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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타임스 142년만에 첫 여성 편집국장…대만계 테리 탕 임명

LA타임스 142년 역사상 첫 여성 편집국장이 탄생했다.   8일 LA타임스 측은 지난 1월 임시 편집국장으로 선임한 테리 탕(사진) 국장을 정식 편집국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LA타임스의 소유주인 패트릭 순시옹과 미셸 순시옹은 이날 성명을 통해 “테리 탕이 LA타임스 뉴스룸을 이끌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테리는 단기간에 중요한 기사를 통해 우수한 저널리즘의 유산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고 임명을 발표했다.     LA타임스 측은 테리 탕 국장의 임명 배경에 “그는 지난해 12월 LA타임스의 개편과 활성화에 맞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며 “임시 편집국장이 되었을 때 신속히 편집 리더십을 확립하고 뉴스룸 재구성에 나섰다”고 전했다.     정식 편집국장이 된 테리 탕 국장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기관을 이끌고 독자들에게 없어서 안 될 일을 할 기회를 갖게 돼 영광”이라며 “LA타임스와 LA타임스의 언론인들은 캘리포니아와 이 나라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테리 탕 국장은 대만에서 태어나 6살에 LA에 이민온 그는 예일대학교를 거쳐  뉴욕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뉴욕타임스에서 20년간 기자로 일했으며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편집국장을 거쳐 2019년 LA타임스의 사설 편집자로 입사했다.  김경준 기자 [email protected]캘리포니아 미주 한인 로스앤젤레스 LA LATimes 편집국장 LA타임스

