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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우리 사회의 시각적 표정

남가주 한인사회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인 이상모 씨가 ‘Logo LA+plus’라는 제목의 흥미롭고 의미도 깊은 책을 발간했다. 그가 지난 50여년간 디자인한 수없이 많은 기업체, 회사의 로고, 심볼 마크 디자인 중 234점을 엄선해서 실제 사용사례와 함께 소개한 아담한 책이다.   이상모 씨는 남가주 한인사회 광고와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터줏대감이자 산 증인이다. 50년도 넘는 긴 세월을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고집스럽게 외길을 걸어왔고, 지금도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감탄스럽고 존경스럽다.   이 책은 한 디자이너의 작품집이라는 의미를 훨씬 넘어서서, 남가주 한인사회의 성장 과정, 특히 경제 발전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로도 가치를 갖는다. 기업체와 회사의 변화무쌍한 흥망성쇠를 구체적인 조형을 통해 실감 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책에 실린 작품들을 보노라면 “아, 옛날에 이런 회사가 있었지…로고를 보니 생생하게 기억나네”라고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바로 이것이 디자인의 힘이다.   한 사회의 미의식이나 품격을 보여주는 시각적 요소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생활 속의 미술들이다. 크게는 도시계획부터 작게는 점포의 간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광고나 다양한 인쇄물에 이르는 그래픽 디자인들….그런 시각적 요소들은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   기업을 위한 그래픽 디자인이나 광고 디자인은 그 사회의 역사, 특히 경제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부분의 역사를 살펴보고 갈무리하는 작업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흔히 상업적 광고 디자인 작품은 소비되어버리고 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한 사회, 한 시대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다.   미국 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LA코리아타운은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중반에 이르는 기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민의 활성화로 한인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상권이 형성되고, 한국 대기업이 지사를 개설하고, 언론사도 문을 열고, 한인 은행 같은 규모가 큰 업체들이 설립되면서, 수준 높은 디자인에 대한 요구도 생겨났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광고기획사들이 문을 열고,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활동도 본격적으로 활발해졌다. 대부분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이민 온 전문가들이 사무실을 열고 활동했는데, 많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수준 높은 디자인 작품을 남겼다. 디자이너 이상모 씨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대표적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초창기부터 활약하던 디자이너 중 아직도 현역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이상모 씨가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한인사회 초창기의 그래픽 디자인 자료들은 별로 남아있지도 않고, 제대로 정리되지 못했다. 특히 컴퓨터를 사용하기 이전의 자료들은 없어져 버린 것이 많다.   이런 현실에서 이상모 씨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자신의 작품을 깐깐하게 갈무리하고 정리해 놓아서, 그 작품들을 통해 한인사회 디자인 역사의 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흔히 남가주 한인사회를 평할 때, ‘서울시 나성구’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사회의 판박이, 그것도 변두리 수준의 베끼기라고 평가하는 시각이 많은데, 그것은 그릇된 편견이다. 실제로 살펴보면 그 시대 우리 사회의 특성이 잘 녹아 있고, 한국의 장점과 미국사회의 좋은 점이 조화 융합을 이루거나, 한국적 가치관에 미국적 정신세계를 더한 바람직한 예들도 적지 않다.   이상모 씨의 그래픽 디자인 작품들도 그런 긍정적 사례에 속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 것이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사회 시각 그래픽 디자인들 한인사회 디자인 남가주 한인사회

2024-10-24

미국 입양인 생모, 한국 정부에 소송

실종된 딸이 미국으로 입양된 사실을 모른 채 44년간 행방을 찾아 헤매던 70대 한국 여성이 한국 정부와 입양 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친부모가 자녀의 잘못된 입양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묻는 첫 사례다.   ABC뉴스 등에 따르면, 실종된 딸 신경하(영어 이름 로라 밴더)씨의 어머니 한태순(70)씨는 7일(한국 시각)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와 입양 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한국 정부가 딸의 입양을 막지 못한 것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최대 입양 기관인 홀트가 딸의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입양을 진행했고 부모를 찾아주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씨의 법률대리인  김수정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와 입양 기관은 실종 아동을 가족과 재회시키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실종 아동 정보가 경찰서 간에 적절히 공유되고 수색이 진행됐더라면 딸 신씨를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씨와 딸 신씨의 결별은 당시 성급했던 해외 입양 알선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씨는 1975년 5월 충청북도 청주에서 실종됐다. 그는 지난달 19일 AP를 통해 “마당에서 놀고 있을 때 낯선 여성이 다가와 엄마가 다른 아기를 가졌기 때문에 가족이 나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여성을 따라 기차를 탔고, 이후 제천역에 버려졌다”고 덧붙였다. 그 후 신씨는 고아원을 거쳐 입양 기관으로 인계되었으며, 새로 지은 한국 이름 ‘백경화’로 1976년 2월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한씨는 지난 2019년 10월, DNA 정보를 바탕으로 가족 찾기를 돕는 단체 ‘325 캄리’를 통해 마침내 딸 신씨를 찾게 되었다.     한씨는 딸이 입양된 사실조차 모른 채 경찰서와 정부 기관, 입양 기관을 수시로 찾아다니고 가로등과 기차역 등 곳곳에 딸의 사진을 붙이며 44년의 긴 세월을 보냈다. 한 씨는 “44년 동안 내 아이를 찾아 헤맸지만, 이제 언어도 통하지 않는다”며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나 분하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서 한씨는 44만5000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씨 본인을 포함해 남편과 두 자녀 등 4명이 원고에 포함됐다. 다만, 딸 신씨는 포함되지 않았다.         김경준 기자불법입양 모녀 불법입양 소송 한국 정부 한국 시각

