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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는 내면에 솔직…저항 대상은 자신"

8월 정년퇴임 마광수 교수
늘 회의하며 내면 파헤쳐
과장 없고 가르치려 안해

요즘 문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은 70년 전 세상을 뜬 시인 윤동주(1917~45)다. 그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15만 부 넘게 팔리고, 5억을 들인 저예산 영화 '동주'는 114만 명이 관람했다(29일 현재). 관련 출판도 잇따른다. LA CGV에서도 4월1일 개봉한다.

왜 지금 윤동주인 걸까. 문학평론가 유성호씨는 "여러 가지로 훼손된 우리 삶의 모습과 정 반대인, 흠 없는 사람을 찾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종교적 경건함마저 느끼게 하는 희생 제물 이미지가 작동한다는 얘기다.

연세대 마광수(65.사진) 국문과 교수도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여대생 제자와 성관계를 갖는 대학교수가 나오는 92년 소설 '즐거운 사라'로 구속.해임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국내 윤동주 박사 1호다. 83년 윤동주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시 전편을 상징주의 이론으로 분석했다.

윤동주가 상징주의를 배워 활용한 적은 없지만 쉬우면서도 모호해 풍부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내용이다. 24일 오후 마 교수의 서울 이촌동 자택을 찾았다. 그는 8월이 정년퇴임이다.

-뜻밖이다. 윤동주 1호 박사라니.

"내가 변태 교수로 몰려 억울하게 잡혀가는 바람에 윤동주와 내가 안 맞는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 사람도 솔직했고 나도 솔직했다. 둘 다 글을 아주 쉽게 쓴다."

-저항 시인의 이미지가 강한데.

"그의 시를 저항시라고 하면 틀린 말이다. 그의 저항 대상은 자기 자신이었다. 일본에 독립운동하러 간 게 아니다. 도항증(渡航證)을 받기 위해 창씨개명까지 하며 문학 공부하러 갔다. 시에 명시적인 저항이 없다. 오히려 내 목을 댈테니 잘라라, 는 식의 마조히스트 색채가 있다. 그만큼 내부 갈등이 많았던 사람이다."

-문학적으로는 어떻게 평가하나.

"당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정지용과 교류했지만 모더니즘 계열이 아니다. 좌파 문학과도 관련 없고 청록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 도 아니었다. 당시 시인들은 뭘 가르치려 하거나 과장되게 흐느끼거나 아니면 카프처럼 나가 싸우자고 부르짖거나 였다. 윤동주에게는 세 가지가 하나도 없다. 가장 독창적인 시인이다. 시가 일기 같다."

-내성적이었나.

"말도 못하게. 술.담배도 모르고 여자도 몰랐다. 아무리 추적해도 연애한 기록이 없다. 연희전문(연세대 전신) 다닐 때 수업 끝나면 본정통이라고 불렀던 지금의 명동에 가서 책방 순례를 한 다음 카페에서 차 마셨다. 그래서 나는 윤동주가 기적이라고 본다. 그의 작품을 보관했다가 나중에 출판한 정병욱 같은 친구가 없었다면 세상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졌을 거다. 기적이고 축복이다. 그런 윤동주가 부럽다."

-요즘 윤동주 현상은 어떻게 보나.

"사람들이 이제야 시를 볼 줄 알게 된 거다. 그동안 난해하고 철학적인 것만 좋은 건 줄 알았지. 윤동주는 신통하게도 주석 없이도 누구나 알 수 있게 썼다. 윤동주의 그런 점에 끌렸다. 난 난해한 걸 제일 싫어한다. 문학이 결국 소통 아닌가. 역시 영화가 기폭제 역할을 한 것 같다. 또 윤동주에게는 두 가지 장점이 있다. 하나는 일찍 죽었다는 점, 우리에게는 요절한 사람에 대한 이상한 숭배가 있다. 내 제자지만 기형도도 그렇고. 또 하나는 잘 생겼다. 정직하고 깨끗하게 생겼다. 못생기고 뚱뚱했다면 이런 신화나 열광은 없었을 거야."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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