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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말(Word)과 칼(Sword)

시화 시인의 신간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를 읽었다. 그는 시인으로 본인의 시집과 자신이 좋아하는 시들을 엮어 시집을 내기도 했다. 많은 인도 여행기를 바탕으로 한 명상집, 번역서 그리고 우화집, 산문집을 내기도 했으며 우리에게는 명상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가로서의 특징은 쉽고 편안한 단어로 삶의 깊은 내면과 근본을 예리하게 지적하면서도 반짝이는 유머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시인 윤동주는 ‘쉽게 씌여진 시’에서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썼다. 그 당시 윤동주는 일본에 유학생 신분으로 조국의 어두운 앞날을 염려하면서 시 쓰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부끄럽다고 자책하면서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시인 류시화의 글도 눈에 보이지 않는 창작의 고통 너머로 읽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며 많은 교감을 불러일으킨다. 페이지마다 예지가 번뜩이는 말들로 가득하다.     말(Word)과 칼(Sword)이 한글로나 영어로 rhythmical하고 이 둘은 잘못 사용할 때 같은 결과를 낳는다. 인생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인생’이다. 삶이 힘든 시기일수록 마음속에 아름다운 어떤 것을 품고 다녀야 한다. 그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여행 목적은 나의 작은 자아를 부수고 내 생각과 선입견을 비우고 안으로 깊어지고 밖으로 더 넓어지기 위해 내 상상을 뛰어넘는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사랑하면 세상이 말을 걸어온다. 설레고 감동적이다. 별들이 쏟아진다. soul group을 만난다. 세상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자에게는 아름다움을 주고 슬픔을 발견하는 자에게는 슬픔을 준다. 예민한 영혼은 특별한 재능과 섬세한 감각으로 다른 이들이 놓치는 현상의 이면을 보고 울림 있는 내면세계를 가지며 문학과 예술에 감동한다. 꽃을 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어디에서나 꽃이 보인다. -앙리 마티즈- 장미의 울음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가. 장미는 장미꽃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가시에 대해서 말할 때 운다. 에너지는 우리가 집중하는 곳으로 흐른다. 어떤 단어에 힘을 실으면 생각의 에너지가 그곳으로 모인다. ‘나는 아픈 것이 싫어’하면 마음은 아픔에 집중하게 되고 그때 에너지는 아픔 쪽으로 흐른다. 이때 에너지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은 ‘나는 건강한 것이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다. 같은 의미이지만 긍정 기운을 발산하는 단어는 가슴을 뛰게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을 정의 해보자. 생의 마지막에 당신이 무엇을 좋아했는지 떠오르게 된다. 그것이 당신 영혼의 색깔이다. 정신 분석학자 에스테스는 ‘우리의 임무는 세상 전체를 한꺼번에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손이 닿을 수 있는 부분부터 손을 뻗어 나가는 것이다. 한 영혼이 슬퍼하는 다른 영혼을 돕기 위해 하는 작고 조용한 일은 큰 의미가 있다’라고 했다. 삶을 예술로 만드는 이가 진정한 예술가이다. 상실의 깊이는 다 다르다. 이는 사랑에 의해서만 회복될 수 있다.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다.     삶을 꽃피우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스스로 꽃을 피우는 일이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의 삶이 꽃으로 피어나도록 돕는 일이다. 당신도 나도 누군가를 꽃으로 피어나게 할 수 있다. 한 개인이 나라를 구하고 인류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먼저 읽고 그들에게 손을 뻗는 일이 우선이다. 내가 편안하고 가족과 친구가 편안할 때 우리는 그 너머를 생각할 수 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거대한 대기는 내 책을 펼쳤다 또 다시 닫는다/ 가루가 된 파도는 바위로부터 굳세게 뛰쳐나온다.’ 폴 발레리의 시는 오늘도 나를 때린다. 부숴버린다. 정명숙 시인삶의 뜨락에서 sword word 시인 류시화 시인 윤동주 시화 시인

2024-04-19

제6회 윤동주 미주문학상 발표…연세대학교 미주총동문회 주최

연세대학교 미주총동문회가 주최하는 제6회 윤동주 미주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대상은 박창모(필명 박시걸 )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교수가, 특별상은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오연희 시인이 선정됐다.     백순 심사위원장은 “윤동주의 시사상은 그의 서시가 형상화하고 있듯이 ‘하늘’ 사상(하늘을 우러러)과 ‘부끄럼’ 사상(한 점 부끄럼 없기를)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상을 받은 박시걸 시인의 대표 시 ‘섬’ 심사평에서 “그 섬을 하늘의 본향으로 형상화했고, 마음이 끌리는 곳, 그리움의 길을 따라간 그 섬을 바라보면서 부끄럼 없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표출했다”고 말했다.     특별상을 받은 오연희 시인 작품에 대해서는 “‘겨울’에서 어머니를 형상화한 ‘공’은 하늘 같은 어머니를 이미지화하고, 인간 세상을 위하여 항상 구르고 있는 하늘을 표출하고 있다”며 “이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부끄러운 존재임을 형상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연세대학교 미주총동문회는 윤동주 시인의 아름다운 서정성과 시 정신을 기리고 우리 민족의 수난사 속에서도 한 점 부끄럼없이 살면서 따뜻한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본 시인을 본받아,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확장하기 위해 윤동주 문학상을 만들었다.     윤동주 미주문학상은 미주에 거주하며 등단 10년 이상된 시인으로, 응모작품 10편의 시를 첨부해 응모할 수 있다.   ▶문의:swro0403@gmail.com 이은영 기자미주총동문회 미주문학상 윤동주 미주문학상 연세대학교 미주총동문회 윤동주 시인

2024-03-31

윤동주 79주기 추모 공연 연다

올해 윤동주 사망 79주기를 맞아 추모공연이 열린다. 2007년부터 공연을 진행했던 밴드 ‘눈오는 지도’와 뉴저지 기반의 뮤지션들이 모여 윤동주의 시를 노래한다.   추모공연은 오는 18일 오후 6시 뉴저지 포트리 배리모어 필름 센터(153 Main St)에서 개최된다. 2007년 62주기부터 시작해 매년 공연을 열어온 밴드 눈오는 지도가 올해도 참여한다.   눈오는 지도는 노성종(베이스)·유혜림(건반·노래)·정재니(해금)·정재영(기타)·차승현(드럼)·한은준(기타)으로 구성된 밴드다. 이들과 함께 뉴저지 지역의 뮤지션 김나래, 이우정, 정신옥, 쿠마가이 아츠시, 폴리 등이 무대에 선다.   곽애리 시인과 김도형 케어존 대표, 이수정 소설가는 내레이션으로 공연에 함께한다. 아울러 김도은·안성호 학생은 시 낭송을 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뉴저지 훈민학당 글로벌 한국학교의 이사장인 원혜경 후원회장의 도움으로 마련됐다. 추모 공연이 열리는 배리모어 필름 센터는 할리우드 이전 미국 영화의 탄생지이자 중심지였던 포트리를 기념해 만든 공연장이다.   티켓 가격은 25달러이며 온라인(www.eventbrite.com/e/yoon-dongju-79th-memorial-concert-tickets-801411402077)에서 구입할 수 있다. 글·사진=이하은 기자 lee.haeun@koreadailyny.com윤동주 추모 추모 공연 올해 윤동주 이번 공연

