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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지옥과 심심한 천국 사이

최근 필자는 한국을 3주간 다녀왔다.
 
한국 여행의 후유증인지 내가 살던 미국이 낯설게 느껴진다. 시차 적응하랴 현실 적응하랴 몸과 마음이 피곤하다.
 
세월을 뒤돌아보면 미국에서 뼈를 묻으리라 결심하고 이민을 왔다. 그래서 더욱 이민생활에 정착하고자 하여 한국 드라마, 영화, 가요 등도 일부러 접하지 않았다. 그만큼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러나 이제 애들이 커가며 대학에 들어가니 혼란스럽다.
 


‘나는 왜 미국에 있는 것일까’ ‘더 잘 살기 위해서인가’ ‘애들 교육을 위해서인가’ ‘나의 자아실현을 위해서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나름 미국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소소하게 이루고 나니 이제 미국 생활만이 길인가를 재고하게 된다.  
 
한국에 나갈 때마다 이제는 한국이 더 잘 산다는 느낌이 든다. 집값도 한국이 더 높다. 거리에는 처음 보는 외제 차도 많다. 사람들의 옷차림이며 깨끗한 거리에서 최신 IT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누리며 사는 한국 국민이 너무 세련되어 보인다. 한국이 더 외국 같은 느낌이다.  
 
미국에 살다 보면 땅덩이는 넓지만 사는 반경은 제한적이다. 한인과 주로 교제하고 한인교회에 다니며 한인 마켓에만 다니게 된다. 생활 반경이 영화 트루먼 쇼에 나오는 영화 세트처럼 뱅뱅 도는 느낌이다.  
 
한국은 곳곳이 다 볼거리다. 감성 넘치는 힙한 카페들도 넘쳐난다. 문화 전시회, 미술관, 축제, 동네 행사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다. 게다가 마음껏 한국말을 쓸 수 있다는 점은 미국에서 언어로 인한 긴장감에서 해방될 수 있어 좋다.
 
다만, 한국에 3주째 있다 보니 사람들과 빽빽한 높은 건물로 서울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때마침 찾아온 장마도 하루 이틀 접하고 나니 이제는 남가주의 청명한 날씨가 그립다.
 
심화한 양극화도 문제다. 돈이 없으면 사람 취급을 못 받는 분위기다. 운전할 때 차선 변경 시 잘 끼워주지도 않는다. 어느새 같이 한국식으로 운전하게 되는 나를 보게 된다.
 
아파트에 몇 주 머무르다 보니 층간 소음이 뭔지 체감도 해봤다. 운전하다 보면 과속 카메라는 왜 이리 많은지 캘리포니아의 프리웨이가 그립다. 결국, 처음에는 좋았는데 몇 주 있어 보니 미국에 다시 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도 다시 한국이 그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제 한국 사람들은 잘살기 위해 미국에 오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교육도 입시학원에서 스펙을 쌓게 한 뒤 미국 대학에 곧바로 유학을 보낸다. 미국이 한국보다 월등히 잘 사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이제는 어떤 스타일로 살고 싶은가를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는 물리적인 국적보다는 나의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어느 환경에 맞는가로 사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다.
 
필자의 경우 이민 중 얻은 최고의 혜택은 미국에서 신앙이 자란 점이다. 한국에서 있었다면 음주와 사람을 좋아하던 내가 자기 성찰과 함께 하나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까 싶다.  
 
‘주님, 지금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던질 때다. 기존에 한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이 타지에 어쩔 수 없이 정착할 숙명이었다면 이제는 노마드 적인 디아스포라의 의미도 고민해 봐야 한다.
 
jay@jnbfoodconsulting.com

이종찬 / J&B 푸드 컨설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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