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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덕을 나누다

덕(德)이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덕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사전을 찾아보면 덕은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행하려는 어질고 올바른 마음이나 훌륭한 인격’이라고 나옵니다. 이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질다는 설명만으로는 좀 부족함을 느낍니다. 덕이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덕의 기본은 나누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덕(人德)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함께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인덕이 있으면 주변에 사람이 모여듭니다. 그런 사람은 자연스럽게 인복(人福)도 갖게 됩니다. 인덕은 인복의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논어에 보면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말 속담에는 이 말과 비슷하나 전혀 결과가 달라지는 표현도 있습니다. 바로 맑은 물에는 고기가 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은데 맑으면 외로운 겁니다. 왜 그럴까요? 맑은 것은 나쁜 건가요? 아니겠죠. 덕이 있는 사람은 왜 이웃이 있을까요? 그리고 맑은 사람에게는 왜 사람이 모이지 않을까요?
 
이유를 생각하다가 한 표현에 마음이 갔습니다. 그것은 바로 덕분(德分)이라는 말입니다. 덕분이라는 말의 의미가 바로 덕을 나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덕분이라는 말을 인사말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다든지, 덕분에 즐거웠다든지 하는 인사를 합니다. ‘덕분에’라는 말과 ‘때문에’는 완전히 다른 표현입니다. ‘덕분에’를 써야 하는 자리에 ‘때문에’를 쓰면 기분이 나쁩니다. ‘선생님 덕분에’와 ‘선생님 때문에’는 전혀 다른 감정입니다. 덕분이라는 말은 한자어이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말입니다. 즉, 한국인이 좋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이의 덕분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 덕에 이 세상에 태어났고, 친구 덕에 외롭지 않으며, 사랑하는 사람 덕에 행복합니다. 선생님이 있어 어둡지 않고, 내 말을 들어주는 이가 있어 힘이 납니다. 그리고 덕분의 세상은 일방적이지 않고 함께 하는 곳입니다. 덕의 핵심적인 가치는 나눔에 있습니다. 덕이 있는 사람이 외롭지 않은 것은 바로 나누기 때문입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덕을 가지고 있다면 그래서 나누어야 합니다. 아니, 덕을 나누지 않는 사람은 덕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는 마치 깨달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깨달은 사람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덕을 쌓았다면 곧바로 나누어야 합니다.  
 


저는 맑은 물의 사람은 덕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맑은 물에는 수초도 없고, 모래나 자갈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맑기 위해서 스스로를 가꾸는 것에 최선을 다했을지 모르나 남을 위한 쉴 자리, 먹을거리는 마련하지 않은 겁니다. 도대체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홀로 사는 세상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함께 사는 세상에서는 극히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깨끗하지 말라는 말이 아닙니다. 더러워야 친구가 많아진다는 말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자갈도 놓고, 물초도 자라게 하여 함께할 자리를 만들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인사말처럼 사용하는 말인 덕분에는 그런 뜻이 있습니다. 덕을 나누어주는 사람은 외로울 틈이 없습니다. 물론 내 덕으로 사는 거라는 식의 표현은 삼가야겠지요. 정말 덕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덕을 나누어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덕은 상호적이어서 누가 내 덕을 받으면 나도 그 순간 그의 덕을 받습니다. 내 덕을 받아주는 이가 있음은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 제 글을 읽어주는 여러분 덕분에 저는 오늘 하루도 기쁩니다. 여러분은 모르는 사이에 저에게 덕을 나누어주신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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