2024-02-13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인연

손을 잡고 걷고 있는 노인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머리는 허옇게 변했어도, 등은 구부정해도 조심스런 발걸음엔 삶의 연륜이 묻어나 뒤를 따라 걷는 발걸음 위로 지나온 세월의 무게가 담겨져 온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아이의 시간은 뛰어 넘더라도 유년의 천진한 시절을 지나면서 키가 자라고 생각의 폭도 넓어졌음에 틀림이 없다. 혈기 왕성했던 꿈 많은 청년의 삶과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시작된 시카고에서의 이방인의 삶은 그야말로 하루를 쪼개서 이틀을 살았고, 학교와 직장을 넘나드는 피곤하고 바쁜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는 잠을 잘자고 일어나면 어제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져 버리는 느낌을 느끼곤 했었다. 눈을 뜨면 일터로 나갔고 밤이 깊어서야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일에 매달리며 중년의 시간을 보내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물질이 삶의 목표가 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곤 했었다. 성공한 삶인 듯 했지만 실패한 삶이었고 실패가 결국 성공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주기도 했었다.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는 동안 인연의 얼굴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구부정한 허리로 걷고 있는 노년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백세시대인데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되뇌어보지만 한 사람의 생애는 수많은 인연과 관계 속에서 만들어져 감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사람은 인연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는 수필가 피천득 선생의 인연에 관한 글이 생각난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지금은 만날 수 없어도 일생 마음 언저리에 살고 있어 사람이 있다. 좋은 날에도, 좋지 않은 날에도 그와의 인연을 생각하면 입가에 환한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이 있다. 그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고 아름다워서 다시는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지만 마음에 꽃등처럼 길을 밝혀주는 사람이 있다.     사실 인연인 사람은 어려울 때 드러나게 된다. 스쳐 지날 사람은 그때 떠나려 하고 오래 머무를 인연은 그때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려 한다. 사람과의 인연으로 깊은 상처를 받기도 하고, 행복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인연이 된 윤동주의 〈별을헤는밤〉은 아직도 내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어 밤하늘을 쳐다볼 때나 친구들 이름이 생각날 때면 마음의 문을 열고 나온다. 이 나이에도 잊혀지기 보다 더 또렷이 기억나는 싯귀이다.     윤동주 시인의 인연은 친구 정병욱이다. 그 인연은 우리에게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후 잊혀질 뻔한 소중한 시들을 모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시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인연이 또 있으랴.     우리의 삶 속에도 더 사랑하고 더 안아주고 더 깊이 삶을 나누고 싶어지는 사람이 있다. 우린 세상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반가운 인연의 끈으로 남겨진 삶의 부분을 가꾸어 나가기를 원한다. 그와 함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의 꽃을 피우며 살고 싶다. 우리에게 부닥쳐오는 희노애락의 삶을 통해 만들어갈 소중한 인연, 함께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사람을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서 만나기를 소원한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인연 동안 인연 윤동주 시인 발걸음 위로

2023-08-07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윤동주 시, 노래로 16년째

미주 한인 음악인들로 구성된 밴드 '눈 오는 지도'가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는 무대를 이어간다.   윤동주의 시 '눈 오는 지도'에서 이름을 딴 이 밴드의 리더 한은준(기타) 씨는 "윤동주 서거 78주기를 맞아 25일 뉴욕 퀸즈 극장에서 추모 공연을 연다"고 14일 연합뉴스에 알렸다.   1917년 중국 만주에서 태어난 윤동주는 교토 도시샤 대학에서 유학하던 1943년 7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붙잡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교도소에서 옥사했다.   2005년 결성한 이 밴드는 2년 뒤 추모 공연을 열기 시작했고, 그동안 매년 미국과 캐나다, 한국, 중국, 일본 등지에서 무대를 펼쳐오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중단했다가 올해 공연을 재개한다.   밴드는 한 씨를 비롯해 베이스 송태승, 드럼 유재훈.차승현, 건반 및 노래 유혜림, 노래 이지연, 해금 정재니, 기타 정재영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공연에서 윤동주의 시 '서시', '별헤는 밤', '또 다른 고향', '십자가', '눈 오는 지도' 등에 곡을 붙인 노래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우정.성혜정이 노래 게스트로 출연하고, 이승희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한 씨는 "올해는 윤동주 시인에게도 또 함께해온 뮤지션들에게도 일말의 미안함이 있어 뉴욕박람회가 열렸던 넓은 장소에서 무대를 꾸민다"며 "윤동주의 아름다운 시와 삶이 더욱 널리 퍼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 밴드의 후원회장인 원혜경 씨는 "윤동주는 일제강점기 일본어가 아닌 조선어로 시를 썼다는이유로 옥고를 치르다 세상을 떠났다"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시대 속에서 부끄러워하면서도 또 부끄럽지 않고자 주어진 길을 걸어간 그와 같은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윤동주 노래 윤동주 시인 윤동주 서거 노래 이지연

