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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그림으로 2막 연 지비지 "미국서도 많이 알아봐"

"'기생충' 속 그림을 미국에서도 많이들 알아봅니다. 과분한 평가를 받을 때마다 어깨가 무겁지만, 코로나19도 지나갔으니 이제 미국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영화 '기생충' 속 그림으로 작품을 각인시킨 작가 지비지(ZiBEZI·본명 정재훈·43)는 9일 자신의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지비지는 '기생충'에서 주요 무대인 부잣집 아들 '다송'의 그림을 실제로 그린 작가다. 영화 속에서 중요한 모티프로 자주 등장하다 보니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대부분 이 그림을 기억하게 된다. 봉준호 감독은 이 그림을 맡을 작가를 직접 발탁했다고 한다. 지비지는 석 달 가까이 40여점을 그렸고, 그중 10여점이 영화에 들어갔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했던 그림은 그리면서도 '이거다' 싶은 느낌을 받았고, 봉 감독의 '오케이' 사인을 받은 순간 "우주로 날아갈 것 같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LA CGV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영화 개봉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의 초청으로 함께 온 팝 음악계 거장 퀸시 존스가 그림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바스키아"라고 외쳤다고 한다. '검은 피카소', '천재 화가'로 불린 미국의 전설적인 그라피티 작가 장-미셸 바스키아에 견준 것이다. 이후 2020년 2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고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자 그는 미국으로 아예 근거지를 옮기게 됐다. 하지만 LA에 오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외부 활동은 모두 중단됐다. 이후 3년 가까이 집안에서 그림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2021년 겨울 LA에서 연 첫 개인전에는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이 왔다고 한다. "3년 동안 여기 있으면서 한인들과 소통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전시에는 한인이 아닌 미국인들도 많이 왔더라고요." 코로나19 사태가 거의 잦아들면서 올해부터는 LA에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게 됐다. 지난달 서부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박람회인 'LA아트쇼'에 초청받아 작품을 선보였고, 이달 6∼28일에는 LA 한국문화원의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특별전에서 한국과 미국의 당대 주요 작가 2인 중 하나로 초청돼 작품 32점을 전시한다. 지비지는 1998년 '후니훈'이란 이름으로 힙합 음악계에 데뷔해 래퍼로 활동했다. 하지만 결국 음악으로는 빛을 보지 못하고 2015년 활동을 완전히 접었다. "음악을 내려놓고 불현듯 그림을 그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붓과 물감, 마커를 잔뜩 사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릴 때마다 머릿속이 지우개로 지운 듯 텅 비는 느낌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그리게 됐죠." 집에서 그림만 그리다 보니 친구들이 전화해서 '어디냐'고 물을 때마다 "집이지"를 반복했다. 그러다 문득 아이디어를 얻어 예명을 '지비지'로 지었다. 완성한 그림이 쌓여가면서 2016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작품 사진을 올렸고, 그림을 직접 보거나 사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국에서 첫 전시회를 열고 작가로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는 "나중에는 쇼케이스처럼 음악과 함께 그림을 보여주거나 팀 버튼 감독처럼 상상력이 넘치는 전시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포부를 더했다.     류정일 기자 ryu.jeongil@koreadaily.com미국 게시판 기생충 그림 영화 기생충 힙합 음악계

2023-04-10

BTS 소속사 하이브, 애틀랜타 힙합 레이블 인수

하이브의 미국 법인 하이브 아메리카가 애틀랜타의 힙합 레이블 QC 미디어 홀딩스(QCM)의 지분을 인수했다.   하이브 아메리카는 QCM의 지분 100%를 3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9일 밝혔다.   하이브(HYBE)는 방탄소년단이 속해있는 연예기획사로, 여러 자회사를 두며 국내외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21년에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이타카 홀딩스를 약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멀티 레이블 전략에 기반하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QCM 홀딩스는 힙합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레이블로 거론되고 있으며, 릴 베이비, 미고스, 시티 걸스 등의 아티스트와 함께하고 있다.     하이브 측은 "QCM을 이끌고 있는 피에르 'P' 토마스 CEO와 케빈 '코치 K' 리 COO는 하이브의 주주 자격을 획득,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번 인수를 주도했다고 알려진 스쿠터 브라운 하이브 아메리카 CEO는 "힙합 장르를 사업 전략에 포함하는것이야말로하이브의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QCM과의 파트너십은 다양한 포트폴리오와 기술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혁신하려는 성장 전략의 중요한 퍼즐 중 하나"라면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힙합 장르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지아 기자애틀랜타 레이블 힙합 레이블 애틀랜타 힙합 멀티 레이블

2023-02-09

갱스터스 파라다이스, 천국으로…래퍼 쿨리오 LA에서 사망

'갱스터스 파라다이스'로 1990년대 힙합계를 호령한 래퍼 쿨리오(사진)가 28일 별세했다. 59세.   AP통신은 매니저를 인용해 그가 LA에 있는 친구 집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본명이 아티스 리언 아이비 주니어인 그는 1963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다. 쿨리오는 1994년 토미 보이 레코드사에서 첫 앨범을 출시했다. 이 음반에 수록된 '환상적 여정'이 빌보드차트 3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15살 때 힙합을 접했고 18살 때는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지만, 생업을 위해 대학에 진학하고 자원봉사 소방수나 공항 경비원 등으로 일해야 했다"고 말했다.   1995년 미셸 파이퍼가 주연한 영화 '위험한 아이들'의 삽입곡인 갱스터스 파라다이스를 불러 그래미상을 받으며 일약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갱스터스 파라다이스는 흑인 빈민가의 절망적인 삶을 다루면서도 상투적인 욕설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서사적 가사로 유명하다.   또 쿨리오는 1990년대 동서부 힙합 라이벌 분쟁에서 어느 한쪽에 얽히지 않는 처신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작가 조세파 살리나스와 잠시 혼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4명의 자녀를 낳았다.  파라다이스 갱스 파라다이스 천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동서부 힙합

