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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으로 읽는 책] 천국은 있다

천국은 있다   뼈의 입장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하다가   이미 알고 있었던 일들이   나를 놀라게 한다는 걸 알았다   모든 예상된 일은   예상치 않게 나를 흔든다   물론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뼈가 됐다는 걸   허연 『천국은 있다』   시인 유희경은 허연의 시를 ‘견딤’에 대한 시라고 말한다. “그 견딤은 시종일관 아슬하고, 그의 시를 읽을 때마다 나 역시 견디고 있음을 깨닫는다”고 썼다. 인용한 시는 ‘이장’의 도입부다. 시인은 어머니의 죽음을 견뎌낸 것도 모자라, 뼈가 된 어머니를 확인하는 이장까지 견뎌낸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처럼 예상된 일이(누구나 죽는다), 예상치 않게 나를 흔드는 것, 그런 속수무책을 지치지 않고 견디는 게 삶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지난겨울 날렸던 연이/ 예기치 못한 각도로/ 곤두박질쳤던 것처럼/ 이별은/ 전면적이고 모든 것인 일// 세상의 모든 설탕 덩어리들이/ 언젠가 다 물에 녹듯/ 긴 잠에서 깨어나면/ 어차피 이 세상이 아닌 것.’ 시 ‘이별의 재해석’의 일부다. 날아오른 연이 떨어지고, 설탕이 녹듯이 사랑도 파국을 향해 간다. 진실했다면 됐다고? 시는 이렇게 이어진다. ‘이별한 사람들이 쓴/ 마지막 편지들을 읽는다/ 마지막이므로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진실은 그저 무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양성희 / 중앙일보 칼럼니스트문장으로 읽는 책 천국 시인 유희경 설탕 덩어리들 마지막 편지들

2024-10-30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천국의 정원 걸어볼까, 크로아티아

흡사 초승달 모양의 크로아티아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이 나라 허리를 벨레비트 산맥이 가로지른다. 산맥의 남쪽,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 그 주변 크고 작은 섬들이 모두 달마시안 지방에 속한다. 달마시안이라니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다. 만화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등장하는 귀여운 강아지들이 떠오른다. 하얀 몸에 까만 점들이 박힌 달마시안의 고향이 바로 이 달마시안 지방이다. 처음 두브로브니크 선원들은 이 점박이 강아지들을 '두브로브니크의 사냥개'라 불렀다고 한다. 이후 지명을 따서 달마시안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달마시안보다 훨씬 더 유명한 두브로브니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다. 해안선이 그려내는 절경과 시간이 멈춘듯한 중세의 유적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1979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특히 깎아지른 절벽 아래 두텁게 지어진 중세의 성벽은 반드시 걸어봐야 하는 명소다. 성인 걸음으로 한두 시간 정도면 구도심 성벽을 완주할 수 있다. 성벽 밖으로 아드리아해의 쪽빛 바다와 그 위를 유영하는 하얀 요트, 주황 지붕들이 펼쳐져 왜 이곳이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 일컬어지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성곽을 한 바퀴 걷고 난 뒤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에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탁 트인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그림엽서가 된다. 이윽고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으로 숨어들면서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워 모두들 입을 벌린 채 그대로 서 있다. 천국을 경험하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에 가라고 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버나드 쇼의 말이 백 번 천 번 옳다.   두브로브니크가 천국이라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천국의 산책로다. 3개의 산속에서 흘러나오는 9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를 따라 미세한 안개비가 흩뿌려지다가 햇볕에 반사돼 무지개를 피워낸다. 16개나 되는 호수는 무척 맑아 호수에 비치는 풍경이 다시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내고 그 위를 송어떼가 유유히 헤엄치니 이 세상에 더 이상의 풍경이 있을까 싶다. 작은 폭포들은 호수와 호수를 연결하고 이 폭포들을 따라 이어진 통나무 길도 운치를 더한다. 통나무를 잘라 이어 만든 길은 폭포 속을 지나기도 하고, 때로는 물과 거의 맞닿아 있어 마치 호수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플리트비체는 불과 40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가 터키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경분쟁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돼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관광지로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896년이고 이후 1949년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공원을 속속들이 구경하려면 사흘 정도가 소요되지만, 일반적인 관광코스로 한 바퀴 도는 데는 4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수려한 원시림 속 요정의 속삭임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크로아티아 천국 크로아티아 최초 두브로브니크 선원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2024-05-30