2024-10-07

[부동산 이야기] 에스크로 - 관공서와의 관계

이민 1세는 물론이고 1.5세나 2세들에게도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인식 부족으로 고생한 부모들이 보기에 아직 그리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어서인지 곳곳에서 한인 직원과 만나는 행운은 흔치 않은 일이다.   시청은 물론이고 주류 통제국(CA Dept. of Alcoholic Beverage Control), 가주 조세평정국(CA Dept. of Tax and Fee Administration), 노동국(EDD) 등 사업체의 시작과 마무리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정부 기관들과 전투태세로 임하는 우리 고객들과의 피할 수 없는 만남은 그래서 늘 고달프다.   사업체 매매 에스크로를 오픈하고 클로징할 때마다 셀러나 바이어들에게 필요한 서류와 함께 잊지 않고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이 관공서와의 좋은 관계이다.     그러나 실없이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과 웃는 것도 못하겠고, 말끝마다 '마담' 혹은 '선생님'이나 'Please'도 잘 안 나오고, 뭔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관공서 직원은 또 왜 그렇게 운 나쁘게도 내게만 퉁퉁거리는 것 같아서 무슨 말을 하는지 듣지도 못하겠다는 것이 대부분의 손님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반대로 가끔 만나 식사도 하는 시 공무원인 타인종 친구의 말을 빌리면 그 상반된 반응이 참으로 재미있다. 백인들은 입술이 얇아서 좀 얌체처럼 보이지만 말을 예쁘게 해서 지나치게 친절한 편이고, 반면 동양인들은 눈도 작아 화나 있는 것 같은데다 입도 뾰로통해 보여 왠지 싸우러 작정하고 온 사람들 같아서 사실은 자신들도 긴장한다고 했다.     더욱이 자신들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같은 말만 되풀이하여 정말 짜증이 날 때도 있다고 호들갑을 떨며 하소연을 하여 겉으로는 경청하였지만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회계 사무실에서 서류 완벽하게 준비해갔는데 갑자기 이해도 안 가는 예상못한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사실 누구나 당황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한인들은 속 깊은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입에 바른 칭찬도 잘 못 하고 영어도 문어체 영어를 위주로 교육을 받아서 실제 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변명을 힘주어 강조해 보지만, 늘 상처받을 우리 손님들 생각에 속이 많이 상하였다.     실제로 관공서에서 요구되는 필요한 서류나 손님에 대한 지적 사항은 너무도 간단한 것이어서 그 자리에서 즉시 메모지에 써주거나 프린트해주면 좋으련만 차후에 통보하겠다는 등의 지극히 관료적인 처리로 일관하여 시간을 지체시키게 되는 일이 많아 안타깝다. 결국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우리 손님들이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여러 만나는 타인종 손님 중에는 하도 다정하게 인사를 하여 전에 에스크로를 클로징한 손님인가 열심히 기억을 더듬다 보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자연스레 우리도 오랜 친구처럼 대하면서 부드러운 관계가 이루어진다.     약속 시각에 3분 늦었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30분 이상을 약속 시각에 늦어 다른 사람의 점심시간을 놓치게 하는 우리네 손님들과 사뭇 대조를 보이는 모습이다.   손님에 따라서 서류접수 및 처리가 완전히 다르게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정부기관에 어떻게 준비하고 접근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문의: [email protected]   제이 권 프리마 에스크로 대표부동산 이야기 에스크로 관공서 관공서 직원 약속 시각 타인종 친구

2024-07-09

“앨러지철 무료 눈 검사 받으세요”

“한인 안과 전문의들에게 무료로 눈 검사를 받으세요.”   매년 LA한인타운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 시각 검사를 제공하는 비전케어서비스 서부지부(VCS West·이사장 서영석)가 오는 20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윌셔와 뉴햄프셔 LA총영사관 주차장(3243 Wilshire Blvd., LA)에서 ‘LA 사랑의 아이캠프’를 진행한다.     이날 행사에는 LA아이센터의 에드워드 이 전문의와 컬버시티 아이센터의 리사 황 전문의가  의료 봉사를 할 예정이다. 또 VCS West 소속 이사들과 유니파이드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서영석 VCS West 이사장은 “올해부터 주 정부가 메디캘 혜택을 확대했지만, 메디캘을 받는 의료기관이나 전문의 부족으로 제때 검사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며 “특히 봄철 앨러지로 인한 눈병으로 고생하는 분들이 있다. 이번 기회에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고 가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VCS West는 이날 필요한 환자들에게 안약과 돋보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또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처방 안경이나 백내장 수술을 받지 못하는 이들도 자격을 갖출 경우 지원할 예정이다.   서 이사장은 “한인타운에는 한인뿐만 아니라 타인종들도 많이 거주하는 만큼 서비스 대상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며 “특히 중남미 지역 안과 사역 지원을 위한 운영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5월 9일 기금모금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의료사역에 관심 있는 한인들은 많이 후원하고 지원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문의: (213)215-3420 고정원 이사 장연화 기자 [email protected]앨러지철 게시판 앨러지철 무료 무료 시각 비전케어서비스 서부지부

2024-04-15

사진 예술의 ‘새로운 시각을 찾다’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페이스 A 갤러리에서 사진 예술의 새로운 차원을 추구하는 특별한 사진 전시회가 열린다.     ‘새로운 시각을 찾다(Finding New Perspective)’라는 주제로 다음 달 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작가의 주도적 해석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독창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참여 작가는 김경원, 김명실, 이종남, 장인경, 루이스 이버스, 마카 번스 등 6명이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페이스 A 갤러리 지현 관장이 지난 20일 세상을 떠나면서 ‘새로운 시각을 찾다’ 전시회는 고인을 추모하는 의미와 함께 사진에 대한 그의 예술관을 확인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다. 그는 “사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매체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진작가의 주관적인 해석과 표현이 강조되면서 현실을 재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며 전시 기획을 밝혔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고인은 이러한 사진의 변화를 반영해 보여지는 피사체를 사진기를 통해 그대로 옮겨내기보다 결과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작가의 주도적이고 예술적인 해석에 주목하고 표현 방법과 공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작가의 내면과 맞닥뜨리는 피사체의 심미적 교감에 주안점을 두고자 했다. 또한 사진작가의 주관적인 해석과 표현을 강조하고 사진과 결합한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의 시각이 확장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개관 시간은 화요일~토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주소: 1458 S. San Pedro St., #320, LA   ▶문의: (714)757-8061 이은영 기자예술 시각 사진 예술 이번 전시회 사진 전시회