2022-09-29

미 힙합 콘서트 도중 압사 사고…최소 8명 숨지고 수백명 다쳐

미 힙합 콘서트 도중 압사 사고…최소 8명 숨지고 수백명 다쳐 관객 한꺼번에 무대로 몰려…공연 즉각 중단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에서 5일(현지시간) 세계적 힙합 스타 트래비스 스콧이 개최한 콘서트장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최소 8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쳤다고 미국 NBC 방송이 보도했다. 현지 소방당국은 이날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아스트로월드 뮤직 페스티벌' 행사장에서 오후 9시 15분께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콘서트의 열기에 흥분한 관객이 일시에 무대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새뮤얼 페냐 휴스턴 소방서장은 "이로 인해 관객 일부가 공황에 빠졌고, 부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쓰러지고 의식을 잃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공황이 더욱 확산했다"고 말했다. 결국 300명 이상이 행사장에 급히 마련된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았고, 23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환자 중 11명은 심장마비 증상을 보였다. 페냐 소방서장은 현재까지 최소 8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행사장에는 약 5만 명의 관객이 있었다. 아스트로월드 뮤직 페스티벌은 사고 직후 중단됐다. 앞서, 휴스턴 현지 방송인 KPRC는 이날 낮 수백 명이 보안 검색 장비를 무너뜨리고 행사장으로 달려들어가는 등 5∼6일 이틀 일정으로 진행되는 아스트로월드 뮤직 페스티벌이 과열 조짐을 보인다고 전한 바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콘서트 힙합 힙합 콘서트 세계적 힙합 압사 사고

2021-11-07

[엄마·아빠 위한 '힙합' 이야기-11·끝] 칸예 웨스트 34분짜리 뮤비 신곡…민속음악·록 융합해 예술로 승화

2010년 9월 세계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는 뮤직비디오 한 개가 올라왔다. 앞서 소개한 인기 랩퍼이자 작곡가 칸예 웨스트의 신곡이었다. 이 뮤직비디오는 즉각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길이가 34분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칸예 웨스트는 기존의 힙합에 대한 인식과 전혀 다른 음악과 영상을 선보였다. 대부분의 힙합 뮤직비디오에는 늘씬한 여자들과 비싼 차들이 나오고 랩퍼들이 신나게 파티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뮤직비디오는 전혀 달랐다. 하늘에서 내려온 불사조와 칸예 웨스트의 사랑이라는 주제가 독특했다.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음악들 또한 기존의 흐름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었다. 칸예 웨스트의 음반은 '나의 아름답고 어둡고 뒤틀린 환상(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라는 제목에 완벽히 부합하는 음반이었다. 그는 아프리카 민속음악부터 프로그레시브 록까지 다양한 음악적 모티브를 뒤섞어 음반을 완성했다. 그의 음악은 독특하고 낯설지만 친숙했다. 그가 창조한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에 모든 음악매체들은 최고의 찬사로 보답했다. '스핀' 매거진은 칸예 웨스트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음악가라며 추켜세웠고 '롤링스톤스'는 칸예 웨스트의 음반을 2010년 최고의 음반으로 꼽고 음반 수록곡 '런어웨이(Runaway)'를 2010년 최고의 노래로 꼽았다. 칸예 웨스트가 거둔 비평적 성공은 힙합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힙합도 예술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힙합과 같이 파티음악에서 시작해서 발전을 거듭해 예술형식에 닿은 음악장르가 재즈다. 현재의 재즈는 많은 애호가들이 생겨나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다. 그에 따라 뛰어난 예술형식으로서 인정받고 있지만 시작은 파티의 흥겨움을 위한 음악에 불과했다. 재즈가 세대를 거치면서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게 됐듯이 힙합도 그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힙합음악에는 주제의식이 결여되어 있었다. 대개가 직설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했다. 힙합음악을 담은 음반은 그런 욕망의 솔직한 기록이었을 뿐 하나의 작품으로 보기 힘들었다. 직설적인 표현이 주는 통쾌함이 힙합의 매력이었지만 예술적인 깊이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칸예 웨스트의 앨범은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맘껏 뽐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음반은 힙합이 가질 수 있는 예술적인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서 힙합의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던 힙합을 벗어난 좀 더 고차원적인 힙합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조원희 인턴기자 whcho@koreadaily.com

