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인간에 대한 배려심이 의사와 의료기술자 차이
지난 토요일자(5월 30일) 1면 기사를 읽어보셨습니까. '79세 상기문씨의 고단한 한인타운 병원 순례기-의술인지 상술인지'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를 취재.편집하면서 소위 전문직에 종사한다는 사람들의 직업윤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기사는 상기문씨가 손글씨로 빼곡하게 적은 노트 5장 분량의 글을 중앙일보로 투고하면서 비롯됐습니다. 이곳저곳 한인병원을 다니면서 느낀 서러움과 냉대를 깨알같이 담고 있었습니다. 상씨가 보낸 글을 기고문 형식으로 게재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겸 취재기자를 보내 직접 만나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는 것이 온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들어보니 글 내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만 여기는 듯한 의료환경, 5분도 안 되게 건성건성 진료하고 약처방만 주고 끝나는 의사 면담….
상씨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이 언론에 공개되어도 좋으니 환자들이 느끼는 서러움과 분노를 의료계에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물론 의사들도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병약한 환자에 비해 전문 지식을 갖춘 의사들은 '갑'의 입장에 있습니다. '갑'으로선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을'에겐 상처가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갑의 배려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인간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전문직업인은 '기술자'나 다름없습니다. 의사가 의료기술자로, 목사가 종교기술자로, 법조인이 법률기술자로 되어버리는 것이 현대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입니다. 아, 언론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애정 없이 해악만 끼치는 기자는 요즘말로 기레기(기자+쓰레기)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한인사회에 '기레기'가 있다면 독자 여러분들이 단호하게 솎아내 주십시오.
이원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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