2024-04-08

한인들 관심·우려 전달, LA타임스 존재 이유

케빈 머리다 LA타임스 편집국장(Executive Editor·66)은 지난한 미국 민권 회복의 역사를 지켜본 언론인이다. 2021년 6월 서부지역 최대 언론인 LA타임스로 자리를 옮긴 그는 22년 동안 워싱턴포스트에서 의회 담당 기자로 일했으며 스포츠 케이블 ESPN 수석 부사장을 거쳤다. 오바마와 흑인 남성들에 대한 연구와 보도를 책으로 묶어내기도 한 그는 소수계 언론계에서는 상징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머리다 편집국장은 한인 사회의 역사와 관심사에 주목하고 있으며 미주중앙일보와의 협업본지 1월2일자 A-1면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지금의 언론은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키는 일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생각과 비전을 일문일답으로 들어봤다.     -흑인계 언론인으로서는 ‘첫 번째’가 됐던 경우가 많았다.     “유색 언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90년 초반에 댈러스 모닝 뉴스에서 첫 전국팀 데스크가 됐던 경험이 그 시작이었다. 30대 중반이었으니 흑인 언론인들이 많지 않던 시절이었고 당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 백악관을 취재했다. 이후 워싱턴 포스트에서도 부서 관리자 역할을 맡게 됐을 때 항상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녔다.”   -40년 가까이 언론인으로 살아오면서 갖게된 ‘언론의 정의’가 있다면.     “사실을 발견해 전달하는 것이다. 힘이 있는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공동 관심사를 연구, 추적하고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언론은 또한 보도를 통해 독자들을 웃고, 울고, 기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다.”   -서부 지역 최대 언론으로 최근 인력조정도 있었다. 어떤 변화가 있었나.     “언론 업계 전체가 변화의 물결을 맞이했다. 특히 신문이라는 매체 자체가 독자를 잃고 있는 시기다. 잘되던 케이블 TV들도 시청자를 줄줄이 잃고 있을 정도로 변화가 거듭된다. 운영이 힘겨운 시기가 도래한 것인데 이럴수록 스토리 전달의 방식과 방향을 다양화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뉴스룸은 아직 충분한 인력을 갖고 있으며 사회 곳곳에 취재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지면에 기사가 나오기 전에 웹사이트에 먼저 게재하는 경우도 보게된다. 온라인 우선 원칙이 있는 것인가.     “아니다. 온라인은 24시간 게재가 가능한데 신문은 아침에 나오기 때문에 전략적인 완급 조절을 하는 것이다. 온라인만 노출하거나 내용과 방향을 다르게 가져가는 경우도 있다. 독자들은 때론 같은 기사를 두 번 이상 보게될 수도 있고, 그것도 전략 속에서 나온 결과라고 보면 맞다.”     -한국 뉴스도 특파원을 통해서 종종 보도된다.     “K-컬쳐로 대표되는 한국 소식은 LA타임스 독자들에게도 적잖은 관심이다. 최근에 있었던 ‘시니어 예비군’ 기사도 관심을 많이 받았다. 게다가 최대 한인사회가 있는 곳이고 아태계 커뮤니티도 크게 있어 관련 아시아 소식들이 큰 주목을 받는다. 지속적으로 흥미로운 스토리를 개발할 예정이다.”   -여러 앱을 통한 뉴스를 접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신문은 결국 사라질 운명인가.     “다양한 통로로 소식을 접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사안의 핵심을 보려한다면 기성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몬터레이파크 총격 사건, 가주 산불 등 문제의 겉모습 뿐만 아니라 바탕에 깔린 원인과 전망을 짚어줄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한 것이다.”     -LA 타임스가 틱톡을 한다고 들었다. 콘텐트가 뭔가.     “31만 명이 팔로우한다고 들었다. 뉴스에서는 틱톡의 호흡에 맞게 일상과 가까운 것들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틱톡팀 안에는 다양한 기술과 능력을 가진 팀원들이 일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팀처럼 복도에서 군무를 추지는 않지만 다양한 소재와 포맷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중앙일보와 콘텐트 교류 계약을 했다. 한인들 목소리와 소식이 왜 중요한가.     “중앙일보 독자는 우리 사회 중요한 구성원이다. 이들을 위한 뉴스와 목소리 반영이 없다면 우리 신문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한인들이 관심갖고 우려하는 내용을 신문에 반영하고 싶다. 그렇지 못한다면 존재의 이유가 없는 셈이다. LA타임스는 항상 문을 열어 놓을 것이며 기자들은 시민들과 소통할 것이다.”     -LA폭동은 아직 상처로 남았다. LA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댈러스 모닝 뉴스에서 일할 때다. 당시 기자들을 LA에 직접 파견했던 것을 기억한다. 폭동의 상처는 지역 언론이 치유에 나서야하는 숙제 같은 것이라고 본다. 2022년에 공개된 시의원 인종비하 녹취에서도 보듯이 아직 가야할 길도 멀다. 이를 위해 언론은 계속 보도하고 환기하고 제안해야 한다. 함께 해가자.”   최인성 기자 [email protected]타임스 한인 la타임스 편집국장 흑인계 언론인 흑인 언론인들

2024-01-02

[Editor's Letter] 창간 41년 만에 처음으로…구독료를 20% 내린 이유

중앙일보가 8월부터 1년 구독료를 250달러에서 200달러로 20% 인하했습니다. 창간 41년 역사상 처음입니다. 원가 절감과 경영 효율화로 이룬 경영 성과를 독자들에게 돌려드림으로써 부담을 덜어드리자는 게 밝힌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디지털·다매체 시대를 맞아 신문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시대는 사람들로 하여금 점점 빠르고, 얕은 것에 익숙해지게 합니다. 이런 시대 분위기와 비교한다면 신문은 느릿하고, 깊습니다. 그런 분위기 탓인지 줄곧 이어지던 구독자 증가 추세가 최근 들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신문은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야 존재합니다. 열심히 읽어주는 독자들은 기자들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반대로 독자가 줄어든다면 신문을 만드는 기자들의 기운도 함께 빠질 것입니다. 디지털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이 인쇄 매체의 역할과 매력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 확신이 있기에 인쇄 매체를 사랑하는 더 많은 독자들에게 신문의 든든한 존재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에 구독료 인하는 그런 열망의 표현입니다. 독자들에게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림으로써 신문에 대한 애정을 이어가고 다시 찾아 달라는 당부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거역할 수 없는 디지털 시대에 종이신문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고품격 미디어로서의 신문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것입니다. 저희들이 생산하는 콘텐트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뉴스 소비층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은 깊어집니다'는 표어를 가슴에 품겠습니다. 저희 기자들은 품격있는 아날로그 신문 콘텐트, 다양한 디지털 콘텐트를 생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2015-08-04