2011-04-28

[엄마·아빠 위한 '힙합' 이야기-10] 즐기는 자리에 빠질수 없는 '파티 튠'…약물 없으면 건전한 놀이문화에 도움

전편에서 밝혔듯이 힙합의 원형은 놀이에 있다. 힙합은 즐기는 문화로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힙합의 선구자 중 한 명으로 불리우는 '디제이 쿨 허크'(DJ Kool Herc)는 뉴욕의 빈민가에서 동네 친구들과 댄스 파티를 열면서 힙합문화의 기초를 닦았다. 당시엔 많은 파티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쿨 허크가 힙합의 선구자로 나설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가장 소리가 큰 스피커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파티나 클럽 등 즐기는 자리에 가면 힙합음악이 절대 빠지지 않는다. 힙합이 즐기기에 좋은 음악이라는 공식은 힙합의 태동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인기를 모았던 랩퍼들은 파티에 최적화된 노래들을 발표해서 인기를 유지해왔다. 흔히 '파티 튠'(Party Tune)이라고 불리우는 이런 노래들은 힙합이 20년 가까운 세월을 가장 뜨거운 음악으로 남을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다. '넬리'(Nelly)는 파티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랩퍼다. 힙합의 불모지인 세인트루이스 출신인 그는 시골 청년의 컨셉을 내세우며 데뷔했다. 그는 노래와 랩을 뒤섞은 듯한 창법을 구사하며 데뷔와 함께 바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파티가 있는 곳엔 어김없이 그의 노래가 나왔다. 3집까지 10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린 그는 명실상부한 대중적 힙합의 선두주자였다. 3집 이후 가진 긴 공백기간과 4집의 실패로 제왕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 같았지만 2010년 5집음반인 '5.0'에 수록된 '저스트 어 드림'(Just A Dream)이 인기몰이를 하며 다시 왕좌를 탈환하려 하고 있다. 넬리가 주춤하던 사이 새롭게 떠오른 스타가 '플로 라이더'(Flo Rida)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플로리다 출신의 그는 2집까지 큰 흥행을 거두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의 음악은 가사적 깊이나 예술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지만 유희적이고 말초적인 즐거움이 가득하다. 그의 음반을 듣다 보면 마치 놀이공원에 온 것 같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즐기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플로 라이더의 음악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블랙트로니카'(Blacktronica)라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트로니카는 힙합 등의 '블랙 뮤직'(Balck Music)과 전자음악을 뜻하는 '일렉트로니카'(Electronica)의 합성어로서 두 장르를 절묘하게 뒤섞은 신종 장르이다. 요즈음 10대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케샤'(Ke$ha)와 '레이디 가가'를 비롯해 '어셔'와 '리한나' 등의 대표적인 R&B 가수까지 모두 블랙트로니카 음악을 구사하고 있다. 앞서 소개했던 힙합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 또한 이 흐름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파티와 힙합음악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으며 발전해왔다. 파티에 최고인 음악이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청소년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술과 약물 등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면 파티에서의 힙합음악은 청소년들의 건전한 놀이문화에도 일조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원희 인턴기자 whcho@koreadaily.com

2011-04-21

[엄마·아빠 위한 '힙합' 이야기-9] 진정한 힙합 이해 코드는 '랩 배틀'…즉흥적 프리스타일로 실력 겨루기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랩퍼가 '에미넴'(Eminem)이다. 신들린듯한 랩으로 유명한 에미넴은 힙합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데뷔앨범부터 전무후무한 히트를 기록했던 그의 인기요인을 꼽자면 독특하고도 충격적인 가사를 들 수 있다. 그는 노래 속에서 전처와 어머니를 신랄하게 '디스'했다. 하지만 그가 뛰어난 랩퍼로 인정받는 이유는 다른 랩퍼들과 다르게 직설적으로 내뱉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97 보니 앤 클라이드'('97 Bonnie & Clyde)에서 그는 딸과 함께 한밤중에 차를 타고 해변으로 향한다. 딸에게는 그냥 놀러간다고는 했지만 트렁크에는 전처의 시체가 있고 시체를 수장하러 호숫가에 간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차 안에서 딸과 나누는 대화를 랩으로 읊은 이 노래는 끔찍하고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엽기적인 가사로 유명하던 그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주연한 영화 '8마일'(8Mile) 덕분이었다. 에미넴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전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에미넴이 부른 주제곡 '루즈 유어셀프'(Lose Yourself)는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그래미를 동시에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에미넴은 '8마일'을 통해서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8마일'은 삶에 희망이 없는 청년이 랩 실력 하나로 모든 고난을 이겨낸다는 이야기이다. 에미넴은 자동차 산업의 퇴조로 우울한 도시가 되어버린 디트로이트에서 잘 풀리는 것이 하나 없는 청년을 담담하게 연기해냈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모티브가 바로 '프리스타일 랩 배틀'(Freestyle Rap Battle)이다. 프리스타일이란 미리 써둔 가사가 아닌 그 자리에서 생각나는 것을 즉흥적으로 랩하는 것이다. 랩퍼를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이 프리스타일로 랩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큰 규모의 프리스타일 대회도 매년 개최되고 있다. 랩 배틀은 서로 돌아가며 랩 실력을 선보이는 형식의 랩 대결이다. 라디오나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작은 클럽에서도 이런 랩 배틀을 볼 수 있다. '8마일'에 나오는 프리스타일 랩 배틀은 즉흥 랩 대결을 의미하는 것이다. 에미넴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디트로이트의 작은 클럽에서부터 랩 배틀을 하면서 실력을 쌓아왔고 그렇게 쌓은 랩 실력이 그를 수퍼스타로 만들어주었다. 영화 안에서 에미넴은 다양한 환경에서 랩을 한다. 동네 친구들과 모여서 박수에 맞춰 랩을 하기도 하고 주차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랩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공터에 모여 밥을 먹으면서도 "이렇게 공장(plant)에서 일하다간 식물(plant)이 되어버릴 것 같다"며 투덜대는 랩을 한다. 이렇게 생활 어디서나 프리스타일을 하는 모습들이 힙합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힙합의 주요 요소 중 한 가지는 경쟁이다. 그것이 선의의 경쟁이든 디스처럼 서로를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경쟁이든 경쟁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랩퍼들은 힙합계를 '랩 게임'(Rap Game)이라고 부른다. 마치 스포츠처럼 끊임없이 경쟁하는 힙합의 속성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힙합에 끌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현대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원희 인턴기자 whcho@koreadaily.com