[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사기 천국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은 인공지능을 통해 화면 속 인물이 다른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로 변조되는 기술이다. 사기꾼들이 이 기술로 홍콩 소재 다국적기업의 CFO인 것처럼 조작했다. 그리고 기업의 회계직원에게 2천 6백만불을 자신들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을 시킨다. 홍콩 경찰들이 지금 수사 중이다. 범인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있었다. 20층이 넘는 새 건물이었다. 건물의 5개 층에 오피스텔을 짓는단다. 엘리베이터에는 공사를 위해서 패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분양사무실에 갔더니 멋진 설계도면과 사진들을 보여준다. 완성되었을 때 모습이란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에 텔레비전까지 무료로 설치해 준단다. 전자제품들은 모두 대기업 제품들이다. 당장 살고 싶어질 정도로 멋졌다. 주인이 살지 않아도 된단다. 이미 세입자들도 다 받아놓았단다. 월세 받을 준비만 하란다. 구입하려면 계약금부터 내란다. 그리고 잔금을 나누어서 내면 구분등기가 되는 새 오피스텔의 소유자가 된다고 한다. 대표는 50대 정도 된 남자였다. 대표실에는 커다란 인조나무와 잔디가 깔려 있었다. 의자와 책상, 손님접대용 테이블은 외국에서 들여온 커다란 원목들이었다. 훌륭해 보였다. 대표실을 꾸밀 돈으로 오피스텔 한층 정도는 충분히 지을 수 있어 보였다. 돈이 없어 계약은 못했다. 서울전화번호도 없어서 부모님 전화번호를 주고 다음날 시카고로 돌아왔다. 부모님은 그 후로 세달 이상 그들의 전화에 시달리셨단다. 계약금을 입금하라는 전화였다. 얼마 전 서울에 갔다. 그 건물은 텅텅 비어 있었다. 아찔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결혼할 사람에게 51조 현금이 든 통장을 보여준 사기꾼도 있었다. 서른살도 안된 여자였다. 자신이 남자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며, 성별까지 속였다. 결혼한 경험이 있는 여자에게 접근해 약혼까지 한다. 성관계도 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임신했다고 믿게 만든다. 상대방은 전직 펜싱 국가대표선수로 유명인이었다. 이 유명인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속여 30억이 넘는 돈을 투자명목으로 가로챘다.     이런 사기꾼들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처벌이 가볍다는 것이다. 사기꾼들은 사람들의 본능과 믿음을 이용한다. 그래서 누구라도 속을 수 있다. 어떤 로펌도 사기를 당해 20만불 넘는 돈을 사기꾼들에게 송금했다. 보이스 피싱은 이제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왔다. 요즘은 온라인 마케팅 사업이라고 속인다.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가입자들을 모은다. 수수료를 가입자들의 계좌에 입금해준다. 하지만 이 계좌는 진짜 계좌가 아니다. 이 계좌에서 돈을 찾으려면, 거래 내약이 있어야 한다며 송금을 요구한다. 한번 송금하고 나면 본전이라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돈은 더 들어간다.   주식이나 투자를 도와준다고 속이는 일도 많다. 먼저 믿을 만한 사람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믿음을 이용해 우리 마음속의 본능을 자극해 돈을 가져간다. 전화기에 앱을 까는 순간 끝이다. 경찰서나 법원에 전화해도, 은행이나 금융감독원에 전화해도, 모조리 그들이 미리 지정해둔 그들의 전화기로 연결이 된다. 믿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들은 나의 돈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까지 가져간다. 이것이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자살하는 이유다. 사기꾼도 밉지만, 그들에게 속은 내가 더 미워지는 것이다. 사기를 피할 방법은 잔인하다. 지극히 이기적이어야만 한다. 아무도, 아니 나 자신까지도 믿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사기꾼들은 이미 그 이상으로 진화되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사기 천국 사기 천국 부모님 전화번호 진짜 계좌

2024-02-08

[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남태평양'이라 쓰고 '천국'이라 읽다

누구에게나 천국같은 순간을 선사하는 곳이 있다.   남태평양은 지구상에서 가장 천국 같은 순간을 선사하는 여행지다. 크고 작은 섬들이 수없이 흩어져 있는데 이웃한 피지와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를 한 번에 돌아보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장 유리하다.   제일 먼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통하는 행복의 섬, 피지로 향한다. 피지의 원주민들은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잠깐 스칠 때도 다정스레 "불라(안녕)"라고 속삭인다.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인사말이다.   총 333개의 부속 섬이 푸른 바다에 보석처럼 박혀 있는 피지는 큰 섬을 제외하고는 섬 하나에 하나의 리조트만 조성되어 있다. 적도에 가까워 프라이빗한 바다에서 연중 수영, 범선 크루즈, 스노클링, 씨 카약 등이 가능하다.   또한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이기에 제일 먼저 뜨는 해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열대과일의 당도도 단연 최고! 피지에서 먹었던 파인애플과 파파야의 달콤한 맛은 비교 불가한 천상의 맛이다.   다음 목적지는 SF 영화급 절경을 품은 뉴질랜드! 북섬의 대표 명소는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 전 세계 10대 온천으로 통하는 폴리네시안 온천, 뉴질랜드 전통 양농장인 아그로돔, 마오리족 민속쇼,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알려진 레드우드 수목원 등이다. 눈 깜짝할 새 양 한 마리의 털을 깎는 양털 깎기 쇼도 재미있고 귀한 마누카 꿀을 맛보는 것도 뉴질랜드가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뉴질랜드 여행에서는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유명한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에 이르러 감탄하는 이가 더 많다. 카메라에 담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밀포드 사운드를 여행하는 최고의 방법은 크루즈!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항해하며 웅장한 산과 기암절벽, 또 빙하 녹은 물이 흘러 만들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들을 보여준다. 돌고래 가족, 물범, 가마우지 등도 등장하며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그 외 이 나라 최고봉인 마운틴쿡, 신비로운 밀키 블루 빛 데카포 호수와 호숫가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 번지점프가 시작된 고장으로 유명한 퀸스타운 등도 결코 빼놓을 수없다.     마지막으로 찾을 곳은 호주의 시드니다. '리틀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조가비 모양의 하얀 지붕이 푸른 바다와 한 몸을 이루는 오페라하우스, 싱글 아치다리 중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하버 브리지, 시드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본다이 비치 등 천국의 아름다운 색채들로 여정을 채색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올가을 지구 남반구에 위치해 계절이 우리와 정반대인 남태평양으로 떠난다면 봄으로의 시간 여행마저 가능하다. 천국과도 같은 곳에서 힐링과 필링을 경험하고 싶다면 남태평양이 정답이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남태평양 천국 뉴질랜드 여행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밀포드 사운드

