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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지옥에서 천국으로

“저희 엊그제 지옥에서 천국으로 이사 왔어요.”
 
한동안 뜸했던 김 교수님에게서 온 소식이다. 교수님은 커뮤니케이션 분야 은퇴 교수로 파킨슨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여러 해 동안  간호했다.  
 
그러다 본인이 뇌졸중으로 1년 반 전 아들이 사는 근처 시애틀 요양원으로 갑작스레 들어갔다.  
 
5명의 환자가 멤버인 개인 요양원으로 옮겼는데, 그곳의 삶에 채 적응도 하기 전  바로 건너편 방에 거주하던 NASA 엔지니어 출신 분이 들것에 실려 나가 영 돌아오지 않는 일을 목격했다고 한다.  
 


5명 중 한 명이 숨졌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다음 날도 나머지 4명의 방으로 환자가 먹는지 마는지, 로봇처럼 세끼 밥그릇을 들여놓고 들고 나가는 로봇 하우스 같은 요양원. ‘지옥’ 과 다를 바 없다고 괴로워 하시던   그 열악한 요양원에서  얼마나 더 계셔야 하나,  멀리서 답답해하던 중 날아온 반가운 소식이다.  
 
교수님이 그 ‘지옥’  같았던 요양원에서 이제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젊은 날의 꿈이었던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불편한 손으로 수많은 수채화를 그려내시며 삶의 끈을 놓지 않으셨다. 지난여름에는 그분의  주옥같은 그림을 아끼던  미술 교수들의 주선으로, 은퇴 전 가르치셨던  마운트 버넌 나자린 대학교(Mount Vernon Nazarene University)와 고향 제주도 용담문화센터에서, ‘마지막 불꽃’ 이란  주제로 전시회도 가졌었다.
 
그분이 드디어 ‘천국’으로 이사하셨다는 소식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생활을 도와주는 시설인 노세이븐 어시스트 리빙으로 들어가신 것.  
 
40여 명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3층 방 창문 밖으로  자동차들과 사람들이 왕래하는 것을 내다 볼 수 있고  밤에는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볼 수 있다고 감격해 하신다.  
 
그곳에서 일하는 아프리카에서 온 나자렛과 인도에서 온 파마인더, 엘살바도르에서  온 제니퍼 등 천사같은 3명의 도우미들의 초상화와 함께 교수님의  미술 클래스가  스케줄에 들어간 팸플릿도 보내주셨다.  
 
체크무늬 반소매 셔츠차림으로 회원들에게 그림을 가르치시는 교수님의 모습에서 그분의 열정적인 옛 모습이  확연하다.
 
언젠가는 우리가 모두 다 가야 할 길. 인생의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더는 정상적인 삶을 이어갈 수 없는 때가 올 것이고, 그때 더러는 노인단지를 거쳐 양로원의 삶을, 혹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요양원에서 서글픈 끝을 맺을 것이다.  
 
교수님은 졸지에 요양원을 미리 경험하시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시설로 다시 되돌아오신 것.  
 
지옥같은 삶을 경험하셨기 때문에 노세이븐 시설이 천국처럼 감격스러운 교수님. ‘천국’에 입성하신 것을 교수님과 함께 기뻐하며 ‘천국’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음미해 본다.

김찬옥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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