2011-04-14

[엄마·아빠 위한 '힙합 이야기'-7] 상대방 직접 비난하는 '디스 랩'…음악 통해 표현하는 '솔직 감정'

힙합 팬들에게 힙합을 듣는 가장 큰 재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디스'(Diss)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디스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줄임말로 자신과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랩을 이야기한다. 팝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앙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팝계의 앙숙으로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들 수가 있다. 둘은 인터뷰 등을 통해 서로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나 이런 전통적인 앙숙관계와 힙합의 디스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음악을 통해서 비난을 한다는 점이다. 노래 속에서 거친 가사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이 디스의 가장 큰 특징이다. 디스의 범위는 매우 넓다. 랩퍼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의 가수 음반사 관계자 작곡가 자신의 주변인물까지 디스의 대상이 된다. 힙합 역사상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디스는 앞서 소개한 두 랩퍼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거리의 시인 나스(Nas)와 힙합의 제왕 '제이-지'(Jay-Z)의 대결이 그것이다. 랩퍼의 완성형이라 불리우는 갱스터 랩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의 사망 이후 두 랩퍼는 뉴욕 힙합의 제왕 자리를 두고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2001년 제이지가 라디오에서 나스의 동료인 힙합그룹 '맙 딥'(Mobb Deep)을 디스함으로서 공식적으로 디스가 시작이 된다. 제이-지는 '테이크오버'(Takeover)라는 곡을 나스는 '이더'(Ether)라는 곡을 각각 자신들의 음반에 실었다. 이 두 곡 모두 현란한 랩으로 서로를 비난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이 둘은 계속 앙숙관계를 유지하다가 2005년 화해함으로써 힙합 역사상 가장 긴 디스에 종지부를 찍었다. 디스하면 떠오르는 랩퍼가 '피프티센트'(50cent)이다. 그는 디스와 함께 데뷔했다. 당시 잘 나가는 랩퍼들의 실력을 평가절하하고 그들의 재산을 훔쳐오겠다는 내용의 '하우 투 랍'(How to Rob)을 발표하여 온 뉴욕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노래를 발표한 직후 괴한이 쏜 9발의 총격을 받게 된다. 왼쪽 뺨을 포함한 9곳에 총상을 입은 그는 치료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음반사와의 계약이 무산되어 버렸다. 절치부심하던 그는 마침내 '에미넴'(Eminem)에게 발탁되어 음반을 발표하게 된다. 그의 데뷔곡인 '인 다 클럽'(In da club)은 라디오 최다 방송 기록을 깨뜨리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그의 데뷔앨범 '부자가 아니면 죽는다'(Get Rich or Die Tryin')는 10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그를 최고의 스타로 만들었다. 그 후에도 그는 자신의 동료 랩퍼였던 '더 게임'(The Game)을 비롯해서 10여명에 가까운 랩퍼들을 디스하며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하였다. 그 덕분인지 그는 최고의 스타로 군림할 수 있었다. 디스는 이제 청소년들의 일상회화에도 사용될 정도로 널리 퍼진 표현이 되었다. 이렇게 디스가 청소년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힙합문화가 왜 청소년들에게 어필하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청소년들이 디스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청소년들의 이런 솔직함을 이해해주고 바르게 이끌어주기 위한 단서는 힙합가사 속에 있다. 조원희 인턴기자 whcho@koreadaily.com

