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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양인 생모, 한국 정부에 소송

미국으로 입양된 사실 모른 채
딸 44년 동안 찾은 70대가 제기
"실종아동 가족 재회 의무 안 해"
잘못된 국가 책임 묻는 첫 사례

실종된 딸이 미국으로 입양된 사실을 모른 채 44년간 행방을 찾아 헤매던 70대 한국 여성이 한국 정부와 입양 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친부모가 자녀의 잘못된 입양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묻는 첫 사례다.
 
ABC뉴스 등에 따르면, 실종된 딸 신경하(영어 이름 로라 밴더)씨의 어머니 한태순(70)씨는 7일(한국 시각)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와 입양 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한국 정부가 딸의 입양을 막지 못한 것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 최대 입양 기관인 홀트가 딸의 배경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입양을 진행했고 부모를 찾아주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씨의 법률대리인  김수정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와 입양 기관은 실종 아동을 가족과 재회시키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실종 아동 정보가 경찰서 간에 적절히 공유되고 수색이 진행됐더라면 딸 신씨를 쉽게 찾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한씨와 딸 신씨의 결별은 당시 성급했던 해외 입양 알선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씨는 1975년 5월 충청북도 청주에서 실종됐다. 그는 지난달 19일 AP를 통해 “마당에서 놀고 있을 때 낯선 여성이 다가와 엄마가 다른 아기를 가졌기 때문에 가족이 나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여성을 따라 기차를 탔고, 이후 제천역에 버려졌다”고 덧붙였다. 그 후 신씨는 고아원을 거쳐 입양 기관으로 인계되었으며, 새로 지은 한국 이름 ‘백경화’로 1976년 2월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한씨는 지난 2019년 10월, DNA 정보를 바탕으로 가족 찾기를 돕는 단체 ‘325 캄리’를 통해 마침내 딸 신씨를 찾게 되었다.  
 
한씨는 딸이 입양된 사실조차 모른 채 경찰서와 정부 기관, 입양 기관을 수시로 찾아다니고 가로등과 기차역 등 곳곳에 딸의 사진을 붙이며 44년의 긴 세월을 보냈다. 한 씨는 “44년 동안 내 아이를 찾아 헤맸지만, 이제 언어도 통하지 않는다”며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나 분하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에서 한씨는 44만5000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한씨 본인을 포함해 남편과 두 자녀 등 4명이 원고에 포함됐다. 다만, 딸 신씨는 포함되지 않았다.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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