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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덕을 나누다

덕(德)이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덕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면 덕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행하려는 어질고 올바른 마음이나 훌륭한 인격’이라고 나옵니다. 이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질다는 설명만으로는 좀 부족함을 느낍니다. 덕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덕의 기본은 나누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덕(人德)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함께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덕이 있으면 주변에 사람이 모여듭니다. 그런 사람은 자연스럽게 인복(人福)도 갖게 됩니다. 인덕은 인복의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논어에 보면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말 속담에는 이 말과 비슷하나 전혀 결과가 달라지는 표현도 있습니다. 바로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은데 맑으면 외로운 겁니다. 왜 그럴까요? 맑은 것은 나쁜 건가요? 아니겠죠. 덕이 있는 사람은 왜 이웃이 있을까요? 그리고 맑은 사람에게는 왜 사람이 모이지 않을까요?   이유를 생각하다가 한 표현에 마음이 갔습니다. 그것은 바로 덕분(德分)이라는 말입니다. 덕분이라는 말의 의미가 바로 덕을 나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덕분이라는 말을 인사말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다든지, 덕분에 즐거웠다든지 하는 인사를 합니다. ‘덕분에’라는 말과 ‘때문에’는 완전히 다른 표현입니다. ‘덕분에’를 써야 하는 자리에 ‘때문에’를 쓰면 기분이 나쁩니다. ‘선생님 덕분에’와 ‘선생님 때문에’는 전혀 다른 감정입니다. 덕분이라는 말은 한자어이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말입니다. 즉, 한국인이 좋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이의 덕분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 덕에 이 세상에 태어났고, 친구 덕에 외롭지 않으며, 사랑하는 사람 덕에 행복합니다. 선생님이 있어 어둡지 않고, 내 말을 들어주는 이가 있어 힘이 납니다. 그리고 덕분의 세상은 일방적이지 않고 함께 하는 곳입니다. 덕의 핵심적인 가치는 나눔에 있습니다. 덕이 있는 사람이 외롭지 않은 것은 바로 나누기 때문입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덕을 가지고 있다면 그래서 나누어야 합니다. 아니, 덕을 나누지 않는 사람은 덕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는 마치 깨달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깨달은 사람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덕을 쌓았다면 곧바로 나누어야 합니다.     저는 맑은 물의 사람은 덕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맑은 물에는 수초도 없고, 모래나 자갈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맑기 위해서 스스로를 가꾸는 것에 최선을 다했을지 모르나 남을 위한 쉴 자리, 먹을거리는 마련하지 않은 겁니다. 도대체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홀로 사는 세상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함께 사는 세상에서는 극히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깨끗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더러워야 친구가 많아진다는 말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자갈도 놓고, 물초도 자라게 하여 함께할 자리를 만들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인사말처럼 사용하는 말인 덕분에는 그런 뜻이 있습니다. 덕을 나누어주는 사람은 외로울 틈이 없습니다. 물론 내 덕으로 사는 거라는 식의 표현은 삼가야겠지요. 정말 덕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덕을 나누어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덕은 상호적이어서 누가 내 덕을 받으면 나도 그 순간 그의 덕을 받습니다. 내 덕을 받아주는 이가 있음은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는 여러분 덕분에 저는 오늘 하루도 기쁩니다. 여러분은 모르는 사이에 저에게 덕을 나누어주신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선생님 덕분 이의 덕분 여러분 덕분

2024-06-09

[은퇴설계의 실제] 스마트 은퇴설계, 현실적이고 적절한 기대수명 반영

은퇴설계라고 하면 대부분 저축과 투자를 떠올린다. 그만큼 은퇴자금을 만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은퇴설계의 실제는 은퇴 전까지의 자산증식만큼이나 은퇴 이후 모아둔 자금을 적절하게 꺼내 쓰는 것까지를 포함해야 한다. 어쩌면 저축 및 투자 플랜보다 인출플랜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현실적인 기대수명   현실적인 은퇴설계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생각해야 한다. 은퇴 후 필요한 생활비용, 은퇴 후 나올 수 있는 소득원과 금액, 은퇴 기간, 인플레이션, 이자율, 정부의 사회보장 연금 수령 시기와 금액, 증액률, 세율 등 다양하다. 이들 요인은 다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출발부터 어긋나기 쉬운 것은 은퇴 기간이다.     보통 은퇴 기간을 생각할 때 기대수명을 기준으로 설정한다. 65세 은퇴 후 기대수명이 85세라면 20년의 은퇴 기간을 생각하는 식이다. 20년이라는 은퇴 기간을 전제로 필요한 자금 규모나 사용 가능한 생활비용, 이 비용을 충당할 소득원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전제가 잘못되면 결과적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은퇴자금이 너무 빨리 소진되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기대수명   기대수명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는 몇 군데서 알아볼 수 있다. 연방 사회보장국이나 질병통제센터(CDC)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국세청(IRS)의 최소의무인출(RMD) 기대수명 테이블이다. RMD 테이블은 IRA 등 세제 혜택을 받은 은퇴계좌 자금에 대한 강제인출 규정에 사용되는 표를 의미한다. 다음은 보험사들이 사용하는 기대수명 자료다. 이렇게 크게 세 종류의 기대수명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중 어떤 표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할까? 대부분 사회보장국과 CDC의 기대수명 자료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를 기준으로 은퇴설계를 하는 것은 실수일 수 있다. 왜냐면 이들 기관에서 발표하는 기대수명은 IRS나 보험사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표1 참조〉   세 종류의 남녀 기대수명 자료를 보면 사회보장국·CDC 추정치는 IRS나 보험사들의 추정치와 많이 차이가 난다. 훨씬 짧다. 이중 가장 현실적인 숫자는 보험사의 추정치다. 보험사의 추정치가 가장 현실적이고 신뢰할 만하다고 하는 것은 이것의 그들의 ‘업’이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을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보험사이고, 그렇게 하려면 가장 현실적인 기대수명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잘못되면 비용 산정이 잘못되고 수익모델이 망가진다. 정부기관인 IRS도 이런 류의 추정치에 대해선 신뢰를 받지 못하지만, 기대수명에 있어서는 사회보장국이나 CDC보다 훨씬 정확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IRS가 추정하는 기대수명과 보험사들이 추정하는 기대수명이 비슷하다는 사실은 그래서 오히려 보험사들의 추정치에 대해 신뢰를 더 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위의 표는 평균 기대수명이다. 현실적인 기대수명은 사실 건강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IRS나 사회보장국, CDC 등의 기대수명 추정치는 이 부분을 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험사들의 추정치는 이 부분을 반영한다. 〈표2 참조〉     건강한 55세 남성의 경우 기대수명은 88세이고 여성은 91세이다. 보험사에서 테이블-2등급을 받았다면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의미인데, 이런 경우 55세 남성의 기대수명은 83세, 여성은 85세이다. 여성과 남성이 다르고 건강한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에 따라 5~6년의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는 현실적인 은퇴설계에서 큰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부부의 경우 둘 중 한 명이 더 오래 살 경우의 기대수명은 더 중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평균적인 건강과 양호한 건강 상태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지만 55세를 기준으로 할 때 대체로 여성일 가능성이 높지만, 더 오래 사는 이의 기대수명은 건강한 경우 95세로 추정되고 있다. 〈표3 참조〉     ▶현실적·적절한 기대수명 중요 이유   안전하고 실현 가능한 은퇴설계를 위해서는 은퇴기간에 대한 현실적 전제가 선행돼야 한다. 잘못된 전제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인 예상을 하게 되고, 그만큼 계획도 현실과 동떨어지게 된다. 79세까지를 준비하는 것과 95세까지를 준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가능하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부부의 경우 가능한 둘 중 한 사람은 95세까지 산다는 전제로 은퇴설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기타 변수의 중요성   기대수명과 은퇴 기간에 대한 현실적인 판단이 섰다면 이제 다른 변수들을 생각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사회보장연금 수령액, 이자, 세율 등이 중요한 변수들일 것이다. 이 역시 보수적으로 잡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최근 몇 년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이들은 이제 이것이 현실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했다.     연방정부의 계속된 적자 누적과 지출 확대는 세율에 대해서도 낙관하기 어렵게 하는 상황이다. 대체로 은퇴 후 세율이 낮아질 것을 기대하지만, 소득이 줄어도 세율은 같거나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 변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너무 안일한 수치를 전제로 계획하는 것보다 이 역시 가능한 보수적 접근을 통해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IRA나 401(k)등 인출 시 세금을 내는 플랜들은 지금 세금공제를 받는 혜택이 있다. 이와 함께 지금 공제 혜택이 없더라도 나중에 세금을 내지 않으며 사용할 수 있는 소득원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세법적인 측면에서도 분산, 다변화를 할 수 있다면 더 안정적인 은퇴 후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표1 제목: IRS/CDC 평균 기대수명   표2 제목: 건강상태에 따른 기대수명     표3 제목: 부부 중 한명의 기대수명 켄 최 아메리츠 에셋 대표 [email protected]은퇴설계의 실제 기대수명 은퇴설계 기대수명 추정치 기대수명 자료 이의 기대수명