2011-04-07

[엄마·아빠 위한 '힙합 이야기'-7] 참된 갱스터 랩은 '진짜 불량배'가 노래

1993년 10월 9일 뉴욕의 모든 음반가게엔 기괴한 음반이 등장했다. '엔터 더 우탱'(Enter the Wu-Tang)이라고 쓰여진 이 음반의 표지에는 9명의 사내가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서있었다. 얼핏 보아도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표지에 걸맞게 음악은 전대미문의 것이었다. 멜로디나 선율은 거의 배제된 채 잡음이 뒤섞인 드럼과 낯선 소리들로 가득했다. 그런 드럼 소리 위에 9명의 남자들은 랩을 쉴새 없이 토해냈다. 이 기괴한 음반은 '롤링 스톤스'를 비롯한 유수의 음악잡지에서 극찬을 받으며 순식간에 명반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갱스터 랩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인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전설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중국 무협지에 큰 영향을 받은 그들은 권법의 일파인 '무당파'를 따서 그룹의 이름을 짓는가 하면 자신들의 고향인 뉴욕의 '스테이튼 아일랜드'를 '소림사'라고 불렀다. 권법대신 랩으로 대결을 한다는 그들의 컨셉은 상업적 성공은 물론 비평적 성공까지 가져다 주었다. 갱스터 랩의 특징 중의 하나는 갱스터 랩을 하는 랩퍼가 정말 갱스터인지 아닌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취급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탱 클랜의 멤버들은 뉴욕에서 악명높은 갱스터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그들이 1집 음반의 표지에서 가면을 쓴 이유는 몇몇 멤버가 청부폭력을 비롯한 심각한 중범죄로 수배중이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거칠고 무서운 갱스터였는지가 랩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고 이것을 '스트리트 크레딧'(Street Credit)이라고 부른다. 한국말로 한다면 '길거리 평판'으로 해석될 수 있는 스트리트 크레딧은 수 많은 랩퍼들의 흥망성쇠를 결정해왔다. 갱스터가 아니면서 갱스터 랩을 하는 랩퍼들에겐 가짜라는 낙인이 찍혀 활동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힙합계는 갱스터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랩퍼뿐만 아니라 음반사 관계자들도 갱과 관련된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 때 '투팍'(2Pac)과 '스눕 독'(Snoop Dogg) 등 갱스터 랩퍼들을 거느렸던 음반사 '데스 로우'(Death Row)의 수장이었던 슈그 나잇(Suge Knight)이다. 그의 악명은 거친 행동에서 비롯되었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이들을 감금하는 일도 예사였다. 혐의가 드러난 바는 없지만 스눕 독을 비롯한 주변인물들조차 슈그 나잇이 투팍의 살해에 연루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그는 항상 붉은색 양복을 입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다. 그의 붉은 양복은 그가 LA의 악명높은 갱집단인 '블러드'에 소속됐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현재 그는 음반사 경영에서 물러나 있지만 여러 차례에 걸쳐 체포되는 등 과거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힙합은 갱스터와 밀접한 연관을 떨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런 힙합의 폭력성은 많은 사람들의 질책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가사를 쓰는 랩퍼들은 이것이 현재 빈민가에 거주하는 흑인 남성의 현실이라며 힙합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항변한다. 청소년들이 가사와 현실을 구분하는 지혜를 가진다면 힙합의 폭력적인 묘사는 단지 자극뿐만이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한 시사점도 던져줄 수 있는 재료가 될 것이다. 조원희 기자 whcho@koreadaily.com

2011-03-31

[엄마·아빠 위한 '힙합 이야기'-6] 자기과시 '스왜거' 이해 필요…랩 개념 이해하면 '재미 만점'

힙합은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악장르지만 평론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장르는 아니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힙합을 평가절하 한다. 이런 경향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비슷하다. 평론가들의 주된 비판 중 하나는 주제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평론가들은 힙합은 매번 비슷한 얘기만 하는 지루한 장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 평론가들의 지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랩의 주제는 대부분 자기과시이다. 랩퍼들은 대부분의 곡에서 자신의 인기 실력 부유함 명예 등을 자랑하곤 한다. 힙합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듣는다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진짜 힙합가사의 묘미는 자기자랑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있다. 이런 자기자랑을 멋스럽게 하는 것을 '스왜거'(Swagger)라고 한다. 우리말로 풀면 멋스러움 정도로 해석되는 스웨거는 힙합에서 태어난 독특한 개념이다. 가사뿐만이 아닌 무대매너 패션 생활방식 등 여러 가지 분야에서 멋스러움을 표출하는 것이 스웨거이다. 이런 스왜거를 잘 보여주는 랩퍼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제이-지'(Jay-Z)다. 그는 힙합 역사상 가장 성공한 랩퍼로 불리운다. 우리에게는 비욘세의 남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최대의 음반사 중의 하나인 '데프 잼'(Def Jam)의 사장자리에 올라서 기업인과 음악인으로서 최고의 성과를 올렸던 그는 2008년 음반사와 10년 계약을 맺으며 1억5000만 달러를 받아 화제가 되었다. 그는 지금도 최고의 랩퍼로 인정받고 있으며 끊임없이 가사 속에서 스왜거를 드러낸다. "나는 사업가가 아니야. 내 스스로가 하나의 사업이지"(I am not a business man. I am a business man!)라고 외치는 그의 가사는 자신의 성공을 얄밉지만 재치 있게 표현해낸 구절이다. "랩을 놔둘 수 없었어 이 바닥이 날 필요로 하거든"(Can't leave rap alone cause game needs me)이라고 외치는 그의 랩을 들으면 그의 자기과시에 동조하게 된다. 이렇듯 힙합에서의 자기과시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표현방식이 다채롭다. 얼마나 재치 있고 유려하게 자기 자랑을 하는지가 랩퍼들의 실력을 판가름 하는 열쇠가 되곤 한다. 갱스터 랩의 전성기에는 자신이 얼마나 거칠고 폭력적인가를 자랑하는 가사 또한 많았지만 갱스터 랩의 유행이 지나간 요즈음에는 재치 있는 자기과시의 멋스러움 즉 스왜거가 대세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재치있는 구절을 일컬어 '펀치라인'(Punchline)이라고 부른다. 이런 펀치라인과 스왜거라는 개념을 알고 힙합을 듣는다면 힙합은 지루한 장르가 아닌 다채롭고 즐거운 음악장르로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조원희 인턴기자

