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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피의자의 사진 게재…'체면'과 '악질성' 감안

이 원 영/편집국장

지난 주에는 한인사회를 부끄럽게 만든 두 건의 뉴스가 중앙일보 톱 지면을 채웠습니다. 하나는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두 자매와 그들을 도와준 한 명의 회계사가 거액의 종업원 상해보험료(워컴)를 횡령한 혐의로 적발된 사건입니다.

수사 당국은 이들의 혐의와 함께 얼굴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사진을 받았지만 고민 끝에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마약성 약물을 불법 처방해온 70대 한인의사가 체포되었다는 사건이 뉴스룸에 접수되었습니다. 이 의사는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마약성 약물을 불법 처방하고 중독된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밝혀진 혐의만 27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수사당국은 역시 이 의사의 혐의와 함께 얼굴 사진을 언론에 보냈습니다. 중앙일보는 혐의자 조정호 씨의 얼굴을 신문에 실었습니다.

미국 사법당국들은 재판이 끝나지 않은 피의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언론에 쉽게 공개합니다. 한국이라면 '무죄추정의 원칙'이니 하면서 아마 엄청난 반발에 부닥칠 것입니다. '체면'을 생명 같이 여기는 문화 탓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 비해 미국에서는 범법 '혐의자'들의 사진 공개를 당연시 여기는 것 같습니다. 피의자들의 '인격권'보다는 법을 위반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지탄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중앙일보는 '피의자'의 사진을 게재하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사건에 있어 사진 게재 여부의 기준은 '사회적으로 매장되어야 하는 악질성'에 두었습니다. '체면' 문화가 엄존하는 한인사회이기에 '피의자'에 대한 사진과 이름 공개는 이처럼 매번 고민스러운 판단을 거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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