2023-07-27

[열린광장] ‘강·절도범의 천국’을 원하는가

#. 최근 풀러턴에 거주하는 70대 한인이 대낮에 자기 집에 들이닥친 강도 3명을 물리친 사건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귀신 잡는 해병’ 출신이다,     남가주 곳곳에서 강·절도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범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 듯하다. 지난해 연말에는 대형 쇼핑몰 떼강도 사건이 빈발해 주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주택가 강·절도 사건도 이어졌다.  할리우드 힐스의 한 주택에는 4인조 복면 강도단이 침입 100만 달러 상당의 금품을 털어갔다. 또 지난 4월에는 100여 명이 한 주유소 매장에 침입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일도 있었다.     #. 유명 의류업체인 룰루레몬(lulu lemon)은 최근 매장에서 절도범을 잡으려 했다는 이유로 직원 2명을 해고했다. 이 업체의 CEO(최고경영자)인 캘빈 맥도널드는 “직원과 고객의 더 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폭스뉴스 등 보수 언론은 “도둑을 초청하는 짓”이라며 룰루레몬 측의 조치를 비판했다.     최근 가주 상원은 업소에 강·절도가 침입했을 때 직원들이 범행을 제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Senate Bill 553)을 통과시켰다. 만약 이 법이 시행된다면 앞에 언급된 3명의 강도를 물리친 한인을 도왔던 정원사는 처벌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경찰력이 많이 약해졌다. 이로 인해 증가하는 범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인력 부족으로 출동이 늦고 범인 체포도 오래 걸린다. 검찰 쪽은 어떤가? 범죄에 너무 유연한(Soft on crime)대응을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LA카운티 검사장은 떼강도 범인들을 풀어주면서 ‘소프트’가 아니고, ‘스마트(Smart on crime)’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인가? 궤변인가?   # 미국사회는 공정한 법치, 강력한 치안유지, 범죄에 대처하는 강한 공권력을 자랑해 왔다. 또 불의에 대항해 용감한 시민정신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언론은 그런 용감한 시민을 칭송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나간 것인가? 강·절도들이 밤낮없이 활개 치고, 그래서 선량한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강·절도범 천국’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L.A카운티는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 시티(Gotham City)’가 되고 있는가?   #. 정치인들은 ‘강·절도 초청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SB 553’ 같은 법 제정 대신 근본적인 범죄예방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SB 553’은 범죄나 불의에 대항하는 용기, 약한 자를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시민 정신을 죽게 하고, 비겁한 시민만 만들어 낼 것이다. ‘공권력 무력화’ 정책은 시급히 철회되어야 한다. 강력한 법치, 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권력 강화를 위한 인력, 예산 확대 등 과감한 혁신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김택규 / 서부해병대사관 전우회 고문열린광장 절도범 천국 절도범 천국 떼강도 범인들 치안유지 범죄

2023-06-19

[수필] 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 작가가 살았을 때 고 김수환 추기경이 그에게 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이 어딘지 아세요?” 잘 모르겠다고 하니 “머리에서 출발해서 가슴까지 오는 여행이지요.” 최 작가는 그 말뜻을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의 에세이 모음 책인 ‘천국에서 온 편지’에서 “어머니의 편지가 내 마음의 우체통에 도착하는데 꼬박 3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라고 고백했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했던 작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 중 한 분이 최인호 작가일 것이다. 고등학생 때 그의 소설이 신춘문예에 입상했다. 일간지에 연재된 ‘별들의 고향’의 엄청난 인기로 여기저기서 ‘경아’라 불리는 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어  ‘상도’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 시나리오 작품들이 계속 흥행에 성공해 큰 명성을 누렸다. 그러다가 2008년, 63세의 나이에  침샘암 진단을 받았다. 다음 해 35년간 연재하던 ‘샘터’ 잡지의 ‘가족’을 비롯해 모든 집필을 중단했다. 그가 세상 떠나기 3년 전인 2010년에 출간된 ‘천국에서 온 편지’에서 그의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 그리고 속죄와 그리움으로 오열하는 최 작가의 모습을 330여 페이지 내내 볼 수 있었다. 필자도 어머니를 회상하면서 잊고 있었던 어머니의 희생적 사랑을 깨닫게 되면서 속죄하는 마음에 크게 공감을 했다.     최 작가의 부친은 변호사였는데 1955년 48세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남편보다 한 살 어렸던 그의 어머니는 47세에 홀로되어 9남매를 키웠다. 딸을 두 번  낳고, 또 쌍둥이 딸을 두 번이나 낳아 딸만 6명이 되었는데 그중 세 딸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남아선호가 심했기에 어머니는 시댁에 죄인처럼 사셔야 했다. 필자의 어머니도 딸만 셋을 낳았을 때 가까운 친척이 아버지에게 첩을 얻어 아들을 낳아 대를 이으라고 말했다고 하니 어머니들이 받은 수모와 심적 압박감은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 작가의 어머니는 7번째로 장남인 형을 낳고 필자의 어머니는 4번째 형을 낳게 되어 두 어머니는 비로소 한숨을 돌린 셈이다.   최 작가는 8번째로 태어나기 전 그의 어머니는 임신 중독증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38선이 생겨나 이북에 있던 그의 가족들은 사업차 남한으로 간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남하하려는 남동생을 따라 그의 어머니가 만삭의 몸으로 무작정 따라나섰다. 배가 너무 불러 지게를 거꾸로 타고 넘어왔다고 한다. 그때 어머니가 만삭의 몸으로 월남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북에서 태어나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랫말을 짓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회상했다. 1945년 10월 출생 시 머리가 아주 커서 어머니가 출산에 무척 고생했다는데 그의 별명이 ‘남북대가리’였고 ‘대갈장군’이었다. 성인이 되면서 머리 크기가 다른 신체와 균형을 잡아갔다.   최 작가가 10살쯤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기에 어머니가 혼자 가장 노릇을 하며 6남매를 먹이고 학교 교육을 시켜야 했다. 방 하나에서 모든  식구가 살고 남은 방 2개를 하숙이나 세를 주고 먹고 살아야 했다. 많은 식솔을 부양하러 어머니가 지독한 절약 생활을 할 때 최 작가는 불평하면서 학교 핑계로 어머니를 속이고 돈을 더 타냈다고 속죄한다.     필자의 어머니는 청각 장애가 있던 아버지와 결혼해 8남매를 낳았다. 막내는 태어나자마자 숨져 7남매를 키우셨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은행 부도를 내서 집에는 세간마다 빨간 딱지가 붙었다.  고등학생인 넷째 누나는 큰누나네로, 중학생인 나는 둘째 누나네로 가서 몇 년을 얹혀살아야 했다. 집안 살림만 하셨던 어머니가 생활 전선에 나서야 했고 시장 노점에서 꽃을 팔아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어렵게 번 돈으로 내 대학 입학금을 마련해 주셨는데 어머니의 고생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리다.   최 작가는 어머니가 다리를 못 쓰고, 당뇨병 합병증으로 눈도 잘 못 보셔서  휠체어에 태워 모시고 민속촌을 구경하면서 울고 또 울었다고 했다.  손을 보니 쉴 새 없이 일해서 두터운 손의 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고했기에 자기는 엄청난 죄인이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아들 된 도리로 일주일에 한 번 아이들을 데리고 어머니를 찾아갈 때마다 “나는 정말 어머니 모습을 보는 것이 끔찍하게 싫고 고통스러웠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기 싫은 숙제를 하듯 비틀어진 다리를 십 분 정도 주무르고 "오마니, 갑니다. 안녕히 계시라우요"하며 도망치듯 빠져나오는 것이 고작이었다.”     최 작가는 그의 어머니가 늘 쥐색 두루마기를 입고 멋과는 상관없는 구식할머니였는데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머리를 빗고 립스틱 바르고 동그랗게 눈을 뜨고 미소 짓는 게 낯설게 보여 그냥 찍으라고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타박했던 사진이 영정사진이 되어 영안실에서 여주인공처럼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울고 또 울었다고 한다. “비록 평생을 낡아빠진 남루한 옷처럼 살아온 인생이지만 여성이기를 포기하지 않으시려는 어머니의 안간힘을 무시하고 이를 박탈하려고 애썼던 내 태도가 실은 잔인한 고문이며 간접적인 살인행위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어머니들은 늘 맛있는 것이나 좋은 옷을 싫어하는 줄 알았지만 그것들이 자식들을 위한 배려였던 것을 어머니 나이가 되고 보니 비로소 그 깊은 뜻을 알게 되었다.       최 작가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천주교에 입교하시게 된 계기로 온 가족이 천주교를 믿게 된다, 어머니 장례식에서 최 작가는 자기가 쓰던 천주교 묵주를 어머니께 드리고 대신 어머니 묵주를 유품으로 받았다.  최 작가는 외출할 때마다 오른쪽 주머니에 어머니의 묵주를 넣고 만지면서 언제나 어머니 손과 마주 잡고 있는 것 같았다고 한다.  “어머니 손은 농부의 손이었고 광부의 손이었고 거인의 손이었다” 라고 고백한다. 이제는 최 작가와 부모님 모두 천국에 계시므로 더는 천국에서 편지를 주고받을 일은 없고 함께 손을 잡고 낙원을 걷고 있을 것이다. 윤덕환 / 수필가수필 천국 편지 어머니 모습 그때 어머니 시절 아버지

