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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멘토 박평식의 여행 이야기] 천국의 정원 걸어볼까, 크로아티아

폭포와 에메랄드빛 호수가 천국의 정원과도 같은 감동을 선사하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폭포와 에메랄드빛 호수가 천국의 정원과도 같은 감동을 선사하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흡사 초승달 모양의 크로아티아는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이 나라 허리를 벨레비트 산맥이 가로지른다. 산맥의 남쪽,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 그 주변 크고 작은 섬들이 모두 달마시안 지방에 속한다. 달마시안이라니 어딘가 익숙한 이름이다. 만화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등장하는 귀여운 강아지들이 떠오른다. 하얀 몸에 까만 점들이 박힌 달마시안의 고향이 바로 이 달마시안 지방이다. 처음 두브로브니크 선원들은 이 점박이 강아지들을 '두브로브니크의 사냥개'라 불렀다고 한다. 이후 지명을 따서 달마시안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  
 
달마시안보다 훨씬 더 유명한 두브로브니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다. 해안선이 그려내는 절경과 시간이 멈춘듯한 중세의 유적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1979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특히 깎아지른 절벽 아래 두텁게 지어진 중세의 성벽은 반드시 걸어봐야 하는 명소다. 성인 걸음으로 한두 시간 정도면 구도심 성벽을 완주할 수 있다. 성벽 밖으로 아드리아해의 쪽빛 바다와 그 위를 유영하는 하얀 요트, 주황 지붕들이 펼쳐져 왜 이곳이 지상 최고의 낙원이라 일컬어지는지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성곽을 한 바퀴 걷고 난 뒤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스르지산에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탁 트인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그림엽서가 된다. 이윽고 해가 뉘엿뉘엿 지평선으로 숨어들면서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워 모두들 입을 벌린 채 그대로 서 있다. 천국을 경험하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에 가라고 했던 노벨문학상 수상자 버나드 쇼의 말이 백 번 천 번 옳다.
 
두브로브니크가 천국이라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천국의 산책로다. 3개의 산속에서 흘러나오는 9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를 따라 미세한 안개비가 흩뿌려지다가 햇볕에 반사돼 무지개를 피워낸다. 16개나 되는 호수는 무척 맑아 호수에 비치는 풍경이 다시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내고 그 위를 송어떼가 유유히 헤엄치니 이 세상에 더 이상의 풍경이 있을까 싶다. 작은 폭포들은 호수와 호수를 연결하고 이 폭포들을 따라 이어진 통나무 길도 운치를 더한다. 통나무를 잘라 이어 만든 길은 폭포 속을 지나기도 하고, 때로는 물과 거의 맞닿아 있어 마치 호수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플리트비체는 불과 400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가 터키와 오스트리아 제국의 국경분쟁으로 조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돼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관광지로 처음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896년이고 이후 1949년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인 관광자원으로 각광받기에 이르렀다. 공원을 속속들이 구경하려면 사흘 정도가 소요되지만, 일반적인 관광코스로 한 바퀴 도는 데는 4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수려한 원시림 속 요정의 속삭임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듯하다.

박평식 / US아주투어 대표·동아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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