. 바닥으로 시커먼 기름때가 줄줄 흘러내렸다.

홀컴 디렉터는 "30여명의 직원이 교대로 하루종일 작업을 한다. 하지만 하루 닦을 수 있는 새는 30~35마리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보는 광경이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센터에 들어 온 펠리칸들은 회복이 돼도 문제다. 펠리칸이 돌아갈 수 있는 바다는 아직 검게 물들어 있다.

조류 재활센터 관계자는 "어제는 어미를 잃은 새끼 펠리칸 15마리가 극적으로 구조돼 센터에 왔다. 하지만 회복해도 받아 줄 가족과 바다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펠리칸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 최상위 군에 속한다. 천적이 없다. 그러나 해양 오염에는 가장 취약하다. 이 때문에 펠리칸은 바다 오염 상태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됐다. 지난 1960년대 DDT(살충제)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DDT로 바다 생태계가 오염되며 갈색 펠리칸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 후 DDT 사용은 금지됐고 갈색 펠리칸 복원 작업이 이어져왔다.

50여년이 지났다. 또 다시 인간이 부른 자연재앙이 펠리칸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펠리칸 뿐만 아니다. 각종 야생동물들도 기름 오염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멕시코만은 멸종 위기에 놓인 희귀 해양 생물의 보고다.

어류.야생동물 집계 자료에 따르면 원유유출 사고 73일째인 지난 1일 현재 조류 1248마리 바다 거북이 441마리 포유류 5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기름에 노출됐던 조류 881마리 거북이 102마리 포유류 2마리가 구조돼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양학자들은 기름 피해 지역이 방대해 죽은 동물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죽은 동물 가운데 다수는 해저로 가라앉거나 다른 해양생물에게 먹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 거북이는 원유유출 최대 피해 동물 중 하나다. 전세계 7종의 바다 거북이 가운데 5종이 멕시코만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이 지역에만 서식하는 희귀 바다 거북이인 켐프스 라이들리는 이미 200마리 이상이 죽은 채 발견돼 멸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해양 생물이 기름에 노출돼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해양대기청(NOAA)은 멕시코만에 서식하는 유일한 멸종 위기 해양 포유류인 향유 고래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름 유출 피해 동물 수는 웹사이트(dailydeadbird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류구조센터 제이 홀컴 "수 십년간 복원 노력…멸종위기서 살렸는데"

“갈색 펠리칸은 꼭 지켜내야 합니다.”
국제조류구조 리서치센터(IBRRC) 제이 홀컴 디렉터는 긴급 조류 재활센터에서 갈색 펠리칸 보호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홀컴 디렉터는 기름 유출 피해를 입은 갈색 펠리칸 재활을 위해 북가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루이지애나주까지 왔다.
-갈색 펠리칸의 중요성은.
“원유유출 사태 전부터 갈색 펠리칸은 수 십년간의 복원 노력 끝에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은 상징적 동물이다. 인간과 자연의 연결 고리인 것이다. 기름을 뒤집어 쓴 끔찍한 모습의 펠리칸이 언론에 보도되며 원유유출 재앙의 심볼이 됐다. 또한 루이지애나주에서 펠리칸은 주기에도 그려져 있는 주조이기도 하다.”
- DDT에 이어 또 다시 갈색 펠리칸은 멸종 위기에 놓인 것인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972년 DDT 사용 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이 갈색 펠리칸 복원에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기름 유출 사태로 인해 기름 사용이 금지되는 일은 없지 않겠냐. 우선 멕시코만에서 유출되고 있는 기름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펠리칸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빨리 갖춰지느냐에 달렸다. 물론 그때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유출 사고 이후 펠리칸이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구조된 펠리칸들도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아 앞으로가 더 문제다. 원유유출 지역에 남아있는 새끼 펠리칸들도 위험하다. 정확한 펠리칸 사망 숫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일이 세고 싶지 않다.”
-구조된 펠리칸의 재활 과정은.
“일단 기름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하고 기름때를 벗겨낸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7~10일 정도의 회복 기간동안 지켜본다. 괜찮다고 판단되면 오염 지역이 아닌 곳에 풀어준다.”
루이지애나=곽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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