2023-02-15

[삶의 뜨락에서] 우물이 있던 마을

지금은 상수도의 발달로 우물을 거의 찾을 수 없지만 우물은 우리 선조들의 삶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신라 김유신 장군 집에 있던 우물은 재매정이란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고, 궁궐에서 궁녀들이 우물 안으로 뛰어들었다는 숱한 비화가 전해지는가 하면, 민가에서는 아낙네들이 우물가에서 동네 쑥덕공론을 일삼기도 했다.     시인 윤동주는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라고 했다. 시인이 들여다본 우물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은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절망하는 청년들의 표상으로 볼 수 있으며, 윤동주의 이 ‘자화상’은 다른 시들과 함께 일제 경찰의 주목을 받았고 결국 시인은 후쿠오카 감옥에서 27세로 옥사하고 만다.     이렇듯 우물은 실생활에서 사라져도 이미지는 문학 속에서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또한 우리는 ‘우물안 개구리( 井底之蛙)’나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본다(坐井觀天)’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우물이 없어짐과 함께 우물이라는 말도 사어가 되지 않고 격언을 통해 의미로 남아있다. 여기에서 우물은 한정된 공간에서의 견문이 넓지 못함을 비유함으로써 젊은이들이 도시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는 필연성도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 성장기에 공부하러 또는 살아갈 방도를 찾아서 너도나도 고향을 떠나왔지만 잘 살든 그렇지 못하든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든 사람들은 동심이 자라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정서를 품고 살아가는 것 같다.       필자가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는 우물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마을 한가운데 있어서 두레박을 사용해서 물을 퍼 올리는 큰 우물이었는데 흰옷 입은 여인들이 그 주변에 있었던 거로 기억한다. 다른 하나는 읍내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네 어귀에 있던 골맥이 샘이다. ‘골맥이’란 마을의 수호신을 나타내는 말인데 논둑길을 따라가면 시멘트와 돌로 둘러싸인 둥그런 샘이 있었다. 바가지로 물을 퍼 올리는 높지 않는 우물이었는데 항상 물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고여있었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는 설날이 지나 정월 초이틀 이후 새벽 3~4시쯤 골맥이 샘으로 가 새로 고이는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고 목욕도 하셨단다.  그리고 맑은 물을 물동이 담아 이고 논둑길 제방둑길을 걸어오셨다고 한다. 머리에 고드름이 내리고 흰 한복 치마저고리는 얼음으로 버석거렸다고 하셨다. 집에 도착해서는 몸도 녹이지 않은 채 병풍을 친 소반에 정화수 올려놓고 정성스레 기도하셨다고 한다.     할머니가 별이 담긴 물을 이고 걸어오신 새벽의 얼음길은 내가 세상의 어려운 길을 지날 때마다 귀중한 자양분으로 작용한 것 같다.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에 살고 있지만 마음속으로 가끔 찾아가 산 복숭아꽃이 분홍으로 번지는 산과 들을 거닐기도 하고, 눈이 내리는 마을을 바라보기도 한다. 조상님들이 실천하시며 베풀어주신 가르침은 우물 안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처럼 내 정신의 깊은 원천이 되어 있음을 느낀다.   권정순 / 전직교사삶의 뜨락에서 우물 마을 우물안 개구리 마을 한가운데 시인 윤동주

2023-01-19

“윤동주 시심 돌아본 기회”…동주해외작가상 김선호씨

제7회 동주해외작가상에 김선호(사진) 시인이 선정됐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담긴 시 정신을 구현하고 이를 확산하기 위해 제정된 동주문학상은 광주일보와 동주문학상제전위원회, 계간 시산맥이 공동으로 주관한다.   이번 동주해외작가상 심사를 맡은 장석주(시인), 이규리(시인), 유성호(평론가) 심사위원들은 김선호 시인의 ‘옹이’ 등 시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김선호 시인은 “윤동주 시인을 기리기 위한 동주해외작가상을 수상하며 기쁘기보다 책임감을 느꼈다”며 “윤동주 시심과 생애를 되짚어 생각할 시기”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시산맥에 따르면 동주문학상과 함께 제정된 동주해외작가상은 해외에서 우리말로 시를 쓰는 시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제다. 해외에서도 윤동주 시인의 시 정신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정됐다.     해외에 거주하는 시인으로 윤동주 선생의 민족애에 대한 깊은 뜻을 펴나가는 일을 시로써 이어나가는 작가의 노고를 위로하는 의미로 동주해외작가특별상이 제정됐다.   올해 동주해외부문 수상자로 제7회 동주해외작가상 김선호 시인, 제7회 동주해외특별상 문금숙 시인, 제3회 동주해외신인상 현은숙 시인이 선정됐다.  글·사진=이은영 기자윤동주 김선호 윤동주 시심 윤동주 시인 김선호 시인

2022-09-25

서울대 골프대회-연세대 윤동주 문학상

#. 서울대 시카고 동창회 추계 골프대회        서울대학교 시카고동창회(회장 김승주)는 지난 10일 호프만에스테이츠 소재 Hilldale GC에서 2022 추계 골프대회를 개최했다. 25명의 동문이 참석한 이날 대회서 그로스 챔피언 오병진, 네트 챔피언 노재원·김훈태, 장타상 이준수, 근접상 정성일(이상 남), 그로스 챔피언 전두증, 네트 챔피언 김승주, 장타상 황정수, 근접상 김승주(이상 여) 동문이 각각 수상했다.     이날 대회 후 참가자들은 저녁 식사 모임을 갖고 조규승 동문이 기증한 전자생활용품 등을 비롯한 푸짐한 경품 추첨 행사를 갖고 한국 명절인 추석을 맞아 송편과 영양떡을 나누며 우의를 다졌다.      #. 연세대 미주총동문회 윤동주문학상 대상 손용상 특별상 엄경춘 수상     연세대학교 미주 총동문회(이사장 김원자)는 2022 윤동주 문학상 수상자로 손용상(텍사스) 시인과 엄경춘(캘리포니아) 시인을 각각 대상과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했다.     상금은 각각 1천달러, 500달러이며 시상식은 오는 17일 LA서 열리는 연세대 미주 총동문회 총회서 진행될 예정이다.     연세대 미주총동문회 윤동주 문학상은 윤동주 시의 아름다운 서정성과 시 정신을 기리고 이를 통해 한국 문학의 세계화를 확장하기 위해 마련됐는데 올해 심사위원장은 백순씨가 맡았다.       J 취재팀골프 서울대 윤동주 문학상 연세대 윤동주 연세대 미주총동문회

2022-09-12

"그럼에도 다시 사랑해야"

  "그럼에도 다시 사랑해야 한다"   '풀꽃'으로 잘 알려진 나태주 시인이 애틀랜타에 방문해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애틀랜타문학회(회장 조동안)는 13, 14일 오후 2시~5시 애틀랜타 한인회에서 여름문학 축제를 개최한다. 문학회는 강연자로 나태주 시인과 유성호 평론가를 초청했는데, 전날인 이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나태주 시인은 1971년 등단해 50년 넘게 시를 쓰고 있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명이다. 2019년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박보검이 송혜교에 선물하면서 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가 화제가 되기도 했고, 지난해엔 인기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나태주 시인은 이날 '시인'의 역할에 대해 "나는 내 삶이 불편하고 비극적이다"라면서 "그러나 시인은 마음의 평화를 주고 안정시키는 '우울증 치료제'같은 시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한국은 물론 많은 젊은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면서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고, 사랑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양대학교 인문대 학장으로 재직 중인 유 평론가는 "나태주 시인은 김소월·박목월 계보를 잇는 전통적인 단형 서정시를 많이 써왔다"라며 "나태주 시인의 다른 면이 있다면 시가 좀 더 밝아지고 희망어린 쪽으로 진화한 측면 있지 않나 싶다"고 평가했다.   여름문학축제 첫날인 13일에 나태주 시인은 '시인'에 대한 내용으로서 강연을 하고, 둘째 날인 14일에는 '시'에 대한 내용으로 강연을 한다. 사전에 준비된 내용은 없으며 애틀랜타 교민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예정이다.   유 평론가는 13일 '위안과 치유의 문학'을 주제로 14일에는 '윤동주 시인'에 대한 내용으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는 나태주 시인이 주관하는 '풀꽃 문학회'에서 시인상을 수상한 강화식 애틀랜타문학회 부회장과 나태주 시인의 인연으로 이뤄지게 됐다. 이로써 나태주 시인은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방문하게 된 첫 유명 문학인이 됐다.   여름문학축제는 문학회 주관과 한인회 주최로 이뤄진다. 조동안 애틀랜타 문학회 회장은 "이번 여름문학축제에 오셔서 두분의 말씀을 듣고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홍기 한인회장도 "귀한분들을 모셨으니 교민들께서 참석해 힐링이 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소=5900 Brook Hollow Pkwy, Norcross, GA 30071(한인회관)   박재우 기자사랑 여름문학회 나태주 시인 강화식 애틀랜타문학회 윤동주 시인