2011-03-24

[엄마·아빠 위한 '힙합 이야기'-5] 뉴욕서 버지니아 비치로 '메카 이전'…짧은 역사 불구 청소년 문화 큰 영향

힙합은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힙합의 수도는 버지니아주의 한적한 시골마을 '버지니아 비치'(Virginia Beach)로 옮겨간다. 21세기의 힙합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이 여기서 태어났다. 전국이 '갱스터 랩' 열풍으로 이글거리던 1993년 버지니아 비치에서는 고등학교 친구 3명이 모여 작곡을 시작했다. 오래지 않아 팀은 지속력을 잃고 3명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 음악활동을 했다. 이 친구들 중 한 명은 '팀바랜드'(Timbaland)란 이름으로 작곡 활동을 했다. 다른 두 명은 짝을 이루어 '넵툰스'(Neptunes)라는 작곡팀을 만들었다. 이들의 음악적 특징은 전자음악과 힙합의 결합이다. 전자음악의 자극적인 요소들은 힙합에 화학적으로 결합됐고 랩과 전자적인 소리의 결합은 힙합계뿐만 아니라 팝계 전체의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팀바랜드와 넵툰스는 곧 힙합계를 넘어 주류 음악계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작곡가가 됐다. 마돈나를 시작으로 저스틴 팀버레이크 브리트니 스피어스 비욘세 등 정상급 가수들이 이들의 곡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이들은 팝계 최고의 작곡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편 투팍(2Pac)과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의 죽음 이후 갱스터랩의 열풍은 한풀 꺾였다. 그 후에도 갱스터 랩을 표방한 랩퍼들은 많았지만 예전처럼 대세를 형성하진 못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다른 장르와 융합을 한 하이브리드 힙합이었다. 2000년대 들어서 힙합은 다양한 장르와 영향을 주고 받았다. 앞서 얘기한 전자음악과의 결합이 큰 축이라면 락과의 결합이 또 다른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랩과 락의 융합은 하드코어(Hard Core) 혹은 랩 메탈(Rap Metal)이란 이름으로 2000년대 초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린킨 파크'(Linkin Park)는 이런 하드코어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겐 한인 멤버가 있는 밴드로도 잘 알려져있다. 힙합은 다른 장르와의 융합으로 오랜 시간 유행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요즈음은 전자음악과의 결합이 더욱 심화되어 장르간의 벽이 허물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전자음악과 힙합음악의 결합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신예가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이다. 한인이 주축이 된 이 그룹은 빌보드 1위를 차지해서 화제가 되었다. 이들은 스스로의 음악적 정체성을 전자음악 위에 랩을 얹는 것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빌보드 1위를 차지했던 '라이크 어 G6'(Like A G6)에 이어서 미디엄 템포의 힙합곡인 '로켓티어'(Rocketeer)를 히트시키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렇게 힙합은 비교적 짧은 역사 가운데서도 큰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주류 음악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힙합은 이제 음악장르만이 아니고 문화현상으로서 청년 문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때문에 힙합 가사에 나타나는 독특한 5개의 코드를 이해하는 것은 젊은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조원희 인턴기자

2011-03-17

[엄마·아빠 위한 '힙합 이야기'-4] 폭력적·선정적 내용으로 인기 끈 갱스터랩

1996년 9월 7일, 라스베이거스 한복판에서 총성이 울려퍼졌다. 범인들은 차 안에서 옆 차에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사라졌다. 당시 차 안에서 총격을 당한 랩퍼 ‘투팍’(2Pac)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 천재 랩퍼의 죽음과 함께 힙합계를 주도하던 갱스터 랩은 종말을 맞게 된다. 힙합하면 대부분 떠올리는 것이 거친 거리의 삶을 대변하는 갱스터 랩이지만 힙합이 처음부터 폭력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힙합은 파티와 함께 시작되었다. 70년대 뉴욕의 흑인밀집지역에서는 라이브 밴드가 아닌 DJ를 중심으로 음악을 즐기는 파티가 크게 성행했다. 이런 파티에서는 70년대 후반부터 흥을 돋구기 위해서 여흥구를 넣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렇게 DJ 옆에서 보조적인 역할로 여흥구를 외치던 사람들이 랩퍼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힙합은 1979년 랩으로만 이루어진 최초의 음반인 ‘슈거힐 갱’(Sugarhill Gang)의 ‘랩퍼스 딜라이트’(Rapper’s Delight)가 발매되면서 주류음악계에 정식으로 데뷔하게 된다. 그 후 10년간 뉴욕을 중심으로 발전해 오던 힙합은 1988년 LA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동부의 힙합은 어둡고 무거운 반면 LA 힙합은 멜로디컬한 요소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LA 힙합 최대의 특징은 가사였다. 특히 전설적인 5인조 힙합그룹 ‘엔.더블유.에이.’(N.W.A.)는 경찰을 직설적이고 거친 언어로 신랄하게 비판하는 가사로 파문을 일으켰다. 욕설이 예사로 등장하는 이들의 거친 표현은 충격이었고 연방수사국(FBI)까지 나서서 이들을 반법률적인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그룹으로 지목하였다. 이들의 데뷔 앨범 '스트레이트 아우터 캄튼'(Straight outta Compton)은 5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새로운 조류가 힙합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들이 일으키는 요란한 소음과 함께 갱스터 랩의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갱스터 랩은 갱스터로서 살아가는 삶을 여과 없이 풀어낸다. 대부분은 가사가 매우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때때로 상대 갱을 비난하는 내용도 있다. 이런 갱스터 랩이 크게 히트를 치자 서부를 중심으로 많은 갱스터 랩이 쏟아져 나오며 갱스터 랩의 전성기를 연다. 시작이 요란했던 갱스터 랩은 10여 년의 전성기를 구가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90년대 중반, 당시의 힙합계는 둘로 갈라져 있었다.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와 LA를 중심으로 한 서부는 서로를 비난하며 랩으로 치열한 대결을 벌이게 된다. 그 중심에 서부의 대표 '투팍'과 동부의 대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가 있었다. 절친한 친구였던 둘은 오해로 사이가 틀어졌고 서로를 맹비난하는 원수가 된다. 동부 랩과 서부 랩의 대결은 1996년 투팍이, 1997년 노토리어스 바이.지가 총격을 받고 사망하면서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이 둘의 죽음은 단순한 아티스트의 죽음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었고 갱스터 랩은 많은 사람들의 비판 속에 퇴조하게 된다. 세기말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교체기, 갱스터 랩이 사라진 빈 자리를 채운 것은 또 다른 물결로 밀려온 하이브리드 힙합이었다. 조원희 인턴기자 whcho@koreadaily.com