2023-03-23

어라, 천국이 바다로 흘러내렸나?

천국, 살아서는 가본 사람이 없는 땅. 저마다의 천국은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지만 누구에게나 천국 같은 순간을 선사하는 곳이 있다. 누군가, 죽기 전에 단 한 번의 여행이 허락된다면 가겠노라 단언한 남태평양 얘기다.   남태평양 하면 타히티나 보라보라 등도 유명하지만, 한 나라만 보고 돌아오기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만큼 이웃한 피지,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를 한 번에 여행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훨씬 이득이다.   살아서 천국을 누려보는 것은 좋은데 항공편부터 호텔, 식사, 이동편 등을 하나하나 비교하고 꼼꼼히 챙기기란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그럴 땐 믿을만한 여행사의 패키지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한인 최장수 여행사인 'US아주투어'는 피지, 뉴질랜드, 호주를 한 번에 돌아보는 남태평양 패키지 상품을 갖추고 있다.   일정을 살펴보면 제일 먼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통하는 피지로 향한다. 총 333개의 부속 섬이 푸른 바다에 보석처럼 박힌 피지는 큰 섬을 제외하고는 섬 하나에 하나의 리조트만 조성되어 있다. 프라이빗 바다에서 즐기는 스노클링, 씨 카약부터 정글 분위기가 물씬 나는 정원, 까만 밤 별 헤는 낭만, 날짜 변경선이 지나는 곳이기에 제일 먼저 뜨는 해를 감상하는 즐거움, 티부아 아일랜드로 향하는 범선 크루즈까지… 피지는 살아서 여행하는 천국 그 자체다.   다음 목적지는 SF 영화급 절경을 품은 뉴질랜드다. 북섬을 대표하는 명소로는 로토루아가 있다. 전 세계 10대 온천으로 통하는 폴리네시안 온천부터 뉴질랜드 전통 양농장인 아그로돔에서의 양몰이쇼와 양털깎기 쇼, 알파카 목장, 마오리 원주민 민속촌 등 볼거리가 풍부하며 근처에는 와이토모 반딧불 동굴과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알려진 레드우드 수목원 등도 자리해 특별함을 더한다.     그러나 뉴질랜드 여행에서는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통하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에 이르러 감탄하는 이가 더 많다. 카메라에 담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밀포드 사운드를 여행하는 최고의 방법은 크루즈! 잔잔한 바다를 미끄러지듯 항해하며 웅장한 산과 기암절벽, 또 빙하 녹은 물이 흘러 만들어지는 크고 작은 폭포들을 보여준다. 돌고래 가족, 물범, 가마우지 등도 등장하며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그 외 이 나라 최고봉인 마운틴쿡, 신비로운 밀키 블루 빛 데카포 호수와 호숫가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 번지점프가 시작된 고장으로 유명한 퀸스타운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찾을 곳은 호주의 시드니다. '리틀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조가비 모양의 하얀 지붕이 푸른 바다와 한 몸을 이루는 오페라하우스, 싱글 아치다리 중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하버 브리지, 시드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본다이 비치 등 천국의 아름다운 색채들로 여정을 채색하게 된다.   한편, 미주 한인 커뮤니티 최대 온라인 쇼핑몰 핫딜은 US아주투어의 '피지/뉴질랜드/호주' 12박 13일 여행 패키지를 특가 세일로 온라인 독점 판매한다. 전 일정 초특급 호텔에 숙박하며 귀국 시 한국 경유도 가능하다. 핫딜의 이번 중앙일보 특가 패키지 출발일은 2월 8일과 3월 6일이다. 2월 투어에는 US아주투어 박평식 대표가 직접 가이드를 자청, 한인 여행객들에게 남태평양의 아름다움을 알려준다.     가격은 999달러 내린 1인 $3999+항공 요금으로 판매한다. 남태평양 여행 패키지 구매를 원하는 한인은 핫딜 남태평양 여행 패키지 판매 페이지에서 100달러의 디파짓 금액을 결제하면 US아주투어로부터 자세한 여행 일정 소개 및 상담에 대한 전화를 받게 된다. 여행 경비는 추후에 결제할 수 있다.     상담이나 문의는 핫딜이나 US아주투어(213-388-4000)로 전화하면 된다.     ▶문의: (213)368-2611   ▶[남태평양] 피지/호주/ 뉴질랜드 13일 예약 바로가기핫딜 천국 남태평양

