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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우버로 출퇴근하는 사람

말로만 듣던 ‘대중교통 대신 우버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직접 만났다.  
 
지난 주말, 지인과 저녁을 먹고 식당을 나서는데 주인이 잡아세우며 물었다. “이 시간에 걸어가려면 테이저건이라도 있어야 할 텐데 괜찮냐”고. 자리를 일어서며 공원을 좀 걷다 가자고 한 말을 얼핏 듣고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이제 해가 막 진 시각인데도 말이다.  
 
브롱스에 살며 어퍼 맨해튼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이 여성은 늦은 퇴근길에 우버를 이용한 지 벌써 6개월째라고 했다. 한 달에 우버에 쓰는 돈만 1000달러가 넘는다. 수입이 크게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전철역에서 약물을 직접 주사하는 사람을 마주친 후 밤늦은 시각 전철은 포기했다. 차를 사는 게 낫지 않냐고 물으니 그렇진 않단다. 그러면서 “그래도 언젠가 정상으로 되돌아 갈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잊을 만하면 전철에서 일어난 사건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정신병력이 있는 노숙인이 선로로 밀어 사망한 여성, 지하철에서 졸다보니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칼을 휘두른 사건, 아시안이나 유대인에게 혐오 발언을 쏟아붓는 사건 등이 줄을 잇는다. 작년 전철 내 중범죄는 1997년 이후 가장 많았다. 한인 상당수가 팬데믹동안 아시안 증오를 경험했고, 대중교통 타기를 두려워한다. 이런 소식을 접하고 있노라면 다시 팬데믹 이전의 분위기를 찾기란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브롱스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 식당 주인은 희망을 찾고 있었다. 그는 “팬데믹동안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을 케어해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뉴욕시경(NYPD)을 더 투입하는 것도 좋지만, 정신질환자들을 제대로 돌봐주고 그들이 갈 곳을 만들어 주는 게 시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노숙인을 위한 셸터가 집 근처에 생기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순간 이 사람이 부유해서, 장사가 잘 돼서 한가한 말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꼬인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지나치게 진지했고, 식당도 딱히 장사가 잘 되진 않았다. 연말연시 예약도 절반은 취소됐다고 한다. 그는 “911 테러 이후에도 도시 분위기가 되돌아오는 데 한참 걸렸다”며 “언젠가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도울 방법이 있다면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달에 1000달러가 넘는 돈을 우버에 쏟아부으면서도 희망을 논하는 걸 듣자니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또 한편으로는 머리가 띵하기도 했다. 결국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말을 믿어야 현실을 살아갈 수 있어서인걸까. 아니면 이런 믿음들이 수많은 위기 이후에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만들고, 뉴욕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만든 힘인 걸까.

김은별 /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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