2022-08-12

[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다

우리가 기울일 노력이란 / 깨어서 지켜보는 일 뿐 / 물이 흐르는 일처럼 / 바람이 지나는 일처럼 / 사람의 일도 그렇게 // 나에게 있어 너에게 없는 것이라면 / 나에게 있어 모두가 좋은 게 아니게 된다 / 밥을 먹다가 / 이 밥이 어디에서 왔는지 / 이 밥을 먹지 못하는 이가 / 어딘가에 있지는 않은지 / 한 숟갈 한 숟갈 밥으로 생각을 잇다 보면 / 밥을 많이 갖는 일이 / 나에게 있어 좋은 것만은 아니게 된다 / 좋은 옷을 입다가 / 이 옷이 어디에서 왔는지 / 허름한 옷을 입은 이에겐 /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 한 올 한 올 옷으로 생각을 잇다 보면 / 좋은 옷을 입는 일도 / 나에게 있어 좋은 것만은 아니게 된다 / 나의 열심이 / 너에게 폭력이 될 수 있음을 / 나의 꿈과 성취가 / 너에게 상실이 될 수 있음을 / 나에게 있어 모두가 좋은 건 아니게 된다 //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모두가 좋은 건 무엇일까? / 윤동주 시인의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이 한 줄의 시를 가슴에 품다가 / 시인의 마음이 나에게 화두가 되었다 / 하늘에 대어 보고 / 나무에 비춰 보고 / 하늘을 보고 있으면 / 가슴은 자꾸만 비워지고 / 나무를 보고 있으면 / 나무 아래에 앉은 창조주가 보이고 / 그렇게 나는 점점점 / 감자를 먹으면 맛있어서 / 마음은 포실한 감자밭 같고 / 보푸라기가 튼 옷을 입어도 / 얼굴엔 그늘 없이 웃을 수 있는 / 나에게 있어 모두가 좋은 그런 게 무엇일까? / 오늘도 나는 궁금하여서 / 하늘을 보고 나무를 보고…. (신동숙의 글밭 450회 글)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하오. 대화를 해본 적도, 만나본 적도 없소. 페북에 올라오는 당신의 글을 읽다가 그 마음이 하나님의 성품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소. 시인의 정갈한 마음 같기도 하고, 농부의 소박한 하루를 만나는 듯했소. 나를 돌아 보아 잠시 고개를 들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소. 오늘은 새벽이 채 오기 전에 밖에 나가 아직도 반짝일 하늘의 별들을 세어야겠오. 밝아올 새날엔 가슴 가득 별들을 껴안을 거요. 무엇을 달라, 무엇이 부족하다 말하지 않는 하루를 보내고 싶소. 가능한 많은 사람을 만나지 않겠지만 혹여 만나는 사람에게는 사랑의 마음으로 다가가겠소. 내 인생의 길 위 하늘에서 보내준 소중한 인연으로 생각하겠소. 밤이 조용히 지나치고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소. 이제 일어나야겠오. 아직도 이곳은 아침 저녁 날씨가 차오. 당신을 향해 걷고 있소. 어두운 새벽은 나를 마중 나오고, 난 푸른 새벽을 맞으며 동쪽하늘이 붉어질 거짓 없는 하루를 기다리고 있소. 깊고 어두운 블루가 조금씩 벗겨지며 먼동이 트고, 나는 선채로 긴 호흡으로 당신을 만나고 있소.     가슴 가득 껴안으신 / 하늘과 별을 이야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무엇을 달라하는 / 내 안의 욕망을 멈추어 / 단지 깨어서 / 바라보고 있으면 / 나보다 더 나를 아시는 이가 / 나를 통해 하시는 일들이 보이기 시작하기에 / 단지 내가 기울일 노력이란 / 평화의 숨을 고르며 / 단지 깨어서 지켜보는 일 뿐 / 물이 흐르는 일처럼 / 바람이 지나는 일처럼 / 사람의 일도 저절로…. (S의 답글)     밥을 먹다가도, 옷을 입다가도, 감사하지 못하는 나는 사람도 아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렇다. 앞에서 뒤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앞으로 지나갈 때도 있다. 그 때는 가던 길을 잠시 서서 내게 물어볼 일이다. 머리를 들어 밤하늘 반짝이는 별들을 세어 볼 일이다. 밝아오는 먼동을 놓치지 말고 내 안에 담는 일이다. 마음의 빗장을 열고 한 술 밥으로, 보푸라기 옷으로도 행복해야 할 사유를 물어야 한다. 말라버린 깊은 눈물샘을 흔들어 갈라진 내면을 보듬어야 한다. 세상은 거침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거침없이 그대로 온다. 알지 못하는 세상의 문을 열고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겨야 한다. 나에게 있어 좋은 것이 너에게 없어 어려워진다면 그건 행복이 아니다. 당신 내면의 생각을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제 가슴에 심는다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윤동주 시인 나무 아래 시인 화가