2023-09-26

공무원들 뇌물 받고 재산세 줄여줬다가 덜미

쿡 카운티 사정관실 직원들의 뇌물 스캔들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골프 접대를 받고 재산세를 줄여준 혐의다.     최근 공개된 북일리노이 연방 검찰의 기소장에 따르면 쿡 카운티 사정관실 직원들은 동료 직원으로부터 소개 받은 건물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고 8만 달러 이상의 재산세를 줄여줬다가 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의 뇌물 제공은 지난 2017년에 이뤄졌다.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로버트 미치가와 사정관실 직원이었던 바실리오 클라우센이 당시 사정관실 직원으로 근무하던 룸니 리코프스키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재산세를 줄여주는 것을 조건으로 사정관실 직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리코프스키는 당시 사정관실에서 납세자 서비스국 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결국 이들 세 명은 뇌물을 주고 받기로 합의했고 곧 시행에 들어갔다.     같은 해 미치가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다른 한 명이 클라우센과 다른 사정관실 직원들의 골프비를 대신 내준 것이다. 두 번의 골프비는 모두 3500달러에 달했다.   골프 접대를 받은 사정관실 직원들은 임의로 결정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는 재산세 이의 신청 배당 과정을 조작해 미치가의 재산세를 대 폭 줄여준 것으로 드러났다.     골프 접대로 미치가는 2만8000달러의 재산세가 줄어든 효과를 얻었고 다른 한 명은 무려 5만3000달러의 세금을 덜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재산세 조작에 깊이 관여한 리코브스키는 사정관실에서 20년 이상을 재직하며 연봉 11만 달러를 받고 있었으나 골프 접대를 받고 재산세를 낮춰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게 됐다.     이들 사정관실 직원 세 명은 두 건의 뇌물 사취 혐의가 적용됐으며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쿡 카운티 사정관실 직원들이 뇌물을 받고 재산세를 낮춰준 혐의로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정관실 상업용 그룹의 리더로 재직하던 라비딤 레미소프키 역시 이번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레미소프키는 이미 작년 7월에 다른 뇌물 스캔들에 연루돼 기소된 바 있다.     프리츠 케이기 쿡 카운티 사정관은 이번 뇌물 사건을 계기로 재산세 어필 케이스가 배정되는 시스템에 이중 인증 단계를 추가해 뇌물 수수 관행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Nathan Park 기자공무원 재산세 공무원들 뇌물 재산세 이의 재산세 어필

