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속의 찜질방] "한국식 때밀이 짱" 백인들이 더 찾는다
찜질방이 인기다. 타인종에게는 더욱 인기다. 이들은 때 마사지를 받고 육개장을 먹으며 불가마에서 땀을 빼고 식혜로 열을 식히는 찜질방 매니아다. ◇러시아인은 찜질방을 좋아해 = 샤워가 발달된 유럽 및 미국보다는 비슷한 목욕 문화권의 아시아인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백인이 주를 이뤘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찜질방을 즐겨 찾았다. 비율은 남성이 4, 여성이 6정도. 연령층은 20대에서 50대까지 골고루 퍼져있다. 그 중 40대 백인 여성이 많은 편이다. 특이한 점은 서부에서는 백인 중에서도 코카시안이, 동부에서는 러시아인이 많았다. 버지니아주 센터빌 소재 스파월드의 김태우 매니저는 “극도로 추운 러시아에선 사우나 문화가 잘 발달돼 있다”며 “몸을 데울 수 있는 찜질방과 마사지, 미용 서비스,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뒤를 이어 서부에서는 중국·일본·베트남·필리핀 등 아시아인과 히스패닉이, 동부에서는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동구권과 유럽인, 아시아인 순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인들은 한류 열풍의 영향을 받아 찜질방을 처음 찾는 경우가 많았다. LA 인근 롤랜드하이츠에 있는 다이아몬드패밀리스파(DFS)의 이형철 매니저는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중국 등 아시아인은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찜질방을 보면서 가보고 싶다 생각하다가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한류가 특별한 게 아니다. 이게 바로 한류”라고 강조했다. 타인종 고객은 주로 둘셋씩 짝지어 찜질방을 찾는다. 가족, 연인 보다는 친구끼리 오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가 크게 늘었다. 이들의 70% 이상은 서비스 때문에 예약을 하는 것이 한인과 달랐다. 찜질방마다의 특색도 드러났다. 뉴욕 스파캐슬에는 영화배우 존 트라볼타, 가수 노라 존스 등 셀러브리티들도 즐겨 찾을 정도로 관광명소로 뜨고 있다. 애틀랜타의 인터내셔널헬스사우나는 뜨거운 바닥에 누워 몸을 푸는 한국식 산후조리를 위해 히스패닉 여성들이 종종 찾는 점이 눈에 띄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샌리엔드로에 위치한 불가마사우나에서는 생일을 맞은 친구를 위해 돈을 모아 마사지를 포함한 서비스 이용권을 선물하는 백인 여성들, 드레스 위로 드러나는 어깨 관리를 위해 때밀이 서비스를 받는 예비신부와 들러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찜질방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 친구나 직장 동료 소개로 찾은 찜질방. 처음에는 발가벗은 채 돌아다니는 사람들에 민망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이들은 곧 단골이 된다. 한국식 때밀이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타인종의 ‘때 마사지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찜질방들 따르면 타인종 50~80%는 때 마사지 서비스를 받는다. 오로지 때 마사지 때문에 찜질방을 찾는 이도 많다. 여성들은 때 마사지를, 남성들은 지압 마사지를 좋아하고 이외 발마사지, 스킨케어 등을 받는다는 게 찜질방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LA 인근 부에나파크 소재 비치스파의 김영애 실장은 “마사지 서비스 요금이 주류 스파에서는 100~300달러 정도 인데 비해 한인 찜질방에서는 60~150달러 선으로 저렴한 데다 콜라겐 팩 등을 공짜로 해주니 좋아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찜질방에 익숙해진 타인종 고객은 때나 지압 마사지는 물론, 찜질 문화를 즐겼다. 찜질을 하며 낮잠을 자거나 찜질방 안에 있는 식당에서 불고기, 비빔밥에 김치, 떡볶이 등 매운 음식까지 섭렵했다. 이들은 맥반석 계란에 식혜 맛을 안다.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팥빙수를 먹는 풍경은 한인과 똑같다. 뉴저지 킹사우나의 채종목 이사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육개장을 먹는 타인종 고객을 보면 여전히 신기하다”고 말했다. 러시아 출신 크리스타 데비 인터뷰 "찜질방 사랑, 아무도 못 말려요" “세상이 무너져도 일주일에 한번씩 찜질방에 꼭 와요.” 낮부터 눈이 내리던 지난달 30일 밤. 버지니아 센터빌에 위치한 스파월드를 찾은 러시아 출신 여성 크리스타 데비(사진·47·VA 랜즈다운 거주)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벌써 1년반째 매주 찜질방에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집안이나 직장일 등 급한 상황만 아니면 토요일은 항상 찜질방에 온다는 것. 친구나 가족들도 의례 토요일이면 그가 찜질방에 갔으려니 한다. 간호사이자 요가 강사로 일하며 일주일간 쌓인 피로를 말끔히 씻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 찜질방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데비씨는 말했다. 또한 한 곳에서 사우나부터 목욕·찜질·식사·마사지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점도 그의 찜질방 사랑을 각별하게 만든 요인이다. “이제는 제가 오면 직원들도 반가워해주니 마치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해요.” 비빔밥을 즐겨먹지만 채식주의자인 그를 위해 식당에선 따로 특별 메뉴를 만들어줬다. 단백질 섭취를 위해 두부를 추가한 두부 비빔밥이다. 주로 토요일 늦은 오전부터 시작되는 그의 찜질방 일과는 식사와 마사지, 찜질 등을 거쳐 저녁이 돼서야 끝난다. 찜질 중간 중간 홀에 나와서 돗자리를 펼치고 누워 책을 읽기도 하고 요가 자세를 연습하기도 한다. 이제는 만나는 사람마다 찜질방에 가볼 것을 권해 친구들 사이에 ‘찜질방 전도사’로 통한다. 그는 “완전히 긴장을 푼 상태에서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편안함을 즐길 수 있는 영적인 장소”라며 ”스파월드 덕분에 이젠 월요일 직장에 나가는 것이 가뿐해졌다”고 말했다. ■ 타인종들 이래서 찾는다 1. 건강·미용·휴식 원스톱 2. 주류 스파에 비해 저렴한 요금 3. 단순 마사지 아닌 혈 통한 치료 효능 4. 이색적인 시설·신비로운 동양문화 체험 5. 긴 이용시간·인터넷 등 다양한 부대시설 전국 취재팀 = LA 이재희·뉴욕 이중구, 강이종행·샌프란시스코 김판겸·시카고 전권수·애틀랜타 김동그라미·워싱턴DC 유승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