2023-01-01

갱스터스 파라다이스, 천국으로…래퍼 쿨리오 LA에서 사망

'갱스터스 파라다이스'로 1990년대 힙합계를 호령한 래퍼 쿨리오(사진)가 28일 별세했다. 59세.   AP통신은 매니저를 인용해 그가 LA에 있는 친구 집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본명이 아티스 리언 아이비 주니어인 그는 1963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다. 쿨리오는 1994년 토미 보이 레코드사에서 첫 앨범을 출시했다. 이 음반에 수록된 '환상적 여정'이 빌보드차트 3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15살 때 힙합을 접했고 18살 때는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지만, 생업을 위해 대학에 진학하고 자원봉사 소방수나 공항 경비원 등으로 일해야 했다"고 말했다.   1995년 미셸 파이퍼가 주연한 영화 '위험한 아이들'의 삽입곡인 갱스터스 파라다이스를 불러 그래미상을 받으며 일약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갱스터스 파라다이스는 흑인 빈민가의 절망적인 삶을 다루면서도 상투적인 욕설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서사적 가사로 유명하다.   또 쿨리오는 1990년대 동서부 힙합 라이벌 분쟁에서 어느 한쪽에 얽히지 않는 처신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작가 조세파 살리나스와 잠시 혼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4명의 자녀를 낳았다.  파라다이스 갱스 파라다이스 천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동서부 힙합

2022-09-29

[이 아침에] 지옥에서 천국으로

“저희 엊그제 지옥에서 천국으로 이사 왔어요.”   한동안 뜸했던 김 교수님에게서 온 소식이다. 교수님은 커뮤니케이션 분야 은퇴 교수로 파킨슨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여러 해 동안  간호했다.     그러다 본인이 뇌졸중으로 1년 반 전 아들이 사는 근처 시애틀 요양원으로 갑작스레 들어갔다.     5명의 환자가 멤버인 개인 요양원으로 옮겼는데, 그곳의 삶에 채 적응도 하기 전  바로 건너편 방에 거주하던 NASA 엔지니어 출신 분이 들것에 실려 나가 영 돌아오지 않는 일을 목격했다고 한다.     5명 중 한 명이 숨졌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다음 날도 나머지 4명의 방으로 환자가 먹는지 마는지, 로봇처럼 세끼 밥그릇을 들여놓고 들고 나가는 로봇 하우스 같은 요양원. ‘지옥’ 과 다를 바 없다고 괴로워 하시던   그 열악한 요양원에서  얼마나 더 계셔야 하나,  멀리서 답답해하던 중 날아온 반가운 소식이다.     교수님이 그 ‘지옥’  같았던 요양원에서 이제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젊은 날의 꿈이었던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불편한 손으로 수많은 수채화를 그려내시며 삶의 끈을 놓지 않으셨다. 지난여름에는 그분의  주옥같은 그림을 아끼던  미술 교수들의 주선으로, 은퇴 전 가르치셨던  마운트 버넌 나자린 대학교(Mount Vernon Nazarene University)와 고향 제주도 용담문화센터에서, ‘마지막 불꽃’ 이란  주제로 전시회도 가졌었다.   그분이 드디어 ‘천국’으로 이사하셨다는 소식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생활을 도와주는 시설인 노세이븐 어시스트 리빙으로 들어가신 것.     40여 명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3층 방 창문 밖으로  자동차들과 사람들이 왕래하는 것을 내다 볼 수 있고  밤에는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수 있다고 감격해 하신다.     그곳에서 일하는 아프리카에서 온 나자렛과 인도에서 온 파마인더, 엘살바도르에서  온 제니퍼 등 천사같은 3명의 도우미들의 초상화와 함께 교수님의  미술 클래스가  스케줄에 들어간 팸플릿도 보내주셨다.     체크무늬 반소매 셔츠차림으로 회원들에게 그림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의 모습에서 그분의 열정적인 옛 모습이  확연하다.   언젠가는 우리가 모두 다 가야 할 길. 인생의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더는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없는 때가 올 것이고, 그때 더러는 노인단지를 거쳐 양로원의 삶을, 혹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요양원에서 서글픈 끝을 맺을 것이다.     교수님은 졸지에 요양원을 미리 경험하시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시설로 다시 되돌아오신 것.     지옥같은 삶을 경험하셨기 때문에 노세이븐 시설이 천국처럼 감격스러운 교수님. ‘천국’에 입성하신 것을 교수님과 함께 기뻐하며 ‘천국’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음미해 본다. 김찬옥 / 수필가이 아침에 지옥 천국 미술 교수들 개인 요양원 nazarene university