2023-10-29

[뉴스 포커스] 민간인은 죄가 없다

가자지구, 하마스 기습 공격,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 사상자 급증…. 익숙한 단어들이 1주일째 세계 언론의 톱 뉴스가 되고 있다. ‘중동의 화약고’라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또 폭발했다.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양상이 심상치 않다. 전쟁 6일 만에 확인된 양쪽 사망자만 2500명이 넘고 부상자는 1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가자지구는 길이 25마일에 폭 3.7~7.5 마일, 면적은 141스퀘어마일이다. LA시 면적(502스퀘어마일)의 3분의 1도 안되는 크기다. 이 지역에 2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살고 있다.  만약 이스라엘군의 지상 공격이 실행된다면 사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 뻔하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를 향해 “모두 죽은 목숨”이라는 섬뜩한 경고까지 하고 나섰다.      폭탄과 총알은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못한다. 어느 전쟁에서나 군인보다 민간인 사상자가 더 많이 발생하는 이유다. 이번 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무자비한 공격에 양쪽의 민간인이 보는 피해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 전쟁을 민간인 시각에서 전한 2개의 기고문이 보도돼 눈길이 갔다. 하나는 영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출신 기자가,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인이 LA타임스에 보낸 글의 일부를 소개한다.   “토요일(7일) 오전, 런던의 집에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 소식을 들었다. 휴대폰에는 이미 300개가 넘는 메시지가 있었다. 가장 먼저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선배 기자 이브라힘에게 전화를 했다. 인턴 기자 시절 그와 함께 취재를 다니며 많은 것을 배웠다. 선배라기 보다 형처럼 느꼈다. 그는 상황이 악화하는 것 같아 사무실로 가고 있다고 했다. 얼마 후 그에게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이동하면 위치를 알려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답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다른 기자들에게 연락했더니 이브라힘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가자지구의 모든 지인에게 그의 행방을 물었다. 그때 한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이브라힘은 숨졌고, 많은 기자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그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이 기자는 가자지구를 세계 최대 규모의 지붕 없는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2007년 이후 이스라엘에 의해 육로와 해상은 물론 항공로도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내의 사촌 동생들이 이번에 하마스가 기습 공격한 키부츠에 살고 있다. 그들의 전언을 통해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고 처참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은 폭발 소리에 집안 대피소로 향했다고 한다. 그런데 잠시 후 대피소 문을 부수려는 소리가 들렸고 연기와 함께 타는 냄새도 났다. 문을 잡고 버티며 옷에 물을 적셔 문틈을 막았다. 조용해진 후 밖으로 나와보니 집은 전소했고, 마을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많은 마을 사람이 살해되거나 납치됐다. 피살자 가운데는 어린이와 시니어도 많았다. 하마스는 음악 공연장까지 공격해 수백명의 무고한 사람을 죽였다. 그 끔찍한 장면을 영상으로 봤다면 평생 영혼의 상처로 남을 정도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납치하고, 폭행하는 것은 투쟁이 아니라 반인륜적 행위다.”     텔아비브에 거주하는 그는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는 평화주의자라고 했다. 그동안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군사 작전에 반대하는 시위에도 많이 참여했다고 한다. 그런 그도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는 분노했다.     지금 가자지구는 전력이 끊기고 식량과 식수조차 부족하다고 한다. 인구 200만 명 중 30만 명이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하마스 기습공격의 대가를 죄 없는 민간인들이 치르고 있는 셈이다.   전쟁의 역사는 인류와 함께 시작됐다. 하지만 그 야만적이고 폭력적 속성은 수천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좋은 전쟁’ 이란 있을 수 없다. 어떻게든 전쟁은 피해야 하는 이유다. 고위 군 관계자와 정치인들이 안전한 벙커에 앉아 발사 버튼을 누르는 순간 수많은 민간인은 탄식하게 된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민간인 가자지구 하마스 민간인 사상자 민간인 시각

2023-10-12

[로컬 단신 브리핑] 시카고, 시각 장애인 위한 교통시설 태부족 외

#. 시카고, 시각 장애인 위한 교통시설 태부족   시카고 시청이 시각 장애인 보행자를 위한 신호등 설치에 미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방 법원이 장애인 보호법 위반 판결을 내렸다.   최근 시카고 연방 법원의 일라인 버클로 판사는 시카고 시각장애인들이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시카고 시청이 연방법인 장애인 보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6만5000명이 시카고 시가 시각 장애인 보행자를 위한 안전 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안전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며 제기한 바 있다.     원고측을 대변해 이번 소송에 참여한 연방 법무부는 시카고 시청이 관련 시설을 설치하고 장애인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각 장애인들은 횡단보도에 설치된 음향 장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고 교통신호가 바뀐 것을 확인해야 하지만 시카고에는 이 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시 담당 부서인 교통국은 작년과 올해까지 모두 150개의 장애인 교통 신호 장치를 설치할 예정이지만 지난 1월 기준 단 9개만 설치를 완료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NP   #. 경찰, 우체부 상대 연쇄 강도사건 주의보    시카고 경찰이 최근 연이어 발생한 우체부 상대 강도 사건에 대한 주의보를 내리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시카고 일대서 10건 이상의 우체부 대상 강도 사건이 접수됐다.     경찰은 1~3명 사이의 무장 강도들이 우체부들에게 접근해 우편함 열쇠를 빼앗아 달아난다고 전했다.     용의자들은 15세~25세 가량으로 어두운 색 옷과 스키 마스크를 착용한 채 권총 과 칼을 들고 피해자들을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사건 대부분은 시카고 남부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경찰은 시카고 지역 모든 커뮤니티가 주의해야 한다며 피해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 즉각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KR Nathan Park•Kevin Rho 기자로컬 단신 브리핑 교통시설 시카고 시카고 시각장애인들 시각 장애인들 교통시설 태부족