2023-04-25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마침내, 일제히 꽃이 되었다

마침내, 일제히 꽃이 되었다       바람에 일렁이던 들풀은 마침내 일제히 꽃을 피웠다 눈을 감았다 다시 뜬 순간, 짧은 그 순간   바람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향기 같은 절정이 들판에 하얀 눈처럼 번졌다 들꽃은 송이송이 번지는 물보라 환희 몸 속 가득 작은 입자가 탄산수처럼 피어오른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빨래처럼 몸을 비틀어서라도 불꽃에 마른 장작 타 오르는 그 순간   안으로 안으로 다짐할수록 몽롱해 정신을 놓았다 주인은 태초부터 이 곳에 없었다 희미한 것들은 먼 곳에서 바람 되어 불고 거울 보듯 가까와진 세포가 꽃을 피우며 일어설 때 틀에 갇힌 통념을 깨고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호두알을 깨무는 일처럼 벌써 온몸이 지끈거렸다   지친 하루, 저물어 가는 어둠은 익숙해져 오고   어둠은 거침없이 바로 온몸을 눌러 온다 손가락 마디마다 튀어나온 굳은 살만큼 불거진 피로 노송의 깊은 껍질, 깊게 페인 한숨이   떨어지는 낙엽처럼 순간 바닥에 나뒹굴었다 시간이란 정의를 잃어버린 후 마침내 일제히 꽃이 보이듯 네가 보였다 오래 그 곳에 노송처럼 세월을 외면하며 서있는 너를 만지듯 꽃을 만지는 내내 바람은 춤을 추었다   꽃을 담은 수정체 속에 파란 하늘이 보이고,   바람이 일렁이고, 멀리 뒤돌아 가는 노을 언저리 지친 하루가 허리를 구부정히 지나가고 있었다 흩어져있던 시간의 조각들이 두 필로 목을 감싸고 부르르 몸을 터는 더듬이가 긴 곤충의 느린 시간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들꽃 무수한 언어의 유희에 맞춰 언덕이 모로 눕고 마침내 일제히 내속에서 너는 꽃이 되었다     나는 들꽃이 좋아 들풀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은 나름 꽃을 피운다. 들판에서, 언덕에서, 심지어 물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화려한 원색의 멋진 모양으로 뭇 사람의 눈길을 휘어잡기도 하지만, 이게 꽃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미미한 먼지 같은 무채색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꽃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나는 종종 꽃이 된다. 주인 없던 꽃은 내 속에서 그리운 이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꽃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정의를 망각하게 된다. 그 후에야 나는 손을 내밀어 벨벳보다 더 매끄럽고 향기로운 꽃을 내 속에 담는다.   하루가 깨어나고, 다시 저물어간다. 무거운 짐을 지고 종일 걸었던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누른다. 꽃들도 눕고 싶을까? 온종일 꼿꼿이 서 있으려면 스르르 눈도 감기고 다리도 풀릴 텐데. 아마도 꽃을 피웠던 시간의 조각들을 모아 또 한 송이의 꽃을 피우려 안간힘을 다했으리라.     바람에 출렁이는 들풀은 마침내, 일제히 꽃을 피웠다. 내속에 들어와 만개한 들꽃은 놀랍게도 그리운 이의 얼굴이 되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이의 얼굴 손가락 마디 물보라 환희

2022-06-14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마침내, 일제히 꽃이 되었다

마침내, 일제히 꽃이 되었다       바람에 일렁이던 들풀은 마침내 일제히 꽃을 피웠다 눈을 감았다 다시 뜬 순간, 짧은 그 순간   바람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향기 같은 절정이 들판에 하얀 눈처럼 번졌다 들꽃은 송이송이 번지는 물보라 환희 몸 속 가득 작은 입자가 탄산수처럼 피어오른다 두 다리에 힘을 주고 빨래처럼 몸을 비틀어서라도 불꽃에 마른 장작 타 오르는 그 순간   안으로 안으로 다짐할수록 몽롱해 정신을 놓았다 주인은 태초부터 이 곳에 없었다 희미한 것들은 먼 곳에서 바람 되어 불고 거울 보듯 가까와진 세포가 꽃을 피우며 일어설 때 틀에 갇힌 통념을 깨고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호두알을 깨무는 일처럼 벌써 온몸이 지끈거렸다   지친 하루, 저물어 가는 어둠은 익숙해져 오고   어둠은 거침없이 바로 온몸을 눌러 온다 손가락 마디마다 튀어나온 굳은 살만큼 불거진 피로 노송의 깊은 껍질, 깊게 페인 한숨이   떨어지는 낙엽처럼 순간 바닥에 나뒹굴었다 시간이란 정의를 잃어버린 후 마침내 일제히 꽃이 보이듯 네가 보였다 오래 그 곳에 노송처럼 세월을 외면하며 서있는 너를 만지듯 꽃을 만지는 내내 바람은 춤을 추었다   꽃을 담은 수정체 속에 파란 하늘이 보이고,   바람이 일렁이고, 멀리 뒤돌아 가는 노을 언저리 지친 하루가 허리를 구부정히 지나가고 있었다 흩어져있던 시간의 조각들이 두 필로 목을 감싸고 부르르 몸을 터는 더듬이가 긴 곤충의 느린 시간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들꽃 무수한 언어의 유희에 맞춰 언덕이 모로 눕고 마침내 일제히 내속에서 너는 꽃이 되었다     나는 들꽃이 좋아 들풀을 사랑하게 되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은 나름 꽃을 피운다. 들판에서, 언덕에서, 심지어 물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화려한 원색의 멋진 모양으로 뭇 사람의 눈길을 휘어잡기도 하지만, 이게 꽃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미미한 먼지 같은 무채색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꽃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나는 종종 꽃이 된다. 주인 없던 꽃은 내 속에서 그리운 이의 얼굴이 되기도 한다. 꽃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은 자연스럽게 시간의 정의를 망각하게 된다. 그 후에야 나는 손을 내밀어 벨벳보다 더 매끄럽고 향기로운 꽃을 내 속에 담는다.   하루가 깨어나고, 다시 저물어간다. 무거운 짐을 지고 종일 걸었던 삶의 무게가 어깨를 누른다. 꽃들도 눕고 싶을까? 온종일 꼿꼿이 서 있으려면 스르르 눈도 감기고 다리도 풀릴 텐데. 아마도 꽃을 피웠던 시간의 조각들을 모아 또 한 송이의 꽃을 피우려 안간힘을 다했으리라.     바람에 출렁이는 들풀은 마침내, 일제히 꽃을 피웠다. 내속에 들어와 만개한 들꽃은 놀랍게도 그리운 이의 얼굴이 되었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이의 얼굴 손가락 마디 물보라 환희

2022-06-13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지지율 1위 급부상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라는 그의 캠페인 슬로건처럼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호출로 역사의 한가운데 섰다.   윤석열 당선인은 1960년 서울 성북구 보문동에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최성자 씨의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넉넉하고 학구적인 가정환경은 여유로우면서도 호기심 많은 성격의 밑거름이 됐다.   서울 대광초·충암중·충암고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 방과 후 동대문운동장에 들러 야구 경기 관람을 즐겼다고 한다.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 당선인은 무려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본인이 “온 동네 관혼상제를 다 다녔다”고 회고할 만큼 주변 사람들을 챙기다 낙방을 거듭한 탓이다.   ‘스타 검사’ 윤석열의 성장기는 반전 드라마의 연속이었다.   대구지검에서 초임 검사로 시작해 초반에는 늦깎이로 평범한 이력을 거쳤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굵직굵직한 특수 사건에 투입되며 ‘칼잡이’로서 명성을 쌓았다.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일했고, 1년 만에 “검찰청 복도에서 나는 짜장면 냄새가 그립다”며 친정으로 복귀한 뒤부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2003년 SK 분식회계 사건과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시작으로 현대차그룹 비리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BBK 특검, 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 국정원 댓글 사건 등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남다른 보스 기질로 ‘윤석열 사단’을 구축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 국회 국정감사에서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내지른 국감장의 작심 발언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정권에 밉보여 지방 고검 검사로 좌천, 4년여간 유배지를 떠돌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이미지를 대중에 각인시켰다.   윤 당선인은 2016년 탄핵 정국을 맞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위 ‘촛불 혁명’의 공신으로 선배들을 제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됐다. ‘적폐 청산’ 수사와 공소 유지를 진두지휘하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을 끌어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수감시켰다.   검찰 수장으로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당부를 문자 그대로 행동에 옮겨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밀어붙이다 정권과 전면전을 선포한 모양새가 됐다.   반문의 기수를 찾던 야권은 ‘거물급 신인’을 환영했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섰던 윤 당선인은 자연스레 야권 대장주로 꼽혔다.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지지율 1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 정신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내겠다는 그의 출사표는 진보를 표방한 정권 주류 정치 세력의 ‘불공정’과 ‘내로남불’에 지친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운명 문과 이의 청와대 본관 윤석열 신임