2022-05-09

[삶의 뜨락에서] 등대지기

요사이처럼 마음이 허하고 난항의 길을 걸어보기는 오래간만인 것 같다. 거의 3년 동안 이어지는 팬데믹은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를 철장 속의 새로 만들어 놓고 있어 날마다 우울함에서 시작한다.     나는 고층건물에 살고 있어 새벽에 눈을 뜨면 자연 밖을 내다보는데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아침 7시 30분경이면 어김없이 인부들이 모여 새집을 짓고 있고 길 건너 학교 운동장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부모들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등교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은 나에게 등대의 역할을 해준다.     GPS가 발달한 현대에서는 갈수록 등대의 중요성이 떨어지고 있고, 있던 등대들도 거의 무인화되고 있어 찾아보기도 어렵지만, 과거엔 이들이 없으면 배가 야간항해 정박을 할 수가 없었다. 배가 사고를 당하지 않고 무사히 야간에 항해하고 정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등대요, 그를 인도하는 것이 등대지기라 하겠다.     요사이 좀 잠잠해지려나 했던 팬데믹은 오미크론이라는 변종이 생겨나 그 무서운 전파력에 모든 사람을 더더욱 묶고 놓고 있다. 우리 아파트만 해도 아래층 스파. 도서실, 각종 운동시설을 모두 일단 문을 닫는다는 공지사항이 나돌고,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 나가던 서예 교실도 쉬고 있는데 곧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우리는 이를 뚫고 하나의 빛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오늘 하루도 선물이고 희망이다.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나의 셋째 시동생은 거의 20여년 전에 뇌졸중이 와 그동안 참으로 열심히 건강을 챙겨 거의 정상으로 근래 잘 지내고 있었는데 지난 연말 다시 또 뇌졸중이 와  요사이 또 힘들게 지내고 있어도 절망하지 않고 모든 테라피를 잘 받으면서 희망 속에 지내고 있다. 그에게 닥친 난항 속에서도 그는 등대를 찾기에 여념이 없다. 삶은 ‘빛’을 잃지 않는 한 우리는 희망을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용기를 얻는다.     오랜 세월 인간의 ‘희로애락’을 노래하는 우리 문학 교실의 한 문우께서는 이 어려운 팬데믹에서 그 힘든 요가(yoga)를 공부해(American Yoga Academy) 지금은 요가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역사회 봉사까지 하고 계시다. 이 분은 이 혼란한 난항을 거쳐 가는 시기에 우리에게 등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생각하면 나의 주위에는 고마운 분들이 많다. 우리는 서로 만나지는 못해도 카톡을 통해 LA, FL, NY 어디서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좋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 난항의 길을 헤쳐나간다.     우리 문학 교실의 김정기 선생님께서는 새해에 이메일을 주시며 올해의 ‘신춘문예 시’ 시 당선작을 회원들에게 보내시며 세월이 가도 가슴 뛰게 하는 다선 시를 많이 읽고 공부하라고 격려하신다. 서예 교실의 유영은 선생님께서도 임인년 새해에 격탁양청(激濁陽淸), 탁류를 흘려보내고 맑은 흐름을 받아들인다는 신년원단을 보내주시고 계속 윤동주 선생님의 ‘서시’, 두보의 ‘춘망’ 등 체본을 보내시며 회원들을 격려하신다. 선생님들께서는 이 난항 속에서 침체해 있는 우리에게 ‘빛’을 발하시며 그 힘든 ‘등대지기’의 역할을 하시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우리 모두 각자의 등대를 찾아 감사와 긍정의 힘으로 이 난항의 세월을 헤쳐 나갈 때 임인년 새해에는 기쁜 소식이 들리기를 확신한다. 정순덕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등대지기 요가 선생님 서예 교실도 윤동주 선생님

2022-01-25

"윤동주도 누군가를 질투하면서 흔들렸을 테다"

오늘부터 북미 주요 도시 개봉 '하늘과 바람과…' 몇 번이고 읽어 "좋은 배우보다 좋은 사람 되고파" 강하늘(26)은 '동주' 촬영을 앞두고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윤동주 역을 맡았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흥분과 기대가 솟구쳤는데, 그것은 하루가 다르게 불안과 고민으로 바뀌었다. "시인 윤동주는 이런 사람이었다고 그려줘야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방향이 맞는 걸까 점점 자신이 없어지더라고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게 이렇게 부담스러운 거구나 싶었죠." 70년 전 세상을 떠난 역사 속의 인물, 아름다운 시를 남긴 천재 시인…. 윤동주를 설명하는 교과서의 거창한 말 대신, 강하늘은 그를 이 영화에서 '한 사람'으로 숨 쉬게 하고 싶었다. "윤동주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면서 순간순간 흔들리지 않았을까요. 시나리오가 윤동주의 그런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어 좋았어요." 그건 '동주'가 그리는 윤동주와 송몽규의 관계만 봐도 알 수 있다. 동갑내기 고종사촌으로 어릴 적부터 친형제처럼 붙어 지낸 두 사람. 강하늘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로 함께해야 완벽한 동그라미가 되는" 반쪽 같은 사이다. "윤동주에게 송몽규는 애증의 존재였어요. 작가가 되고 싶은 건 윤동주였는데, 신춘 문예에 덜컥 당선된 건 송몽규였어요. 그래놓고 송몽규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가 요구하는 혁명가가 되려 했어요. 윤동주에게 생애 첫 열등감과 질투를 불러일으킨 존재가 바로 송몽규인 거예요. 그 미운 정까지 쌓여 서로에 대한 애정이 더 커진 거고요. 그렇게 윤동주는 평생 송몽규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죠." 서로에게 각별했던 두 인물을 연기한 강하늘과 박정민도 그런 사이가 됐다. "정민 형과는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민 형은 내게 송몽규 그 자체예요. 다른 작품에서 다른 역할로 양복 빼입고 만나면 안 될 것 같아요. 형과는 '동주'라는 이 아름다운 영화 한 편만 우리 둘의 트로피로 남겨두고 싶어요. 그만큼 이 영화를, 윤동주와 송몽규라는 역할을 사랑해요." 윤동주가 송몽규에게 그러했듯, 송몽규란 인물을 온몸으로 끌어안은 채 연기하는 박정민에게서 그가 자극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연기하는 배우는 처음 봤어요. 그 우직함이 엄청 멋있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직진만 하는 게 아니라, 이 영화와 송몽규라는 인물을 너무 사랑해서 앞뒤 안 가리고 빠져들더라고요. 얼마나 감정을 실었으면 송몽규가 우는 장면을 찍다 실제로 안압이 올라 눈에 핏줄이 터졌겠어요." 누구 하나 빠짐없이 치열하게 소중한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그 각별한 행복 속에서 강하늘은 윤동주라는 큰 이름을 연기한다는 불안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80쪽 남짓한 시나리오가 대체 뭐라고 돌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질" 때면 그는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윤동주의 시 세계를 가리켜 '부끄러움의 미학'이라 설명하잖아요. 윤동주를 연기하면서 보니 그 특유의 부끄러움은 자신을 못난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충만한 자기애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기 때문에 그에 미치지 못하는 걸 부끄러워한다고 할까. 그만큼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볼 수 있는 건, 자신을 굉장히 사랑하기 때문 아닐까요." 그건 강하늘도 마찬가지다. "나를 깎아내려야만 올라갈 힘이 생겨요. 스스로 빈틈을 느껴야 한 번이라도 더 움직이고 뭔가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는 열등감과 부담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안으려 한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연기하는 게 재미있어서, 연기 자체를 사랑해서 하는 건 아니에요. 나보다 훨씬 뛰어난 배우들을 만났을 때 느끼는 열등감,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겠다는 부담이 지금껏 제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강하늘이 이렇게 말하더니 자신이 아주 재미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는 듯 허허 웃는다. '서시(序詩)'에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노래했던 시인 윤동주처럼, 강하늘에게 가치 있는 것이란 자신을 몰아쳐서 도달할 수 있는, 극기(克己)의 그 무엇은 아닐까. "한 작품 한 작품 할 때마다 한계를 느껴요. 연기가 참 어려운 게, 감정에는 정답이란 게 없잖아요. 그런데 관객이 보기에 내 연기가 그 인물의 정답처럼 느껴지게 뭔가를 해내야 한단 말이에요. 그게…참(웃음)." 돌이켜보면 강하늘은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인물을 연기했을 때 가장 빛났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여린 소년 에른스트, 영화 '스물'(2015, 이병헌 감독)의 숙맥 모범생 경재 그리고 '동주'의 동주까지. 특히 '동주'에서 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번번이 소리쳐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 그의 얼굴에 피어오르는 표정과 눈빛에서, 시를 너무 사랑해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젊은 청년의 온갖 감정이 형형하게 읽힌다. "제가 생각하는 순수함이란 자기 안에 어떤 기준이 튼튼히 서 있고, 목에 칼이 들어와도 그 기준을 바꿀 수 없는 올곧음 같은 거예요. 반대로 요령을 부리거나 머리 굴리는 역을 맡으면 연기가 잘 안 되고 고민이 많아져요. 제가 그런 걸 잘 못하거든요. 사실 전 그렇게 다양한 면면을 지닌 사람이 아니예요(웃음)." 강하늘에게 좀 더 다양한 역할을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평소 다양한 감정이나 생각을 직접 품어 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가 훨씬 큰 대답을 돌려받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은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어요. 좋은 사람이란 그저 착해 빠지기만 해서는 안 되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치사하고 속 좁은 감정까지 다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게 목표예요. 삶 전체를 봤을 때 그게 좋은 배우가 되는 것보다 더 값진 것 같아요(웃음)."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2016-03-31

