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뉴얼 주일대사 인준청문회 하필 맥도널드 사건 발생일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초대 주일 대사로 지명한 람 이매뉴얼(61) 전 시카고 시장에 대한 상원 인준 청문회에 관심이 쏠렸다. 상원 외교위원회가 20일 이매뉴얼 주일 대사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인 가운데 주요 매체들은 이날이 공교롭게도 시카고 흑인 10대 라쿠안 맥도널드가 절도 혐의로 경찰에 쫓기다 16차례 총격을 받고 사망한 지 만 7년 되는 날이라고 보도했다. 이매뉴얼은 맥도널드 사건 발생 당시 시카고 시장 재선을 앞두고 흑인 민심의 동요를 막기 위해 유가족에게 500만 달러 보상금을 쥐어주고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산 바 있다. 이 사건은 시민 소송에 의한 법원의 명령으로 1년여 만인 2015년 11월 뒤늦게 현장 동영상이 공개되며 전국적인 공분을 샀고, 이매뉴얼은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일찌감치 3선 도전을 선언하고 선거자금을 1천만 달러 이상 끌어 모은 이매뉴얼은 2018년 9월 맥도널드 사건의 피고인인 제이슨 반 다이크 전 시카고 경관에 대한 재판 시작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계를 떠났다. AP통신은 이매뉴얼이 주일대사 인준 청문회에서 맥도널드 사건 관련 해명에 시간과 노력을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연방하원의 급진좌파 의원들과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의회(NAACP), 시민 운동가 등은 이매뉴얼에 반대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날 시카고 경찰청 앞에서도 일부 시민들이 이매뉴얼 전 시장의 주일대사 지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이 직접 표결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준안은 별 무리없이 처리될 전망이다. 이매뉴얼은 1980년대 말, 리처드 M. 데일리 전 시카고 시장의 선거자금 모금책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유대계 인맥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모금 능력으로 빌 클린턴(1992)과 버락 오바마(2008)의 대선 승리에 크게 기여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고 클린턴 행정부 백악관 선임고문, 일리노이 연방하원의원을 거쳐 오바마 행정부 초대 비서실장으로 일하면서 '백악관 실세', '오바마의 오른팔' 등으로 불렸다. 그는 22년간 시카고 시장을 지낸 데일리가 7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백악관을 나와 출사표를 던졌고, 2011년 선거에 승리하며 시카고 시장에 오른 데 이어 2015년 재선에 성공했다. 한때 정치적 돌파력을 과시하며 2016 또는 2020년 대권 도전설까지 뿌렸으나 독단적인 시정 운영과 막후 정치에 대한 비난을 샀고, 맥도널드 사건 은폐 의혹과 함께 정치 생명을 마감했다. 퇴임 후 이매뉴얼은 정치 평론가, 투자은행 고문 등으로 활동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지난달 이매뉴얼이 공개한 개인 재정 보고서를 인용, 그가 시카고 시장 퇴임 이후 지금까지 1300만 달러 수입을 올렸다고 전했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