2022-03-09

[글마당] 떠난 이의 짠 바다

하늘의 물살 끄집어 바다의 모퉁이를 절이다   소금을 쥐고 엄마 나비가 되었다   푸른 기의 날들 고개 들추고 숨 못 쉬는 땅   바닥으로 쳐지는 눈물방울에 짠 소금은 두고   청춘을 세워 둔 이른 아침 나비만 날아간다       무릎 꿇고 걷는 빈 의자의 등   손톱에서 금을 캐고 발톱에서 금을 갈아 마시며   소금밭을 향해 고개 숙인 웃음으로 난 길   생채기 가슴 아래로 숨 쉬는 시간조차 절구였던가       솔잎 바람 사이에서 부러진 정강이를 만진다   쓸린 눈 위에서 춤을 추는 액막이의 사연도   천천히 녹아 바다의 잔설이 된다   어디로 갔는가   이름을 두고 절취선 뒤로 숨어버린 얼굴   소금가루로 버무려놓은 손맛 들린 것들하고   너무 길게 옭아매다가 너무 짧게 제단이 된   시간들만그녀를 놓아주었을 뿐   좀처럼 엄마를 밀쳐내지 못하는 딸의 기운은 얼어붙고   삽질은 모질다   빛이 환한 길 따가운 외로움이 혼자 솔밭이다       자고 나면 가기만 하더라 / 하고   어느 날 가더라 말하지만 또 그렇게 망가지는   빛 여문 길에 으스러진 소금 조각들이 소매를 걷고   야무지게 달려 나온다 그래서   바다는 늘 짜게만 넘실거리고 있는 것인가   그 네일 가게 여인은 아름다웠다 손정아 / 시인글마당 이의 바다 엄마 나비 소금 조각들 생채기 가슴

2022-02-18

[아름다운 우리말] 행복이라는 말

 우리가 자주 하는 인사 중에는 행복하시기 바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라는 것은 기도입니다. 우리의 기도에 행복이라는 말이 함께 쓰이고 있는 겁니다. 바란다는 말 앞에는 행복 외에도 건강, 합격 등의 다양한 소망이 얹어집니다. 소망이 바로 ‘바라는 바’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떠올릴 때는 그에 맞는 소망(所望), 즉 기도가 떠오르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기도를 듣는 사람은 주로 ‘나’라는 점입니다. 상대가 듣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혼자 있을 때 하는 기도이기 때문에 그 기도를 듣고 있는 이는 나인 셈입니다. 그 기도의 진실성이나 간절함도 전부 나만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거짓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기도가 거짓이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거짓으로 한 기도가 이루어졌다면 아마 그것은 다른 사람의 기도 덕분일 겁니다. 나를 위해 기도를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행복을 바라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소망일 겁니다. 행복(幸福)이라는 말과 행운(幸運)이라는 말은 좀 다릅니다만, 행복을 바라기도 하고, 행운을 바라기도 합니다. 공통점은 ‘행’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행복은 ‘복된 좋은 운수’라고 나옵니다. 행운을 찾아보니 행운도 ‘좋은 운수 또는 행복한 운수’라는 뜻으로 설명되어 있네요. 사전이 두 단어의 느낌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네요.      저는 행운이라는 말에서는 천운과 같은 미리 정해졌거나 우연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느낌이 납니다. 하지만 행복에는 나의 노력도 포함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물론 행복에도 운이 필요하겠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복’이라는 말에서도 왠지 노력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긴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웃기만 하여도 온갖 복이 들어온다고 하니 웃는 노력을 하면 되겠네요.   저는 행복이라는 말이나 행운이라는 말에서 행에 집중합니다. 행의 느낌을 알기 위해서는 ‘다행(多幸)’이라는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은 ‘뜻밖에 일이 잘되어 운이 좋음’이라는 의미입니다. 많은 행복인 셈입니다. 그런데 다행이라는 말을 쓰는 장면을 보면 대부분 위험한 장면이 많습니다. 때로는 아예 불행해 보이는 순간임에도 다행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는 말에서 행복이라는 느낌은 사실 받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순간을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행복도 아니고 많은 행복인 셈입니다.   저는 행복의 행을 떠올리면 신을 동시에 떠올립니다. 여기에서 신은 하늘에 계신 신이 아닙니다. 매울 신(辛)의 신입니다. 행(幸)이라는 한자 속에는 신이 들어있습니다. 행복은 힘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 힘든 것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게 참으로 진리입니다. 다행은 행복한 것이 아니어서 어렵지만 그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겁니다. 저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은 힘든 일 후에 기쁜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힘든 일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그게 행복의 조건입니다. 저는 인사말로서 행복을 기원합니다. 그런데 제가 드리는 인사는 어려워도 힘들어도 그 속에서 기쁘기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새해입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행복을 발견하고 행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족, 친구, 동료들이 행복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행복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모두 불행한데 나만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불행한데 다른 이의 행복을 기뻐하기도 힘듭니다. 새해 복 많이 받고 나누어 주세요.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행복 이의 행복 행의 느낌 건강 합격