2022-07-25

재밌는 지옥과 심심한 천국 사이

최근 필자는 한국을 3주간 다녀왔다.   한국 여행의 후유증인지 내가 살던 미국이 낯설게 느껴진다. 시차 적응하랴 현실 적응하랴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세월을 뒤돌아보면 미국에서 뼈를 묻으리라 결심하고 이민을 왔다. 그래서 더욱 이민생활에 정착하고자 하여 한국 드라마, 영화, 가요 등도 일부러 접하지 않았다. 그만큼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이제 애들이 커가며 대학에 들어가니 혼란스럽다.   ‘나는 왜 미국에 있는 것일까’ ‘더 잘 살기 위해서인가’ ‘애들 교육을 위해서인가’ ‘나의 자아실현을 위해서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나름 미국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소소하게 이루고 나니 이제 미국 생활만이 길인가를 재고하게 된다.     한국에 나갈 때마다 이제는 한국이 더 잘 산다는 느낌이 든다. 집값도 한국이 더 높다. 거리에는 처음 보는 외제 차도 많다. 사람들의 옷차림이며 깨끗한 거리에서 최신 IT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누리며 사는 한국 국민이 너무 세련되어 보인다. 한국이 더 외국 같은 느낌이다.     미국에 살다 보면 땅덩이는 넓지만 사는 반경은 제한적이다. 한인과 주로 교제하고 한인교회에 다니며 한인 마켓에만 다니게 된다. 생활 반경이 영화 트루먼 쇼에 나오는 영화 세트처럼 뱅뱅 도는 느낌이다.     한국은 곳곳이 다 볼거리다. 감성 넘치는 힙한 카페들도 넘쳐난다. 문화 전시회, 미술관, 축제, 동네 행사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다. 게다가 마음껏 한국말을 쓸 수 있다는 점은 미국에서 언어로 인한 긴장감에서 해방될 수 있어 좋다.   다만, 한국에 3주째 있다 보니 사람들과 빽빽한 높은 건물로 서울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때마침 찾아온 장마도 하루 이틀 접하고 나니 이제는 남가주의 청명한 날씨가 그립다.   심화한 양극화도 문제다. 돈이 없으면 사람 취급을 못 받는 분위기다. 운전할 때 차선 변경 시 잘 끼워주지도 않는다. 어느새 같이 한국식으로 운전하게 되는 나를 보게 된다.   아파트에 몇 주 머무르다 보니 층간 소음이 뭔지 체감도 해봤다. 운전하다 보면 과속 카메라는 왜 이리 많은지 캘리포니아의 프리웨이가 그립다. 결국, 처음에는 좋았는데 몇 주 있어 보니 미국에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다시 한국이 그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제 한국 사람들은 잘살기 위해 미국에 오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교육도 입시학원에서 스펙을 쌓게 한 뒤 미국 대학에 곧바로 유학을 보낸다. 미국이 한국보다 월등히 잘 사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스타일로 살고 싶은가를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물리적인 국적보다는 나의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어느 환경에 맞는가로 사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다.   필자의 경우 이민 중 얻은 최고의 혜택은 미국에서 신앙이 자란 점이다. 한국에서 있었다면 음주와 사람을 좋아하던 내가 자기 성찰과 함께 하나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까 싶다.     ‘주님, 지금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다. 기존에 한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이 타지에 어쩔 수 없이 정착할 숙명이었다면 이제는 노마드 적인 디아스포라의 의미도 고민해 봐야 한다.   jay@jnbfoodconsulting.com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지옥 천국 한국 드라마 한국 여행 한국 국민

2022-07-18

[열린 광장] 뒷모습에 담긴 세월의 흔적

‘여보 사랑해요’ ‘아버지 천국에서 만나요’ ‘천국에서 안식하소서’ 얼마 전 참석했던 장례식장은 고인을 추모하는 글귀가 담긴 꽃들로 가득했다. 그 꽃들 사이에 온화한 표정의 한 남자가 누워 있었다. 동료 목사의 아버지였다.   아버지를 잃은 동료 목사를 위로하기 위해 조문객으로 참석한 장례식이 영 어색했다. 목사이기에 조문객으로 장례식장을 찾기보다는 집례나 다른 순서를 맡을 때가 많았다.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예배를 인도하기에 장례식 내내 긴장하며 서 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조문객으로 참석한 장례식의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두리번대던 눈길이 장례식장 전면에 붙어 있는 큼지막한 TV에 멈춰 섰다. 찬송가 악보도 보여주고, 고인이 살아계실 때의 행적이 담긴 슬라이드 쇼도 나오는 TV였다.  TV 화면은 집례자와 함께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맨 앞줄에 앉은 유가족이 울음을 애써 참느라 들썩대는 어깨의 흔들림이 TV 화면을 통해 나오고 있었다.     유가족들 바로 뒷줄에 앉아 있는 조문객들의 뒷모습도 TV로 보였다. 그중에 한 중년 사내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흰머리가 듬성듬성 섞인 사내의 뒤통수가 이리저리로 움직였다. 그것도 내가 고개를 돌리는 대로 따라다녔다. ‘설마 저게 나겠어?’ 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데, 그 사내의 머리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가 움직이는 대로 까딱거렸다.     내 뒤통수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인지 TV 화면에 비친 내 뒤통수가 낯설기만 했다. 저게 남들이 보는 내 뒷모습일 텐데 나만 못 보고 살아왔다는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TV 화면으로 보이는 흰머리가 듬성듬성 섞인 내 뒤통수에는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가만 보니 내 머리만 하얀 것이 아니었다. 내 앞에 앉은 이의 머리도 하얗고, 그 옆에 있는 이의 머리는 가운데가 횅했다. 앞모습만 바라보느라 놓쳐버린 세월의 흔적이 오랜만에 만나는 뒷모습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담긴 것은 뒷모습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걸어왔던 길에도 그 흔적이 쌓여 있을 것이다. TV 화면을 통해 비치는 뒷모습을 보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인생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날 사랑하는 가족들의 품을 떠나는 동료 목사의 아버지도 결국은 뒷모습만을 남기고 갔다. 아내에게는 자상한 남편이요, 아들들에게는 하늘 같은 아버지였다. 손주들에게는 한없이 따듯한 할아버지였고, 아름다운 믿음의 본을 보인 신앙인이었다. 그가 남긴 뒷모습이 멋지고, 그가 걸어왔던 길이 아름다웠던 만큼 떠나보내는 이의 마음이 더 아쉬웠을 것이다.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 남을 뿐이다. 그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내 뒤통수를 보면서 이제는 뒷모습을 잘 관리할 때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길을 걸어갈 때도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야 할 때다. 내가 밟고 지나온 길이 누군가에게는 따라가야 할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TV 화면에 비친 한 중년 사내의 뒤통수는 세월의 흔적을 잘 쌓으며 살라고 하면서 오늘도 하얗게 변해간다.   이창민 / 목사·LA연합감리교회열린 광장 뒷모습 세월 장례식장 전면 그날 장례식장 아버지 천국