[Editor's Letter] market을 '마켙'이라 쓰면 기자들이 견책 받는 이유

기자들은 매일 기사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신문을 꼼꼼하게 읽는 수많은 독자들이 있기에 하루하루 최선의 자세로 신문을 제작하려 노력합니다.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는 데 반드시 지켜야 하는 룰이 있습니다. 그것은 한글맞춤법과 외래어표기법입니다. 가령 Fullerton 도시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를 한국어로 표기하면서 내키는 대로 풀러튼·풀러턴·훌러턴·훌러튼·플러튼·플러턴 등으로 쓴다면 혼란은 가중될 것이며, 언어생활의 비효율성도 막대할 것입니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한국의 국립국어원은 '외래어표기법'을 정해 이를 기준으로 삼도록 하고 있습니다. Fullerton의 경우 f는 'ㅍ'으로 쓰고 -ton은 '턴'으로 적는다는 원칙에 따라 '풀러턴'으로 표기하는 것입니다. 간혹 f가 'ㅎ'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주장은 할 수 있어도 언어생활은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에 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언어의 공공성에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기자들이 '룰'을 철저하게 지키는 이유입니다. 실수할 경우에는 팀장으로부터 견책을 받기도 합니다. 중앙일보는 Las Vegas, San Diego를 '라스베이거스', '샌디에이고'라고 표기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영어사전의 발음기호가 그렇게 되어 있고, 그것에 충실하는 것이 외래어표기법의 원칙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혹시 market을 '마켙'이 아니고 '마켓'으로 쓰는 이유를 아십니까? 외래어표기원칙 3항 '받침에는 (대표음가를 갖는)ㄱ,ㄴ,ㄹ,ㅁ,ㅂ,ㅅ,ㅇ 만을 적는다'는 규정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마켓이나 마켙은 발음이 같기 때문에 대표음 ㅅ으로 통일하는 것입니다. 모국어 공부에 관심이 있다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www.korean.go.kr)를 방문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이원영/편집국장

2015-07-21

[Editor's Letter] 동성결혼 합헌결정…공존사회의 자신감

지난 토요일(27일)자 신문을 보셨습니까.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1면 톱기사에 2개 페이지를 할애해 의미와 배경, 향후 전망 등 관련 기사를 상세하게 보도했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미국 언론들도 엄청난 대사건으로 보도했습니다. 미국의 인권 역사를 조명하면서 흑백차별금지, 낙태합법화에 버금가는 인권 승리의 한 페이지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대법원은 "동성결혼에 대한 반감이 사라진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8년 전인 2007년 미국에서 동성애 인정여론은 49%에 그쳤습니다. 그것이 2013년에는 60%로 높아졌습니다. 이번 판결은 도도하게 흘러가는 미국 인권 확장역사의 한 장면임과 동시에 다양성의 용광로인 미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는 점에서 아메리칸 스피릿의 승리로도 해석됩니다. 미국은 인종만큼이나 다양함이 공존하고 있는 사회입니다. 서로 다른 모습과 생각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실험을 하면서 다름과 차이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정신을 키워온 사회입니다. 이번 동성결혼 합헌 판결은 그런 미국의 정신이 또 한번 꽃피운 것이라 믿습니다. 다른 사람과 취향과 생각이 다를 수는 있습니다.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 타입이 아니라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고 그 존재까지 무시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사회는 미성숙한 사회입니다. 그런 사회라면 끼리끼리 사회, 울타리를 치는 무라(村)사회, 폐쇄사회임을 자백하는 것입니다. 한국에도 동성애를 인정하는 비율이 2007년 18%에 불과했으나 2013년엔 39%로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도 성큼성큼 열린 사회, 공존사회로 나아가는 모습입니다. 공존에 평화가 있습니다. 이원영 편집국장