2022-01-02

[아름다운 우리말] 어깨춤이 절로 나다

 음악이 연주자와 청중으로 명확히 구분이 될 수 있다면 춤의 경우에는 추는 이와 보는 이의 구별이 불분명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일체감을 느끼게 되죠. 춤을 추는 사람은 춤 속에서 무아지경(無我之境)을 경험하게 됩니다.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사전상의 정의는 ‘정신이 한곳에 온통 쏠려 스스로를 잊고 있는 경지’이지만 원래 무아지경은 나와 나 아닌 것의 경계가 사라지게 되는 경험입니다. 춤을 보는 사람 역시 다른 의미에서 무아지경을 경험합니다. 나와 대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를 물아일체(物我一體)라고 합니다. 무아지경이나 물아일체나 모두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둘이 아닌 경지 즉 불이(不二)의 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절로 나다’라는 표현이 사용되는 상황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는 ‘한숨, 눈물’ 등이 있습니다. 주로는 걱정이나 슬픔의 경우에 사용됩니다.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는 상황이죠. 물론 한숨이나 눈물은 우리의 육체와 심리에 유익합니다. 한숨은 막혀서 답답한 숨을 뚫어주는 것입니다. 한숨은 크게 쉬는 숨이라는 의미입니다. ‘한’은 ‘크다’는 뜻이죠. 한숨은 답답할 때만 쉬는 게 아닙니다. 안도의 한숨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걱정에서 풀려나왔을 때도 한숨을 쉽니다. 눈물도 비슷합니다. 슬픔의 눈물도 있지만 기쁨의 눈물도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상호적입니다. 반대편에 있는 듯이 보이나 서로 통합니다.    우리의 춤은 ‘절로 나다’라는 표현에 잘 맞는 예술입니다. 흥겨운 음악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입니다. 어깨춤이 나오는 것이죠. 우리말에서는 기쁜 상태를 ‘어깨춤이 절로 난다’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춤은 우리의 기쁨을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누군가 춤을 추면 절로 나오는 춤은 추는 이의 모습과 하나가 됩니다. 추는 이의 손동작에 따라 내 손도 올라가고, 내려오고, 곡선을 그립니다. 발도 마찬가지죠. 자연스레 리듬을 타게 됩니다.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공연이 좋은 공연입니다. 보는 사람과 추는 사람이 하나가 되는 춤이 좋은 것입니다. 역시 불이의 경지입니다.      춤은 몸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역동적입니다. 노래나 연주도 감정을 위로하지만 육체적인 측면에서는 춤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춤은 손과 발, 머리, 허리, 몸을 움직이는 예술입니다. 느리게 펼쳤다가 빠르게 되감기도 하고. 발을 구르며 달리기도 합니다. 조금만 지나도 몸에 땀이 흐르고, 몸과 마음속에 담긴 잡념이 사라집니다. 그 순간 나를 잊는 것입니다. 추는 이의 카타르시스와 엑스터시의 상태가 보는 이에게 전달되고, 보는 이의 춤과 움직임이 다시 추는 이의 감정 속으로 들어옵니다. 춤은 추는 이에게도 보는 이에게도 치유가 됩니다.    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것을 거울 효과라고 합니다. 예를 한 아이가 울면 다른 아이도 웁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 공유의 상태입니다. 노래를 듣고 흥얼거리게 되는 것이나, 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춤을 따라하는 것은 모두 거울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울 효과의 핵심은 감정의 공유(共有)라는 점에서 춤을 통해 감정이 공유되고 이입(移入)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겁니다.   한국 음악의 시작은 무속에 닿아 있습니다. 무속의 몸짓과 행위가 음악을 만나서 춤으로 형상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속에서 춤은 치유와 관련이 됩니다. 춤을 추는 개인에게도, 춤을 보는 사람에게도 치유였습니다. 우리 모두 춤을 추면서, 보면서 어깨춤이 절로 나기 바랍니다. 행복하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어깨춤 감정 공유 한숨 눈물 이의 감정

2021-12-26

[열린 광장] 마지막 잎새

거실 창으로 보이는 감나무는 무성하던 잎을 모두 떨구고 이제 달랑 세 개가 남았다. 벽을 배경으로 바람에 떨고 있는 마른 잎을 보고 있노라면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가 연상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겪는 일이다. 아침을 먹으며 아내에게 말해주니, 그녀도 같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내가 다니는 성당에는 입구 양옆으로 밭이 있다. 철 따라 토마토, 호박, 옥수수 등을 심고 거둔다. 주일 아침 성당 가는 길에 보니 앰뷸런스와 소방차가 와 있고, 밭에서는 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 하는 것이 보인다. 누군가 일을 하다 쓰러진 모양이다.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응급처치를 하는 것을 보니 상황이 꽤 다급해 보인다. 멀리서 보고 지나가는데 아내가 성호경을 긋는다.   미사를 하며 얼굴도 모르는 그 농부를 생각했다. 부디 살아나기를 기원했다. 1시간 남짓 미사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보니 앰뷸런스가 있던 자리에는 경찰차가 와 있고, 밭 한가운데는 흰 천이 놓여있다. 주변에는 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망연자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결국 그는 소생하지 못한 모양이다.   “문 밖이 저승이다”는 말이 새삼스럽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의 죽음을 지나치며 나를 괴롭히는 욕심과 걱정이 얼마나 하찮은 일들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아무도 그 아침이 망자의 마지막 날임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 그에게 건성으로 데면데면한 인사를 건넸을 것이다. 다들 그렇게 살지 않는가. 어쩌면 그는 일찍 일을 끝내고 가족과 크리스마스 쇼핑을 가거나 외식을 하기로 마음먹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젊은 아빠가 아니기를 바란다. 젊은 아내, 어린 자식을 두고 어찌 마음 편히 눈을 감았겠는가.   누구나 한 번은 가야 하는 길이지만 다들 남의 일인 양 모른 척하며 산다. 물론 늘 죽음을 생각하며 살 수는 없다. 죽음만 생각하며 어찌 눈앞의 즐거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겠나. 하지만 가끔은 우리 마음의 욕망과 질투와 근심 걱정을 죽음의 거울에 비추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죽음 앞에서는 삶의 우선순위가 바뀐다.   다음 번 겨울비는 감나무의 마지막 잎새들을 떨굴 것이다. 그리고 봄이 되면 그 자리에는 새로운 잎이 나겠지. 달력이 바뀌고 나면 내게는 외손녀가 한 명 늘어나고 봄이 되면 백일떡을 먹게 될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나는 새로 맞는 손녀의 돌도 보고 초등학교 입학도 볼 것이다. 하지만 그건 확률일 뿐, 아무도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손녀를 만나는 일도, 아이가 걸음마를 익히고 내 뺨에 뽀뽀를 하는 일도 다 내게 주어지는 축복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조금은 겸손해진다. 내가 잘나 이룬 것은 별로 없고 어쩌다 보니 내게 주어진 것들이라는 생각이다.   그날 나는 타운에서 딸아이의 시부모님과 저녁을 먹었다. 코로나 탓에 곧 두 살이 되는 손녀의 베이비 샤워 때 보고 2년 만에 만났다. 이런 인연들이 모두 고맙게 생각된다. 이름 모르는 농부의 명복을 빈다. 고동운 / 전 주공무원열린 광장 잎새 마지막 잎새들 이의 죽음 근심 걱정