2022-04-13

[열린 광장] 우리 마음속의 천국

모든 사람들이 추구하며 바라는 소원은 행복한 삶이다. 특히 인생의 마무리 단계 연령인 사람은 자신의 인생이 성공적인 삶이었기를 바랄 것이다.     그런데 성공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주관적 성공과 남이 인정해 주는 객관적 성공이 있다. 후자인 객관적 성공을 생각해 보자.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니어 타운이다. 평균연령이 80세에 가까운 은퇴자들이 모여 산다. 이곳 마을 주민들은 오래 인생을 살다 보니 통상 생각하는 물질적 부나 사회적 지위가 성공의 척도가 아니라 주변 이웃이 인정해 주는 성공이 참된 성공임을 깨닫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곳을 천당 바로 아래 ‘999당’이라고 한다. 주변 환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도 마음이 괴롭다면 지옥이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마음이 천국인 사람이 인생에 성공한 사람이다.   주위 환경을 단시간에 아름다운 곳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정신적인 환경은  작정만 하면 당장이라도 바꿀 수가 있다. 자신이 사는 곳을 천국으로 만들지, 지옥으로 만들지는 전적으로 마음의 태도에 달렸다.     타고난 성격이나 이미 형성된 기질을 노년에 완전히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마음을 조절하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할 수 있다.   사사건건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성격의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의 주변은 항상 삭막한 지옥이다. 매사를 흑과 백으로 구분하고 옳고 그름으로 따져 자신의 맞다는 것은 증명한다고 해서 행복은 얻어지지 않는다. 설혹 내가 옳았고 상대에게 허물이 있더라도 덮어주고 가려주려는 너그러운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너무 따져서 자신을 주위 사람들이 싫어하고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다면 이미 실패한 인생으로 판정될 수가 있다.   지나치게 깨끗하고 완벽한 무균 상태의 물에서는 물고기가 살 수 없고 어느 정도 흐린 물에서라야 생존할 수 있다.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다. 허물이 있으면 들추어 내려는 것이 아니라 흠이나 실수가 많고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서로가 가려주고 덮어 주는 곳이 돼야 한다.     삶의 마무리를 성공적으로 하고 싶다면 그동안 만들어 왔던 이웃간의 다툼과 갈등의 매듭을 풀고 가야 한다. 그동안 쌓였던 매듭을 풀고 남은 생애 더 이상의 매듭을 만들지 않는 삶이 성공한 인생이다.     현실적으로는 미운 사람을 용서하거나 매듭을 풀기로 마음을 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등졌던 방향으로 돌아서는 것은 마음먹기에 따라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묵은 해를 보내면서 이웃간 갈등의 매듭을 풀기 위해 노력한다면 성공적 삶의 출발이 될 것이다. 용서는 상대를 위하기보다 내 자신에게 더 큰 이득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홍식 / 은퇴 의사열린 광장 마음속 천국 우리 마음속 주관적 성공 객관적 성공

2021-12-09

[살며 생각하며] 산인가 사막인가

 2007년, 남편의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 집회에 동행했다. 남편은 부흥회, 나는 가정세미나 인도 후, ‘귀빈’을 위해 마련된 특별 보양식이 나왔다. 특별히 얼려놓았던 ‘그’ 고기였다. 앗, 남편도 나도, 그거 못 먹는다. 그래서 교회 분들만, 미안해하시면서도 신나게 드시던 기억. 이민 초창기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 마을마다 들어가 찍은 사진을 포토샵을 통해 피부색을 보기 좋게 현상해서 갖다 주어 많은 돈을 벌었다는 그곳 교포들은 당시는 물 사업 등을 하고 계셨다.     집회 후 찾아간 마을에서는, 준비해 간 진통제와 비타민을 단 몇 알이라도 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끝이 없었다. 미국에서 먹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약들이 생각나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초대받아 간 추장님 댁, 화려한 채색의 천을 휘감은 추장님이 휴대폰을 턱 꺼내더니 아들에게 전화한다. 코카콜라 사 오라고. ‘추장’에 대한 나의 환상이 확 깨지던 순간이었다. 그 추장님 머리에 손을 얹고 ‘주님을 알게 해달라고’ 안수기도를 하던 용감한 남편도, 한 명 한 명 바다에서 침례를 받을 때마다 북을 치며 찬양하던 해변 세례식의 감동도 잊을 수 없다.     일정을 끝내고, 화폐 가치 차이로 국경에서 돈을 한 가방 주고 비자를 받아 건너간 가나에서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 미용실, 시 23 식당 같은 간판들이 재미있었다. 엘미나 노예 성에서, 그 작은 방들에 백 명이 넘는 노예들을 ‘차곡차곡’ 쌓아놨다가 유럽으로 노예선에 태워 보냈다는 것을 들을 때, 그 와중에도 여자들을 밤마다 올려보내는 데 사용됐다는 총독 방과 연결된 천장의 작은 문을 볼 때, 후손들의 원한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때 하룻밤 묵었던 부수아 비치는 내게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곳은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Shifting Sands)’의 저자인 스티브 도나휴가 사하라 종단 후 도착한 바닷가이기도 했다. 이십 대에 그저 ‘따뜻한 해변을 찾아’ 내려가다 사하라를 종단하게 되었지만, 이후 이혼이라는 사막을 걷게 된 사십 대의 그는 삶을 사막으로 표현한다. 인생이 단기적으로는 산꼭대기를 목표로 올라가는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는 목적지가 불분명한 사막을 걸어가는 것에 더 가깝다는 그의 생각은 살수록 공감이 간다.     남편도 나도 당시 지극히 힘든 사막을 건너는 중이었다. 2005년 진단받고 완치로 믿었던 대장암이 2007년 폐로 전이되어 다시 항암을 시작했을 때였다. 죽더라도 설교하다 강단에서 죽겠다며, 항암 중에도 모든 목회나 집회 일정을 감당하던 그는, 그해 봄예정돼있던 아이보리코스트 일정을 강행했다. 나와 달리 외모를 아주 아주 심하게 신경 쓰던 그의 머리가 뭉텅뭉텅 빠지기 시작한 곳도 이 부수아 비치에서였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한 움큼씩 빠지던 머리카락, 돌아오는 길 경유한 그 화려한 파리는 내겐 통하지도 않는 말로 가발을 구하러 다녀야 했던 어렵고 힘든 사막일 뿐이었다.     토요일, 평생 어려운 일이란 없을 것 같던, 아끼는 예쁜 샘의 아직 너무 젊은 남편 천국 환송 예배에 참석했다. 그녀가 한동안 걸어야 할 그 사막을 걸어본 나의 가슴은 무너졌다. 하지만 사막에도 길과 오아시스는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충분히 건널 수 있는 곳임을 친구가 알게 되기만을 기도한 저녁이었다. 인생이라는 사막을 걸어가는 우리 모두를 위해, 스티브 도나휴의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에 대해 다음 칼럼부터 조금 나눠보려 한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살며 생각하며 사막 아이보리코스트 일정 집회 일정 남편 천국

