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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헌수의 활력의 샘물] 사기 천국

손헌수

손헌수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은 인공지능을 통해 화면 속 인물이 다른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로 변조되는 기술이다. 사기꾼들이 이 기술로 홍콩 소재 다국적기업의 CFO인 것처럼 조작했다. 그리고 기업의 회계직원에게 2천 6백만불을 자신들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을 시킨다. 홍콩 경찰들이 지금 수사 중이다. 범인들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있었다. 20층이 넘는 새 건물이었다. 건물의 5개 층에 오피스텔을 짓는단다. 엘리베이터에는 공사를 위해서 패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분양사무실에 갔더니 멋진 설계도면과 사진들을 보여준다. 완성되었을 때 모습이란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에 텔레비전까지 무료로 설치해 준단다. 전자제품들은 모두 대기업 제품들이다. 당장 살고 싶어질 정도로 멋졌다. 주인이 살지 않아도 된단다. 이미 세입자들도 다 받아놓았단다. 월세 받을 준비만 하란다. 구입하려면 계약금부터 내란다. 그리고 잔금을 나누어서 내면 구분등기가 되는 새 오피스텔의 소유자가 된다고 한다. 대표는 50대 정도 된 남자였다. 대표실에는 커다란 인조나무와 잔디가 깔려 있었다. 의자와 책상, 손님접대용 테이블은 외국에서 들여온 커다란 원목들이었다. 훌륭해 보였다. 대표실을 꾸밀 돈으로 오피스텔 한층 정도는 충분히 지을 수 있어 보였다. 돈이 없어 계약은 못했다. 서울전화번호도 없어서 부모님 전화번호를 주고 다음날 시카고로 돌아왔다. 부모님은 그 후로 세달 이상 그들의 전화에 시달리셨단다. 계약금을 입금하라는 전화였다. 얼마 전 서울에 갔다. 그 건물은 텅텅 비어 있었다. 아찔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결혼할 사람에게 51조 현금이 든 통장을 보여준 사기꾼도 있었다. 서른살도 안된 여자였다. 자신이 남자로 성전환 수술을 했다며, 성별까지 속였다. 결혼한 경험이 있는 여자에게 접근해 약혼까지 한다. 성관계도 했다. 그리고 상대방이 임신했다고 믿게 만든다. 상대방은 전직 펜싱 국가대표선수로 유명인이었다. 이 유명인을 이용해, 다른 사람들을 속여 30억이 넘는 돈을 투자명목으로 가로챘다.  
 
이런 사기꾼들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처벌이 가볍다는 것이다. 사기꾼들은 사람들의 본능과 믿음을 이용한다. 그래서 누구라도 속을 수 있다. 어떤 로펌도 사기를 당해 20만불 넘는 돈을 사기꾼들에게 송금했다. 보이스 피싱은 이제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왔다. 요즘은 온라인 마케팅 사업이라고 속인다. 집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가입자들을 모은다. 수수료를 가입자들의 계좌에 입금해준다. 하지만 이 계좌는 진짜 계좌가 아니다. 이 계좌에서 돈을 찾으려면, 거래 내약이 있어야 한다며 송금을 요구한다. 한번 송금하고 나면 본전이라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돈은 더 들어간다.
 


주식이나 투자를 도와준다고 속이는 일도 많다. 먼저 믿을 만한 사람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믿음을 이용해 우리 마음속의 본능을 자극해 돈을 가져간다. 전화기에 앱을 까는 순간 끝이다. 경찰서나 법원에 전화해도, 은행이나 금융감독원에 전화해도, 모조리 그들이 미리 지정해둔 그들의 전화기로 연결이 된다. 믿지 않을 방법이 없다. 그들은 나의 돈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까지 가져간다. 이것이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자살하는 이유다. 사기꾼도 밉지만, 그들에게 속은 내가 더 미워지는 것이다. 사기를 피할 방법은 잔인하다. 지극히 이기적이어야만 한다. 아무도, 아니 나 자신까지도 믿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 사기꾼들은 이미 그 이상으로 진화되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손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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