영화 '동주' 31일 밤 사전 개봉 … 29일 시사회 폭발적 반응

민족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을 다룬 영화 ‘동주’가 정식 개봉을 하루 앞둔 오늘(31일) 저녁부터 LA 관객들을 찾아간다. 4월1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하루라도 빨리 동주를 보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져 사전 개봉이 확정된 것. 지난 29일 있었던 시사회에서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이례적으로 상영관 2개를 빌려 실시된 시사회에서는 시작 1시간 전부터 참석자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며 영화가 시작되자 빈자리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LA한인사회 주요 인사들도 이날 ‘동주’를 보기 위해 시사회장을 찾았다. 김현명 LA총영사를 비롯해 김낙중 LA문화원장, 홍명기 LA흥사단 총회장, 임태랑 LA민주평통회장, 황수진 영화진흥위원회 LA사무소장, 길옥빈 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신디 조 LA한인상의 수석부회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동주’를 관람했다. 특히 LA다저스 출신 박찬호 JTBC 야구해설위원도 재일교포 아내인 박리혜씨와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상영이 끝나자 붉어진 눈시울로 극장을 빠져나온 박 위원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추스르느라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며 “초대해줘서 감사하고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봐야하는 영화”라며 감탄을 마지 않았다. 박 위원은 시사회가 끝난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동주’ 초대권 사진과 함께 영어와 한국어로 ‘꼭 영화를 봐야 한다’며 팔로워들에게 관람을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광고대행사 ‘아자’의 지닌 킴 부사장도 “영어자막이 있어서 1.5세나 2세들도 불편함 없이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며 “청소년이나 대학생들도 꼭 와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동주’는 31일 저녁 6:30 분부터 LA CGV에서 관람이 가능하며 시카고, 워싱턴 DC, 애틀랜타, 댈러스에서는 4월 1일 정식개봉일부터 만나볼 수 있다. 신승우 기자 "윤동주의 시를 필사하고 낭독하게 만든 감동과 여운의 영화" 어떤 영화를 보고나면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영화가 있고 마음에 오래 머무는 영화가 있습니다. 동주는 그 후자의 영화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자리에 남아 여운을 느끼고 싶은 영화였습니다. 그 당시의 상황이나 감정들을 과하지 않게 느낄수 있었고, 우리에게 잊혀질 수 있었던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이야기를 전해줌으로써 잊혀진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흑백으로 된 영상과 윤동주의 시를 읽는 배우 강하늘씨의 목소리가 어우러져 시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도 잘 느낄수 있었고 시에 대해 감사할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시간이 좀 남아 서점에 들렸는데 새로 출판된 윤동주 시인의 시집이 나와있어 반가운 마음에 구매를 하기도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시들을 눈으로 읽어보고 필사도 해보고 소리내어 읽어보기도 하면서 영화의 여운을 잠자리에 들기 전가지 느껴 보았습니다.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스팩타클한 영화는 아니지만 마음에 아련히 남아 깊은 울림을 주는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홍유리 /대학생

2016-03-31

"윤동주는 내면에 솔직…저항 대상은 자신"