2023-04-10

[시카고 사람들] 센트럴 미시간대학생 이지연

어렸을 적 대형 전광판 광고를 보고 디자인을 배우고 싶다고 느낀 소녀는 지금 디자인을 통해 소통하고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작년 여름(6월) 유학 차 처음 미국으로 건너 온 이지연(24)씨는 센트럴 미시간 대학에 재학 중이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는 그는 디자인이 사람들 사이 소통의 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꿈을 안고 있다.   이 씨는 "디자인은 소리나 별도의 설명 없이 그냥 이미지, 색, 또는 문구만으로 사람들에게 그 이상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며 디자인은 단순 미(美)학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모든 것이 원격 및 재택으로 변환됐을 때 사람들이 대면 대화 부족으로 마음을 앓는 것을 보고 말 없는 소통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10년 안에 또 다른 팬데믹이나 자연재해가 아니더라도 계속되는 소통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며 "디자인이 이 문제를 극복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인을 구성할 수 있는 수많은 색들이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색채 치료란 각각의 색깔이 가진 고유의 파장과 에너지를 통해 신체와 마음을 치료하는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색채 치료는 현대의학의 일부는 아니지만 환자가 질병으로 인한 힘든 상황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보조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씨는 언젠가 사람들이 매달 본인 정신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컬러키트(Color Kit)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아직 완벽하지 않은 영어를 비롯 부모님과 7살 터울의 오빠와 떨어져 미국에서 혼자 지내는 게 때로는 힘들지만 미국에서 공부를 하며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다고 한다.   그는 미국과 한국 대학 교육의 차이점에 대해 능동적인 부분과 수동적인 부분을 꼽았다. 그는 "한국에서 다닌 학교에도 뛰어난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많았지만, 아이디어와 생각을 직접 말하거나 표현할 기회가 부족했다"며 "하지만 지금 학교에서는 발표할 기회도 많고 다른 학생들의 생각도 들을 기회가 정말 많다"고 밝혔디.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각자만의 다른 생각, 시각, 선호도 등을 듣다 보니 다양성을 배우게 됐다"며 이를 유학 생활을 통해 얻은 매우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22 킴보장학생 수상자인 그는 "한 때는 꿈을 단순한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꿈이란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디자인을 통해 행복을 전파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부연했다.  Kevin Rho 기자시카고 사람들 미시간대학생 센트럴 센트럴 미시간대학생 그래픽 디자인 생각 시각

2022-11-25

한인타운 새벽 깨운 붉은함성, 코타플ㆍ해마루 등 단체응원

2022 카타르 월드컵 대한민국의 첫 경기인 우루과이전에서 치열했던 0-0으로 무승부를 기록한 24일 새벽 LA한인타운에서도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졌다.   이날 코리아타운플라자 옥상에는 400여명의 붉은 티셔츠를 입은 한인들이 모여 '대한민국'을 외쳤다. 같은 시각 한인타운 '해마루'에서도 100여명의 한인이 모여 한국팀을 응원했다.   경기 시작 1시간 전인 새벽 3시부터 화랑청소년재단에서 30명 LA한인회에서 20명이 나와 코리아타운플라자 옥상에서 무대 준비와 셋업을 도왔다. 새벽 3시 반부터는 쇼핑몰 밖에서 입장을 위한 긴 줄이 이어지면서 주최측은 예상보다 이른 4시부터 입장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6세 아이부터 80대 시니어까지 붉은 악마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한인들은 스크린 앞에 자리를 깔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다같이 북소리에 맞춰 한국팀의 우승을 응원했다. 저마다 털모자를 쓰거나 담요를 둘러 추위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다함께 관람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피터 이(78)씨는 "다같이 경기를 보니 훨씬 흥미진진하고 날씨가 춥지만 힘들지 않다"며 "우루과이가 쉬운 팀이 아닌데 한국 선수들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후반 내내 치열한 경기가 펼쳐지면서 한인들은 스크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전반 34분 황의조 선수의 오른발 논스톱 슛이 아쉽게도 골대 위로 향했을 때는 일제히 탄식이 터져 나왔다.   경기 내내 우루과이의 거센 공격은 손에 땀을 쥐게 하였지만 번번이 골대에 부딪혀 실패로 돌아갈 때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경기 95분쯤 우루과이 선수가 코너킥을 따냈지만 한국팀 김승규 골키퍼가 막아내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어린 세 자녀와 함께 온 애나 조씨는 "아이들이 모두 미국청소년축구협회(AYSO)에서 활동하며 축구에 관심이 많다"며 "엄마 아빠도 같이 응원하러 가자고 해서 함께 왔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대니 마르티네즈(멕시코)는 "경기를 보려고 친구와 밤새고 왔다. 경기가 너무 흥미진진하다"며 "한국을 응원한다. 한국이 이겨서 멕시코랑 겨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형 TV 3대가 설치된 해마루는 예상보다 더 많은 손님이 몰려 입구에서 입장을 제한했다. 해마루는 예선 3차전까지 한국이 승리하면 설렁탕 공짜 무승부면 설렁탕 반값만 받는 행사를 진행한다. LA상공회의소 김동현 이사장은 "소속 회원 10명과 함께 왔다"며 "이번 월드컵을 통해 업소도 살고 한인타운 경제도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한인들은 무승부에 아쉬워하면서도 대표팀을 향한 박수를 잊지 않았다.   로라 김(50)씨는 "우루과이가 결코 녹록한 팀이 아닌데 한국 선수들이 너무 잘 싸워준 것 같다"며 "남은 두 경기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제임스 안 LA한인회장은 "예상보다 한인들의 관심과 호응이 더 뜨거웠다.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양해해주신 한인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2 3차전도 응원전 행사를 마련할지 아직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장수아 기자대한민국 타운 새벽 la한인타운 한인들 대한민국 시각 한인타운