2015-06-28

[Editor's Letter] 인간에 대한 배려심이 의사와 의료기술자 차이

지난 토요일자(5월 30일) 1면 기사를 읽어보셨습니까. '79세 상기문씨의 고단한 한인타운 병원 순례기-의술인지 상술인지'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를 취재.편집하면서 소위 전문직에 종사한다는 사람들의 직업윤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기사는 상기문씨가 손글씨로 빼곡하게 적은 노트 5장 분량의 글을 중앙일보로 투고하면서 비롯됐습니다. 이곳저곳 한인병원을 다니면서 느낀 서러움과 냉대를 깨알같이 담고 있었습니다. 상씨가 보낸 글을 기고문 형식으로 게재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겸 취재기자를 보내 직접 만나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는 것이 온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들어보니 글 내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만 여기는 듯한 의료환경, 5분도 안 되게 건성건성 진료하고 약처방만 주고 끝나는 의사 면담…. 상씨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공개되어도 좋으니 환자들이 느끼는 서러움과 분노를 의료계에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물론 의사들도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병약한 환자에 비해 전문 지식을 갖춘 의사들은 '갑'의 입장에 있습니다. '갑'으로선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을'에겐 상처가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갑의 배려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인간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전문직업인은 '기술자'나 다름없습니다. 의사가 의료기술자로, 목사가 종교기술자로, 법조인이 법률기술자로 되어버리는 것이 현대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입니다. 아, 언론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애정 없이 해악만 끼치는 기자는 요즘말로 기레기(기자+쓰레기)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한인사회에 '기레기'가 있다면 독자 여러분들이 단호하게 솎아내 주십시오. 이원영 편집국장

2015-05-31

[Editor's Letter] 신문은 요리다…독자는 미식가다

신문에 실리는 주요 광고들은 광고대행사를 통해 제작되고 신문에 게재되는 과정을 밟습니다. 광고주와 신문사의 중개자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얼마 전 광고대행사 관계자 20여 분을 초청해 저희 회사가 점심을 대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중앙일보의 제작 방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중앙일보라는 제품을 만드는 공장장이기도 하고, 중앙일보라는 요리를 만드는 주방장이기도 한 자세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동일한 형태의 그릇에 뉴스를 담아 제공하는 일을 하지만 매일 그 내용물이 다른 상품이자, 요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기자들)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단순 근로자가 아니라 매일 백지상태에서 시작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창조자)'의 마음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중앙일보의 정신을 담아 기자들이 일하는 편집국에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습니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현장력(現場力), 살아있는 기자, 살아있는 기사!'라는 내용입니다(사진). 오감(五感)이 살아있지 않으면 '창조'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오감이 살아있어야 살아있는 기사를 쓸 수가 있고, 그런 기사가 독자를 행복하게 한다는 생각입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지겨운 일을 무한반복하며 시간만 축내는 일을 하고있는 것인지, 아니면 매일매일 '크리에이터'로서 흥과 기쁨을 누리며 일하는 것인지. 결국 일하는 그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 미식가 독자들에게 최고의 요리를 내놓기 위해 고뇌하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세를 잃지 않겠습니다.