요즘 문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은 70년 전 세상을 뜬 시인 윤동주(1917~45)다.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15만 부 넘게 팔리고, 5억을 들인 저예산 영화 '동주'는 114만 명이 관람했다(29일 현재). 관련 출판도 잇따른다. LA CGV에서도 4월1일 개봉한다. 왜 지금 윤동주인 걸까. 문학평론가 유성호씨는 "여러 가지로 훼손된 우리 삶의 모습과 정 반대인, 흠 없는 사람을 찾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종교적 경건함마저 느끼게 하는 희생 제물 이미지가 작동한다는 얘기다. 연세대 마광수(65.사진) 국문과 교수도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여대생 제자와 성관계를 갖는 대학교수가 나오는 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로 구속.해임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국내 윤동주 박사 1호다. 83년 윤동주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시 전편을 상징주의 이론으로 분석했다. 윤동주가 상징주의를 배워 활용한 적은 없지만 쉬우면서도 모호해 풍부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내용이다. 24일 오후 마 교수의 서울 이촌동 자택을 찾았다. 그는 8월이 정년퇴임이다. -뜻밖이다. 윤동주 1호 박사라니. "내가 변태 교수로 몰려 억울하게 잡혀가는 바람에 윤동주와 내가 안 맞는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 사람도 솔직했고 나도 솔직했다. 둘 다 글을 아주 쉽게 쓴다." -저항 시인의 이미지가 강한데. "그의 시를 저항시라고 하면 틀린 말이다. 그의 저항 대상은 자기 자신이었다. 일본에 독립운동하러 간 게 아니다. 도항증(渡航證)을 받기 위해 창씨개명까지 하며 문학 공부하러 갔다. 시에 명시적인 저항이 없다. 오히려 내 목을 댈테니 잘라라, 는 식의 마조히스트 색채가 있다. 그만큼 내부 갈등이 많았던 사람이다." -문학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하나. "당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정지용과 교류했지만 모더니즘 계열이 아니다. 좌파 문학과도 관련 없고 청록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 도 아니었다. 당시 시인들은 뭘 가르치려 하거나 과장되게 흐느끼거나 아니면 카프처럼 나가 싸우자고 부르짖거나 였다. 윤동주에게는 세 가지가 하나도 없다. 가장 독창적인 시인이다. 시가 일기 같다." -내성적이었나. "말도 못하게. 술.담배도 모르고 여자도 몰랐다. 아무리 추적해도 연애한 기록이 없다. 연희전문(연세대 전신) 다닐 때 수업 끝나면 본정통이라고 불렀던 지금의 명동에 가서 책방 순례를 한 다음 카페에서 차 마셨다. 그래서 나는 윤동주가 기적이라고 본다. 그의 작품을 보관했다가 나중에 출판한 정병욱 같은 친구가 없었다면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을 거다. 기적이고 축복이다. 그런 윤동주가 부럽다." -요즘 윤동주 현상은 어떻게 보나. "사람들이 이제야 시를 볼 줄 알게 된 거다. 그동안 난해하고 철학적인 것만 좋은 건 줄 알았지. 윤동주는 신통하게도 주석 없이도 누구나 알 수 있게 썼다. 윤동주의 그런 점에 끌렸다. 난 난해한 걸 제일 싫어한다. 문학이 결국 소통 아닌가. 역시 영화가 기폭제 역할을 한 것 같다. 또 윤동주에게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일찍 죽었다는 점, 우리에게는 요절한 사람에 대한 이상한 숭배가 있다. 내 제자지만 기형도도 그렇고. 또 하나는 잘 생겼다. 정직하고 깨끗하게 생겼다. 못생기고 뚱뚱했다면 이런 신화나 열광은 없었을 거야." 신준봉 기자

2016-03-30

"부끄러워하고 참회한 기독교인의 표상"

지금 한국에서는 ‘동주 열풍’ 시집과 생애 다룬 연극 각광 영화 '동주' 상영에 기대 만발 “크리스천 윤동주 많이 나오길” 민족 시인 윤동주(1917~1945). 시대가 그를 다시 호출하고 있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동주’가 최근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시집은 서점가의 화제로 떠올랐다. 그의 삶은 연극과 뮤지컬로도 그려지고 있다. 지금 한국은 ‘동주 열풍’이 분다. 기독교계도 윤동주 시인의 삶을 주목한다. 그는 신앙인이었다. 펜에는 기독교의 정신이 묻어났다. 그 가치로 민족의 아픔을 적었고, 시대의 현실을 썼다. 영화 ‘동주’가 4월1일 LA지역 CGV에서 개봉한다. 개봉을 앞두고 종교의 관점에서 그의 흔적을 살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윤동주 시인은 '디아스포라'였다. 그는 만주 '명동'에서 태어났다. 증조부 때부터 북간도로 이주해 살았던 실향민의 후손이다. 경성으로 가서는 고향이었던 만주 명동마을을 그리워 했고, 이후 일본 유학시절 때는 조국을 가슴에 품고 울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삶은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한인 이민자들과 정서적 영역을 공유한다. 윤 시인은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모태 신앙'이었던 셈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 세계관의 영향을 받았다. 조부는 장로였고, 부친은 집사였다. 미주장로회신학대학교 이상명 총장은 "윤동주 시인이 다녔던 학교는 모두 기독교학교였으며 민족학교이기도 했다"며 "기독교적 세계관과 기독교인으로서 의식을 갖고 계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유아세례를 통해 신앙인의 정체성을 갖게 된 그는 은진중학교 시절부터 용정중앙교회 주일학교에서 유년부 아이들에게 성경을 가르쳤다. 기독교 신앙은 디아스포라의 삶, 민족 정신, 역사 의식 등과 결합하며 그의 작품 세계로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권희돈 교수(전 청주대)는 윤 시인의 작품을 두고 "그의 '시 정신'은 기독교적이다. 예수가 갖고 있는 올곧은 신앙을 그대로 갖고 있었다"며 "외부와 내면이 편차 없는 삶을 살았다. 고통과 고독을 감내하는 인내의 소유자였다"라고 평가했다. 그의 시에는 기독교 사상이 짙게 묻어있다. '십자가'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은 기독교의 사랑과 희생, 용서, 내세에 대한 갈망 등이 깊이 내포돼있다. 이효상 목사(미래목회포럼)는 "시인 윤동주는 교회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믿음의 선배라는 이유도 있지만,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 때문에 행복했던 시인,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하고 참회할 줄 아는 기독인의 표상이 되기에 잊지 말아야 한다"며 "암울한 역사 속에서도 자기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며 살아간 '크리스천 윤동주'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한다"고 전했다. 윤동주 시인의 생애가 부각되면서 그에 대한 시대적 맹목보다는 실천적 행동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시로 만나는 윤동주'를 쓴 김응교 교수는 "윤동주를 '기독교 시인'으로 가두지 말자.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는 자세를 갖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실천할 때 진정한 그의 의도가 전해질 것"이라며 "윤동주를 읽고 아무런 실천이 없다면, 윤동주를 단지 유행의 한 가지로 소비하고 즐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내달 1일 개봉…단체 할인 영화 감상문 공모전도 실시 윤동주 시인의 삶을 다룬 영화 ‘동주’가 오는 1일 LA지역 CGV(621 S. Western Ave)에서 개봉한다. 현재 미주중앙일보는 한인교계를 대상으로 단체관람 요청을 받고 있다. 미주중앙일보 사업팀 신승우 차장은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시인 윤동주의 삶과 당시 교회가 마을 학교를 운영하며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영화 속에서도 그려지기 때문에 교인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라며 “영어자막도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한인 2세들에게 올바른 민족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적인 영화가 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미주중앙일보를 통해 단체 관람 예약(10명 이상)을 하게 되면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또, 단체 관람을 요청할 경우 교회를 위한 단독 상영회(전석 153석)도 가능하다. 영화 ‘동주’에 대한 감상문 공모전도 있다. 대상은 중ㆍ고등학교, 대학생이다. 마감은 오는 4월29일까지다. 레터사이즈 2장 이내(한글 또는 영문)로 감상문을 써서 이메일(shin.seungwoo@koreadaily.com)로 보내면 된다. 수상작은 부문별로 선정할 예정이다. 한편, 영화 상영시간은 오전 10시15분, 오후 1시, 오후 4시, 오후 6시30분, 오후 9시 등이다. ▶단체관람 문의: (213) 368-2518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2016-03-28