2022-11-24

[부동산 이야기] 부동산을 보는 시각

수많은 손님과 부동산 상담을 하면서 대체로 두 가지 부류의 손님들을 만나게 된다. 하나는 이제 막 상업용 건물에 투자하려는 손님과 오랫동안 투자를 해온 손님이다. 또는 오너로서 건물을 구입하여 직접 비즈니스를 하려는 손님과 전적으로 투자만을 하려는 손님이다.   손님들의 목적을 파악한 후에는 부동산 구입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인지하면서 마켓에 나온 매물을 하나하나 분석한다. 손님이 원하는 가격에 맞는지, 위치는 어떤지,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건물 모양은 어떤지, 땅과 건물 크기는 얼마나 되는지, 주변 시설은 무엇이 있는지, 어떠한 테넌트들이 입주해 있는지, 각 테넌트의 리스 기간은 얼마나 남아 있는지, 렌트비는 잘 내고 있는지, 지붕이나 건물 관리는 누가 하는지, 캡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을 따져본 후에 더 궁금한 내용은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연락하여 확인하고, 현장을 방문해 본다.     쇼잉하면서 손님의 목적 외에도 손님의 생각 또는 취향을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손님의 생각이나 취향은 그동안 부동산 투자하면서 다져진 손님들만의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이런 부동산을 구입했었는데 좋지 않았다 또는 좋았다는 경험을 토대로, 그리고 최근에는 팬데믹의 여파로 취향 또는 선호도가 바뀌었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에 의해 생기지만 국가 성향에 따라 비슷할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미국이라는 이 거대한 땅에서 전 세계 이민자들이 와서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시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한다. 예를 들어, 그라운드 리스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다룰 줄 아는 바이어는 미국인이든 한인 투자자이든 그라운드 리스를 가지고 있는 건물을 마다치 않고구입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부동산 하면 그래도 땅과 건물이 아닌가? 그래서 그라운드 리스 건물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는 손님도 있다. 그렇다면 미국인 또는 한인 투자자들은 왜 그라운드 리스를 구입할까? 그 또한 그들만의 부동산을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재택근무가 높아지자 사무실 건물을 찾는 바이어는 거의 없고, 최근의 경제와 부동산 트렌드에 따라서 멀티 테넌트보다는 관리가 쉬운 싱글 테넌트, 스타벅스와 같은 대기업의 프랜차이즈, 회사 보증, 마켓, 약국, 드라이브스루가 있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간혹 장기간 리스하는 은행이 입점한 건물도 좋아하는 손님이 있기는 하지만, 은행의 단점은 새로 오픈한 은행이 아닌 이상 아주 오래전에 입점한 탓에 대체로 렌트비가 아주 저렴하여 캡이 낮다.     우리가 흔히 부동산 구매 시 80% 정도만 마음에 들면 구입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남은 20%가 구입 결정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오랜 기간 투자하면서 다져진 개인적인 선호도,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문의: (213)369-9677부동산 이야기 부동산 시각 부동산 투자 선호도 부동산 부동산 트렌드

2022-11-23

센터메디컬, 시각장애인 무용단 룩스빛에 2만불 기부

센터메디컬그룹(대표 제이 최)이 한국의 시각장애인 무용단 ‘룩스빛(LUX BIT)’에 2만 달러를 기부하고 정기 후원을 약속했다.     지난 13일 부에나파크 센터메디컬그룹 본사 회의실에서 제이 최 대표는 룩스빛 김자형 단장을 만나 기부금 전달 및 정기 후원 협약식을 가졌다. 최 대표는 전날 윌셔 이벨극장에서 있었던 룩스빛 공연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정기 후원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연에는 시각 장애인 무용수 3명과 비장애인 무용수 ‘헬퍼’ 7명이 함께 출연해 감동의 하모니를 선보였다. 1부는 ‘힐링콘서트 Soaring 날아오르다-흰 지팡이의 꿈 시즌 2’를 비롯해 LA 휠체어 장애인 무용단과 합동 공연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꾸며졌다. 이어 2부는 팝페라 카스트라토 정세훈이 ‘아베마리아’ 등 자신의 애창곡들을 위주로 미니 리사이틀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에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무료로 초대했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 장애인들로 구성된 룩스빛은 지난 2009년 창단 이후 2013년 첫 정기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정기공연과 미국, 핀란드 등에서의 해외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룩스빛에 후원을 약속한 센터메디컬그룹은 2015년 설립돼 남가주 주요 한인 의사들이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한인 의료기관으로, 남가주에만 약 2100여 명의 주치의 및 전문의를 두고 있다. 메디케어, HMO 건강보험을 갖고 있다면 당일 2~3시간 내 전문의 진료 허가(Referral)를 해준다.   센터메디컬그룹은 한인 커뮤니티를 위한 선행에도 앞장서고 있다. 4년째 대학 진학 예정자 및 대학생 40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후원해오고 있다. 장수아 기자센터메디컬그룹 무용단 센터메디컬그룹 시각 무용단 후원 센터메디컬그룹 본사

2022-11-15

시각예술가 투 잉밍 작가 개인전

E2아트 갤러리(관장 최희선)에서 다음 달 15일까지 투투(Tu-2)로 알려진 대만계 미국인 작가 투 잉밍의 전시회 ‘자아 찾아가는 여정(Route to Root: Journey to the Center)’을 개최한다.     투 잉밍(Tu-2) 작가는 그림, 사진, 다큐멘터리 영화에 초점을 맞춘 시각 예술가로 이번 전시회에 유화, 드로잉, 디지털 아트 등 다양한 작품 40여점이 소개된다.     투 잉밍 작가는 대만에서 태어나 대만국립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UCLA에서 사진학 석사를 공부하면서 드로잉을 함께 공부했다.     유년시절부터 그림을 잘 그리는 투 잉밍(Tu-2)을 부모님이 지원했지만 13세 때 아버지 사망으로 정신적, 물질적으로 커다란 시련을 겪게 된다.     하지만 그림으로 재개한 투 잉밍의 첫 작품은 아버지 초상화로 예술을 통해 치유를 경험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여정이 시작됐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미술계에 늦깎이로 출발한 투 잉밍(Tu-2) 작가의 시각예술가로서 진화되는 창의력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투 잉밍은 “사람들이 작품을 어떻게 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작품을 통해 자신을 통찰하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주소: 1215 W. Washington Blvd. LA   ▶문의: (213)741-0014 이은영 기자시각예술가 개인전 작가 개인전 시각 예술가 아버지 초상화

2022-06-26

[독자 마당] '희망의 나라로'