2015-05-10

[Editor's Letter] 피의자의 사진 게재…'체면'과 '악질성' 감안

지난 주에는 한인사회를 부끄럽게 만든 두 건의 뉴스가 중앙일보 톱 지면을 채웠습니다. 하나는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두 자매와 그들을 도와준 한 명의 회계사가 거액의 종업원 상해보험료(워컴)를 횡령한 혐의로 적발된 사건입니다. 수사 당국은 이들의 혐의와 함께 얼굴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진을 받았지만 고민 끝에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마약성 약물을 불법 처방해온 70대 한인의사가 체포되었다는 사건이 뉴스룸에 접수되었습니다. 이 의사는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마약성 약물을 불법 처방하고 중독된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밝혀진 혐의만 27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수사당국은 역시 이 의사의 혐의와 함께 얼굴 사진을 언론에 보냈습니다. 중앙일보는 혐의자 조정호 씨의 얼굴을 신문에 실었습니다. 미국 사법당국들은 재판이 끝나지 않은 피의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언론에 쉽게 공개합니다. 한국이라면 '무죄추정의 원칙'이니 하면서 아마 엄청난 반발에 부닥칠 것입니다. '체면'을 생명 같이 여기는 문화 탓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 비해 미국에서는 범법 '혐의자'들의 사진 공개를 당연시 여기는 것 같습니다. 피의자들의 '인격권'보다는 법을 위반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지탄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중앙일보는 '피의자'의 사진을 게재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건에 있어 사진 게재 여부의 기준은 '사회적으로 매장되어야 하는 악질성'에 두었습니다. '체면' 문화가 엄존하는 한인사회이기에 '피의자'에 대한 사진과 이름 공개는 이처럼 매번 고민스러운 판단을 거치고 있습니다.

2015-04-19

[Editor's Letter] '인폼드 컨센트'하도록 도와 주는 의사가 최고

얼마 전 LA한인사회의 저명한 시인의 부인이 별세하셨습니다. 한창 나이인 58세로 세상을 떴기에 주변 사람들은 더욱 마음 아파 했습니다. 자궁암 항암 치료를 이겨내지 못했다 합니다. 남편은 한탄했습니다. "이렇게 고통스럽게 갈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냥 놔둘 걸…나같이 무식한 사람이 뭘 아나…." 암을 정복하기 위한 현대의학의 투쟁은 대단합니다. 조기검진해서 암의 씨앗부터 찾아내 조기치료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기검진의 대열에 뛰어들고, 기꺼이 치료에 임합니다. 그렇다면 현대의학은 암정복의 길로 접어든 것일까요. 몇년 전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1950년부터 2007년까지 57년간 미국인 사망원인을 분석했습니다.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숫자를 비교했습니다. 심질환은 67%, 뇌혈관질환은 77%, 급성폐렴/독감은 66%씩 각각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암은 193.9명에서 178.4명으로 8%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이것이 현대의학 암치료 수준의 민낯입니다. 의사는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주고 치료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이를 '인폼드 컨센트(informed consent)'라 합니다. 그러나 암공포는 주입시켜도, 암치료의 암울한 현실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의사는 얼마나 될까요. 방사선 암전문의 곤도 마코토는 암을 치료하지 않는 '온존요법'이 삶의 질을 위해 더 낫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치료하지 않으면 죽는다'며 공포심을 자극하는 의사에게 '암을 방치한 사람의 데이터를 보고 싶다'고 말하라고 주장합니다. 암치료를 받고 안 받고는 환자가 결정할 사항입니다. 환자가 최선의 '인폼드 컨센트'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정한 의사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2015-04-12

