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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행복이라는 말

 우리가 자주 하는 인사 중에는 행복하시기 바란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라는 것은 기도입니다. 우리의 기도에 행복이라는 말이 함께 쓰이고 있는 겁니다. 바란다는 말 앞에는 행복 외에도 건강, 합격 등의 다양한 소망이 얹어집니다. 소망이 바로 ‘바라는 바’라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떠올릴 때는 그에 맞는 소망(所望), 즉 기도가 떠오르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기도를 듣는 사람은 주로 ‘나’라는 점입니다. 상대가 듣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혼자 있을 때 하는 기도이기 때문에 그 기도를 듣고 있는 이는 나인 셈입니다. 그 기도의 진실성이나 간절함도 전부 나만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기도는 거짓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기도가 거짓이면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거짓으로 한 기도가 이루어졌다면 아마 그것은 다른 사람의 기도 덕분일 겁니다. 나를 위해 기도를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행복을 바라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소망일 겁니다. 행복(幸福)이라는 말과 행운(幸運)이라는 말은 좀 다릅니다만, 행복을 바라기도 하고, 행운을 바라기도 합니다. 공통점은 ‘행’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행복은 ‘복된 좋은 운수’라고 나옵니다. 행운을 찾아보니 행운도 ‘좋은 운수 또는 행복한 운수’라는 뜻으로 설명되어 있네요. 사전이 두 단어의 느낌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네요.  
 
 저는 행운이라는 말에서는 천운과 같은 미리 정해졌거나 우연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느낌이 납니다. 하지만 행복에는 나의 노력도 포함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물론 행복에도 운이 필요하겠지요.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복’이라는 말에서도 왠지 노력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하긴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고 웃기만 하여도 온갖 복이 들어온다고 하니 웃는 노력을 하면 되겠네요.
 
저는 행복이라는 말이나 행운이라는 말에서 행에 집중합니다. 행의 느낌을 알기 위해서는 ‘다행(多幸)’이라는 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은 ‘뜻밖에 일이 잘되어 운이 좋음’이라는 의미입니다. 많은 행복인 셈입니다. 그런데 다행이라는 말을 쓰는 장면을 보면 대부분 위험한 장면이 많습니다. 때로는 아예 불행해 보이는 순간임에도 다행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는 말에서 행복이라는 느낌은 사실 받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순간을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그냥 행복도 아니고 많은 행복인 셈입니다.
 
저는 행복의 행을 떠올리면 신을 동시에 떠올립니다. 여기에서 신은 하늘에 계신 신이 아닙니다. 매울 신(辛)의 신입니다. 행(幸)이라는 한자 속에는 신이 들어있습니다. 행복은 힘들지 않은 것이 아니라 힘든 것도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게 참으로 진리입니다. 다행은 행복한 것이 아니어서 어렵지만 그 속에서 기쁨을 느끼는 겁니다. 저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은 힘든 일 후에 기쁜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힘든 일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그게 행복의 조건입니다. 저는 인사말로서 행복을 기원합니다. 그런데 제가 드리는 인사는 어려워도 힘들어도 그 속에서 기쁘기 바란다는 의미입니다.  
 
새해입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행복을 발견하고 행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가족, 친구, 동료들이 행복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행복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모두 불행한데 나만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불행한데 다른 이의 행복을 기뻐하기도 힘듭니다. 새해 복 많이 받고 나누어 주세요.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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