한국 국내는 물론 이곳 한인사회의 관심이 모아졌던 대선에서 새 대통령이 뽑혔다. 이번 선거로 지난 5년간의 현 정권이 교체됐다.     어느 선거나 마찬가지이지만 후보들간은 물론 이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까지 편을 갈라 치열한 싸움을 펼쳤다. 대선은 국내외 정책을 담당할 최고 통치권자를 뽑는 중차대한 국가적 과제이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서로 다른 정치이념을 가진 강대국들의 틈새에 끼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정책과 시책은 국운을 가르는 중대한 분기점이 된다. 그런 만큼 국내 정치 못지않게 대외정책이 국정운영의 상위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같은 민족이지만 남과 북이 한 세기 가까이 적대하며 대치하고 있는 것은 양측간 공유할 수 없는 상반된 이념 때문이다. 더욱이 남북 문제로 남한에서는 남남간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개인의 자유에 기반한 경쟁을 유발해, 모든 분야의 효율적 발전을 지향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 불평등을 낳게 되고, 이로 인해 뒤처진 계층도 생긴다. 진보는 소외된 계층의 불만을 바탕으로 평등과 분배를 내세운다.     한국에서의 보수와 진보는 이러한 구분법 외에 남북문제에 대한 시각, 정치이념과 체제의 해석 등에 따라 차별성을 더한다. 즉 공산 세습 독재체제의 북한에 대해, 보수는 자유우방과의 연대로 북한체제를 불용하는 태도를 보인다. 진보는 한나라 한민족으로의 포용을 강조한다.     두 진영간 상반된 이념이 국내문제와 남북문제, 외교정책에 이르기까지 대립하면서 불화와 갈등이 그치지 않고 있다. 새로 출범하게 될 정권은 이념, 정파, 지역, 계층간 분열을 딛고 협력의 길로 가야 한다.     현제명의 노래처럼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찬 희망의 나라’ 건설에 온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윤천모·풀러턴독자 마당 희망 나라 한나라 한민족 남북문제 외교정책 시각 정치이념

2022-04-05

[중앙 칼럼] ‘장기적 시각으로 고객에 집착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시각이다.” 세계 최고의 기업 아마존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1997년 첫 주주 서한 표제에서 강조한 말이다. 월스트리트의 반응이나 단기적인 이익에 좌우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주도자의 시각에서 투자 결정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베이조스는 저서 ‘제프 베이조스, 발명과 방황’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집중하면, 낮은 가격에 보다 빠르고 나은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이익과 투자 수익을 원하는 주주들의 이익을 일치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은 발명하고 새로운 일을 좋아하는데 발명은 장기지향적인 사고가 필수다. 많은 실패가 따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런 장기적인 시각은 세계 최고 기업인 아마존을 만들면서 경영에 반영돼 왔다.     주주 서한에는 ‘고객에게 집착한다’는 표현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고객 중심적인 회사가 되겠다는 그의 분명한 경영철학이다. 한 콘퍼런스에서는 “우리 회사의 핵심은 경쟁에 집착이 아닌 고객 집착이다”라고 강조했다.     베이조스의 고객에 대한 집착은 일반 기업들이 꺼려온 부정적인 리뷰를 볼 수 있게 한 파격적인 정책 시행에서 알 수 있다. 이에 한 투자자가 부정적인 리뷰가 사업에 지장을 준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 아니냐는 불평을 했다. 베이조스는 “돈을 버는 때는 물건을 팔 때가 아니다. 고객들이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을 도울 때”라고 일갈했다.   아마존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에 입점한 제3 판매업자들은 비용을 줄이도록 강요받는다. 판매한 제품 결함으로 소비자가 손해를 볼 때 손해책임을 지지 않는 악덕 기업 면모도 있었다. 결국 지난해 9월부터 최대 1000달러까지 배상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고객들을 위해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아마존의 핵심 과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적재적소 고용 방침도 아마존의 핵심이다. 아마존에서 일하기는 쉽지 않다. 성실하게 영리하게 모두 해내야 한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상승, 공급망 문제, 부족한 인력 등으로 한인 상권의 식당, 마켓, 소매업체들은 비즈니스 운영이 힘들다. 한 한식 식당은 예전에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 때 줄 서는 것이 당연했지만 최근 대기자 명단을 적지 않아도 식사가 가능하게 됐다. 타인종이 선호하는 코리안 바비큐 전문점 외 많은 한식당에서 점심시간에 빈 테이블이 많다. 마켓도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매출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비해 감소 추세다. 외식이 늘면서 홈 쿠킹이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3월은 세금보고 시즌으로 해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는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 남가주 개스값 5달러대 진입, 뉴욕 증시 3대 지수 약세 등 경제적인 충격이 만만치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처 발표하면서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 지속은 물론 인플레이션과 경기 충격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특히 치솟는 원자재 가격, 개솔린 가격 폭등으로 경제 성장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인 마켓과 소매업체의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한 한인 업주는 비즈니스에 변수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한다.     베이조스는 자신의 팀에게 “토끼가 아닌 거북이가 되라”고 조언한다. 블루 오리진 공장에는 ‘그라다팀 페로키테르(Gradatim Ferociter)’ 즉 ‘한 단계씩 맹렬하게’라는 사훈이 적혀 있다.   전자상거래 황무지 시대,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고객에 집착했던 베이조스의 비즈니스 철학이 떠오른다.  이은영 / 경제부 부장중앙 칼럼 장기 시각 장기적 관점 우크라이나 침공 국제유가 폭등