[Editor's Letter] 정보 홍수 속 클릭 '편식'…신문 '한상 차림'이 치유

한국신문협회는 매년 '신문의 날'을 기해 표어를 공모합니다. 올해 대상작은 '정보가 넘칠수록 신문은 더욱 돋보입니다'로 선정됐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풍요 속의 빈곤'에 허덕이는 독자들이 진정 목말라하는 건 '믿고 볼 수 있는 뉴스'"라며 "이런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매체가 신문이라는 점을 표현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신문기자로 살고 있는 저에게 이런 표어는 큰 위안을 줍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종이신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시절이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부터 컴퓨터만 켜면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이 시절에 한정된 지면의 신문기사가 무슨 대단한 차이가 있으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LA중앙일보 뉴스룸에는 40여 명의 기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기자들은 대체로 일반인들보다 더 많은 뉴스를 접하고, 이를 선별·가공하는 일을 합니다. 기자들이 많은 소스를 통해 취득한 뉴스를 걸러서 한정된 지면에 정리해 여러분들에게 선보이는 것이 신문입니다. 신문은 원하는 것만 클릭하는 '편식'이 아니라 뉴스와 정보를 골고루 담은 '한상 차림'인 셈입니다. 표어 심사위원들의 말처럼 정보의 풍요 속에 '빈곤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루 종일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지적 소양의 재료로 활용되는 것이 얼마나 될까요. 모니터 상으로 많은 것을 보지만 정작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정보 홍수'의 역설입니다. 그래서 '정보가 넘칠수록 신문은 더욱 돋보입니다'는 올해 신문표어가 더욱 와닿습니다. 사유와 지식의 힘은 '살아있는' 활자에서 나온다는 신념과 책임감으로 매일 만나뵙겠습니다. 이원영 편집국장

2015-04-05

[Editor's Letter] 갈등의 현장 외면하면 저널리즘 정신 빛 바래

사람 사는 세상이니 갈등이 있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상황은 한 장면인데 갈등 당사자들의 해석은 완전히 다른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나의 신문 기사를 놓고도 자신이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번역합니다. 최근에 중앙일보는 동성결혼을 수용한 교단의 결정을 놓고 교단 탈퇴냐, 잔류냐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한 교회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양쪽 주장과 교단의 입장을 균형있게 보도하고자 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탈퇴파와 잔류파 모두 보도에 대해 불만스러워했습니다. 한쪽의 입장에서 보면 상대 측 입장은 전혀 근거가 없거나 수용할 수 없는 것임에도 그런 주장을 보도한 것은 오보, 또는 왜곡이라는 주장입니다. '태진아 거액도박 보도' 사건을 두고도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태진아 측은 보도 매체 측이 기사를 보류하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주장이고, 매체 측은 태진아 측이 먼저 돈 얘기를 꺼내면서 회유한 것이라 주장합니다. 우리는 양 측의 입장을 모두 듣고 각각의 주장을 다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도 역시 양측으로부터 불평을 들어야 했습니다. 갈등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있습니다. 언론의 첫번째 미션은 객관적인 보도입니다. 언론은 수많은 제3의 독자들에게 '현상'과 '팩트'를 전하는 것이 첫번째 임무이지, 갈등 당사자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독자의 판단을 거친 다음의 일입니다. 갈등의 현장에서 눈을 피하고 보도하지 않으면 당사자들로부터 시달리는 일은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정신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갈등의 현장에서 독자의 눈으로 관찰하고, 취재하고, 보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2015-03-29

[Editor's Letter] '만나제과' 쓸쓸한 퇴장…그저 지켜만 봐야 하나

어제(26일) 중앙일보 경제섹션에 여운이 긴 기사가 실렸습니다. 40년 역사의 '만나제과'가 문을 닫았다는 내용입니다. LA한인타운 지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아~'하는 아쉬움이 터져나왔을 법합니다. '만나제과'는 LA한인타운 형성과 함께 시작한 토속 빵집이었습니다. 주인과 연락이 닿아 속사정을 자세히 들으려 했는데 안타깝게도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주변 취재에 따르면, 한국에서 진출한 거대 자본의 베이커리 체인점을 당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임대료도 올라 폐업 외에는 대안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만나제과는 40년이라는 오랜 시간 한인타운을 지켰던 '오래된 가게', 즉 '노포(老鋪)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인사회에서는 그런 노포들이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속속 문을 닫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많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빵집 뿐만 아닙니다. 커피숍, 구잇집, 팥빙수집, 떡볶이집 등등 한인타운을 둘러보면 온통 한국에서 진출한 프랜차이즈 업소가 가득합니다. 그런 업소들이 늘어나는 만큼 토속 '노포'들은 하나둘 없어지고 있습니다. 한인업소들도 점점 본국 경제에 예속되고 있는 걸까요. 프랜차이즈 업소들이 많아질수록 한인사회의 돈은 한국 거대 기업으로 속속 빨려들어가겠지요. 그러면 로컬 업소들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한국산 프랜차이즈의 미국 진출 트렌드는 앞으로도 더욱 뚜렷해질 것 같습니다. 지금 잘 되고 있는 업소라도 몇 년 뒤 또 하나의 '만나제과'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미리 준비하고,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이런 위기를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2015-03-26