“윤동주 시인 묘 찾아 한참을 울었다… ”

“방치되어 있었던 윤동주 시인의 묘소를 찾고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완전히 버려져 폐허가 된 것을 보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시카고한인문화회관 고문이자 역사 학자인 함성택 박사는 윤동주 시인과의 남다른 인연이 있다. 함 박사는 “윤동주 묘소가 조선문학에 천착한 일본학자에 의해 발견된 사실을 세간에 공개되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오오무라 이전에 윤동주의 묘소를 찾으려 시도한 사람은 현봉학 박사였다”고 설명했다. 흥남철수 작전 당시 9만 8천여명을 살려낸 한국의 쉰들러 현봉학 박사가 윤동주 시인 묘소를 찾기 위해 방방곡곡에 수소문할 때 함성택 박사는 늘 함께였다. 당시 널리 알려진 시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 박사는 1984년 봄, 우연히 지인을 통해 낡고 바래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초간본을 읽고 크나큰 감동과 충격을 받았다. 그때부터 현 박사는 연변의 유지들과 자치주정부 외사처에서 윤동주 시인의 유적, 묘소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함 박사는 당시 미주한인우호협회를 통해 알게 된 현봉학 박사와 함께 뜻을 했다. 1985년 오오무라 학자에 의해 윤동주의 묘소가 발굴 된 소식을 접한 현 박사는 이후 용정을 방문해 윤동주 시인의 묘소를 찾곤 했다. 그러다 40여년간 방치되었던 묘소를 보고 안타까워했던 현 박사는 1988년 6월, 함성택 박사를 비롯해 미주한인우호협회 회원들, 용정중학교 동창회와 함께 윤동주 묘소 첫 개수 작업을 시작했다. 함 박사는 “처음 윤동주 시인의 묘소를 찾았을 당시 풀이 무성하고 봉분조차 없었다. 비석은 쓰러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현 박사의 주축으로 연변에서 유적들을 찾아 살펴보고 묘소를 개수하는 등 윤동주 시인이 잊히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함 박사는 윤동주 장학회를 설립, 용정 중학교에 윤동주의 시비를 건립하는 등 오직 윤동주 추모사업에 헌신했던 현 박사를 도왔다. 현재는 시카고 한인문화회관 커뮤니티홀 1 행사장에 윤동주 시인의 업적 등을 설명하는 작은 전시회를 열었다. 함 박사는 “신문을 통해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독립운동가의 삶을 그린 영화 ‘동주’가 시카고에서 상영된다는 사실을 알고 감회가 새로웠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이룬 정신력 그리고 그의 애국심은 영원히 잊히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통해 더 많은 한인이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독립운동가에 대해 배우고 또 민족정신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민희 기자

2016-03-28

[열린 광장] 반갑다 '동주'

12년 전 1월 6일, 서울에서 온 '윤동주문학선양회' 본부 회장과 만나기로 한 날, 우리 산장(피라미드레이크 RV리조트)에는 무릎까지 눈이 쌓였고 5번 프리웨이마저 닫혀 꼼짝할 수 없었다. 그 아침 나는 윤동주문학선양회와 인연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행히 상대방 일정에도 차질이 생겨 다음날 만났다. 그리고 윤동주문학선양회 미주 지부를 결성하게 됐다. 산장으로 이사하면서 문학단체 활동은 접고 조용히 글만 쓰겠다고 다짐했던 내 생각을 접고 만 것이다. 사실 '동주' 같은 시인이 있었기에 내가 시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시를 쓰면서 늘 윤동주를 좌표 삼으려 애를 썼다. 첫 시집 서문에도 동주의 '쉽게 쓰여진 시'를 얘기했었다. 윤동주 기념사업을 하면서 한때는 동주의 기일인 매년 2월 16일 일본 후쿠오카 옛 옥사 현지에서 열리는 진혼제나 그의 모교 동지사대학과 릿교대학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에도 참석했었다. 동주를 사랑하는 일본인들과 교류도 했다. 그의 죽음이 너무 분하고 애석해서 힘겨웠지만 연중 하루 만이라도 그와 그 작품을 기리는 것이 우리의 도리가 아닌가 해서, 10년 넘게 지금까지 문학 동지들과 열심히 우리 산장에서 문학행사를 하고 있다. 평상시에도 동주를 기억하게 하고 알리기 위해 나는 젊은이들이나 학생들에게 '윤동주를 아느냐'고 불쑥 불쑥 물어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민족이 동주를 잊고 지낼 때, 일본 학자들은 사죄하는 마음으로 폐허가 된 동주의 무덤을 발굴하고 그의 억울한 죽음(생체 실험)을 밝히기 위해 온갖 자료들을 찾아내고 있을 때, 본국 문인단체들은 그룹관광으로 온 세계를 다니며 유명작가들의 생가를 방문했다. 우리 역사 교과서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얘기에는 인색하고 부정적 일들을 부풀려 우리 후손에게 분노의 씨앗을 뿌려주고 애국심을 결핍하게 했고 민족 자존심도 심어주지 않았다. 집단 이기주의, 일본과의 운동경기는 이겨야 한다는 막연한 감정뿐, 민족 정체성도 상실하고 윤동주, 송몽규 같은 이름조차 모르고 점점 정서적 교양마저 고갈되고 있으니 인간의 희로애락 그 본질마저 파괴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초창기에는 이곳 일부 문인들조차도 해마다 열리는 민족시인 행사를 외면해 외로울 때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동주 문학의 밤에 참석하는 모든 분을 동지라고 한다. 그런 가운데도 연인원 2000여 명이 동주의 문학행사에 다녀갔으니 가히 동주는 우리 모두의 애인이다. 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어울리는 산장이라며 50마일, 100마일씩 달려와 '별 헤이는 밤'을 낭송하며 학창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는 그런 사람들 때문에 영화 '동주'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선진 한국이라면서 온갖 폭력영화를 다 만들면서도 이제서야 '동주' 영화를 만들다니. 늦었지만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작금에 온 가족과 이 신선하고 자랑스런 영화 '동주'를 감상하며 특히 우리의 자녀에게 동주를 소개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 질 나쁜 역을 맡은 사람들이 동주의 '서시' 중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라는 대사를 비웃듯이 할 때면 정말 분노가 치밀 때가 있다. 부디, 지금 본국 정치인이나 종교인 그리고 모든 국민이 영화 '동주'를 보고 '서시'를 암송하며 생활에 좌표를 삼았으면 한다. "반갑다 동주."

2016-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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