2022-03-08

[기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

독일 유학 시절 우리는 남부 국경 지역 당시 인구 7만의 작은 도시에서 생활하며 지냈다. 동양인이 많지 않던 이 도시에 살면서 마주치는 사람들 눈에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엄마, 왜 나는 머리카락이랑 눈이 까만 거야?” 이 느닷없는 질문은 나를 순간 당황하게 하였다. 답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하긴 아이가 태어났을 때, 함께 입원해 있던 많은 산모와 그 가족들이 까만 눈과 까만 머리카락의 아이를 보려고 신생아실 앞에 모여 있던 기억이 있다.     속지주의가 아닌 속인주의를 택하는 독일은 독일 땅에서라도 한국인 국적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묻고 따질 것도 없이 ‘한국인’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현상이 이제 거울 앞에선 아이의 눈에 다름으로 비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오랜만에 사회언어학의 한 분야를 강의하다가 결손가설과 차이가설이라는 이론을 다루는 계기가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을 할애한 분량이었지만, 그 내용이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결손가설은 한마디로 사회계층이나 신분·지역 등의 차이에 대하여 작위적으로 설정된 표준을 기준 삼아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결손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지방 사투리도 여기에 속하는데, 표준어 사용을 기준으로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에게 결손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부산으로 놀러 갔던 적이 있다. 어느 양품점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는데, 옆에 서 있던 우리 나이 또래 점원이 자꾸만 말을 걸어왔다. 우리는 왜 그러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서울 말씨가 너무 예뻐서 자꾸 듣고 싶어서 그런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업시간에도 종종 학생들에게서 감추려고 애를 써도 무의식간에 묻어나는 고향의 어투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방 사투리는 표준 말씨에 대한 결손의 증거일까. 실제로 이런 결손가설이 힘을 가졌던 시절에는 학교에서 사투리를 몰아내고 표준어를 가르치도록 강제되어, 이를 위한 커리큘럼이 구성되기도 했었다. 1960~70년대 영국에서의 이야기다.   반대로 차이가설은 결손가설의 입장을 부정한다. 사투리를 쓰는 현상은 표준에 못 미치는 결손에 의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는 차이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결단코 우성과 열성의 잣대가 아닌 다양성의 한 면모로 평가되어야 하며, 따라서 동등한 가치가 주어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자라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거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에서 본 것이 결코 결손이 아니었을 것이다. 차이에 불과할 뿐.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우리 가족은 차이가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들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가 우리와 다른 모습의 외국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환경에서 살게 되었다. 우리는 이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태도는 차별을 품은 결손, 아니면 차별을 버린 차이의 관점이었을까.   차이로는 보일 수 있어도 하등 결손의 이유가 없는데도, 우리는 곧잘 차이보다 결손이라는 잣대로 차별을 만들려 한다.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우리보다 밝은 피부색을 가진 이들에 대해 우리 자신을 폄하하려는 사대주의 풍조를 보이고, 우리보다 어두운 피부색에는 근거 없는 우월주의를 내세워 상대방을 업신여기려 한다. 어두운 피부색은 밝은 피부색의 결손인가.   우리 삶의 곳곳에서 이처럼 차별적 시각을 가진 결손가설들이 작동하고 있다. 특히나 별난 결손가설은 바로 여성과 남성을 바라보는 차별적 인식에서도 드러난다. 여성은 남성의 결손이 아니다. 여성과 남성에게 주어진 생물학적인 차이는 사회가 함께 보듬어야 할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차별은 아니어야 한다.     편견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결손의 잣대로 빚은 차별적 시각을 버리고, 다양성의 차이를 인식하고 인정한다면, 한편으론 겸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정해질 수 있다. 같은 현상을 바라보면서 한 사람은 결손이라 말했고, 한 사람은 차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판단은 어떤 가설을 따르고 있을까.  최명원 /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교수기고 인정 차별 차별적 시각 차별적 인식 하등 결손

2022-02-04

[취재일기] 우버로 출퇴근하는 사람

말로만 듣던 ‘대중교통 대신 우버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직접 만났다.     지난 주말, 지인과 저녁을 먹고 식당을 나서는데 주인이 잡아세우며 물었다. “이 시간에 걸어가려면 테이저건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괜찮냐”고. 자리를 일어서며 공원을 좀 걷다 가자고 한 말을 얼핏 듣고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이제 해가 막 진 시각인데도 말이다.     브롱스에 살며 어퍼 맨해튼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이 여성은 늦은 퇴근길에 우버를 이용한 지 벌써 6개월째라고 했다. 한 달에 우버에 쓰는 돈만 1000달러가 넘는다. 수입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전철역에서 약물을 직접 주사하는 사람을 마주친 후 밤늦은 시각 전철은 포기했다. 차를 사는 게 낫지 않냐고 물으니 그렇진 않단다. 그러면서 “그래도 언젠가 정상으로 되돌아 갈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잊을 만하면 전철에서 일어난 사건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정신병력이 있는 노숙인이 선로로 밀어 사망한 여성, 지하철에서 졸다보니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칼을 휘두른 사건, 아시안이나 유대인에게 혐오 발언을 쏟아붓는 사건 등이 줄을 잇는다. 작년 전철 내 중범죄는 1997년 이후 가장 많았다. 한인 상당수가 팬데믹동안 아시안 증오를 경험했고, 대중교통 타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소식을 접하고 있노라면 다시 팬데믹 이전의 분위기를 찾기란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브롱스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 식당 주인은 희망을 찾고 있었다. 그는 “팬데믹동안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케어해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뉴욕시경(NYPD)을 더 투입하는 것도 좋지만, 정신질환자들을 제대로 돌봐주고 그들이 갈 곳을 만들어 주는 게 시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노숙인을 위한 셸터가 집 근처에 생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순간 이 사람이 부유해서, 장사가 잘 돼서 한가한 말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꼬인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지나치게 진지했고, 식당도 딱히 장사가 잘 되진 않았다. 연말연시 예약도 절반은 취소됐다고 한다. 그는 “911 테러 이후에도 도시 분위기가 되돌아오는 데 한참 걸렸다”며 “언젠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도울 방법이 있다면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달에 1000달러가 넘는 돈을 우버에 쏟아부으면서도 희망을 논하는 걸 듣자니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또 한편으로는 머리가 띵하기도 했다. 결국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말을 믿어야 현실을 살아갈 수 있어서인걸까. 아니면 이런 믿음들이 수많은 위기 이후에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들고, 뉴욕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 힘인 걸까. 김은별 / 편집국 기자취재일기 출퇴근 도시 분위기 시각 전철 대중교통 타기