2021-12-14

[러셀 이의 주식 투자] 출구 정책의 시작

재할인율 인상은 경기 회복의 의미 기업 펀디멘탈 기준으로 전략 짜야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지난 목요일 장마감후 금융 기관에 단기 대출 형태로 지급되는 연방 재할인 이자률을 (Discount Rate) 금융 시장의 안정을 이유로 종전의 0.5% 에서 0.75% 로 인상 발표했다. 그러나 자금 긴축으로의 정책적 전환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고려하여 소비자 및 사업자 대상 금리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당 기간 현재의 저금리 정책 유지를 재확인 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연방 재할인 이자률의 인상 자체가 시장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작다. 그러나 소비자 및 사업자 대상 통화 정책 노선의 변화가 없다고는 하나 어쩌면 출구 정책의 첫단추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느끼게 되는 심리적인 영향과 결국 다가올 현재의 자금 완화 정책에서의 출구 정책이 가시화 되가고 있음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 연방 재할인 이자률의 인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금융 기관들의 재정 상태 및 금융 시장 환경의 개선으로 정부의 견해로는 더 이상 비상 상황에서나 누릴수 있는 금리 수준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이 우려 했던것 보다는 금융기관들의 재정적 회복 상태가 어느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볼수 있겠고 결국 경기 회복의 확신에 따른 정상적 통화 정책으로의 전환의 시작으로 받아 들일수 있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금 긴축 정책으로의 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출구 정책의 시작을 빨라야 올해 하반기로 예상하던 시장으로서는 성급한 정책 변화로 인한 경기 회복세의 둔화 및 시장이 예상 하는것 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정부가 예상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낼 수도 있겠다. 현재 증시는 지난 1월 중순 이후 부터 중국 정부의 대출 규제 시작과 몇몇 유럽 연합 국가들의 국가 채무 문제등으로 대체적으로 건실한 주요 기업들의 분기 실적 결과 발표들에도 불구하고 한달 정도 극심한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증시는 불확실성에 가장 취약하다. 현재 증시는 각국의 통화 정책과 재정 상황등의 불확실로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럴때 일수록 현명한 투자자들은 주위의 잡음과 답을 낼수 없는 정책적 결정에 신경 쓰기 보다는 투자 대상에 더욱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대표한다. 기업의 가치는 결국 기업의 현재 수익률과 미래 성장 가능성으로 나타나며 장기적 주가 흐름을 결정한다. 따라서 판단이 가능한 변수인 기업의 펀디멘탈을 기준으로 투자 전략을 세우고 유지하여야 하겠다. 매달 셋째주 목요일에 "투자 원론" 에 대한 무료 세미나가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애독자 께서는 사전 예약 바랍니다. ▷문의: (310)265-5467

2010-02-24

[러셀 이의 주식 투자] 자산관리 vs 인생관리

필자는 매해 년초에 10만불 이상 투자 고객들과 연간 점검을 한다. 투자를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기적인 점검을 통한 진행 상황의 확인은 더욱 중요하다. 작년에 얼마나 잘했는지 못했는지 앞으로는 어떠한 전망하에서 어떠한 전략을 유지하여야 하는지등을 의논하게 된다. 지난 10년간 대공항 이후 최대의 경기 침체와 시장 폭락으로 당초 계획했던 절대치 목표의 달성은 어려웠지만 투자 원칙론에 충실하며 5~10년 이상 투자하신 분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각자의 투자 기준 시장 대비 (100% S&P500 80% S&P500 & 20% 장기채권 등) 상대적으로는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그러나 오래된 고객일수록 몇 %대의 수익률 차이를 논하기 보다는 살아가는 이야기가 점검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보통 미국인 고객이던 한인 교포 고객이던 이야기의 가장 큰 부분은 한결 같이 자녀에 대한 걱정이다. 특히 고액 투자자들의 경우는 자산 상속에 따른 자녀간의 갈등이 예상보다 많다. 부모님이 정정하실때는 별 문제가 없다가도 연세가 많아 지거나 한 사람이 돌아가는 경우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가장 큰 단점은 본인의 생각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녀들의 모든 것을 자기 관점에서 결정하고 나중에 자녀들이 어떤식으로 자산의 분배나 사업의 승계를 원하는지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특히 이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다. 결국 기본적인 대화나 법적인 절차의 준비로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수 있는 문제들을 오랫동안 간과하여 결국 형제간의 갈등이나 심지어는 법정에 까지 가는 결과를 보게 되어 안타깝다. 고액 투자자들의 또 다른 큰 걱정은 자립심이 없는 자녀에 대한 실망이며 그것이 부모의 잘못임을 알지만 고치지 못하는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 때문이다. 학생때 학비나 생활비등은 물론 청소년때 부터 새차만 탔고 결혼하면 새집 사주시고 먹고살 사업체 해주시며 심지어는 손자 손녀 유치원비까지 내주다 보니 자녀가 스스로 성인으로서 하나씩 하나씩 이루어 맞보아야 하는 성취감을 부모의 성취감으로 대신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성인이 돼서도 크게 부족한게 없다보니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자녀가 의도한 바는 결코 아니나 항상 은근히 부모의 도움을 기다리게 되는 성격으로 굳어지게 된다. 필자도 부모인지라 자식 키우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잘안다. 그러나 돈보다 중요한게 가족이고 스스로 이루어 만드는 성취감의 매력을 자녀들에게 일께워 주는 것도 무조건적인 사랑만큼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게 만든다. 매달 셋째주 목요일에 "투자 원론" 에 대한 무료 세미나가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애독자 께서는 사전 예약 바랍니다. ▷문의 310-265-5467