[Editor's Letter] "바쁨(busyness)에 하나님의 자비를…"

LA에 있는 한 미국교회의 주보를 읽게 되었습니다. 설교 제목은 '영적인 삶:아름다움'이었습니다. 목사님이 예배 시간에 기도할 내용이 요약되어 있었습니다. "은혜로우신 하나님, 우리들은 너무 바빠서 당신의 임재를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하루하루의 삶은 너무 빨리 흘러가고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어디에나 임재하시지만 우리는 그것을 미처 알지 못하고 흘려보내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들의 바쁨(busyness)에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그리고 나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추게 하옵소서, 아멘." 또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들 생업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주말엔 고단한 심신을 달래며 새로운 한 주를 기약할 것입니다. 하루가, 한 주가, 한 달이 그렇게 지나갈 것입니다. 목사님의 기도문처럼 우리들은 너무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너무 바빠서 일상의 아름다움을 느낄 겨를도 없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를 많이 댑니다. 바빠서 가까이 있는 사람도 일년에 한두번 보기 십상입니다. 바빠서 신문 볼 시간도 없다고 합니다. 바빠서 운동도 못하고, 여행도 못합니다. 정말 목사님의 기도처럼 하나님께 우리의 '바쁨'에 자비라도 빌어야 할 판입니다. 이민사회가 삭막하다고 합니다. 갈수록 인심이 사나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툭하면 싸움이요, 걸핏하면 소송입니다. 너무 다들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살아서, 바빠서 일상의 아름다움을 다 놓치고 살아서 그런 건 아닐까요. 고은 시인의 '그 꽃'이 던지는 의미를 함께 생각해봅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2015-03-22

[Editor's Letter] 다양한 의견을 담아 드립니다

어제(17일) 중앙일보 본국지를 읽어보셨습니까. 기분좋은 대담 기사를 읽었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원혜영 새정치연합 공천혁신추진단장,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가 4시간 동안 토론을 한 것입니다. '이젠 치유의 정치로'가 주제였습니다. 진영 정치싸움을 벗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진영 논리는 한국사회 전체를 양극화의 블랙홀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유승민 대표는 "정권마다 진영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문제입니다. 일본에서는 옛부터 마을공동체가 자체적으로 규율을 정해 작은 정부 역할을 해온 전통이 있습니다. 마을을 뜻하는 한자 촌(村)자의 뜻소리는 '무라'입니다. 그래서 '무라사회'라고 부릅니다. 무라의 규칙을 벗어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집단 제재가 가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의 일원은 무라의 조직에 갇혀 한마디로 찍 소리 못하고 살아가게 됩니다. 양극화, 편가르기라는 이름의 우리 사회 갈등은 '무라사회'가 남긴 전체주의적 잔재와 무엇이 다를까요.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는 어떤 '무라'라는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갇혀 사는 건 아닐까요. 중앙일보는 발행인 메시지(16일자)를 통해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노력하는 신문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양쪽으로 치우침보다는 중간지대를 넓히고 다양한 견해를 담는 그릇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훈련이 부족합니다. 다양성이 공존하지 못하는 사회는 갈등이 증폭되는 피로사회가 됩니다. 중간지대를 넓히겠다는 중앙일보의 의지가 한인사회를 좀더 평화롭게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원영 편집국장

201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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