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주 마라톤 대륙 횡단] 산맥을 넘고, 사막을 달려 3106마일
"단 하루도 쉬운 날이 없었습니다.” 단 95일만에 대륙 횡단에 성공한 ‘철인’ 권이주씨. 이글거리는 사막과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는 폭우에 폭염까지. 달려드는 개들로 위기에 처했던 장면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평지가 계속될 때면 치밀어오르는 외로움이 온 몸을 휘감기도 했다. "다음 한 발만 바라보고 뛴다”던 권씨는 그렇게 하루에 또 하루를 더하며 뉴욕으로, 뉴욕으로 달려왔다. 어느새 ‘도인’이 된 권씨는 25일 마침내 맨해튼 유엔본부에 골인했다. 피를 말렸던 대륙 횡단 95일의 하이라이트를 정리했다. ◇서부, 뜨거운 사막길=3월 23일 LA시청 앞에 모여든 한인들의 환송과 격려를 뒤로 하고 권씨는 대륙횡단의 첫발을 내디뎠다. 캘리포니아를 벗어나 애리조나에 접어들자 끝없는 사막이 이어졌다. 미세한 모래 먼지에 숨쉬기가 힘들었고 건조한 날씨에 땀조차 나오는대로 말라버렸다. 애리조나 구간에서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막힌 길들이 많아 되돌아가기도 여러 번. 4륜구동이 아니면 운행하기도 힘든 비포장 도로를 달린 적도 있었다. 권씨는 “사막의 비포장 도로는 워낙 경사가 심하고 길바닥도 울퉁불퉁해 근육에 큰 무리가 갔다. 포기하고 싶었다”며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렸다. 4월 6일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한인들이 마련해준 환영식은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중부, 오르막에 또 오르막=뉴멕시코를 시작으로 고지대가 시작됐다. 중부 대평원에 이르기까지 고지대를 달리는 동안에는 큰 일교차를 겪어야 했다. 고지대라 산소 부족으로 호흡곤란도 겪었다.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하는 요소였다. 권씨는 6000피트가 넘는 고지대를 달리면서 쌓여 있는 눈을 봤다. 4월 말에는 7550피트 지대를 달리면서 호흡하기에 힘들 정도의 산소 부족 현상도 보였다.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권씨는 4월 23일 뉴멕시코 산타로사 구간에서 출발 한 달만에 1000마일을 돌파했다. ◇동부, 구불구불 산길에 빗줄기까지=5월 19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3분의 2 지점을 통과한 권씨는 동부 구간에 접어들었다. 이 구간은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기온이 올라가고 지형상 비가 많았다. 특히 6월에 접어들어 시작된 애팔래치안 산맥은 권씨 스스로도 ‘죽음의 구간’이라고 이름지었을만큼 막판에 맞닥뜨린 큰 고비였다. 10마일 이상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길은 물론이고 산중에 쏟아지는 폭우, 거기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짙은 안개까지. 이에 더해 RV 캠핑장이 한 군데밖에 없어 캠핑장에서 당일 뛰는 지점까지 최고 90마일까지 밴차량으로 이동해 다시 뛴 뒤 캠핑장으로 돌아가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낸 끝에 지난 13일 워싱턴DC에 도착한 권씨는 이후 동부 해안을 따라 질주를 거듭, 25일 마침내 맨해튼 유엔본부에 입성했다. 숫자로 본 대륙횡단 ◇총 주파거리=3106마일 ◇통과한 주=17개 ◇몸무게 증감=125파운드→115파운드 ◇마신 음료수(물·게토레이)=190갤런 ◇먹은 바나나=380개 ◇신었던 신발=7켤레 ◇입었던 유니폼=총 10벌 ◇일일 소모 열량=5000칼로리 대륙횡단 숨은 공로자들 권복영씨, 요리, 맛사지 담당…제시카 차 부부, RV 차량 제공 사실 이번 권이주씨의 대륙횡단 완주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대역사였다. 100여일을 매일 함께 한 4명의 팀원들은 물론 운영위원회의 많은 사람들이 권씨를 뒤에서 지원했다. 우선 아내 권복영씨는 매일 남편이 쉴 때마다 마사지를 해줬고 간식거리를 준비했다. 저녁 요리 담당도 그였다. 하지만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며 스스로도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것도 사실. 결국 뉴욕에 거의 도달한 23일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했다. 김종호 사진가는 매일 새벽 권씨와 함께 일어나 하루도 쉬지 않고 선도차량을 운전하며 길 안내를 했다. 헨리·제시카 차씨도 RV차량을 제공하고 매니저 역할까지 했다. 이와 함께 홍종학 운영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위해 5만달러나 융자를 받았다. 강이종행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