2010-02-16

[러셀 이의 주식 투자] 2010 전망 (3) 산업 부문별 증시

지난 2주에 걸쳐 새해 경제와 증시 전체 전망에서 언급한대로 지표상의 경기 회복과 기업들의 수익률 향상으로 기본적으론 회복과 성장 장세를 예상으로 한 산업 부분별 투자 전략이 요구된다. 기고를 통해 여러차례 언급한대로 투기가 아닌 투자는 분산 투자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기대되는 산업분야에 전부 투자하고 기대되지 않는 분야에 전혀 투자하지 않는 흑백 논리의 투자가 아니다. 기대가 되는 분야에 증시 대비 높은 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그렇지 않은 분야에는 낮은 투자 비중은 유지하는 균형의 투자가 필요하다. (1) 높은 투자 비중 산업 분야 경제 전망에서 언급한대로 이번의 경기 회복은 기업과 정부 주도의 경기 회복임으로 기간 산업제 분야의 (Industrials: 기계 운송 건설 중화학등) 수요 증가가 예상되며 이러한 경기 회복은 원자재의 꾸준한 수요 증가 또한 불러와 동분야의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이 예상된다. (2) 동일 투자 비중 산업 분야 경기에 민감한 소비 분야는 (소매 관광 외식등) 경기 회복 및 성장과 함께 일반적으로 높은 투자 비중을 유지할수 있겠으나 현재의 높은 실업률과 일반인들의 최대 자산인 주택 가치의 하락으로 일반 소비자들은 당분간 절제있는 소비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과거의 경기 회복과 같은 주가 상승세는 기대되지 않는다. 또한 기업 주도형 경기 회복으로 인한 기업 사용 테크놀로지 관련 제품 수요 증가 및 높은 현금 보유량으로 테크놀로지 분야도 여전히 상당한 상승의 여력이 있으나 타 분야 대비 크게 상승한 주가의 영향으로 당분간은 시장 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도 조정에 바람직 할듯 싶다. 재정 분야도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나 단기적으로는 상당히 불안정한 주가 흐름을 보일것이며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지속적인 월가에 대한 제재와 마찰은 동분야의 주가 등락을 더욱 심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 비중 정도의 투자가 일반 투자자들이 감당할수 있는 위험도라고 본다. (3) 낮은 투자 비중 산업 분야 회복과 성장을 기대함으로 전통적인 방어주 성격을 지난 헬스케어나 생필품 및 공공 서비스 (Utility) 분야는 시장 비중 대비 낮은 비중을 유지하돼 동분야의 높은 이익 배당금 지급율 및 증시 하락시 방어주로 몰리는 투자 자금의 흐름등을 고려할때 투자 포트폴리오에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 완전히 무시하여서는 안되는 분야들이다. 매달 셋째주 목요일에 "투자 원론" 에 대한 무료 세미나가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애독자 께서는 사전 예약 바랍니다. ▷문의:(310)265-5467

2010-02-02

[러셀 이의 주식 투자] 2010년 전망 (2) 증시 전체

대부분의 일반 투자자들은 2008년 9월 금융 위기의 시작과 함께 증시가 폭락을 시작한 것으로 생각하나 실제로 증시는 S&P 500 지수 기준으로 2007년 10월 최고치를 기록한후 2008년 가을 금융 위기 시작전 이미 20%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2009년 3월 최저치 대비 S&P 500 지수가 지난해 년말까지 무려 65% 폭등을 하였지만 2007년 최고치 대비해서는 여전히 30% 하락한 상태이다. 월가는 올해 2010년 S&P 500 지수 기업들의 평균 기업 수익률을 현재 약 74달러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 수익률당 주가 (P/E - Operating Earnings 기준) 기준으로 약 15달러에 해당한다. 증시 최저점이던 지난해 3월의 P/E 가 약 8달러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기대치이며 역사적 평균 P/E 수준에도 (지난 50년 Trailing P/E 기준) 근접하여 주가 가치가 충분히 반영 되었다고도 볼수 있겠다. 그러나 지난해 S&P 500 대 기업들의 기업 수익률 발표와 마찬가지로 기업들의 실제 수익률은 기대치보다 건실하게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주 기고에서 언급한대로 재고량 회복을 위한 생산 증가와 최악의 경기 상황에서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내놓는 보수적인 전망치등을 고려할때 전반적으로 월가의 기대치를 초과 달성하는 수익률 발표의 지속이 예상된다. 또한 지난주 기고에서 설명한대로 낮은 인플레이션의 환경속에서 당분간 시장 금리가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고 높은 실업률로 기업 운영 비용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용 비용이 지속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전체 비용 수준 대비 펀디멘탈 측면에서는 지속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본다. 금융 위기의 시작과 함께 시장을 떠나 현금의 형태로 있는 자금이 지난해 3월 최저점때 미국에 상장된 주식 전부를 (Wilshire 5000 지수 기준) 살수 있는 수준까지 높았다. 지난해 하반기 상당 자금이 시장에 되돌아 왔으나 대부분의 유입 자금은 채권 구매에 사용 되었고 아직도 엄청난 투자 대기 자금이 '불안해서' 혹은 '때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대기성 자금의 꾸준한 시장 유입은 단순한 경제 논리인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가격을 (주가) 지속적으로 올리는 장세를 조성하겠으나 월가에 대한 지속적인 정치적 공세나 출구 정책의 시점과 자금 긴축의 정도 그리고 불안정한 중동의 국제 관계가 여전히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극할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와 같은 "폭등" 장세 보다는 평균으로 서서히 돌아서는 일종의 "전환" 장세를 보일것이기 때문에 투자 원론에 (분산 및 장기 투자) 충실한 투자 행위가 필요하다. 다음주에는 산업 부분별 전망을 알아 보겠다. 매달 셋째주 목요일에 "투자 원론" 에 대한 무료 세미나가 있습니다. ▷문의:(310)265-5467

2010-01-26

[러셀 이의 주식투자] 2010년 전망 (1) 거시 경제

경제 지표상 2009년 가을부터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미국 경제는 올해 국민 총생산 GDP 성장률 기준으로 2% 대의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경기 선행 지수나 제조업 및 서비스업 지수등을 고려 하였을때 예상치 못한 외부적 충격만 없다면 회복 성장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9ㆍ11 사태후 낮은 이자율 환경에서 소비자가 이끈 경기 회복 및 성장세와는 달리 이번 경제 위기는 기업 주도의 회복 및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그 이유는 최근 들어 조금씩 개선되어 간다고는 하나 여전히 불안한 고용 시장 환경과 당분간 유지될 10% 대의 실업률을 고려할때 예전만 못한 소비자 지출이 예상되며 소비성 지출보다는 부채 상환과 저금에 소비자 자금이 당분간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인한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현재 최저 수준의 재고량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경기 회복과 함께 적절한 재고량 유지를 위한 꾸준한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에 소비 회복세 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가 기대된다. 현재의 고용 불안정으로 기업 운영 비용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고용 비용은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이는 기업 수익률 마진 개선에 도움이 될뿐만 아니라 낮은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 수준이 당분간 유지될 가장 큰 이유다. 물론 경기 활성화를 위해 시장에 공급한 엄청한 자금 수준으로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여야 하나 현재 여전히 경직된 자금 및 대출 시장 환경으로 실제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실직적인 자금 순환은 아직 경기 침체전 1/4 수준이어서 경기 성장세가 본 궤도에 오를 2011년 이전에 실질적인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찾아 오기는 힘들것 같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의 낮은 인플레이션 위험과 높은 실업률로 인하여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연방 단기 금리를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 출구 정책의 일환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러한 정책의 변화도 갑자스러운 금리 인상 보다는 정책 기조문 변화를 통하여 시장에 출구 정책의 정도와 방향을 사전에 암시하며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예전 같지 않은 자금 시장 환경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지표상의 경기 회복과 큰 차이를 보일것이며 소비자들이 원하는 체감 경기의 회복은 아마도 1-2년 이후에나 조금씩 감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거시 경제에 대한 전망을 기초로 다음주에는 증시 전반에 대한 새해 전망을 살펴 보겠다. ▷문의: (310)265-5467