2011-03-10

[엄마·아빠 위한 '힙합 이야기'-3] 웨스트, 턱 부상 사고서 영감 얻어…기독교적 가사로 래퍼 이미지 쇄신

지난 주에 언급한 탈립 콸리의 명곡 '겟 바이'(Get By)를 작곡한 젊은 작곡가는 이 곡이 발매될 2002년 당시 가장 잘 나가는 작곡가 중 한 명이었다. 수많은 랩퍼들에게 곡을 주었고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그러나 경력이 꽃피기 시작한 그 해 10월 23일 그는 큰 교통사고를 당해 턱이 완전히 부서지는 부상을 당한다. 생사의 기로에서 몇 번의 대수술 거친 끝에 그는 턱에 철사를 끼우게 된다. 그는 이 사고로 랩퍼로서 치명적인 단점을 안게 되지만 동시에 거대한 불행에서 큰 영감을 얻게 된다. 그는 올드팝의 대가 차카 칸(Chaka Khan)의 명곡 '스루 더 파이어'(Through the Fire)의 가사와 멜로디를 차용한 랩 '스루 더 와이어'(Through the Wire)를 발표하며 랩퍼로 데뷔한다. "철사를 통해서 랩을 내뱉는다"(I spit it through the wire)는 이 곡의 가사는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이 노래가 수록된 데뷔앨범 '대학 중퇴'(College Dropout)는 그를 최고의 랩퍼로 올려놓는다. "내가 맹세할게 지금 여기에선 역사가 만들어지고 있는 거야"(I swear this right here history in the making man)라는 그의 가사처럼 그의 거짓말 같은 데뷔는 역사가 되었다. 그가 바로 그래미상 14번 수상에 빛나는 랩퍼 칸예 웨스트(Kanye West)다. 다른 랩퍼들과 달리 중산층에서 자란 그는 갱스터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다른 랩퍼들에게서 쉽게 나타나는 폭력적인 성향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생사를 넘나드는 큰 사고를 겪어서인지 그의 랩은 매우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지저스 워크'(Jesus Walk)는 랩퍼로서는 드물게 진솔한 언어로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가사는 계몽적이지 않으면서도 진중한 그의 메시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테러리즘과 인종 차별주의에 맞서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와 싸워야 한다. 마귀가 날 약하게 하려 하기 때문에 신이 길을 보여주실 것이다."(We at war with terrorism racism and most of all we at war with ourselves. God show me the way because the Devil trying to break me down) 2집 앨범 '레이트 레지스트레이션'(Late Registration)의 수록곡 '로지즈'(Roses)에서 그는 자신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의 병원 풍경을 담담하게 묘사한다. "문병 시간이 지난 건 알지만 이 꽃을 줄 순 없을까요?"(I know it's past visiting hours. But can I please give her these flowers?) 읊조리듯 랩하는 이 노래의 도입부는 종래의 힙합과는 다른 시적인 향취를 느끼게 한다. 같은 앨범의 또 다른 수록곡인 '헤이 마마'(Hey Mama)는 기대와는 반대의 길을 걷는 자신을 믿고 지원해준 어머니에 대한 감사를 담은 노래이다. 이 노래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그의 어머니는 칸예 웨스트가 최고의 성공을 누리던 2007년 11월 세상을 떠난다. 그는 50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고인이 된 어머니에 공연을 헌정하면서 다시 한 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렇듯 힙합에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폭력과 성에 대한 자극적인 묘사가 없는 훌륭한 힙합곡은 셀 수 없이 많다. 힙합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긍정적인 면을 받아들이는 것이 거대해진 힙합문화를 더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도 힙합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조원희 인턴기자 whcho@koreadaily.com