2021-11-10

워싱턴DC 고양이 천국…집냥이·길냥이 합쳐 20만 마리

워싱턴DC 고양이 천국…집냥이·길냥이 합쳐 20만 마리 환경·동물단체 합동 조사…"절반은 집고양이·나머지가 야생 1천500곳 넘는 곳에 카메라도 설치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사는 고양이가 20만 마리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24일(현지시간) AFP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환경보존 및 동물복지 단체 등이 합동으로 2018년부터 실시한 연구에서 워싱턴 지역에는 20만 마리가량의 고양이가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개체 수 가운데 절반 정도는 실내에서만 지내는 집고양이로 조사됐다. 나머지 절반은 주인이 있지만 외출이 제한적으로 허용된 고양이를 비롯해 길고양이, 야생 고양이 등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연구진은 집고양이와 길고양이, 동물보호소에서 지내는 고양이 개체 수를 확인하기 위해 2천600명 이상의 거주자를 조사하고, 동물 보호소 기록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길고양이를 찾기 위해 특정 경로를 따라 걷기도 했고, 1천500곳이 넘는 곳에 카메라도 설치했다. 연구진은 "이처럼 작은 도시에 수많은 고양이가 살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길고양이가 도시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서로 의견을 달리했던 단체들이 함께 조사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금껏 환경보호 단체는 길고양이에 의한 조류 피해 등을 우려해 온 반면, 동물보호 단체는 길고양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무게를 뒀다고 AFP는 전했다. su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워싱턴 고양이 길고양이 동물보호소 길고양이 야생 고양이 천국

2021-10-24

'토이저러스' 다시 볼 수 있을까?

지난해 9월 파산보호신청(챕터 11) 후 채무조정 실패로 청산 절차에 들어갔던 완구체인, 토이저러스(Toys R Us)의 회생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토이저러스의 채권자로 청산 과정을 진행중인 솔러스 얼터너티브 애셋 매니지먼트와 앤젤로 고든 펀드 측이 지난 1일 파산법원에 브랜드를 되살리겠다는 서류를 접수했기 때문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이들 채권자는 토이저러스의 지적재산권 경매 절차를 취소하는 대신, 자산을 정비해 지금의 라이선스를 유지할 수 있는 업체에 이관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를 법원에 접수했다. 채권자 측은 "토이저러스 자산을 지키고 투자자들을 위해서도 새로운 독립회사가 브랜드를 유지하는 편이 최고의 옵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솔러스와 고든 펀드는 토이저리스 브랜드와 베이비러스 운영권을 확보하고 있으며, 제프리 더 지라피 마스코트의 상표권 처분 권리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펀드가 사업을 재개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인형이나 완구 공급업체인 매텔, 하스브로가 이미 새로운 회사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소비자들도 다른 업체로 발길을 돌린 탓이다. 더구나, 매장과 배송센터들까지 매각한 뒤라 새로운 유통망을 구축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물론, 파산과 청산절차를 통해 채무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빚 없이 새로운 사업을 유지해 수익을 내기는 수월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완구업체인 토이저러스의 경우, 연말 할러데이 시즌에 전체 매출의 34% 이상을 올렸던 만큼 지금은 소생하기에 타이밍이 늦었다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연말 세일 효과가 있더라도 다시 내년 할러데이가 오기 전까지 2019년 3분기 동안을 버틸 수 있느냐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문호 기자 kim.moonho@koreadaily.com

2018-10-03

장난감 고르기 북새통 "추억 사라져 아쉬워요"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산더미 처럼 쌓인 장남감,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남보다 먼저 차지하려는 아이들, 계산대 앞에 길게 늘어선 고객들…. 지난 주말 찾았던 LA동부 치노힐스 지역의 토이저러스 매장의 모습이다. 토이저러스가 폐점세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23일. 폐점세일 현장답게 매장 곳곳에는 '최대 30%까지 세일'을 한다는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었고, 진열대 마다 할인이 적용된 금액을 안내하는 표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세일 첫 주간이라 그런지 대부분 10%할인률이 적용됐고, 파티용품 등 일부 품목만 30% 정도 싼 가격에 구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코너마다 파란색 카트에 크고 작은 장난감을 싣고 다니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한 고객은 "이 장난감은 별로 재미도 없을 것 같은데 꼭 사야겠니?"라고 아이를 달래보기도 하지만 이미 벽에 대고 얘기하는 격이었다. 아직 큰 폭의 할인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마블, 아메리칸 걸 등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제품은 이미 품절 상태다. 자전거와 전동 퀵보드, 유아용 자동차 등도 대부분 판매됐으며 아이와 함께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모노폴리, 스크래블 등의 게임 역시 인기였다. 토이저러스에서만 판매하는 레고 등 독점 상품 코너에는 특히 아이들로 붐볐다. 레고는 5%밖에 할인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이미 절반 이상의 제품이 빠져 나간 상태였다. 매장 계산대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세일 시작 이틀째인데 정말 많은 고객이 매장을 찾고 있다"면서 "폐점세일이기 때문에 반품이나 교환은 당연히 되지 않고, 기프트카드는 다음 달 15일까지만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토이저러스와 함께 폐점세일에 들어간 베이비저러스의 매장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토이저러스와 동일하게 최대 30%까지 할인이 진행됐으며 아기 침구나 카시트, 유모차 등은 10%, 의류는 대부분 20%까지 할인된 금액에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세일 2주째 되는 주간부터 50% 이상 할인율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2주가 되기 전 대부분의 제품이 품절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모들의 표정은 아이들처럼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70년 전통의 세계 최대 완구 유통업체, 그들의 어린시절 추억이 담겨 있는 매장의 마지막 모습이기 때문이다. 홍희정 기자 hong.heejung@koreadaily.com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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