2010-01-19

[러셀 이의 주식 투자] 금융 관련주

정부의 경영 간섭 문제로 최고 경영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뱅크오브 아메리카가 무려 188억 달러 규모의 보통주를 추가로 발행하면서 총 450억 달러의 정부 구제 금융 자금(TARP)을 상환하자 곧바로 시티그룹과 웰스파고가 마찬가지로 보통주 추가 발행을 통한 정부 구제 금융 자금 상환 계획을 발표하였다. 정부 구제 금융 자금의 상환은 단순히 정부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금융 기관들의 자금 조달 능력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가늠케 할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보통주 추가 발행 이후 전반적인 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융 관련주들은 하락 압력을 받아 왔다. 첫째 가장 분명한 이유는 추가 주식 발행으로 인해 기존에 발행된 보통주들의 상대적 가치 하락이다. 회사의 전체 가치에는 변화가 없는 가운데 지분의 수가 많아지면 지분당 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지며 따라서 지분당 가치를 나타내는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둘째 금융 기관마다 구제 금융을 받은 방법의 차이로 정부의 지분 참여 방법에 차이가 크지만 정부가 발을 뺀다는 것은 다시 자본주의 원칙인 "적자 생존" 으로 돌아가 정부의 도움 없이 살아 나가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 특히 정부로부터 금융 기관들의 문제 많은 부채들을 보장받으며 받은 구제 금융 자금의 상환은 부채에 대한 정부의 보장이 끝났음을 시사하며 이는 주가에 하락 압력을 주게 된다. 구제 금융 자금 상환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월가에 대한 행정부의 최근 태도 또한 금융주들에 크게 도움은 안 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월가 은행장들에 대한 탐욕스러운 "살찐 고양이" 비유나 100% 능력 및 성과 위주의 급여 체제를 100여년 넘게 지켜온 월가 금융 기관들에 대한 급여 수준의 지속적인 논란 등이 동분야 투자 분위기에 도움이 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보통주 추가 발행에서 보았듯이 전반적인 시장의 동분야 관심은 상당히 높았다. 대체적으로 예상보다 높은 보통주 추가 발행 구매 수요를 보였으며 서브프라임 사태와 같은 또 다른 엄청난 사건이 있지 않는 한 최소한 생존 가능성의 질문을 끝난 듯 하다. 이제는 살아 남느냐의 질문보다는 얼마나 빨리 정상 궤도로 돌아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느냐가 질문의 대상이다. 문제는 위의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대답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불확실성 때문에 금융 분야 투자는 당분간 전형적인 고위험=고수익의 투자 공식을 보일 것이다. "투기" 가 아닌 "투자" 를 목적으로 증시 평균 대비 적절한 상대적 고수익을 목표로 한다면 금융 소분야별 가장 건실한 기업을 선정하여 시장대비 다소 높은 비중을 유지한다면 장기적으로 위험도를 조정하면서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문의: (310)265-5467

2010-01-12

[러셀 이의 주식 투자] 2009년 증시 종합

지난 2009년 증시는 말그대로 롤러코스터 증시였다. 연초부터 강한 하락세를 보인 증시는 최저점을 기록한 지난해 3월9일까지 S&P500 지수 기준으로 약 25% 폭락했으나 그 이후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려 70% 가까운 폭등세를 보이며 2009년 전체 약 25% 상승장을 기록했다. 미 최대 30대 기업을 대표하는 다우존스 산업지수도 약 20% 상승했고 테크놀로지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무려 45% 상승했다. 선진국 지수가 (MSCI EAFE 지수 기준) 약 25% 대의 상승을 보인 반면 개발 도상국 지수는 (MSCI EEM) 무려 65% 대의 상승을 보이며 '고위험=고수익'의 전형적인 상승장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2009년 특히 주목할 만한 사항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물가 상승 및 달러화 약세에 대한 우려로 폭등한 원자재 가격이다. 일반인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던 금값은 지난해 미국 증시와 비슷한 약 25% 상승하였고 은과 구리는 무려 55% 와 135% 폭등했다. 원유 가격도 지난 2007년 최고치 대비 절반 수준이지만 지난해 약 75% 폭등세를 보이며 원자재 및 선물 투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였다. 산업 분야별로는 법안 개정의 논란속에 등락을 거듭한 헬스케어 (HMO 지수 기준 +30%) 항공사 (XAL+17%) 컴퓨터 하드웨어 (IXCO +32%) 소매업 (RLX +11% 컴퓨터 소프트웨어 (XWH +10%) 반도체 (SOX +10%) 제약 (DRG +9%) 인터넷 (IIX +8%) 공공서비스 (UTY +7%) 원유 및 천연가스 (XOI +5%) 등의 순으로 상승세를 보였으며 부동산 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주택 건설업체 분야도 (HGX) 보합세를 유지했다. 반면 재정분야 (XLF) 는 2009년 전체로는 소폭 하락세를 기록하였으나 지난 3월 최저점 이후로는 무려 145% 대의 폭등를 기록하며 생사의 갈림길 에서나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폭락과 폭등 장세를 보였다. 국가별 증시는 올림픽 유치와 함께 브라질 증시가 무려 145% 폭등하였고 페루 필리핀 러시아 증시가 모두 약 120% 대의 상승장을 기록하였다. 브라질 및 러시아와 함께 "BRIC 투자" 로 불리는 인도와 중국도 약 80%와 55% 대의 상승장을 기록하며 미 국내 시장 대비 월등한 수익률을 보였다. 결국 연초에 모두 붕괴 될것만 같았던 금융 시장이 조금씩 안정되어 가고 개선되어 가는 경제 지표로 상승세를 보인 전세계 증시가 과연 올해 2010년에도 지속될지 다음주 부터는 경제 및 증시 전반에 대한 새해 전망을 알아보겠다. ▷문의:(310)265-5467

201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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