2011-03-03

[엄마·아빠 위한 '힙합 이야기'-2] 스스로 시인이라 일컫는 랩퍼들, 한 편 시처럼 세련된 언어로 노래

랩퍼들은 스스로를 시인이라고 일컫고 자신의 가사를 시라고 부르는 것을 즐긴다. 한 편의 시처럼 예민한 감성을 세련된 언어로 풀어내는 힙합 가사는 매우 적지만 나스(Nas)처럼 거리의 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려한 가사를 쓰는 랩퍼들도 있다. 나스는 데뷔 전부터 흑인 빈민가의 거칠고 힘든 삶을 뛰어난 묘사력과 재치로 그려내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다. 랩을 만나기 전까지 빈민가에서 갱스터로 살아온 그는 감옥에 있는 절친한 친구이자 랩퍼인 코메가(Cormega)에게 보내는 편지를 노래로 만들어 데뷔 앨범 '일매틱'(Illmatic)에 수록한다. 앨범의 대표곡이 된 '원 러브'(One Love)는 이렇게 탄생했다. 거리의 삶을 생생히 보여주는 그의 표현력이 드러나는 가사의 일부다. "그리고 아들이 태어난 거 축하해. 너를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 근데 왜 네 여자는 너에게 편지를 안 쓰니?"(Plus congratulations you know you got a son. I heard he looks like you why don't your lady write you?) 그가 그려내는 거리의 삶이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나스는 '아이 캔'(I Can)이란 곡으로 회답한다. 이 곡에서 나스는 청소년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있다. "건축가 의사 혹은 여배우. 뭐든지 될 수 있지만 쉬운 일은 없어.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An architect doctor maybe an actress. But nothing comes easy it takes much practice)"라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나이에 맞게 행동하고 나이 들어 보이려 하지마. 너 스스로에게 성장할 시간을 줘"(Act your age don't pretend to be older than you are give yourself time to grow)라 충고를 잊지 않는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의 멜로디를 차용해 쉽고 재미있게 만들어 청소년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이 곡은 나스 음악인생에서 가장 큰 히트를 기록했다. 갱스터 랩과는 또 다른 힙합계의 움직임 중에 '컨셔스 랩'(Concious Rap)이 있다. '의식있는 랩'쯤 되는 이 장르는 갱스터 랩에 맞서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며 대학생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컨셔스 랩퍼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탈립 콸리(Talib Kweli)는 보통의 랩퍼들과는 다르게 명문대학인 NYU를 다닌 경험이 있다. '탈립'은 아랍어로 '찾는 자'를 '콸리'는 스와힐리어로 '진실'을 의미한다. '진실을 찾는 자' 탈립 콸리는 지성적인 가사를 쓰기로 유명하다. 그의 이런 면모는 히트곡인 '겟 바이'(Get By)에서 기존의 힙합과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전함으로서 드러난다. 힙합 가사들은 소비주의적이고 향락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그는 이를 강하게 비판한다. 약물 술 등에 빠져 삶을 허비하는 사람들을 일깨우며 좀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을 종용한다. "결정적인 상황이 다가올 때 삶이 비극적일 때 너의 위치가 중심이 되는 거야."(Even when the condition is critical when the living is miserable your position is pivotal)라는 가사는 자기중심적이고 가치 있는 삶을 살라는 그의 메시지를 대변한다.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 '퀄리티'(Quality)는 힙합.R&B 차트 6위를 기록하며 주류음악계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아직도 왕성하게 활동중이며 그의 현란한 랩에 실린 메시지는 10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원희 인턴기자

2011-02-24

[엄마·아빠 위한 '힙합 이야기'-1] 힙합은 대중음악 대세…자녀로부터 격리 불가능

한때 록 음악이 그랬듯 힙합도 나이든 세대와 젊은 세대의 선호도가 선명하게 엇갈린다. 힙합은 청소년에게 가장 '핫'한 음악이다. 반면 부모들은 힙합을 아슬아슬하게 생각한다. 특히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가사 때문이다. 하지만 힙합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힙합은 이미 10대를 이해하는 키워드의 하나다. 다만 힙합은 이전의 대중음악과 다른 새로운 형식이어서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힙합을 이해함으로써 자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엄마.아빠를 위한 힙합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부모들이 자녀들과 같이 차를 타면 흔히 겪는 문제 중의 하나가 차 안에서 듣는 음악이다. 부모는 음악없이 조용히 운전을 하고 싶어하고 자녀는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선곡 문제를 놓고 부딪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청소년들에게 좋아하는 음악을 꼽으라고 물으면 아마 압도적으로 힙합이 많을 것이다.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는 노래나 빌보드 차트에 오른 곡을 보면 꼭 정통 힙합은 아니어도 힙합에 기반을 둔 곡이 많다. 이런 힙합에 선입견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힙합을 들으면 폭력적이고 외설적인 가사들이 여과없이 흘러나온다. 욕설이나 비속어도 자주 나온다. 이런 점 때문에 자녀들이 힙합을 좋아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부모가 많다. 사실 자녀를 힙합으로부터 완전히 격리시키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하다. 힙합은 대중음악계의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힙합없이 빌보드 차트를 말하기 힘들 정도다. 2010년 연말결산 차트를 보면 상위 50곡 가운데 힙합의 영향을 받았거나 랩이 첨가된 곡이 무려 30개를 넘는다. 한 해의 인기곡 가운데 5분의 3은 직·간접적으로 힙합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의미다. 최근 힙합의 막강한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인텔사의 창조적 혁식 책임자로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리더인 윌.아이.앰(Will.I.Am)이 임명된 것이다. 이 일은 재계와 음악계를 동시에 놀라게 한 일대 사건이었다. '블랙 아이드 피스'는 2009년 빌보드 차트에서 19주 1위에 빛나는 그룹이며 윌.아이.앰은 이 그룹의 곡 대부분을 작곡했다. 이 사건은 힙합이 주류문화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주류사회가 힙합의 창조적 측면을 흡수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힙합은 이제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문화 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젊은층을 힙합으로 끌어들였을까? 힙합의 대표적인 특징은 직설화법이다. 직설적인 랩가사는 힙합 이전에 등장했던 노래들과 비교가 안 된다. 이런 랩들은 대부분 청소년이 쓰는 직설적이고 거친 말투를 닮았다. 일상화법에 가장 가까운 표현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속도가 미덕인 현대사회는 이전의 돌려말하기보다 직설적인 표현을 선호한다. 랩이 꼭 들어맞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젊은이들은 감성에 호소하는 노래보다 욕망에 직접 호소하는 힙합을 선호한다. 힙합의 또 다른 특징인 자극적인 묘사와 경쟁도 힙합을 이 시대에 가장 알맞은 음악장르로 만들었다. 물론 힙합에도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 그럴수록 힙합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를 보호할 수 있고 나아가 자녀들과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 조원희 인턴기자

201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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