2022-02-03

공화-민주 따지기 전에 한인 정체성 먼저 세워야

버지니아 주하원의원 제40지구 선거에 출마했던 해롤드 변(공화) 후보는 11월2일 선거가 끝난 후 한달 넘게 ‘은둔 생활’을 하며 두문불출했다.     그를 잘 아는 지인은 “변 후보가 낙담한 나머지 사흘밤낮을 울고 잠을 자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낙담( 落膽)!  쓸개와 간이 떨어져나가는 듯한 고통을 뜻한다.   무엇이 가장 고통스럽고 괴로웠냐는 질문에, 변 후보는 “안타깝게도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들은 정체성을 망각하고 살고 있다”고 전하며 “한인 커뮤니티에 30여년 봉사해오면서 알게모르게 느껴오던 것을 이번 선거를 통해 한꺼번에 절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인들이 스스로를 백인으로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짚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편갈아 자신의 정치적 의지를 표출하는 것은 좋지만, 한인들이 힘을 기르고 난 후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유태인이나 다른 소수계 커뮤니티도 힘을 기르기 전에는 자기 정치인이 나오면 초당적인 지지를 했지만, 우리 한인들은 그러한 민족적 정치 정체성이 매우 미흡하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이번에 자신이 당선됐더라면, 주류사회의 한인커뮤니티 시각이 180도 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버지니아 40지구의 한인 유권자 비율은 20%에 달했다.   캘리포니아에도 이같은 유권자비율을 보이는 곳은 없었기 때문에, 양당은 모두 이 선거구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변 후보는 2일 선거일 현장투표에서 200표를 이기고 부재자 투표에서 2천표를 패했다.     나름대로의 선전이었다.   민주당 바람이 거센 페어팩스 카운티의 공화당 후보 평균 득표율은 35%에 그쳤으나, 변 후보는 47.5%를 얻었다.   누가 보더라도 놀라운 결과였으나, 공화당 주류가 볼때 한인 유권자의 표결집력은 기대에 훨씬 못미쳤다.   그는 “지지해준 한인 유권자에게 절을 백번 하고도 남을 만큼 고마운 마음과 함께 한가지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한인 유권자 3천가구를 평균 다섯번 방문하며 투표를 약속받았다.     너무 많이 방문해서 “그만 오라”는 문전박대를 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1200표 정도에 그쳤다. 그는 800표만 더 나왔다면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평소에 600명이 투표하던 것과 비교하면 한인 투표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지만, 공화당 주류가 다른 소수계 커뮤니티의 표결집력 기준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는 “미네소타주에서 아랍계가 단결해 연방의원을 배출하고 플로리다의 쿠바계가 한목소리를 내며 연방상하원의원 여러명을 당선시키는 저력을 생각하면 우리 한인 커뮤니티는 나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인들은 개별적으로 엄청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이지만, 하나의 정체성으로 결집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주류사회는 한인들의 약한 정체성 고리를 파고들었다.   상대방 후보였던 댄 헬머(민주) 의원은 정치자금 200만달러 대부분을 변 후보 공격에 사용했다.   200만달러는 웬만한 연방의원 모금액보다 많은 것이다.     헬머 의원 진영에서는 변 후보의 선거 홍보물을 문제 삼아 변 후보를 ‘저먼 나치’, ‘KKK’, ‘백인우월주의자’로 몰아부쳤다.   심지어 변후보가 지난 1월6일 연방의사당을 난입했던 인물이라고 중상모략하기도 했다.   한인들도 헬머 의원의 마타도어(흑색선전)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모 한인단체 행사에 참여한 변 후보가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 대형 홍보물을 배경으로 찍힌 사진이 헬머 의원 진영으로 넘어가 공격의 빌미가 됐던 것이다. 소송도 고려했으나 유태인 커뮤니티가 장악한 주류언론이 역시 유태인인 헬머 의원을 지원사격했다.   그는 “워싱턴포스트 등은 나를 공격하고 헬머 의원을 옹호하는 기사를 쓰면서 내게 어떠한 형태의 반론권조차 보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송을 생각하기도 했으나 이미 선거자금이 바닥나 어찌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변 후보는 60만달러를 모았을 뿐이다.   변 후보는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고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권을 내세우는 모 한인단체가 나를 공격하는 팜플렛을 자체 제작해 한인 유권자 가정을 가가호호 방문했었다”면서 “팜플렛 내용도 거짓으로 가득찼다”고 밝혔다.     그는  “30여년 한인사회에 봉사한 결과가 이것인가, 하는 자괴심 때문에 지난 한달이 더욱 힘들었다”고 전했다.   변 후보는 “민주당을 자처하는 일부 한인들은 한인언론에 헬머 의원을 지지해야 한다는 칼럼을 기고했다”면서 “이러한 문제까지 표현의 자유로 생각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년 후 선거에 재출마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앞일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공화당 유권자들이 다시한번 기회를 줘야 하며, 선거구 재획정 결과를 통해 유불리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유태인 커뮤니티가 수백만달러를 후원하는 헬머 의원에 맞설만한 정치자금을 모아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그는 선거에 도전하고자하는 한인 2세와 1.5세에게 역설적인 ‘조언’을 했다.     그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한인들에게 쏟았던 시간과 인력, 열정을 다른 인종에게 쓸 것”이라며 “가성비를 놓고 따지면 타인종의 선거결과가 훨씬 좋았다”고 밝혔다.   비근한 예로 ‘TJ과학고 입학시험’이슈를 거론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은 소수계 인종의 입학 형평성을 이유로 성적에 따른 입학시험 제도를 폐지시켰다.   그 결과 70%가 넘던 아시안 입학생 비율이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변 후보는 입학시험을 환원시키겠다고 약속하며 한인 유권자에게 어필했으나 상당수의 한인들은 “이미 애를 다 키웠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반면 베트남과 중국, 대만,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안 유권자들은 크게 호응했다.   변 후보는 “백인 유권자들이 내가 살아온 이력을 듣고서 크게 감동했다”면서 “냉정한 얘기가 될 수 있지만, 한인 후보는 아직까지는 한인 유권자에게 지나치게 공을 들이지 말아야 승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변 후보는 “정체성이라는게 어려운 말이 아니라, 나의 소소한 이익을 넘어서 2세,3세의 이익까지 고려하는 것”이라며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도 내 아들의 아들딸, 그 아들딸의 손자손녀까지 시야를 넓혀봐야 하는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모 한인단체가 ‘한인이기 때문에 지지해달라고 하는 것이 매우 원시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하며 나를 공격했지만, 무작정 지원해 달라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충분한 자격을 갖춘 한인이 후보로 나왔다면 당적이나 선호도를 일단 접고 지지해주는 것이 미국에 사는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한인 커뮤니티는 폴란드 이민사회같이 급격히 붕괴할 것”이라며 “심지어 한인 커뮤니티의 한 축을 담당하며 마지막까지 갈 것 같은 한인교회도 팔리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자”고 당부했다.     김옥채 기자 [email protected]따지기 정체성 한인커뮤니티 시각 한인 커뮤니티 한인 유권자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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